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각자 1곡씩 만들어보았다. 자작곡 이라는 얘기, 


오래전부터 함께 곡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2인, 은혜씨와 정선양. 

함께 팀을 이뤄 공동작품을 만들 때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각자의 취향대로 해보았다. 


첫번째, 

은혜씨의 <오늘의 날씨>


작사는 늘 은혜씨의 몫. 회사에서 겪은 '좋지 않은 일'에 대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노래로 불러봤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잘못했다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하는 것들에 대해 썼다. 

하늘에선 비라도 내려 꾹꾹 참았던 눈물을 감춰주었지만 마음은 감추지 못했던, 아니 들킨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수업 전에 간단한 먹거리와 함께 갖는 이야기의 시간, 대개 회사의 상사에 대한 것이거나 동료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지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 그저 듣고 나누는 이야기들이 모여 노래가 되었다. 


제시한 패턴은 C운지에서 C2 - A9 - Em7 - Dm7이다. 매끄러운 진행으로 만들기 위해 Am를 A9으로 바꾸어 연주했다. 

곡 멜로디는 Am가 맞지만 연주에서만은 A9으로 하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A7sus4로 바꾸어서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게. 

 




오늘의 날씨


작사/ 강은혜

작곡/ 강은혜, yunje


C2                      Asus4            Em7                  Dm7

해 저문지 언젠데 이제 오냐고 오늘은 아빠 대신 비가 나온 마중 

C2                      Asus4            Em7                  Dm7

그냥 걸을까 한번 쯤 마음대로 오늘은 우산 대신 머리 어깨 손등



간주  C2                      A9               Em7                  Dm7


FM7              C2  Dm7             G7sus4 

우울한 건 아닌데 좀 속상한 것 같아

FM7                       C2        Dm7             G7sus4     Fm     G

많은 걸 바란 게 아닌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


Dm7                Fm7       C/G             D2/F#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 그게 왜 그렇게 

Dm7                Fm7       C/G             D2/F#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 그게 왜 그렇게 


간주 D2/F#                Fm6             Em7                  A9    x 2

        C2                      A9               Em7                  Dm7






두번째, 

정선씨의 <훨훨>


대중적인 패턴을 선호하는 경우 일률적인 멜로디 라인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코드의 흐름을 먼저 만들면 이런 단점이 줄곧 발생한다. 

후렴부의 느낌이 아무래도 그것과 같아서 노래의 인트로와 주된 연주에 대해 간단한 코드라인의 반복을 제시하고 자유롭게 멜로디를 만들기를 주문했다. 

제시한 패턴은 G/B - A/C#이다. 이것도 주어진 코드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패턴의 공부와 경험 차원에서 시도해보았다. 


헤어진 경우, 좋은 추억이 남는 경우는 드물다. 좋은 추억이라도 남은 거라면 그것 때문에 더욱 가슴아픈 지금,

잡고 싶어진 그 날의 기억에서조차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고 썼다. 실제 마음보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주제는 이것이다. 

너를 미워하기보다 너와 함께 한 시간들을 차례차례 날려보내고 싶은 마음, 바램. 





훨훨


작사/ 김정선

작곡/ 김정선, yunje


G/B                 A/C#   G/B                 A/C#

집에 가는 길 내 눈은 한번씩 그 곳에 멈춰 서

G/B                     A/C#              G/B                A/C#

아파트 옆 벤치 우리 앉았었던 그 자리


G/B             A/C#       G/B            A/C#

너는 없지만 내 시간은 계속 너로 흘러

G/B                    A/C#             G/B                 A/C#

나는 나답게 놓는 방법을 모르겠어


G/B          A/C#

아직도 난 기다리네

아직도 난 기다리네

아직도 난 


D       A/C#   Bm             Bm7/A     

훨훨 훨훨 난 자유롭게 날아가

G                 F#m7        Em7       E/G#    A7sus4

너에게 머물렀던 나의 그 시간들 떠나간다

Bm    F#m7   G A           F#m7  B9

훨훨 훨훨 그리움 두고 간다

G            Gm6/A       G/B     A/C#

사랑한 마음 기억들까지






기타교습소 운영 이번 화(Chapter)부터는 기타듀오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만나 기타와 더불어 친해지고 더욱이 합주의 즐거움도 알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월요일반 경원씨가 "혼자서는 못치겠슈"라고 하는 말을 듣고 이번 공연의 제목을 이렇게 정해보았다, <혼자서는 못쳐_기획공연> 1화를 시작으로 계속될 공연과 교습생들의 이야기가 사뭇 기대된다. 

첫번째 곡은 조동진의 '제비꽃'

A운지의 포근한 음의 배열을 이용해 기타 두 대로 연주하는 방법을 택했다. 2nd 음인 '시'를 도# 앞에 배치한 Aadd2코드와 D/A, E/A 코드를 차례로 다녀가는 패턴으로 곡의 전반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어떤 곡을 편곡할 때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하다 여기는 부분은 이것이다, 곡의 성격을 잘 이해하는가. 주제를 표현하는 한 소절의 멜로디부터 곡 전반을 아우르는 패턴이 있는가다. 내가 그것을 잘 이해한 다음에 각 교습생에게 내가 왜 이런 코드와 패턴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한다. 간혹 교습생들이 먼저 어떤 표현(코드의 나열이라던지 줄을 튕기는 순서라던지를 말한다)이 좋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엔 '이런 표현'이 연주할 곡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보고 결정하게 한다. 세상에 예쁜 옷은 많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그 중에 몇 개가 되지 않다고 하는 비유를 들면서 말이다. 어느정도 코드를 읽고 쓸 줄 알게 되면 그로부터 계속 익혀야 할 것은 이와 같은데 원곡과 같은 패턴으로 연주할 것이냐, 곡의 멜로디를 수정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패턴의 연주를 도입해 사용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전문연주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는 하나 매번 같은 방법으로 코드와 주법을 읽고만 연주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슬럼프를 동반한 싫증은 아마 그 때부터 찾아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key)를 지킬 필요는 없지만 A운지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Akey로 했다. 다행히 노래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원곡의 흐름은 이렇다, 

        A            D         A         D               A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사실 이 부분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고, 이부분을 토대로 코드편곡을 해서 곡의 전반적인 느낌을 가져오게 되었다. 바뀐 부분은 이렇다, 


 Aadd2                  D/A     E/A   D/A                DM7   E/D                Aadd2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포근한 느낌이라고 했던 것은 Aadd2   D/A   E/A   D/A로 움직이는 패턴을 두고 한 말이다, G운지에서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으나 저역대와 고역대의 불균형이 있고 운지도 어렵다. 





2nd Guitar 


메인(1st) 기타핑거는 A운지로 하고 2nd 기타운지는 G로 했다. Major7th 코드 음의 배열이 G코드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카포를 2프렛에 두고 연주를 하는데 코드를 잡는 것보다 반복되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을 택했다. 메인 기타연주와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약식코드를 잡고 맨 밑 1~3번줄만 튕겨 멜로디를 만들었다, 코드의 흐름은 메인기타의 전제척 흐름을 따라가나 세부적인 부분은 차이를 두었다. 기타 두대로 하나의 코드연주를 시도해보았다, 1st 기타 Aadd2와 2nd 기타(카포2프렛)의 GM7을 섞어서 결국 AM9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어색하지 않게 섞였다, 그 외의 부분은 메인기타와 코드 흐름을 같이 한다. 멜로디 위주의 연주라 정식으로 배운 코드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잡고 치는 형태라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후렴부분은 배운 코드로 정확하게 흐름을 따랐다. 


가르칠 때에는 없었던 리듬을 내가 스스로 넣어 마무리를 했다, 느릿느릿하게 3절까지 하기는 뭔가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서다. 이론적인 부분 위주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연주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옆 사람과의 호흡과 기대지 않는 자신감이다. 서로의 연주를 듣고하는 합주이기는 하나 본인 스스로 힘을 내지 않으면 함께인 에너지도 깎이기 마련이다. 함께 호흡하는 것, 즉 밸런스(Balance)를 유지하는 것과 맞추기에 급급한 소극적인 연주는 서로 다른 것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러고보니 5년 전, 상도동에 살던 때에 어느 학생에게 이 곡을 가르쳐준 게 생각났다. 그 때엔 지금보다 원곡에 가까운, 그리고 정적인 연주였다.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서는 못쳐 - 공연 제 3화  (0) 2016.04.21
혼자서도 잘쳐 - 공연 제 2화  (0) 2016.04.16
Guitar Show  (1) 2015.12.14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제 5화_개편-  (0) 2015.11.17
사랑이란  (0) 2015.08.27



뭔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사실은. 

적당한 것은 쉽게 드러나지 않아 드나드는 문이 아니라 뒷문 혹은 창문으로 지나가버렸다는 거다. 

애초에 타이밍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깨달았어야 했다. 이제는 어린아이처럼 밥먹는 데만 집중할 수 없으니, 

나는 하나지만 나와 관계된 것들은 하루가 생겨나는 것만큼 늘어 둘과 셋이 돼버리니 말이다.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었고, '즐거운' 삶을 누리기 위함이었다. 
첫번째의 '살' 길은 밥벌이와 관계된 것이지만 내가 하는 공부는 그런 의미에서 실용적인 공부가 아니다. 
멀리 내다보면 자격증을 딸 수도 있고 자격증을 이용해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살' 길은 언어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다. 말하고 듣고 생각하고 내가 표현하는 방법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두번째 '즐거운' 삶을 누리는 것은 '지금'에 관한 얘기다. 
현재 내가 집중하기 위한, 다른 시름을 잊고 지내기 위한 방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분간 노래를 만드는 일을 중단했다. 먹고 사는 방법은 최소한으로, 틈틈히 있는 기타교습외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
주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행위도 자제했다. 그것은 '즐거운' 시간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즐거운' 삶의 연속은 아니었으므로. 

작년 11월에 일본에 다녀왔다. 아는 동생의 권유와 도움으로 시부야의 작은 술집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전부터 일본에 대한 로망은 있어왔다, 문화와 취향의 다양성, 상상의 고도, 음악의 섬세함 등 눈과 귀로 담아두고 싶었다. 
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살아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움직임의 시작이었다. 
마음에 바람만 잔뜩 들었다는 표현보다는 그 즈음의 순간에 바람이 불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일단은 일본어에 대한 공부다. 일본문화에 대한 공부는 가랑비에 젖어가는 외투처럼 될 것이다. 
책을 사고부터 시작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바람에 두달 가까이 한권의 책에만 매진했지만, 
일단은 재미있다. 수능을 공부할 때처럼 오답노트도 따로 만들어두었다, 나한테 시험을 치는 느낌으로 버스 좌석에서 중얼거린다. 
하루를 채우는 시간들을 쪼개 틈틈히 책을 보고 떠올리고 혼잣말도 해본다. 자의로 공부해 본 것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언어에 대한 공부는 '켜켜이' 쌓아야 하는 데 있다. 시간의 쌓음이자 결국 삶들의 쌓음이다. 
그들 삶을 엿보기 위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들 생각의 표현이다. 
'그들'이라고 쓴 것은 아직은 내게 생소한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나 '같이'가 되기 위해서는.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쌓여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쌓여가는 오늘과 내일이 '살' '즐거움' 이면 좋겠다. 

뚜렷한 목표는 이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바가 옮겨지고 언어가 가지는 특성을 이용해 글을 써보는 것"
"글을 읽고 표현하는 소리를 통해 노래로 옮겨가는 것"
"음악에 대한 공부 또한 타지에서 시도해볼 것"

민나노 니홍고 초급 1과 2를 보고 있고, 한자책도 겸해서 보는 중이다.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일본의 대중가요와 소위 인디한 음악들의 가사를 많이 읽어보자. 
좋아하는 표현을 적어놓는 일도 게을리 하지말고, 그 표현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해보는 것도.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시간을 보내자. 즐겁게, 보내자. 











'내가 앉지 못하는 저 쪽 푸르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상력의 철봉  (0) 2017.06.19
여름 한 낮의 일기  (0) 2015.08.27
책을 읽고 난 후_아마 캐비닛  (0) 2015.08.27
우울증 중기  (0) 2015.08.17
노래의 숲  (0) 2015.08.13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교습소 인원들과 함께 조촐하게나마 공연의 형식으로 무대를 만들어보았던 것은요. 

설명을 하는 중에 우리 옛날 '학예회'와 같이 해보자, 잘 하든 못하든 준비한 만큼 해보자고 했습니다. 

음원을 정리하는 중에 파일명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guitar show>로 저장하는 바람에 결국, 


Guitar Show 가 되어버렸습니다. 


2015년 12월 5일, 연말을 앞두고 저마다 바쁜 시간들을 쪼개 연습, 또 연습했습니다. 

부끄럽지만 해보자, 관객을 두고 하는 음악은 연습과 합주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는데 

그것을 한 번 맛보면 배우는 것과 연주하는 것이 점점 즐거워질 겁니다, 라고 예전에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기에 기타교습소를 꾸릴 때 항상 이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다 배울 일도 없거니와 배운다고 끝날 일도 아니니까요. 

도중에 공연을 포기한 인원도, 공연당일에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서 참석하지 못한 인원들도 있습니다만. 

준비했던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닐 테니까 괜찮습니다. 언제라도 기회가 닿을 때 해보면 되는 일입니다. 




#1. 뒤돌아보다(원곡 노리플라이) - 김태오


- 제비뽑을 때 여자친구를 모시러(?) 가는 바람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겠다며. 

  오랜 기간동안 연습을 했어요, 나는 꼭 태오씨가 혼자서 이 곡을 완주하기를 바랬지요. 

  한 곡을 6개월 가량 연습하는 것은 거의 입시 수준이지만 어려운 코드와 연주에도 끝까지 완주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2. 바람이 불어오는 곳 (원곡 김광석) - 신혜선


- 제이래빗 버전으로 바꿔서 불렀지요, 옆에서 도와주고 싶은 게 많았지만 저는 떨리는 목소리까지 듣고 싶었던 터라 가만히 있었습니다. 

  공연을 한다, 고 생각할 게 아니라 즐겁게 노래한다, 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으니까요, 겸손한 사람이에요. 혜선씨는, 


* 앞선 두분은 제가 정신이 없어서 녹음도 동영상도 없습니다, 추후에 우리끼리 하는 걸로 합시다! 






#3. 나는 안할래요, 이게 뭔지도 모르겠고 (자작곡)

#4. 첫사랑 (자작곡) 





- 교습소 막내 16세 황진욱입니다. 먼 곳 경북 청도에서 올라와 차비만큼 배우고 내려가는 농꾼 학생이에요. 

  노트에 끄적여온 자기가 하고 싶은 '말'에 대해 옥신각신 하다가 두 곡을 만들어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공부에 대한 확실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춘에 대하여, 

  누군가 자기를 좋아해준 일이 처음이라는 올 여름의 기억을 담아, 

  그렇게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 한 곡을 부르고 호응이 좋아 앵콜을 한번 더, 불러준 진욱이였습니다. 








#5. 큰새 (원곡 혁오) - 한아름 + 라킹



- 듀엣의 첫 순서입니다, 이번 교습소부터 듀엣으로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는. 그런 시간들로 만들어갈 생각이었는데요, 

  교습생들이 원하는 곡을 기타 두대의 선율로 나누어 연주해본 겁니다. 앞으로 꾸준히 이런 작업, 교습방법을 이용해 연주를 해나갈꺼에요. 

  라킹씨의 라킹한 기타와 한아름씨의 들꽃같은 목소리로 연주한 혁오의 큰새. 기타는 어렵지 않아요 노래가 어려웠을 뿐,







#6. 아무도 (자작곡) - 강은혜


- 유일하게 사진도 없고 영상도 없습니다. 공연 당시 장비를 이용해 녹음한 음원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감성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욕심도 많고 한 이름이 "Grace"인 은혜씨가 직접 가사를 쓰고 저와 함께 선율을 붙여봤습니다. 

  제주도 아침풍경을 보고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 결국에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 곡 말고도 꾸준히 곡을 쓰고 있는 분입니다. 







#7.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원곡 해바라기) - 강규연


- 피아노가 녹음이 안되었던 관계로 아쉽게도 동영상 파일로만 공유를 해야겠네요, 피아노를 입혀볼까 했는데 소리가 겹쳐 썩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저와 연습을 한 횟수가 가장 많아선지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인지 본인은 아쉽다고는 하나 저는 꽤 인상깊었습니다. 훌륭해요! 







#8. Present - 세인   

#9. 베짱이의 열한시 이십분 - 세인 


- 교습소에서 만나 EP앨범을 함께 만들고 12/14일 디지털 싱글 <Present>를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세인(Seine)의 축하무대인데, 

  제가 연주를 여러번 틀려버리는 바람에 음원도 영상도 폐기가 되어서 결국에 건진 사진 한장만, 덩그러니. 

  자리를 채워줘서 너무 고마워요, 다음번엔 연습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오늘 발매한 음원에 대해 링크 걸어놓을게요, 여기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604693







#10. 바람아 멈추어다오 (원곡 이지연) - 은희 + 라소



- 곡 선정하는 데 이런 저런 이유로 힘들었다가 옛 노래 '바람아 멈추어 다오'를 선택한 것이 신의 한수였네요, 목소리도 잘어울리고 기타연주도 제법 잘했습니다. 

  기타만 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보다 그 위에 노래를 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듀엣의 두번째는 헤어스타일도, 연주도 자매같았습니다. 








#11. 좋을텐데 (원곡 성시경) - 이나경


- 매번 코드를 잊어버려서 그렇지, 그것 빼고는 참 잘(?)하는 학생입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해줘서 저 또한 고마웠습니다. 

  함께 배우는 친구들이 그만둬서 혼자서 하기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묵묵히 따라와줬고 결국 공연에까지 이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욕심이 좀 난다면 곡작업도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교습생, 나경씨였습니다. 





 


#12. 나의 공간 (자작곡) - 김정선


- 원제가 나의 우주였던 것 같은데 나의 공간으로 바뀐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무직으로 일하는 정선씨는 그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슬픈 내용의 가사를 위로하는 분위기의 곡으로 만들어보았는데 정선씨 특유의 목소리가 저는 좋기 때문에 아무렴 좋습니다, 좋았습니다. 

  함께 글도 써보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시간들이 앞으로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어요, 기타와 목소리가 참 많은 위안을 줍니다. 








#13. 파도 (자작곡) - 권순한



- 예전 싸이월드가 성행할 때 다이어리에 적힌듯한 느낌의 글들을 제게 가지고 왔습니다, 언젠가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했을 때에요. 
  넥스트 신해철을 좋아하고 사람을 배려하는 습관을 지닌 따뜻한 동갑내기 친구에게 저도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곧 결혼을 앞두고 바쁜 와중에도 참여해줘서 고맙단 인사를 전합니다, 노래는 남아 파도와 함께 넓은 바다위를 떠돌겠지요. 썼던 것처럼요. 







수고많으셨습니다, 다들. 


자주는 못해도 반년에 한번은 꼭 자리를 만들어 서로가 사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해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송


글쓰는 재주가 유별나서 교습송(song)가사를 부탁한 게 작년 11월 무렵입니다, 아 교습생 중에 그런 분이 계세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늘어가는 살림 중 가장 값어치 있는 물건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앨범 준비가 마무리되면 그 가사에 교습생들과 함께 곡을 붙여 볼 계획이에요,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지만. 

늘 계획은 세우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반성을 하게 되니까요. 

사실, 작년 계획 중에 교습생들을 중심으로 한 공간을 대여해 공연을 해볼까 하는 게 있었습니다. 

충분히 설명도 했고 준비도 해봤지만, 함께 하는 공연임을 생각해볼 때 어려운 일이 참 많아서 안타까울 뿐. 

그래서 제 앨범에 이렇게라도 함께 해보자라는 의의를 두고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지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송은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이제는 이 곡이 교습곡이 되겠지요. 모두가 한번은, "


- 2015년 2월 2일 발췌








이렇게 지난 5화에 썼었습니다. 공연과 더운 여름을 견디느라 약속한 곡을 계속 만들지 못해서기도 하고, 

주제를 잡고 모집을 해야하는데 마땅한 주제가 없어서기도 해서 공지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 듀엣(Duet)


이라는 주제를 정해봤습니다. 각각 다른 성부로 노래한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각각 다른 운지로 연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서 여러번 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타에 대한 이해는 코드라기 보다 코드의 묶음 그리고 곡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듀엣은 두 연주자가 각각 자신의 영역을 연주하면서 노래의 전달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혼자 치는 것보다야 함께 연주하는 것이 더 즐겁고 유익한 게 아닐까 생각해서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게도 흥미있는 일이 되겠지요, 코드연주보다 한발자국 더 나아가 음의 연주, 쉬는 연주, 듣는 연주 등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위의 동영상에 담긴 노래는 그럴 의도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혼자서는 저런 사운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이제 교습소명도 바꿔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일단 기타를 치는 행위에 대한 심리에 대한 표현을 잘해줘서 고맙습니다. 강은혜님, 

 



# 발표회


작업실이 생겼고 넓지는 않지만 옹기종기 모여앉아 공연을 할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학창시절 학예회하는 기분으로, 마음으로 기획을 해봤습니다. 

12월 5일 저녁무렵입니다. 잘해도 못해도 좋으니 일단 참여하기로 한 열댓명 남짓한 교습생들이 그 동안 연습한 곡으로 교습생 서로에게 들려주는 형식입니다. 

교습을 시작하기 전에 한 약속 첫번째, 이론과 실기의 이해 두번째, 동영상 촬영 및 모니터 세번째, 공연 중에 마지막 세번째를 지킬 수 있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네번째, 자신의 곡을 만들기를 시도한 소수 교습생분들의 자작곡도 발표를 하게 되었고 더욱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거나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발표회 기록을 음원 형태로 만들어 선물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차차 좋아져서 나중에는 관객들을 모아 공연을 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면야!




# 다시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제 5화의 이야기는 아마 발표회가 끝나봐야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습생들에게도 제게도, 남는 무언가가 있다면 좋을 일이지요. 

인원모집 공고에 관해 앞서 말씀드린 주제 '듀엣'과 연관지어 말씀을 드리자면 이제 개인교습은 되도록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매번 같은 것들을 가르치는 행위가 제게 부담인 것도 있고, 저 또한 함께 뭔가를 알아내고 싶은 생각에서입니다. 

저 또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싶고, 그래야 우리가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벗, 지인 등 꼭 두명이어야 하는 점을 명심하시고 그럼에도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혼자 신청하시면 다른 혼자와 함께 하실 겁니다. 

부끄러움을 탄다는 둥, 자신이 없다는 둥의 변명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고 싶다 하시는 분만 받겠습니다. 

팀으로 하면 다섯 팀, 인원수는 열 명. 이렇게 선착순으로 모집해서 빠르면 12월~1월에 수업을 열어보겠습니다. 

교습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으나 기본적인 목표설정, 이론과 실기, 동영상 촬영, 공연 그리고 곡작업에 대한 부분은 지난번과 비슷한 관계로

지난 교습소 1화에서 4화(블로그)를 참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 Guitar  개인레슨 및 단체레슨

* 레슨 시간 : 주 1회 90분 / 평일 오전 12시부터 밤 늦은 10시

* 레슨 비용 :  월 4회 기준 10만원 (개인교습은 12만원)

* 레슨 장소 : MoRock 작업실 (이태원동 224-3, 301호)


* 인원 : 최대 5팀, 최대 10명 (그 이상은 제가 다 보듬을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선착순 혹은  상담 후 결정) 


* 문의 : 급하지 않으신 분들은 youarestories@g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 연락처 : 급하신 분들은 010-7172-6890으로 문자주세요. 전화는 때에 따라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서는 못쳐 - 공연 제 1화  (0) 2016.03.30
Guitar Show  (1) 2015.12.14
사랑이란  (0) 2015.08.27
그리움만 쌓이네  (0) 2015.07.16
스케치북  (0) 2015.06.02




윤상의 사랑이란이 아니고 김도현의 사랑이란, 

사람사람마다 사랑의 경험치가 달라서 쓰는 정도도 다르다. 

나의 정도는 "사랑은 오래참고"


기타를 가르치는 것은 순간이고, 그 순간의 결정체는 늘 후에 온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깨닫기 보다는 무엇을 겪고 난 후 자연스럽게 오는 경우라 할 만하다. 

그래서 나 또한 급하게 보채지 않는다. 간혹 그와 같은 경우가 빨리 찾아오는 때가 있다. 

규연씨의 경우가 그런 편인데,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사뭇 궁금하다. 


D운지에서 벌어지는 사랑이란.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Guitar Show  (1) 2015.12.14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제 5화_개편-  (0) 2015.11.17
그리움만 쌓이네  (0) 2015.07.16
스케치북  (0) 2015.06.02
Homesick  (0) 2015.03.25

규칙 혹은 질서를 두고 산다. 혹자는 그것을 두고 죽은 시간이라고 했다. 

반만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했다. 어제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벌에 쏘였다.

이불을 털고자 창문을 열어놓은 탓에 벌 한마리가 들어온 것이다. 

날아다니는 것에 영혼을 빼앗긴 몽(고양이의 이름)은 주저함 없이,

엄지손가락만한 벌에게 앞발을 날렸다. 코를 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절룩거리는 녀석을 구경하듯 보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 역시 그런 일로 병원가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고양이다. 생전 처음 맛보는 고통에 녀석의 얼굴은 일그러져있다. 

하는 수 없이 케이지에 넣고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폭염주의보. 어제의 일기는 그랬다. 택시를 타기도 그렇고_택시도 잡히지

않는다_야옹거리는 녀석을 버스에 싣기도 망설여졌다. 하는 수 없이 

걸었다. 샴 고양이네요? 자신있게 고양이의 품종을 써내려갔다. 

어르신!_선생님이라고 하기엔 너무 늙었다_코라트라는 종입니다. 

아, 그래요? 샴이랑 너무 비슷하네요. 그런 식이라면 모든 고양이는 같아요. 

부엉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대문짝하게 걸려있는 그 병원은 아마도, 

조류전문 동물병원이었던 것 같다. 요즈음 벌에 쏘인 고양이와 개를 데리고

오는 손님들이 부쩍 많아요. 간단하게 소독하고 해독제를 투여하면

별 문제는 없을 거에요. 말은 안해도 엄청 아파하고 있을 겁니다. 

통조림 하나 드릴테니 약을 잘 섞어서 주세요, 하며 2천원을 더 받았다. 


동영상 편집도 해야하고, 미용실에도 가야하고, 수업도 해야하는데

벌 때문에 나는 지금 폭염속 아스팔트를 녀석을 짊어진 채 걷고 있다. 

흔들리는 케이지 안에서 연간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녀석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미안하지만 나도 무겁고, 덥다. 쉬었다 갈까, 

나무그늘아래 바위에 걸터 앉아 아까보다 더 부어오른 몽이의 왼발을

쓰다듬어주었다. 아프기도 하겠다, 그러니까 파리와 벌을 구별하라고! 


통조림에 약을 섞어 주니 왼발을 부르르 떨면서 잘도 먹는다. 

청(얘도 고양이 이름)이는 왜 자신은 주지 않냐며 냥냥거린다. 

너도 벌에 쏘여, 그럼 줄게. 엄마처럼 말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하다 만 이불털기를, 화분을 옮기고 베란다 물청소를 하는 동안

몽이는 저 쪽에서 의기소침해 있을 줄 알았더니, 왠걸. 

커다란 파리 한마리를 쫓아 이 방 저방을 날아다니고 있다. 

나의 바램대로 되었다! 벌과 파리를 구별할 줄 알게 되다니!

녀석에게도 규칙이 생겼다. 오늘 나의 규칙을 어기고 너의 규칙을 

만들었다. 내 생각이긴 해도 고양이게게 규칙이라니. 규칙이라니, 


일과 사람에게 규칙을 정해두는 것을 보통일로 한다. 

어쩌면 그 습관 덕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것도 같다. 

심지어 고양이들도 화장실이 더러우면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내가 규칙을 져버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삶의 결정적 순간에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귀한 친구를 만나고 사귀고, 

뜻밖의 마음을 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그래서, 혹자가 질서있는 삶을 죽은 삶이라고 표현한 것에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라고 한 것이다. 

나에게 규칙을 어기게 하는 순간들이 앞으로 수도 없이 찾아올 테지만

예전처럼, 어릴 때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가능할까. 

술부터 줄여야겠다.

'내가 앉지 못하는 저 쪽 푸르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상력의 철봉  (0) 2017.06.19
공부  (0) 2016.02.23
책을 읽고 난 후_아마 캐비닛  (0) 2015.08.27
우울증 중기  (0) 2015.08.17
노래의 숲  (0) 2015.08.13

물방울 하나에 물방울 하나가 더해져 물방울이 된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는 물방울이 물방울을 끌어들이는 힘과 같이,

그것은 매력처럼 끌리는 것과는 달리, 그저 물과 물이 섞임 같은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었고, 비가 그쳤다. 

고백과 같은 것을 하고 싶었고, 그것은 고해성사와 비슷한 것이었다.

광화문 광장의 하늘에 대고 그 비슷한 일을 했다. 

바람에 실려 날아간 내 말과 글자들이. 

다시금 물방울이 되어 내린다면, 하고 생각해보았다.


평소보다 일찍 버스에 올라 책을 꺼내들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야. 나는 그저 기록자야. 

모든것은 기록되지. 

문자로든, 화석으로든,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로든. 

존재하고 있는 것은 모두 기록되고 흔적을 남기지. 

그러므로 여기에 있는 자료들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되었고 기록되어졌기 때문에 보관되고 있는 것이야. 

우리가 싫어하든 그렇지 않든, 믿기든 믿기지 않든. 

우리의 혐오와 증오와 편견에 상관없이. 

이들은 단지 있기 때문에 기록되는 것이야. 

위대하거나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우리 옆에 있기 때문에 기록되는 것이지. 

나는 이 기록들을 보관해왔어. 

그것이 내가 한 일이야."


그저 우리 옆에 있기 때문에 기록되는 것이지. 

라고,

'내가 앉지 못하는 저 쪽 푸르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부  (0) 2016.02.23
여름 한 낮의 일기  (0) 2015.08.27
우울증 중기  (0) 2015.08.17
노래의 숲  (0) 2015.08.13
고양이와 산다는 것은  (0) 2015.08.07

66300원이 찍혔다. 벌써 보름이 지났나 했지만 아직 삼분의 이나 남았다. 교통비의 인상으로 내 인상도 찌뿌려졌다. 아주 좋은 꿈을 꿨었다. 깨고 싶지 않을정도로, 다만 기억나지 않을 뿐. 손가락이 욱신 거려서 깬 것은 아니란 것만은 확실했다. 번쩍 눈을 떴다, 오늘 서둘러 해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번쩍'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번쩍 눈이 떠졌다. 


택시가 잡히지 않자 서울 콜택시 경기콜택시를 연거푸 호출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부근에 빈 차량이 없다는 문자가 수신함에 가득차고 있었다. 열두시 오십분을 넘어 새벽한시로 가는 동안이 너무 길었다. 잠시 앉아 쉬자고 셔터가 내려진 은행입구에 털썩 앉았을 뿐이다. 


아내 꿈을 꿨었나 싶다.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좋은 꿈이었지 않았을까 되짚어본다. 몇몇 사람들이 오갔고 청소부 아저씨가 내 발밑을 쓸고 있다. 그러니까 택시를 잡은 기억은 있는데 집으로 간 기억은 없다! 양가죽이었는지 소가죽이었는지 그런건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굉장히 개운하게 잔 것만은 사실인지라 가방에 고마워했다. 현금다발이 무사한지 확인했다. 핸드폰이 없다, 요즘 세상에 누가 폴더폰을 가져간단 말인가. 등 뒤쪽에서 이걸 찾나, 자네. 건물을 지키는 어르신의 쇳소리가 났는데 그냥 돌려주기는 싫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만원짜리 지폐를 꺼내들자 그렇게 많은 돈은 됐고 담뱃값 정도만. 만원짜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마터면 말할 뻔 했다. 


오전 6시 6분에 첫차가 왔다. 승객이 없을 줄 알았는데 거의 절반의 좌석이 차있다. 나와 비슷한 꼬락서니의 남자옆에 앉았다. 내 냄새를 지우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려웠다, 내 탓이다. 오늘 일을 꼭 일기에 적어놔야겠다고 라면을 먹으면서 아내는 말했다. 나는 몇숟갈 뜨지 못했다. 샤워를 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준 버스일까 잠시 의심을 해봤다. 삐빅하고 66300원이 찍혔다.

'내가 앉지 못하는 저 쪽 푸르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한 낮의 일기  (0) 2015.08.27
책을 읽고 난 후_아마 캐비닛  (0) 2015.08.27
노래의 숲  (0) 2015.08.13
고양이와 산다는 것은  (0) 2015.08.07
허풍을 떨다  (0) 2015.07.24

에이, 못쳐먹겠다 라는 소리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오랜만에 앉아본 피아노 앞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손을 놀려봤는데, 

내 손은 2012년을 마지막으로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당연한 거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선율이란 일전에 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랑

오래전 보았던 풍경을 되살려내는 것이랑 엇비슷하다.

때때로 내가 못해먹겠다, 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렸을 때

가지고 있던 좋았던 느낌마저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때문이다. 

행동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_노래를 만들어야 하는_이 올 때까지 그저 머릿속으로만 그린다. 

사실, 이 때가 가장 즐겁다.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음악이란!


가사가 없을 때라야 가장 음악답다, 그려지는 것도 수려하다. 

'아' 와 '스' 와 '오'를 적절히 섞어 우물우물거리는 정도와

기타의 스트링 소리가 막 접신을 시도한다. 그거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땀을 닦을 줄도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익숙해지길 바래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것을 소형 녹음기에 담아놓는다. 

그리고 다시 틀어놓고 그것의 배음을 찾아 흥얼거려본다. 

때로는 춤을 춰보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한다. 

무한반복 속에 나는 규칙을 찾고자 여러방법을 동원한다. 


만일 그 한나절과 반나절에 규칙을 찾지 못하면 그것으로 그것은

어딘가에 묵힌다. 그대로 묵어 놓는다. 

나는 한 가지의 사람으로 그 때 그때의 느낌이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묵어놓은 느낌과 지금 살아 있는 느낌을 두고

비교를 하기도 한다. 비교라는 말보다 차이가 더 정확하겠다. 

차이에서 오는 공간감이 때로 좋은 역할을 해 줄 때가 있다. 

그 비어있는 곳에 예를 들어 1년 전과 하루 전의 일들을 모아둔다. 

규칙을 찾는다, 글을 써보기도 하고 묵묵히 바라만 봐도 된다. 


외로움이 근원이 되어 시작한 일이다. 시작된 일이다. 

소꿉놀이도, 비행기접기도, 잠자리잡기랑도 비슷하다. 

혼자하는 일 중에 가장 으뜸은 가만히 앉아 생각하기다. 

생각하기 전에 멍 때리는 일이다. 색색깔의 세상이 검은색으로,

때로는 흰색으로 물들어갈 때 외로움과 벗삼아서 해본 일들이다.

'내가 앉지 못하는 저 쪽 푸르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고 난 후_아마 캐비닛  (0) 2015.08.27
우울증 중기  (0) 2015.08.17
고양이와 산다는 것은  (0) 2015.08.07
허풍을 떨다  (0) 2015.07.24
에어컨은 좋은 발명품이다  (0) 2015.07.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