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춤을 췄다. 

초저넉부터 거나하게 취해서는 팬티바람의 형제를 불러 세워놓고. 


백양 흰색 팬티와 푸른색 팬티를 입은 

나와 내 동생은 국민학교 1학년과 4학년이었다. 


일제 전축에 테이프를 갈아 끼워 넣고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흘러나오면


아버지는 당신의 손을 일그러뜨린 얼굴에 비벼댔고

오므렸다 폈다 하는 다리는 마이클잭슨처럼 장판에 미끄러졌다. 


강요에 못이겨 나는 애써 그 폼을 흉내내었다. 

동생은 시큰둥하게 있다가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 후였다. 


잠시 후 나는 과감히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내 자리에는 어느새 엄마가 와 서 있다. 


설거지를 하다 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아버지와 마주잡고 이글이글 타는 눈동자로 


테잎의 A면이 끝나 윙 소리가 나더니 툭 하고 버튼이 튕겼다. 

털썩 주저앉은 아버지는 양말도 셔츠도 그대로인 채로 잠이 들었다. 


나는 이불을 깔고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들었다 놨다. 

언제나 아버지의 양말을 벗기고 셔츠 단추를 풀어 제치는 건 내 몫이다.


 그러다 거센 팔뚝이 내 목을 조여 그 품에 안겼다. 

까끌까끌한 수염이 내 이마에 마찰음을 내고 나는 숨을 몰아쉬고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 엄마가 내 자리에 와 누우면 나는 그 사이에 끼인 채 잠이 들었다. 

새벽에 아버지는 나를 내 방에 안아 눕혔다. 그러고는 출근을 했다. 


나는 지금도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 기분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 길로 가고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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