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마루 밑으로 포도 한 알이 떼굴떼굴, 

그 소리 어찌나 명랑한지 외양간 앞 백구가 힐끔 쳐다보았다. 

태양이 파고드는 곳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침묵은 아니었지, 그건 모두가 땀을 흘리며 웃는 소리였지


덜 말린 지푸라기 태우는 늦은 저녁에,

하늘의 달과 별의 은근한 조명을 두고

스테레오로 연주하는 매미들의 합동 공연이 열렸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도레미파솔라시도처럼


활기찬 피의 향연에 한창인 모기떼들에 대항하는

여러개의 손이 춤을 추는 동안에도 

한 아이는 잠의 기쁨을 포기하지 않았다. 


싫을 이유가 없는 밤이 있었다. 

그것은 일년의 밤 중 가장 긴 것이었다. 


모두가 익어가는 중이었다, 밤에도 낮에도 잠잠히.

즐거워 즐거워 모두가 껍질만 남은 수박처럼, 

씨익 웃고 있었다.


여름은 열린 마루를 채우는 가치로운 빛이다. 

한동안은 그 빛에서 살았다. 

검게 그을린 빛의 흔적을 자랑스러워했건만, 

 

언제부턴가 여름의 알몸을 수치스러워 하게 되면서


젖은 땀을 식히는 맛있는 낮잠이 사라졌고, 

풀벌레 우는 귓가에 스친 생각의 놀이가 사라졌고, 

친구들과 멱을 감고 남은 까만피부의 유난히 새하얀 치아도.


이제, 


어디로 가버렸나 그 때의 달달한 솜사탕은 

높이높이 구름에 딸려 저만치 흘러가고 있는 건가. 

가면 어딜 가는 건가, 


내가 바란 여름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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