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녀석이 아프기 전부터 고양이에 관한, 청이에 대한 노래를 쓰고 있다. 

날렵한 몸매와 앙증맞은 발, 둘리를 닮은 혀와 피카츄의 귀를 하고 있는 녀석을 찬양(?)하는 내용의. 

창문으로 껑충 뛰는 모습에 늘 반하곤 해서 그 부분의 묘사는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다. 

다만 아픈 녀석의 눈을 보면서 즐겁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죄스러워 내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오늘 수술받은 부위의 실밥을 뜯어냈다. 상처를 핥지 못하게 해둔 장치를 풀어주었더니 반기는 눈치다. 

침대에 함께 누웠다, 이젠 눕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누운 채로 간식을 받아먹는다. 

눈 주위에 탈모현상이 보인다, 털에서 녀석의 오줌 냄새가 난다, 샤워는 아직 이르다. 

홀쭉한 배에 주름이 잡힌다, 글쎄 얼굴도 푸석한 느낌이다, 샤워는 아직 이르다. 

다리사이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내가 잠들어버렸다. 


꿈인가. 


난데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하늘은 죄인이 되었고,  

밤 골목 사이에 나타나 째려보는 고양이 또한 죄인이 되었다. 

인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덕에 입밖으로 튀어나온 욕이 순간 죄수복을 입혔다. 

그러나, 무한유한한 그들의 생명에 인간들이 부리는 손과 발들이 얼마나 죄악인가!

죄 없는 푸른 하늘이고 죄 없는 푸른 고양이다. 

고양이 청이란 그 뜻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내 안에 들어온 청이가 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잔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분명,

인간의 눈에는 관심이 많다. 

그들이 먹고 마시는 것들 중에 내게 던져질 것은

꼭 그들의 눈과 나의 눈 사이에 존재하니까. 


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주 언니의 꽃잎을 먹는다. 

한번은 오빠가 언니에게 사다 준 후리지아 꽃잎을 먹었다. 

꽃과 나는 늘 창가에서 만난다, 유일한 친구다. 

그래서일까, 

홀로 남아있는 용기를 가진 꽃과. 나 사이. 

거리를 좁혀 앉았다, 나는 말할 수 없이 너를 삼켰다. 

 

"나 시집 보내줘" 

아침에 배겟머리 앞에서 언니를 바라보고 외친다.

교미하지 못하여 서럽게 우는 밤이 어제였던 걸 감안해야 했다. 언니는,

아직 사료가 남아있는 데에다 연어통조림을 섞어주었다. 

나는 말할 수 없이 먹었다. 


꿈인가.


너에게 우연이었고 

나에게도 우연인 이 만남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만나서 헤어지는 것을 목전에 둔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래서 애초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간혹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 이 얼마나 다행인가도 싶어,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 어려운 것인가 싶어. 





사람의 마음에 결말이 있는 것은 죽음도 이별도 아니라 잊혀지는 데 있단다. 

바람이 불면 모든 것이 깃발이 되듯 녀석의 아픔은 내 안의 것들을 끄집어 내게 했다. 

잊혀지지 않게 하는 방편일수도 있다, 다만 네 발톱처럼 한순간 솟구쳐 나왔다가 사라지지만 않았으면. 

무관심을 사랑하는 네 마음을 무관심으로 대처하지는 않기를 바라며. 


틈틈히 네 얘기를 두고 두고. 

쓰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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