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얼마 전부터_오래되었다면 오래되었을_펀딩을 이용한 앨범제작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홈 레코딩이 가능하게 되면서 그로부터 앨범제작까지 얼마든지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시쳇말로 요즘은 누구나 앨범을 낼 수 있게 된 시스템이지 않느냐란 아버지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2009년부터 누구의 허락, 도움 없이 앨범을 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작은 비용이라도 한꺼번에 들어가는 점에서 뮤지션들에게 제작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언급했던 펀딩을 이용한 앨범제작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마케팅의 한 부분으로서도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이네 1집을 만들면서는 고향분의 도움을 받았다. 

얼마 되지않는 제작비용은 순전히 대출이었고, 그 때엔 그렇게라도 시작하고 싶었다. 

좋은 장비, 훌륭한 엔지니어의 도움과 충분한 여유를 기반으로 3개월간의 사투 끝에 앨범을 내놓게 되었는데

언제나 후회는 남는 법, 실패든 아니든 그대로 두고 또 다른 제품(?)을 만들기 위해 1집을 듣고 또 들었다. 

나에게 그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즐거움과 일을 함께 하는 것은 그 얼마나 풍요로운 것인가, 


2011년에 내놓았던 2집은 그런 의미에서 기대도 컸다. 

멤버가 한 명 늘면서 부족한 사운드도 채워졌고, 경제적인 부분도 1집 때보다는 나아졌으니까. 

즐거운 의미에서 일의 속도라던지 능률이라는 것도 빨라졌다. 한번 해보았으니 수월해졌다는 말이다. 

멤버들끼리 한 푼 두푼 모아 비용을 모으고 편곡작업을 하며 녹음에 이르기까지, 

어느정도 불협화음을 제외하면 과정은 아주 탄탄하게 가지고 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정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인데, 그 점이 날이 갈수록 이렇게 크게 다가올 지. 

그 때엔 미처 몰랐었다. 


2013년부터 그동안 써 놓은 곡들로 개인앨범을 계획하게 되었는데, 

그 또한 한 달이나 두 달에 한번. 이렇게 기한을 정해두고 곡을 쓰고 녹음을 하며 발매를 했다. 

예전의 즐거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음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제작비용도 고스란히 내게 던져졌다. 

혼자 하는 수월함과 함께 하는 즐거움 사이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했지만, 

지금의 아내와 상의를 하고 나누면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 

약속을 지키자, 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방법과 기한의 문제는 언제나 내게 숙제로 남았다. 


그간 나의 제품을 사랑해주고 아껴준 분들께 좋은 결과물을 내보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보험을 파는 내 친구들의 마음처럼 지인들과 팬들에게 자신의 일을 이용해 부담을 주기 싫었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그 때문에 펀딩이나 발매 등등의 과정에서 투자를 과감히 멀리하게 된 것이고 순전히 내 힘으로 하게 된 것인데, 

순이네 2집을 만들 때에 우연찮게 참가한 대회에서 상금을 거머쥐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슈퍼스타 K등의 등용문을 바라는 것보다 작게나마 앨범제작비용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결정, 그것이었다. 

내게 대회는 좀, 그런 의미였다. 


바야흐로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저번주에 찾아왔다. 

<사직포크콘테스트>라는 것이었는데, 밴드 음악이 아니라 혼자 노래를 짓고 부르는 점에서 

대회는 내가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전해주었다. 만족스럽지 못할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 적어보고 싶었다. 또한, 그 동안 나의 수고를 나열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2005년 목포대학가요제, 2006년 오월음악제, 2008년 쌈지사운드페스티벌, 2008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2010년 GYMF, 2011년 카페베네 청년예술상을 마지막으로 대회는 끝이 났지만. 앨범제작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번 참가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이번 대회는 결과에 상처를 좀 받았지만, 그 또한 과정이랄 것이니. 이렇게 적어두고 나면 언제든 내게 기억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얼마 전에 좋아하는 형이 이런 말을 했다. 

"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훌륭한 연주자라기 보다, 

 네 음악을 사랑하고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 또한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그것은 늘 어려운 일이자 불가능한 일이라고만 여겼다. 

그런 의미가 아닐 것이다, 고 생각했다, 찰나의 나는.

이 귀한 시간을 아쉬움만 토로하는 것으로 쓰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앨범을 만들면서,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던 기한의 여유 사람들과의 여유, 결국에 내 음악에의 여유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참 중요한 일이었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제안을 하며 좋을 것에 한달음에 달려가는 것이 지금껏 내 삶이라면, 

그런 부분은 그대로 두고. 과감히 버리지는 않을 채로 내버려두고.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던 여유를 찾아야 하는 일에 골몰해야겠다. 

그런 것이 골몰해야 하는 것인지부터 실수하지 않아야하겠다만, 

실수하면 어떠랴 내게 있는 것을 좀 알려주고 나눠먹고 네게 있는 것도 내가 좀 맛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그 많고 많았던 대회를 통해 

얻어낸 상금이라고 훌훌 털어내고 싶다. 


이제 본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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