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몸이 아프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몇 번 더 아프다는데. 

녀석도 고향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미 젖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사실 네가 어디서부터 온 건지 아침부터 궁금해 내내 너를 쳐다보고 있다. 

언니의 말로는 알고지낸 신부님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품에 담아왔다고 하던데, 

그럼 너의 어미는 신부님의 고양인가, 나머지 형제들의 안부를 물었다. 

아프면 그런 게 궁금해질 것 같아서 나 또한 너의 곁에서 함께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것보다, 왜 등 돌려 벽만 쳐다보고 있는지 간혹, 네가 아픔을 참는 방법이 그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집에 오는 발걸음에 속도가 붙었다. 오르막길이긴 해도 네가 혼자 있다는 생각에, 

밥은 먹었을까, 물은 부족하지 않았을까, 화장실은 자주 갔을까.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계단을 두 개씩 밟아나갔다, 현관에서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낯선 동네, 낯선 소리들에 둘러싸여 종일 긴장했을까 싶어 현관에서부터 나는 네 이름을 불렀다. 

침대 끝에서 귀만 쫑긋 내밀고 있는 너를 못본 척 했다. 찾는 시늉을 하면서 천천히 네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너를 매만졌다. 아프진 않았니, 외롭진 않았니. 왜 요즘 우리는 이렇게 인사를 할 수 밖에 없나, 

너의 누운 모습이 안쓰러운지 창밖의 새들이 시끄럽게 우는구나.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고 일어난 아침 녀석의 눈가에 눈물의 양이 점점 늘어만 갔다. 

일단은 언니가 있는 녀석의 집으로 보내 주었다, 작별인사도 없이 한남대교를 지났다고 연락이 왔다. 

며칠 후 언니 일터 근처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단다. 비장 종양, 어디까지 전이가 되었을지는 수술해봐야 안다고 했다. 

나는 열심히 치료했다고 생각했는데 너와 로맨스만 나눈 건 아닌지, 

그 동안의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것에 자책감이 몰려왔다. 

4시간의 수술,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고 했지만. 그 후의 청이의 의지가 얼마나 발현이 될지, 후유증은 없는지. 

언니가 보내준 너의 모습에 나는 눈물을 왈칵 쏟을 뻔 했다. 고생했다, 고생 많았다. 정말이지 잘 견뎌줘 고맙다. 

내가 다 고맙다. 





이젠 좀 자렴

나비가 날아와도 깨지 말고 

배고픔도 잠시 잊고 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보고 싶은 얼굴을 마주해

이제 곧 청아한 하늘 앞에서 심호흡 하고

바람이 네 목덜미 간지르면 평소 읊던 네 울음

그거 한번 시원하게 들어보자


저물녘 짧은 꿈 속에서 깨면

밀려드는 네 시장기를 사랑으로 채워주마

아직은 네 눈의 조리개를 닫을 때가 아니다


여름 바람 시원한 날

겨울 햇볕 따뜻한 날

그처럼 너도 우리도

감사한 날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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