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이 싸이추방대작전 : 원래는 친구의 못된 행태를 낱낱이 밝혀 온라인(예전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발도 못붙이게 할 심                                                           산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구와 나와의 일들을 기록하여 후대에 전하기 위함으로 변질된. 여                                                           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할 이야기 모음집. 



정원이와 꽃놀이를 갔다.
그리고 몇 장의 사진과 함께. 
해묵은 내 몸뚱어리의 곤함도 함께. 
그렇게 돌아왔다. 




< 남원 시내에서 9km 떨어진 곳의 파크모텔 앞 개나리, 자세히 보면 사랑이 보인다. >

 
 왜 꽃이 좋은가 물어보면 그다지 할 말은 없다. 왜 나는 너가 좋은가 물어봐도 그다지 할 말은 없다. 누구는 수백가지를 말할 수야 있겠지마는 나는 그렇지 않다. 좋은 이유야 수만가지지만 싫은 이유야 딱 한가지라 오히려 싫은 이유를 말하기가 더 쉽다.  나는 늘 그래와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싫음에 대한 선입견보다 좋음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그런다 치자. 그것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꽃 앞에서랴. 나는 노오란 색이 좋다. 더구나 노오란 색의 옷도 좋다. 개나리보다는 겨자색이 좋다. 하지만 꽃이다. 꽃 앞에서 나는 너보다 겨자가 더 좋다고 말 할 수야 없지 않은가. 

 우리가 만난 것은 밤. 고즈넉한 찻집. 밤이 늦어 아침을 맞고자 서둘러 차를 탔다. 매번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랬다. 무모한 친구녀석과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 탓에 운전을 해야하는 녀석 탓에 나는 늘 재미와는 먼 길을 간다.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 걱정도 없다. 그럼에도 입은 쉬지 않는다. 혼잣말, 그것이 장시간 운전하는 녀석의 졸음운전 방지법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졸음운전 방지법이기 이전에 애초부터 말 많은 녀석이었음을 아니까. 굳이 끼어들어 함께 간 처자들의 기대를 져버리게 하지는 않았다. 하동과 구례의 경계에 있는 쌍계사는 애초 우리의 목적지였음이 분명하다. 허나, 꽃놀이의 계획이 우리에게만 있을 것은 아니었고 번개로 콩볶듯 계획을 짠 우리에게 숙소는 두 팔 벌려 환영해주지 않았다. 물리적 거리로 한시간 가량을 무려 네시간을 헤매이다 남원 시내에서(원래 계획은 지리산, 그것도 구례쪽과 가까운) 9km 떨어진 외곽 산자락에 자리한 음습한 모텔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간의 과정은 너무 한심하여 스스로 퇴고를 거듭한 점 너그러이 이해해달라. 







< 구례, 화엄사. 심리적으로 '그래!'를 외치게 된 구례의 오래된 절. > 

 
 다음 날의 모습을 담았다. 시간의 순서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흐르는 데로 사진도 글도 편집을 했다. 기행문이라고 하는 것이지만 나는 늘 순차적으로 배열하지 못한다. 사건의 앞 뒤는 꼭 마음의 앞 뒤와 연결되지 않았다는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view라고 하는 것. 흔히 사진을 찍을 때라던지 눈으로 보는 경치에 관한 영어로 된 말. 나는 그것의 좋고 나쁨에 관해서도 잘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다. 마음이다. 늘 말해왔지만 또 그 '마음'이다. 실제로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이 다름은 눈이 아닌 마음에서 오는 것이 맞다. view는 그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나는 안정적이기 보다는 급하고 뒤엉켜서 늘 마음이 등 쪽에 붙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감추고 싶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 나는 마음이 저 멀리 있다면 아마도 등 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제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유머를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가고 있는 '구례'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그리하여 어떤 질문과 어떤 걱정에도 우리는 구례를 대신한 '그래'를 구례식으로 발음하며 매번 깔깔댔다. 이것은 정원이와 나 둘만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불편한 사람과 어쩌면 민망한 사람과 섞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초특급 울트라..어쩌고 저쩌고.. 하는 개그를 하면서 울고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능한, 사람이 만난 자리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며 그것이 어떤 목적을 가진 이야기기 보다는 적당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그런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유머가 넘치는 남자, 센스있는 남자는 곧 그런 방향성에 대한 감각이 꽤 서있는 듯한 남자일 것이다. 일과 밥과 잠 밖에 모르는 남자를 만나면 당연히 여자는 피곤할 것이다. 그것도 마음이. 그런 의미에서 정원이는 약간의 센스와 약간의 유머가 넘치는 그런 남자들 중 한 명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나의 마음이 닫혀 있다고 생각되던 순간>


 채도가 강하지 않은 '듯한' 사물이 좋다. 꾸밈이 없다는 말도 그 한 줄기.  살아오면서 장만한 옷들도 거의 그렇다. 희끄무레하다던지 물이 빠진 색 같다던지 하는 말. 꾸밈이 없다는 말과 꾸미지 않았다는 말은 곱씹어보면 참 다른 말인 듯 하여 나는 꾸밈이 없다는 말이 더 좋다. 그래서 친구가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연인과 친구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것은 솔직함의 유무. 물론 누구에게는 솔직하고 누구에게는 솔직하지 않단 말은 아니되 이 사람과 나눌 말과 저 사람과 나눌 말을 가린다는 의미이다. 모든 이야기들을 공평하게 나눴다면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줄 수 없었겠지 않을까.  나는 마음이 늘 닫혀있는 사람으로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한번은.  
 고통받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나는 그 통증을 즐거이 겪고 분연히 일어나 또 걷고. 넘어지더라도 가급적이면 흉터는 아주 잘 보이는 곳으로 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의 싸움과는 다르게 나는 홀로 고된 싸움을 붙이고 말리고. 그런 모든 과정들을 저 혼자 간직하고. 목구멍 밖으로 나올 만하면 술로 가라앉히고 혹은 기도로. 그것이 과연 질 좋은 삶의 모양일까 생각도 해본다마는 방도는 늘 다르지 않았다. 친구. 나는 나의 친구가 그런 나의 모습을 먼 곳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좋다.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말보다 그런 나의 모습이 보인다니 더 좋다.  왜 나는 늘 문을 열고 나오지 않을까. 열린 문이 더 보기 좋지 않을까 하여. 나는 문이 닫힌 저놈의 사진을 찍고 한참을 바라보다 '너 마음의 문도 그러지 않느냐!' 하는 생각에 흠칫 놀랬다. 그래서 나는 내내 저 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는 고민에 사로잡혔다. 안다. 열어본다고 좋을 것 하나 없다.  열기 전에 내 마음부터. 나는 무엇으로 감추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나는 무엇으로부터 감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 돌계단, 나는 너희를 한 켠에 두고 또한 나를 한 켠에 담는다 .>


 뒷짐지지마, 아저씨 같아.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우리는 어느새 세월을 벗삼아 서로 비슷한 행동을 취하며 걷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네가 아주 어릴 적에 손을 모으는 것을 나는 일찌기 본 적이 없다.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과연 그런 것들이 왜 생각이 났을까. 나는 너의 말을 듣고 들었다. 



너는 일관적이어서 좋다.
친구를 떠나 사람이 일관적이라는 것은 본디 좋은 것일게다. 
욕을 해도 그모양 그꼴로 하고 웃어도 그모양 그꼴로 웃는다. 
내 얘기를 할 때에도 과거의 모습에 비춰 나를 혼구녕 낸다. 
나는 너의 습관적인 태도에 익숙하다.  그럼에 좋다. 
누군들 변하지 않고 살까마는 내게 비친 너는 정말 변하지 않아서 좋다.

나에게 '원래 너는 그랬어'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온 편지를 읽는 것처럼 달콤하고 끈적해서 좋다. 
나는 늘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싫다고 하여도 네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홀로 담았다. 너는 어떤 그릇에 담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매번 홀로 담았다. 
네가 한 말과 네 표정. 말은 하지 않아도 네 마음과 비슷한 사물들을 담았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일지도 모르고 스쳐지나간 어떤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너를 담아온 내 모든 세월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함께. 나는 그것을 믿는다. 
너를 믿는 것이 아니다. 함께.라는 심정을 믿을 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