세상을 볼 때, 우리는 각자의 마음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본다. 

그럼에 한정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터,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내 마음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 지 깨닫게 해준 여행이란 것에 감사하고, 

마음이 고단했던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에 고맙다. 


현재의 마음에 와 닿다. 

여행이란 비교적 현재의 마음이다. 

이것 해야지 저거 해야지 하는 미래의 마음보다,

뼈아픈 후회의 감정을 되살리는 과거의 마음보다, 

상념이 없는 바로 지금 내 몸의 시점이 여행이다.



# 렌즈


사람의 눈은 간사해서 바라봄에 복잡함이 없는 공간에 앉아 있으니 알맞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없다. 제 자리에 있는 풍경들을 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일부러 상상할 필요도 없고 파괴할 구석도없다. 마음이 쉬니 세상도 쉬는 것 같다. 절대로 멈출 것 같지 않던 시간도 늑장을 부린다. 넓은 곳을 향해 있다보니 평소 구체적이던 나의 시각은 무뎌져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쇼윈도가 없는 곳으로 여행을 가보라. 


나를 비추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눈 밖에 없는 곳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내 표정이 풍경에 녹아 네게 달려가면, 

너는 순전히 웃는다.






흔적을 남긴다 

이렇게,









# 준비물 1



극심한 허기가 느껴졌다. 시간은 오후 세 시, 휴게소에서 나누어 먹은 보라색 밥과 돼지고기 꼬치가 전부였다. 리조트 근방의 레스토랑은 두개가 전부, 간단한 식사를 하기에는 고가의 음식이라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기거리를 사고자 했으나 차를 타고 15분 거리에 편의점을 비롯한 시설이 있다는 얘기만 전해들었다. 금새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산 준비물이 머리에 떠올랐다. 



내가 지금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가방에 너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부터 며칠동안 단 하나의 순간이다. 

허기가 질 때면 너를 떠올리려고 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를 최고로 대접해 주겠다. 

어느 누구를 이토록 간절하게 바라보았던가

어느 누가 이토록 너를 붙잡고 얘기했던가

육개장.., 




배가 부르다. 사실 배보다는 입이 만족했다는 사실에 감탄중이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은 딱 하나 '행복하다'는 것. 바다 건너 멀리 와도 행복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배 안이 따뜻해지니 충동이 인다. 아이처럼 나가놀고 싶은 심정, 무엇이라도 보고 무엇이라도 듣고 모래로 성을 짓고 파도에 부서지고 하는 등의 그림이 그려졌다. 문 밖을 나가기 전의 설레임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감정이다. 나와는 연고도 없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행복한 표정이다. 질투가 나기는 커녕 나까지 행복해지려고 한다. 구름이 하늘의 연결을 막아놓았다. 나는 지금당장 옳은 말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육개장의 힘이었다. 



# 준비물 2 



카메라 방수팩 놀이, 재미난 코난 놀이. 



일회용 방수카메라보다는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방수팩을 추천합니다. 



수족관 물고기가 된 것 같은 나를 여행 후에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란, 





 



나는 물 밑보다 땅 밑이 더 무섭다. 

언젠가 맥가이버 외화시리즈에서 

땅 밑에 갖힌 장면을 보고 난 이후에 

그 꽉막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물은 친구처럼 친숙했다. 

수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물을 무서워 안하려면 뭘 해야하지? 

라고 묻는 당신에게, 


물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금방 친해져. 


배불리 먹어둬, 물이 무섭니

빠뜨리는 내가 더 무섭니,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휴양기 - 코사멧 3편 -  (0) 2012.08.01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2편 -  (0) 2012.07.26
태국휴양기 - 코사멧 1편 -  (0) 2012.07.24
태국휴양기 -공항편-  (1) 2012.07.23
아주 사적인 여행 - 여수 3  (0) 2011.11.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