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일상인 일, 누군가에게는 처음인 일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날 내보이는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사적인 소개팅 자리와 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제외하곤, 

때때로 SNS에 끄적이는 일상과 잡다한 생각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많지 않은 기회일 것이다, 발표회 특히 공연의 형식을 띈 일은. 

오늘 공연하는 한 교습생의 아내분이 가져온 꽃다발을 보고야 알았다. 

나에게는 일상인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일이나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의 많은 생각들을 담아낼 작은 도구가 되리란  

것을. 


 관객과 마주한 모두는 제각각의 시선으로 서로를 보았다. 

처음인 사람은 처음인 것처럼 두번째인 사람은 두번째인 것처럼, 

마음을 굳게 먹었더라도 몸은 솔직하게 반응했다. 

중간중간 틀리고 실수를 연발했더라도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좋은 시간이라 여긴다. 

내가 이런 시간에 있게 될 줄 몰랐다고 한 교습생이 말했고, 

내가 이렇게 부끄럼을 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다른 교습생이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발표하는 일은, 나를 발견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다. 






# 답을 물어보는 사람도 답을 아는 사람도 


 여기 한 곳에 있다. 때때로 그것이 교습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도 있으나 꼭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좌절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나의 음악관은 어제보다 나은' 나'에게로 가는 것이다. 더불어 내가 가르치는(가르친다는 것이 아직은 좀 부끄럽지만) 학생들도 어제보다 나아진 스스로의 모습을 기대한다. 때문에 서로의 위치에 연연해 좌절을 하거나 중도포기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적어도,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참가해 본 적이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 배우고 깨닫고 연습하고 발표하는 일련의 순서들을 통해 나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발견하는 일일 것이고 그런 서로를 바라보는 것일 테니까. 


 세월이 흘러 오랜기간 동안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은 도리어 나의 변하지 않고 고여 있음을 꾸짖어주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의미를 담아 내게 말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받아들이는 것들 중에는 의도와 다른 것들도 아주 없지 않다는 말이다. 나의 거울에 비친 모습들로 인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잘못을 과거에는 아주 많이 저질렀다. 화를 내기도 하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 나는 되는데 왜 당신은 안되느냐, 나처럼 노력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그럴 거면 왜 소중한 나와 당신의 시간을 이렇게 허비하느냐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지금도 그런 부분이 없진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답을 물어보는 사람도 답을 아는 사람도' 내게는 둘 다 소중한 우리를 이루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미친다. 스테레오로 듣는 노래처럼, 왼쪽과 오른쪽을 적당히 버무린 하나로. 


 나는 한 중간에 서서 해가 뜨면 향해서고 바람 불면 등에지고 하는 것을 반복해 보여줄 뿐이다. 그렇게 도와줄 뿐이다. 








# 2017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뮤지션 윤제로 기타선생님으로 한 아내의 남편으로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온 지금,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뭔가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현실에 분주히 매달리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틈만나면 시간과 다투기 일쑤고 성심성의껏이란 말이 일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진 건 아마도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앨범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은 이미 뜸해진 지 오래되었고 가르치는 일에도 전처럼 열의를 쏟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무슨 이유에서일지 생각과 계획에 앞서 걱정만 늘어가는 데에 시국이란 핑계를 대지 않을 수도 없구요. 여러모로 적응하기 힘든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여깁니다. 그럼에도 새해를 맞는 일과 병행해 또 하나의 계획과 기대를 갖는 것은 비단 나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현실이라는 벽이 답답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꿈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이 하나 줄면 게으름 하나가 더 생겨나는 법이니까,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모험을 좋아하는편, 이니까요. 


 공연을 마치고 이렇다할 후속조치도 없이 시간은 흘렀지만 꾸준히 생각해온 것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교습생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써보려고 합니다. 기타를 잘 치는 방법에 관해 첫째로 기본적 이론에 대해서는 절대로 알고 넘어가야한다. 둘째 연습한 결과물을 동영상이나 공연을 통해 공유하는 방법을 거친다. 셋째 커버곡으로 연습하기 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본 노래를 통해 배운다. 여기 이렇게 세가지의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의 교습을 진행해왔고 2회의 공연(연말공연)과 10여개가 넘는 노래를 만들어 데모형태로 녹음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라고 하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만 과정을 겪어나가야 좋은 결과물과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제 바램입니다. 덧붙여 이제는 2인 이상의 합주를 통해 편곡의 정도에 대해서도 서로 상의하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을만큼 친해져(?)있습니다. 멤버 간 호흡은 개인연습보다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확인했으니까요. 이제 몇 가지 남은 방법들 중에 하나를 제시하자면 그것은 음원제작입니다. 발매를 하고 판매를 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음원을 만들어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작업을 해나갔으면 합니다. 녹음이라는 작업을 거치면서 소리의 방향과 느낌을 잘 이해한다면 테크닉은 덤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니까요. 


 기존 교습생들은 아마 음원제작을 위한 개인연습 위주로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자기가 만든 노래는 무조건 자신이 연주해야하는 법, 그걸 표현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나갈까 해요. 그 외에 커버곡을 위한 연주는 틈틈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를 것을 주문하고 함께 만들어봐야겠지요. 새로운 교습생들에게는 위의 세가지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으나 이제는 어느정도 틀이 잡힌 과정인지라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에 비례해 실력이 느는 것이지만 적당한 방법을 각자와 상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듣고 보고 하는 것들이 세상엔 너무 많아서 교습생도 저도 욕심을 감추기가 어렵지만 일단은 '기타와 목소리'에 중점을 둔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정하겠습니다. 2017년에는 좀 더 많은 공연기회와 제작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취미생활로 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해야합니다. 그래야 어느정도 취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추후에 공지하겠지만 제가 몸담은 '모락'이라는 작업실에서 좀 더 많은 공연과 음원제작을 이제부터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계획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 중에 교습소의 운용도 꼭 같이 하고싶은 마음입니다. 열심히들 해주십시오, 이제는 교습생 이라기보다 친구나 벗에 가까운 지인으로 한 명 한명 가까워지길 기대해봅니다. 






#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6화 안내


* Guitar  개인레슨 및 단체레슨

* 레슨 시간 : 주 1회 90분 / 평일 오전 12시부터 밤 늦은 10시

* 레슨 비용 :  월 4회 기준 10만원 (개인교습은 12만원)

* 레슨 장소 : MoRock 작업실 (이태원동 224-3, 301호)


* 인원 : 최대 5팀, 최대 10명 (그 이상은 제가 다 보듬을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선착순 혹은  상담 후 결정) 


* 문의 : 급하지 않으신 분들은 youarestories@g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 연락처 : 급하신 분들은 010-7172-6890으로 문자주세요. 전화는 때에 따라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곱번째이자 마지막 교습생은 강은혜, 김정선. 

우리는 발표회의 순서를 공연 30분 전 제비뽑기로 정했는데 용케 두 학생이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다. 

사실, 가장 많은 자작곡을 만든 교습생들이기도 하거니와 커버곡이 줄줄이 있는 팀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세 곡을 준비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기대도 많고 보람 찬 기억이 많은 교습생들이기에, 마지막 순서를 뽑았던 것에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기대한 것에 비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어 발표회 뒤풀이 자리에서 사실대로 얘기를 해버린 것이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우린 늘 과정에서 과정으로 거쳐가는 중간에 있기 때문에 늘 변화 및 발전이 가능한 배움들이니까 말이다.


맞는 옷이 있다, 사이즈가 아닌 어울림에 대해서 말한 것이다. 

교습생들에게 내 취향을 들려주는 것은 나에 대해서 말해주기 위해서다. 마찬가지 교습생들의 취향을 물어보는 것은 단지, 

그들이 원하는 교습곡과 장르의 문제, 선호하는 분위기라기보다 그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의 묘한 교차점을 그려보기 위해서다. 그런 이유로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가령, 회사 업무과다에 관한 일이나 소속된 단체에서의 인간관계에 관한 일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엇이 그들의 생각과 목소리의 색깔을 

바꿔놓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이해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 틈이 생겨난 자리에서 보면 그들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들과 그것들을 순수하게 감싸는 노래들이 떠오르게 된다. 

내가 하는 역할은 그것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변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가하는 데에서 함께 떠올리는 데로 옮겨간다. 

나는 나도 즐겁고 교습생들도 즐겁게 이 시간을 맞았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어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바뀌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만든 노래 2곡과 어울릴 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커버곡 1곡을 함께 불렀다. 

연주를 도와주기도 하고 노래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서로가 우리에게 발표를 했다. 

가사와 코드 등은 예전 블로그를 참고로 링크를 걸어두고 지금은 들어나보자. 


2016/04/16 -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 혼자서도 잘쳐 - 공연 제 2화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팀이다, 이름이 있을 정도로 설레발이 유난한 팀의 이름 또한 '설레발'

올 여름에 처음 만나 여태껏 주말을 함께 보내며 여러 곡(?)들을 거쳐 도달한 두 곡, 

너에게와 산책이란 두 노래를 여러 고심 끝에 고르고 골라 연습을 진행해왔다. 

여러 고민들이 있어왔지만 그 중에 가장 컸던 것은 서보지 않은 무대에 관한 것이었다, 

영상에 보았듯이 준비한 소품들, 지인의 응원들, 서글서글한 성품들은 충분했지만 아무래도. 

무대위의 긴장감은 많은 준비에도 어쩌지 못한 과제였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충분히 즐겨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짧은 기간동안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에도, 주어진 몫을 충분히 연습해주었다. 

무엇보다 수업과 병행한 연습기간동안 바쁜 일과 중에도 틈틈히 작업실을 방문해주고

때때로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했던 기억들 덕분에 고마운 마음이다. 

우리가 먹고 마신 것들을 준비해준 마음에도 큰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덕분에 나도 공연을 준비하면서 '설레발'을 쳤던 그 순간들에 웃곤 한다. 


다만, 한번 경험해봤듯이. 

우리 모두 마음의 목소리를 충분히 크게 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내가 하는 소리에 대한 자신감, 틀린것은 없고 다른것만 있는 우리 사이에. 







발표회를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번째, 일정기간을 주지 않으면 연습의 알맹이가 없다. (데드라인이 필요하다)

두번째, 다른 교습생은 어떻게 만들었고 연습을 했나 보고싶다. 

세번째, 즐겁게 즐겁게 만나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발표회를 준비하는 동안은 첫번째 이유에서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열심히 연습들을 한다. 이정도면 되겠지 라고 얘기하는 것은 나(선생님)의 입장에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지만 각자는 서로다른 생각의 풍선을 어깨에 달고 연습들을 했을 것이다. 모두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고 연습해도 안되는 느낌들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일정기간 동안 이루어져야 그 다음단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발표회를 보는 동안은, 나와 다른 신체구조의 나와다른 정신구조의 사람들을 만난다. 일단은 구경이다, 공연하는 사람의 손짓과 몸짓 표정과 말투를 포함해 모든 것을 구경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수도, 박수를 치기도 한다. 두번째 이유에서 나와 다른 취향의 교습생들을 구경하는 일에서 점점 즐거워진다. 먼저 한 무대에서 실수는 까맣게 잊기도 하고 무대 오르기 전 긴장이 살짝 풀려버릴지도 모른다. 때론 자책을 하기도 하고,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점점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집에가는 길이라던지, 하루 이틀이 지난 지금 녹화해놓은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혹은 그 시간들을 아쉬워하면서 생각에 빠져본다. 세번째 이유에서 이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를, 그 분위기를 잊지 않고 사는 데 보탬이 되어야 교습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서 두 가지의 이유에서 행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면 지금은 내가 향유하는 부분들이 결국 배움의, 삶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말뿐인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이유모를 자신감과 같은 것들이 내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발표회 소기의 목적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선생님을 비롯한 타인의 표현으로 확인받는 대신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 시간의 보상을 받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두 교습생 모두 자작곡이다. 

훌륭하다, 곡을 만들고 연습하고 부르는 모든 부분에서 나는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길을 걷다 - 강규연 사/곡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다 한숨을 돌리려고 멈췄지

내 시선의 끝에서 발견한 한 꼬마

무심코 건낸 나의 인사에 수줍은 미소로 답했지

그 표정에서 내가 발견한 건 나 


순수했었지 거짓을 몰랐지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 그 곳에 있는 구름을 다 딸거라고 

무지개 너머엔 뭐가 있을까 뛰어서 갈 수 있을까 

빛 바랜 기억속을 달린다


내가 멈춰선 바로 그 곳 그곳에서 내 두 발을 봤지

참 열심히도 걸어왔구나, 그 길을 이젠 순수할 수는 없어도 

쉬어가는 법을 배웠지 무작위함에서 나오던 힘을 빼고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언젠가 웃게 될 그 날을 그리며

지금 이 시간을 걸어보자 

아름답도록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내 시간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행복한 순간만 있다면 그게 행복인 줄 모를거야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다 나의 일부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언젠가 웃게 될 그 날을 그리며 

지금 이시간을 걸어보자 

아름답도록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내 시간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길 

나만이 채워온 나의 길




일주일에 한번을 꼬박꼬박 만나는 친구란 살면서 별로 없었다, 학창시절을 제외하면 말이다. 

집과 작업실만을 오가는 버스를 하루 두번 타고, 한강다리를 해와 달과 함께 건너는 것 외에 별다를 일이 없는 일상이지만

우연찮게 수업을 하면서 만난 이 두명의 친구들과의 저녁시간은 이제 수업을 핑계로 만나는 친구와 같은 시간이다. 

순한씨와도 언 3년이라는 시간을, 경원씨와도 햇수로는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직도 말을 놓지 못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그것이 관계에 있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닌 줄로 안다. 비슷한 과정을 보내왔고, 느끼는 바가 한 갈래로 묶였다는 것에 감사한 일이다. 


남편의 길로 접어든 두 교습생이자 친구인 그들에게 때때로 이런 저런 경우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 

언제나 술이 있다. 그것 때문에 서로의 안사람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라도 음악적인 이야기에 우리 삶을 끼워넣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었다. 꼭 기타에 관한 수업이라기 보다 우리가 즐겨듣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 흘러온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행복에 대함이다. 


작년에 이어 순한씨의 순진무구한(?) 글짓기를 함께 보며 웃다가 또 하나의 노래가 만들어졌다. 

제목은 아무래도 짓기가 힘들다 하여 내 나름대로 '그날의 온도'라고 하기로 했다, 가사에 들어간 '그날의 풍경'보다는 훨씬 더 감각적이달까. 

그리고 또 하나의 노래는 우리가 좋아하는 해철이형의 오랜 노래, 째즈까페. 나레이션 전문가수 경원씨와 에너지틱한 순한씨의 묘한 조합이다. 

 

들어본다, 





가끔씩 웃으며 꺼내드는 얘기 

술자리 안주처럼 대수롭지 않은 얘기

그러다가 며칠을 그 기억에 갇혀 

그 날밤 그 거리를 나 혼자서 찾네


우- 우- 비 내리던 그 밤 우- 우- 흠뻑젖은 우리 

우- 우- 캄캄한 그 밤 우리가 다 밝혔는데 


그 날 풍경들이 평소엔 서랍 속 깊숙하게 놓여있는 사진처럼

생각나지도 않아 기억나지도 않아


우연히 들리는 요즘 네 이야기 

연예인 가십처럼 별것도 아닌 이야기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생각나 

그날의 그 거리를 나 혼자서 걷네


- 우- 눈 내리던 그 밤 우- 우- 훌쩍 떠나간 너

- 우- 새하얀 그 날 우리가 다 지워졌네 


이런 풍경들이 평소엔 옷장 속 어딘가에 걸려있는 셔츠처럼

그런 풍경들이 평소엔 책장에 꽂혀있는 먼지덮인 책들처럼

생각나지도 않아 기억나지도 않아






그러고 보니 나경씨도 꽤나 오래되었다. 

그래도 꾸준히 기타를 놓지 않으니까 설혹 어려운 연주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따라온다. 

일주일이 지나면 전 시간에 배운 코드라던지 주법은 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금방 느낌을 찾는다. 

어떻게 보면 기억이다, 손의 느낌을 찾는 것은 끄적인 노트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음악을 들으면서 길을 찾는 게 더 빠르다. 

간혹 그런 얘기를 한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뭐라고 표현은 못하지만 이렇게. 라고 하면서 보여주는 것이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하다. 


이슬씨는 나경씨보다 나중에 시작했지만 스스로 만족의 열매를 하나씩 따먹어가며 점점 좋아지는 경우에 해당한다. 

무슨 말이냐면,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처럼 남과 비교하기 보다 스스로 습득속도에 맞춰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을. 게다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능력(이것도 중요한 교습의 방법이다)도 출중하다. 

다만, 주어진 곡의 교습과 합주가 어느정도 익숙해져 다른 새로운 곡으로 진도를 나가고자 할 때 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개개인마다 교습의 방법과 그에 따른 습득의 속도가 다르다, 이와 같은 경우엔 그저 묵묵히 기다리고 반복하고, 만족을 이룰 때까지 해야만 한다. 


기타반주로만 노래를 이끌어가기에 선택된 곡이 너무 비어있는 틈들이 많아 기본리듬과 화성을 넣어 반주를 만들었다. 

최대한 원곡과 비슷한 구성으로, 대신 비어있는 틈을 채우는 것은 악기와 화성의 연결이라기보다 연주자들의 에너지라고 말하고 싶다. 

나경씨의 에너지는 꽤 좋다. 좋은 목소리 탄탄한 발성도 그 연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경씨는 두번째, 이슬씨는 처음인 발표회지만 그들의 호흡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연습때보다 훨씬 더 잘 했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아. 를 주문으로 외우면서 꾸준히 했으면 싶다. 


p.s 이슬씨는 절대 노래는 못한다 했지만, 나는 포기안합니다. 


 

지난 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올해부터는 '듀오'로 수업을 진행해왔다는 것인데 그것은 곡 만들기 에서 부터 합주, 그리고 공연까지 해당된다. 

듀오를 고집한 이유는 합주의 재미, 즉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이지만 혼자서는 재미없는 기타연주의 단점을 보완할 명목이었다. 

도란도란, 함께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각각의 취향을 설명하며 때론 서로에게 가르쳐주며 배우며, 하는 그런 모습을 기대한 것이니. 

그렇다보니 역시나 음악에 대한 취향 문제로 인해 갈등이 빚어진_이것은 내 취향과의 문제도 해당된다_경우도 종종 생겼다. 

갈등이라고 했지만 취향의 차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로 인해 접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은 분명 나은 일이 될테니까. 


여기 두번째 발표회의 주인공은 같은 회사 다른 팀의 서로 '님~'을 붙여 호칭하는 두 명의 학생이다. 

용경씨는 원래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고 현중씨는 대학시절 기타동아리를 체험한 바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쇠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나 또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서 용어나 설명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애(?)를 좀 먹었다. 

한 명은 부드럽고 따뜻한 팝 계열의 음악을 선호하고 다른 한 명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거기서 듣게 된 음악(이건 뭔가 웅장하다고 해야하나)을 

좋아했다. 그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한 일이었는데 다행히 코드의 나열, 패턴의 반복은 갈래가 비슷해서 서로 알아듣고 연주하기 수월했다. 

서로가 선택한 노래를 도와주는 형식의 연주와 맡은 바 역할을 잘 해주어서 짧은 기간동안 연습한 것 치고 잘 했다고 생각한다. 

노래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것은 특히 연주에 해당한다)에 좀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하는 것에 조금은 아쉽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보완해나가기를 바란다. 






정확하게 1년이 지났다, 연말이 되면 뭔가 정리하고 싶어진달까, 그 동안 끄적여온 흔적들을 책걸이 하듯. 

나 또한 스스로 정한 기한 내에서_여기서는 작년 오늘부터 올해 오늘까지_ 정리를 하고 싶었다. 

자의로 시작한 교습소의 공연이 올해로 두번째를 맞게 되었다, 점점 자의에서 타의로 옮겨가는 중이다. 

서먹서먹했던 작년과는 다르게 이제는 서로 인사도, 응원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공연을 하는데도 이전보다 덜 긴장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혹은 능청스럽게 넘어간다. 


그 중에 형준이는 가장 오랜동안 나와 알고 지낸 친구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만나 이제는 군입대를 앞둔 친구니까, 

오래 알고 지낸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지켜보았던 데에 있다. 일단은, 

키가 아주 많이 자랐고 목소리도 늠름해졌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어느정도 구별해내게 되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완전하지는 않지만.

여기 이 친구가 만든 노래가 있다, 이 전에도 노래 하나를 만들어 부른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자기 노래가 아니라고 했다. 

억지로 끼워맞춰 만든 노래 말고 정말 자기가 직접 써내려간 노래라면 이번 노래가 맞다고, 나도 말했다. 

제목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 또한 이 친구의 노래를 계속 돌려들어가며 가사를 써본다. 







오랜만이야 내 친구들아 

그래 그랬지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우리 담임선생님 어떻게 지내는지

진성아 너 연락한번 안해봤니

듣기 싫은 소리만 하던 아줌마가

문득 보고싶어진것만 같아


물어보지마 잘지내는지

나도 이해해 모두가 같이 힘든거니까

나도 느껴 그때의 우리완 다르단걸

교복바지는 이제 맞지 않아

아침에 책가방을 챙길 일도 없고

모두가 예전같지 않겠지만


잃어버렸던 요란했던 우리의 일상은

가끔 우리 만나 하나둘씩 찾을 수 있다면 





 



춘천가는 기차


1st Guitar

보사노바 주법을 익히기란 오히려 쉽다, 쉽다라는 것은 기본형태를 말한다. 

변칙적으로 연주되는 것은 어느노래나 있지만 기본주법을 먼저 익히는 것을 권한다.

기본적으로 주법과 리듬은 다르다, 

주법이라 함은 치는 방법 즉 소리를 내는 형태의 반복이고 리듬은 소리의 세기(강, 약)와 음의 길이에 관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주법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리듬에서 난다. 쉬운 말로 방법의 문제가 아닌 느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 메인기타는 보사노바 주법을 이용해 연주를 했다. 리듬의 강약이 아쉬워서 근음을 5도 위로 번갈아 연주했다. AM7 - AM7/E 이렇게, 

근음(Root)를 번갈아가며 연주하면 자연스레 강약의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운지는 AM7으로. 


2nd Guitar

9th계열의 코드를 연주하는 것을 선택했다. 메인기타에서 연주되는 음의 배열을 조금 더 확장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같은 주법을 반복하기 보다는 핑거스타일로 연주해 리듬의 빈 곳을 매끄럽게 채운 편곡을 사용했다. 

메인기타가 1박과 3박을 비교적 강하게 연주한다면 2nd기타는 2박과 4박을 중점으로 연주를 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운지는 AM9 운지로 두 대의 기타 소리가 중첩되지 않게 조절했다. 곧, 음의 배열을 달리 하는 것을 늘 편곡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기타 듀오가 연주하는 춘천가는 기차는 일단, 이렇게 정리해보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 밖에 없는 코드의 나열이지만 적어도 한 번은 실제로 공연하는 것처럼 해봐야. 

손. 이. 기. 억. 하. 지. 않. 을. 까. 




라킹과 라소의, 






처음 배운 기타, 


 당연히 내게도 처음은 있었다. 세살 많은 고등학생 형이 오른쪽 어깨에 비스듬히 메고 온 붉은색 기타에서 흘러나온 <날아라 병아리>가 시작이었다. 평일 오후의 빛이 감돌던 예배당 창가, 긴 의자 오른쪽 구석에서 형과 나눈 수 많은 이야기들. 좋은 기타보다 멋진 연주보다 소리 하나하나에 신기해하고 감격해하던 그 때 그 시절이 내게도 분명 있었다. 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재현하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20년이 조금 넘은 이야기지만 아직도 생생한 그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교습생에게 나의 기억을 내밀었다.  


 넥스트의 김세황이 연주하는 <날아라 병아리>의 기타리프는 쉬운 수준의 연결이 아니다. 코드의 어려움보다 코드와 코드를 잇는 '음'의 매끄러운 연주가 어렵다는 말이다. 코드톤으로 치는 연주가 아닌 즉, 스트로크로 하는 연주가 아니기 때문에 음의 길이를 지속시키는 것부터 코드를 바꾸는 지점의 속도와 왼손가락의 경제적 움직임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핑거스타일 연주의 경우, 코드는 '잡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잡으면서'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통 근음(Root)부터 연주가 시작되기 때문에 근음을 제외한 다른 3번 2번 1번줄은 첫박에 꼭 짚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코드를 연결할 때 앞 코드의 마지막 음과 뒷 코드의 첫번째 음(근음)을 끊김없이 튕겨야 잘 한 연주가 된다. 


"저는 신해철의 팬입니다." 


 그런 연결고리로 만난 두 사람이다. 순한씨와 경원씨는 내 나이또래의 친구이자 성실한 가장들이기도 하다. 새끼손가락이 부상중인 경원씨의 연주가 매끄럽지만은 않아서 순한씨가 G운지로 기타 화음을 넣었다. 코드는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 관계로 생략하고, 최대한 원곡에 충실하게 연주해보았다. 휘파람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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