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으면 

기대가 생겨나고 기대가 생겨난 만큼

실망도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실망할 일들이 고작 기대에 기댄 것들이라면

그 이외에 살아있는 것들은 무어냐. 

나와 너를 이루고 있는 것에는, 그리고 그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동물원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가?"

아내와 정화는 어드덧 자기들끼리 약속한 것이 있는것 마냥 눈웃음을 치고 있는 중이다. 

"국수 먹으러" 콧소리에 흥이 실려 있었다. 

아, 아침상으로 정화가 정성껏 지은 '집밥'을 먹었다. 그런 것에서라면 개구리반찬이어도 좋다. 


대룡마을, 덧붙여 예술인 마을이라고 하는 부산 변두리 기장군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했다. 

공작소면, 언덕의 안쪽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세모난 집이 정면으로 서 있었다. 

"우와, 여름엔 무지 덥겠는데?" 이렇게 밖에 말하지 못한다 나는. 

무인카페, 3000원을 현금박스에 넣고 에스프레소를 한잔 내려마시고 컵까지 씻어놓아야 한다. 

아늑한 실내 한켠에서는 누군가 화로에 고구마를 굽고 있고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쪽지가 따땃하다. 






오늘 볕은 올들어_그래봤자 3일밖에지만_ 가장 좋았다. 

봄은 아직 멀었지만 잠깐이나마 따뜻한 공기가 얼어붙은 코를 녹여주었던 듯 했고 

후후 불어먹는 우동처럼이 아니라 미지근하게 맛을 음미해볼 수 있어서 

볕과 온도 이외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시간에 감사했다. 

그리고 휘철이가 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낯선 곳을 다니는 것이 좋은가. 

여행이라는 것이 자신의 낯섦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면 

나는 과감히 말하겠다. 


옛사람과 기억의 흔적을 나누고 변하여 온 우리를 이야기하고

혹은 즐거워하고 혹은 반성하며 흐르는 우리의 시간에

무엇보다 귀한 생명이 있음을. 


좋은 사람을 소개하는 일은 앞으로 우리의 삶에

기꺼이 필요한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리에게는 좋은 집이, 좋은 차가, 좋은 일자리보다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값지다는 것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서둘러' 느낄 필요가 있다. 

 






인류에게 종말이 있다면_있다고 믿는다_그것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때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자연재해로 인한 생물학적 죽음이 아니라 마음의 종말이라는 뜻이다. 요사이,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마음은 곧잘 오해라는 이름으로 옷을 바꿔 입는다. 그렇지만 오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해란 것은 눈이 녹듯,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 그렇게 옷을 바꿔입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해가 풀리는 '봄'을 좋아한다. 지난 일들을 가만히 내려 놓아도 좋은, 

다툼과 오해가 상처를 줄 지언정 결코 종말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진의, 진리가 내게 남는다면 말이다. 

오해의 역사물이라고 해도 좋다. 올해 내가 실천해야하고 하고 싶은 노래의 결과물이, 


<지금까지 지내온 (오해의) 것>

 

앞서 말한 마음에 대해 '서둘러' 알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지금 말한 결과에 대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내게 '너무 늦은 서른 다섯'이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이제 겨우 서른 다섯'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2009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폰과 셀카봉

2009년과 같은 점이 있다면

함께 있는 친구와 그 이름






오늘을 구성하는 많은 순간들 중에 나는 콕 찝어 회상하는 순간이 좋다고 말한다. 

흔히들 데자뷰라고 하는 것이 그것과 가깝다. 지는 해의 빛이 갑자기 나의 마음의 빛과 닿아서 벌어지는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될 때에 그 순간을 잡아두고 싶어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역광 사진을 좋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빛을 잡아두고 싶어서, 인물과 배경의 색은 안중에도 없고

색이라 말하기 힘든 해의 빛을 담아놓으면 거기서 기억을 찾아 끄집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그 만큼의 빛이 곱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응시하고 나란히 걷고 하는 중에 

늘 빛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사진을 찍는다. 아직까지 나는 표정보다 형태를 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나는 아내의 예쁜 표정보다 엉뚱함을 좋아한다. 


그녀의 정말 아름다운 모습은 아마, 나만 보았을 것이다. 

그녀에게도 나의 아름다운 모습이 남아있겠지, 

우리에게는 기억의 모습이 서로 다른 채로 남아있어서, 

그래서 즐겁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얼마 전 교습생 중 한명이 해산물을 잘 못먹고 탈이 났단다,

나도 어릴 때 조개를 잘 못먹어서 크게 고생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누가 이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리. 

나는 멍게, 너는 해삼, 그리고 너는 개불. 

이른 저녁 쌉싸름하게,  







해가 저만큼 졌을 때 누군가 그랬다. 

연애를 하면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어디를 가면 좋을까, 둘이서 하면 좋은 게 뭐가 있지?

"동물원엘 가" 라고 선뜻 말했다. 마치 준비한 것처럼, 그리고선 나도 깨달았다. 맞아, 동물원처럼 좋은 게 없어. 


평일 낮이라 사람이 드문 동물원엘 가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같이 걸을 수 있는 길,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벤치, 준비한 도시락을 펼칠만한 그늘진 구석, 너를 위한 커피도 팔고 나를 위한 오징어도 팔고, 무엇보다 서로의 취향과 마음을 엿볼 수 있게 우리가 보는 생명들. 그리고 생각들, 느낌들. 서로를 응시하지 않아도 되고 함께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곳을 볼 수도 있게 되나, 그럴 때마다 서로를 이끌어 자연스럽게 손도 잡고, 소나기가 내린다면 겉옷을 벗어 함께 쓸 수도 있지. 모텔이 아닌 곳에서 서로에게 기대 잠시 쉰다는 것처럼 좋은 기회도 생긴다_이건 말이 좀 웃기지만 그래도 이렇게 쓴다. 커피숍도, 영화도 좋고 미술관과 근교 드라이브도 좋지만 가능한 큰 데로 가 하늘 아래서 노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만끽, 이라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지 모르겠다.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물론 소중한 누군가와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나는 동물원에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을 하게 된 것이다. 


동물원에 가는 것처럼, 홀가분하게 

우리가 볼 것과 나눌 것들에 대해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것들에게도.

나란히, 우리를 맞아줘.  

 






휘철이에 대해 이제야 쓴다. 

군복무 시절 선임병, 그보다 시간이 지나 좋은 친구. 

내 사투리를 즐겁게 받아주고 내 마음의 진한 부분을 보아준 사람. 

한달음에 달려와 하루를 함께 보내고 알려지지 않은 그 동안의 소식보다 그냥, 그대로의 안부를. 얼굴을, 

뒤늦게 달려온 지훈이에 대해서도 쓴다. 

결혼식 축의를 못해서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다며 두툼한 봉투 하나를 건네주며, 

부산에 와서 같이 살자며 휘철이랑 나를 꼬시는. 언제나 활달하고 긍정적이어 군생활에 위로가 되었던, 

이 둘 친구들을 안보고 갔으면 섭섭할 뻔 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에게 기회_짧은순간_가 찾아왔을 때에. 

그것을 얕은 여유때문에 거절하지 않고 서로를 생각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을 위해 행복을 빌어준다면. 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대로 누군가와 함께 노닐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좋겠다, 만족하겠다. 

그리고 늘 감사하며 살 수 있겠다. 


싶다,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물원에 가는 것처럼_첫째날  (0) 2015.01.05
태국 휴양기 - 에필로그 -  (0) 2012.08.16
태국 휴양기 - 방콕 2편 -  (0) 2012.08.14
태국 휴양기 - 방콕 1 편-  (0) 2012.08.09
태국 휴양기 - 코사멧 3편 -  (0) 2012.08.01

신혼여행때도 잠잠했던 글쓰기를 이제 또 시작해본다. 

그만큼 이제는 좀 여유가 생긴것인지, 아니면 무슨 할 말이 있어서인지. 

기억해보고 써나가다 보면 뭔가 내게도 남음이 있겠지. 


제목을 정하기란 글쓰기에서 중요하다. 

나의 경우엔 제목이 글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덕목이라서,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야 좋은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제목이라서, 그렇다. 

간혹 글을 쓰고 나서 제목을 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썼던 글을 지우고 다시 써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하겠다. 





2015년이 밝고 일주일 전에 예정을 했던 부산으로 가능한 가벼운 짐을 챙겼다. 

나는 아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기에 중간중간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모른 척을 했다. 거의 대부분 아내의 사진은 내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기 때문이었다. 

KTX 매거진을 펼치고 증도에 관한 기사를 읽던 중에 내가 말했다. 

"예전엔 몰랐는데 여기 쓴 이 글은 아주 감성적으로 잘 썼네, 원래 이 매거진이 정보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나 있는 쪽을 힐끔 보더니 힐끗 웃으며 "그래." 하고 아주 짧게 대꾸를 했다. 

아마 그 즈음 이었을 것이다. 그 기사의 중간부분에 이렇게 적혀 있던 걸 보았다. 

"모든 흐르는 것에는 생명이 있다"





무엇을 보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매번 아내를 비롯한 누구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누는 그런 계획들, 

그런 것들이 내게는 의미심장하지 않다. 다만,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인지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인지. 

그런 것들이 내게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꼭 '좋은 것'이 되었다. 

잠깐, 제목을 짓게 된 것에는 이런 이런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잠시 뒤 우리가 부산에 도착했을 때 말쑥이를 타고 온 정화를 만날 수 있었다. 

말쑥이는 말리부의 여성형 이름이라고 했다. 







정화를 소개하려면 시간은 2009년 겨울로 돌아가야 한다. 

나와 아내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 그 때, 필자는 그 여행의 제목을 "서른에게 보내는 편지" 라고 했다.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을 아내와 친구인 채로 보냈던 그 때에 처음으로 정화를 보았다. 

원래 나의 친구였지만 이제는 아내의 친구로 더 가깝게 지낸다. 나는 그것이 내게 더 좋은 일이 되었다고 여긴다. 

순이네담벼락 2집의 마지막 수록곡인 <서른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문장을 써서 내게 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친구였던 아내를 지금의 아내로 삼을 수 있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나는 말한다. 

그것보다 매번 쪽머리를 하고 늘 저렇게 웃으며 늘 했던 말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2009. 12. 29. 15:34

 

기차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기차를 놓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론 더 가치있는 선택이 될 수 있겠지.


그렇게 쓰여있다, 내 편지에는 그렇게. 

그렇게 6년여가 지났고 지금 나는 그 선택에 대해 만족하며 삶을 살고 있다. 

그 때 갔던 장소와 흔적을 찾기를 바랬지만 이번 여행에 대해 나는 내 안으로만 속수무책했다. 

아내는 동물원을 좋아한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TV를 켜고 동물농장을 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동물다큐를 좋아해 나를 유혹해 자기 옆에 앉게 한다. 

나 또한 동물의 세계를 줄곧 시청했었다. 구체적으로는 큰 동물이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광경을 보기 좋아했다. 

그렇든 말든 동물과 동물원이, 동물다큐가 내게 준 것은 그 친구를 살펴보고 이해하고 존경하는 마음이었다. 

지금 우리는 동물과 동물원과, 동물다큐와 상관없이 부산의 어느 작은 마을에 있지만 말이다. 

사랑하는 것을 제일 첫번째 목표로 했던 지난 날과는 별개로 살아가는 것을 제일 첫번째 목표로 하는 오늘 날, 

그 오늘이 있기까지 나는 아내와 동물원에 갔던 그 어느 날이 갑자기 생각이 났고. 

그 어느날에게 참 많은 감사를 했던 오늘 날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돌풍이라고 한 말을 들어본 일이 없지만, 

나는 그 국제시장이 여기 부산의 그 국제시장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부산에 사는 정화도 우리도 그런 것은 뒤로 한 채 아내가 검색한 트리축제와 씨앗호떡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나는 어서빨리 어둑어둑해지길 기다렸다. 

말쑥이를 주차해두고 두터운 옷을 벗어놓고 맛있지 않아도 도란도란, 서둘러 어느 곳을 가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이야기 전에 흠뻑 취하고 싶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커피도 마셨고 씨앗호떡도 먹고 충무김밥과 비빔국수도 순차적으로 먹어왔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기 전날과 그 이튿날은 확연히 다르다. 

'풀어놓는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그것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과 달리

단추가, 나사가 풀어진다는 의미로 풀어놓는다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풀어진 채로 아니, 나만 풀어진 채로 첫째밤을 보냈다. 

나는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묻어둔 채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풀어졌다 보니 그 이틑날 채워야 할 단추가 많았지만 말이다. 

그 시간만큼은 내가 늘 이야기하는 기억이 아니라 기억이 나지 않는 기억이다. 

나는 모르는 그 기억을 누군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차라리 그것이 더 기억답다고 여기며.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물원에 가는 것처럼_둘째날  (0) 2015.01.10
태국 휴양기 - 에필로그 -  (0) 2012.08.16
태국 휴양기 - 방콕 2편 -  (0) 2012.08.14
태국 휴양기 - 방콕 1 편-  (0) 2012.08.09
태국 휴양기 - 코사멧 3편 -  (0) 2012.08.01


# 자위행위


스스로 위안을 삼고자 꾸밈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가급적이면 상대방을 위안의 근거로 삼지 않으려고 하고,

나에게 최면을 걸어 가장 평범해 보이는 일과를 선물하고자 한다. 


나는 꿈을 자주 꾸지만, 애써 기억하려 들지 않고. 

숨가쁜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극하기를 꺼린다. 

평범한 느낌에 진부한 표현을 곁들여 가급적 눈에 띄지 않고, 

시간이 자라남에 평범한 느낌들이 나이 먹기를 바란다.


내가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느끼는 것들이  

옮긴 시간과 장소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질 일들이라면 더 좋겠다. 

아니, 사실 그게 맞는 말이다. 다른 사물을 봐도 나는 같은 생각을 해왔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여행을 다녀온 것은 새로운 사물과 현상의 발견에 가깝기는 해도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거나 없던 마음이 생겨난 것과는 무관하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감정들을 풀어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스스로 위안을 삼고자 꾸밈으로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은. 

더 어렵게 기억해 내서 나이를 꼬박 먹게 하려는 마음에서다. 






# 음악형 인간





음악가, 음악가의 행동, 음악가의 표정, 

음악가, 음악가의. 


창조의 아름다움보다 발견의 아름다움으로 살아내기. 

사랑하는 모습을 담는 사진사의 마음으로 바라보기. 

악기 없이 입술과 표정으로 연주하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돌아보기. 

 

일상처럼 되풀이 되더라도,

일기처럼 매일 기록해두고, 

해 뜨는 아침에 보고, 해 지는 저녁에 보아서. 

다른 의미로 삶을 연재해 나가고, 

행진하고 행진하고. 


그 탓에 무언가 흘러나와. 

사랑으로 툭 떨어지기를.

지금 가까운 세월이 아니어도 언제 한번

당신의 계절에 닿아 열매맺기를. 

소원하는,  


결국,


음악의, 음악형 인간으로 삶을 연재해 보고자 하는 

그런 소망이 한 조각 피어난다.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물원에 가는 것처럼_둘째날  (0) 2015.01.10
동물원에 가는 것처럼_첫째날  (0) 2015.01.05
태국 휴양기 - 방콕 2편 -  (0) 2012.08.14
태국 휴양기 - 방콕 1 편-  (0) 2012.08.09
태국 휴양기 - 코사멧 3편 -  (0) 2012.08.01



# 어지러운 사람들의 말, 그리고 말





아침이 되고 밤이 되니 그 다음날이 되었다. 

밤의 시간은 잠든 시간이자 죽은 시간이지만, 

내일을 꿈꿀 수 밖에 없는 간절한 시간이기도 하다. 


심한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길이라기 보다 하천에 가까운 도로변을 따라 걸었다. 

엉성한 걸음걸이로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을 헤집고 큰 길까지 나섰다. 

숙소 문 밖으로 종종 택시가 지나치기는 했으나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형광색 택시를 잡아 타고 원하는 목적지를 말했으나, 도통 알아듣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를 꺼내 보이고, 한국 직원이 메모해 준 태국어까지 동원하여 결국에. 

택시기사는 후진기어를 넣고 반대편 차선으로 방향을 바꿀 준비를 했다. 


그제서야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안심, 하는 듯 했다. 





이튿 날 한국대사관 내 직원은 비교적 친절했다. 

일도 수월하게 처리하는 듯 예상 시간을 앞당겨 대사관을 나올 수 있었다. 

빗방울은 나무등줄기를 타고 흐르고 청색 기와의 가장자리를 타고 떨어지고

미지근한 빗물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 흰 셔츠 앞 단추를 적셨다. 

물기와 습기를 구분하지 못할 날씨였지만 비는 습기보다 차갑고 가벼웠다. 

여기서 바라보는 만큼은 한국의 빗방울이었다. 녹색의 흰색의 청색의 빗방울. 

회색 콘크리드 벽은 빈 몸을 그대로 내놓았지만 젖은 듯 젖지 않은 듯 했다. 


택시는 또 한번 우리를 사톤에 위치한 이민국으로 안내했다. 

물어 물어 서류심사를 담당하는 부서에 도착해 차례를 받고 기다렸다. 

여행객이 서류를 복사하고 출력하는 일 등을 해야한단다. 친절한 한국대사관에서 미리 귀뜸만 해주었어도, 

수월하게 마치고 일정을 소화했을 텐데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다. 


서류를 심사하고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기까지 약 40여분 동안, 

나는 줄곧 현지인과 서구 여행객들 사이에서 두리번 두리번 댔다. 

그들의 말 가운데 앉아 간혹 불거져 나오는 단어와 억양을 들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주시당하지 않은 존재였고, 그들 또한 나에게 여러사람이었다. 

모국어로 누군가 나를 불러주기까지 나는 하나의 그림 속에 그려진 사물이었다가, 

곧 그녀의 말 속에 편입되어갔다. 또 한번 눈을 마주치자 내가 보였다. 그대 눈 속에 담긴 내가 보였다. 

그 많은 말들 속에 우리는 또 서로의 말로 작은 공간을 만들어 차지하고 그들은 또 그들의 공간에, 

그렇게 공간을 차지하고 서있는 이 모두의 그림들이 잠시 어지러웠다. 이민국은 축구장과 같이 커다란 공간이었기에. 


어쩌면 나는 모국어로 말하는 그녀의 반가움에 현기증을 일으켰는지도. 




# 멸치는 국물만 내고 끝인가


 



오후가 되자 땅 위로 출렁였던 물이 증발해 공기중으로 스며들어갔다. 

사람들의 냄새가 입안에 씹혔다. 웅덩이 안으로 하늘의 나이가 보인다. 


카오산 로드, 젊은이와 세계 여행객들의 거리. 

그 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낭객들의 다부진 소리들이 여기저기 들리고, 

이쪽 저쪽을 오가며 호객하는 현지인들의 장난섞인 말투와 표정에도 여기는 확실히 이국 땅이다. 

땀 섞인 공기라도 질색하기는 커녕 짙은 매연의 연기보다 낫다 싶어 반가움에 걸었다. 

간이 휴게실에 트렁크를 맡기고는 홀가분한 몸이 되어 걸어갔다. 


멸치는 국물만 내고 끝인가, 

문득 이 모든 여정들이 이 순간만 스치면 사라지고 말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시원한 육수를 내고 버려지는 멸치의 몸, 뜨끈한 육수로 뒤범벅 된 나의 몸 또한, 

이 과정이 지나고 찬 물로 샤워를 하면 익숙하게 잊어버릴까. 

사실의 기록보다는 감정의 기록이 내게는 더 소중한 나머지, 

멸치는 국물만 내고, 시원한 육수 한 모금 하면, 잊어버리기 쉬운, 

나는 땀을 흘리고, 시원한 냉수 한모금 하면, 금방 잊어버릴 것 같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쓰고 또 쓴다. 




# 사랑해 본 적 있는가





'사랑해 본 적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최근 읽은 시의 한 구절이다. 


어디로 가는 중이오? 라고 묻는다면,

집으로 갑니다. 결국에 집으로 갈 것이겠지요. 

사랑해 본 적 있소? 라고 또 묻는다면, 

하는 데 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 적, 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살고 있어요.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랑 (받는) 중입니다. 

내가 그런 것도 못해봤을까봐, 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사랑이겠지요. 

지도에 없는 마을과 그 길에도 분명 사람은 다닐 것이니까요.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지요. 

사랑도 돌과 같아서 순간순간 굴러야 녹슬지 않습니다. 

다툼과 화해, 오해와 진심, 질투와 평화,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셈이라면 

아주 행복한 겁니다. 사랑을 갈라놓는 가장 무서운 질병은 무관심이라는 것이니까요. 

나는 누군가와 매일 눈을 마주쳐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사랑하고 있는 것이 맞아요. 

그리고 가능한 그런 사람과 사랑해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옷벗고 바람이 되는 빈 몸






습기, 젖어있는 무게


오후에 다시한번 심한 비가 내렸다. 

땀을 흘리는 일은 종종 있어도, 

땀에 젖는 일은 드문 일이다. 


피부는 숨을 쉬기를 원했으나, 

나는 피부가 타는 것을 더는 원치 않았다. 

나는 잠시 후 그 이상을 더 원하게 되었다. 


옷을 벗고

바람이 되는 빈 몸을, 










# 고잉 홈





비행기 시간까지 6시간이 남았다. 

해가 지는 순간에 번쩍 하고 느낌이 남았다. 

무슨 생각인지 웃고 싶었다. 웃게 하고 싶었다. 

먼저는 노란 티셔츠가 눈에 들어왔고, 그 다음에는. 






평소에도 머리를 자주 바꾼다.

옷 사입는 것 보다야 머리를 바꾸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 

평평한 이마를 잘 드러내지 않지만, 딱 8시간만 해보자. 라는 생각에서, 

근데 좀 비싼 면이 없지 않다. 깍아서 2만 5천원 정도로 합의하고, 

껄렁껄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보여주면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공항으로 가는 열차 안, 

탑승을 기다리는 공항 안, 

대기하는 로비의 인터넷을 잠시 만지작 거리다, 

문득 고잉 홈, 

나는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안다. 

결국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안다. 

이런 목소리를 접하고, 괜히 편해졌다. 


좌석이 불편해 잠을 못이뤄도, 

더더군다나 오후에 한 머리 때문에라도, 

나는 계속 눈만 감고 있었던 터라

시간은 좀처럼 간다고 여겨지지 않았지만. 

집으로 가고 있다. 

돌아가는 길이란 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집으로 가는 길에, 

시계 우는 소리가 들렸고, 

창 밖의 나이는 깜깜했다. 

아침에 이르러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리고, 

창 밖의 나이는 환해졌다. 

곧 기억의 발소리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가장 어려웠던 세상이 바로 너다. 

사랑하는 사이는 편한 사이가 아니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어려워 하는 사이가 되야 맞더라. 

멀리서 보되, 가까이서 소리를 듣는 그런 사이가 되면 

참 좋겠다 했다. 

어려워해야 더 편안한 사이가 될 것 같더구나. '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물원에 가는 것처럼_첫째날  (0) 2015.01.05
태국 휴양기 - 에필로그 -  (0) 2012.08.16
태국 휴양기 - 방콕 1 편-  (0) 2012.08.09
태국 휴양기 - 코사멧 3편 -  (0) 2012.08.01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2편 -  (0) 2012.07.26

생각해보면 나는 흥정에 약했다.

거절할 줄도 몰랐고, 성큼 내민 제안에 묵묵부답함으로

그 뜻을 따를 것처럼 행동했다.

내 뜻은 내 안에만 있다. 그래서 됐거니, 했다.

 

그처럼 사니, 부당함을 느끼고 사는 시간은 없었다.

내 뜻을 내비치지 않으니 눈에 보이는 사건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순리'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비겁'이었지만.

 

다툼이 싫다. 말다툼, 마음을 향하는 섭섭함 등의.

그렇다고 상대방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영원히 영원히 만나지 못할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이 세상에 행복한 길은 없다.

행복으로 향하거나 불행으로 치닫거나,

목적이 분명한 길들은 많지만.

 

 

 

# 명시되지 않은,

 

 

 

어려움 없이 반 페 선착장에서 방콕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오른편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 현재 위치와 앞으로의 행로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지도 대신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걸어걸어 이쪽 저쪽을 다녔던 게 생각이 난다.

이동하는 중에는 내가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에 도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실, 그것만 그려져 있다. 지도에도 현재 내 머릿속에도 마찬가지,

 

돈을 주고 사야하는 세 가지가 제공되었다.

방콕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제공된 세가지 덕분에,

지도나 여행안내책자에는 없었던 내용들을 발견하게 된 것에,

명시되지 않은 그 무엇무엇들이 여행길 중간중간에 많을수록,

예감은 하나로 '좋다'.

 

 

 

# 하늘을 보는 것처럼 너를 본다면 좋겠다.

 

 

 

 

방콕의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다가도 그렇지 않고, 때로 폭우가 내리다가도 금방 그쳤다.

잃어버린 여권의 행방은 묘연한 게 당연하고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려 태국 내 한국대사관으로 갔다.

친절한 현지인 안내원과는 달리 한국대사관 내 한국인 직원들은 꽤나 불친절했다. 당연하게 여겼다.

여권이나 짐을 잃어버린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민원이 얼마나 많겠냐만은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은 단 한번이므로,

낯선 곳에서 당황하고 놀란 마음을 향한 모국이 한국인 사람들의 말투와 행동에 적잖히 화가났다.

증명서 발급서류를 제출하고 내일 오전 중에 다시 방문하라는 말에 더운 바깥으로 쫒겨나다시피 나왔다.

 

방콕의 하늘은 또 한번 비가 올 것 같다가 그렇지 않았고, 뜨거운 태양이 콧등을 쓸어내렸다.

가까운 역 근처에 숙소를 잡고 짐을 풀었다. 오후부터 자정까지 구경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일단은 강으로 간다. 지하철은 시원했고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태국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고 그 외의 짧은 거리는 썽태우를 탈 것을 권한다.

비용과 시간이 택시를 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할 때가 많으니까.

 

하늘의 넓이를 본다.

하늘의 넓이를 보는 것처럼 하늘을 본다.

높은 하늘이지만 늘 적당한 거리에서 전체를 볼 수 있다.

타는 태양도 겹친 구름도 젖어내리는 비도 순간순간 볼 수 있다.

그렇게 너를 본다면 좋겠다. 어느 한 구석 한 모습으로 전체를 가리는 일 없이,

적당한 거리에서 너의 완연한 모습을 하늘을 보는 것처럼 한다면 참 좋겠다.

모든 인연에서 떨어져 나올수록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바람의 온기, 

그리고 나를 위안하는 하늘의 끝없는 넓이. 

 

 

 

 한화로 약 3만원 정도하는 모텔. Huai Khang 역 부근

 

 


# 단출한 행장

 

처음으로 짐 가방이 아닌 카메라 가방만을 가지고 거리로 나섰다.

외딴 시골의 마을에서는 반쯤 벗어놓은 상태로 활보했지만 도시에서 그러기란 쉽지 않은 일.

반바지에 슬리퍼를 걸쳐놓으니 현지인이 따로 없다. "싸와띠캅~" 인사를 받았다. 그것도 외국관광객으로 부터.


 



짜오프라야 강, 후아람풍 기차역에 내려 15분여를 걸어가니 호텔과 인접한 선착장이 나온다.

한강 유람선도 못타본 내가, 사흘 내내 배만 탔던 내가, 탈 성 싶으냐.

사진찍고 이모저모 구경할 새도 없이 약 20여분만에 그곳을 탈출했다.

무얼 먹을까, 어디로 가볼까, 해는 뉘엿 지는데 왕궁을 가야할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배고프니 밥을 먹자, 어디에서 먹을까, 여기 지나면 더 맛있고 근사한 데가 나올꺼야,

그렇게 걷다보니 고양이 친구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전자상가의 뒷골목이 나왔다.

일단은 밝은 데로, 일단은 사람 많은 곳으로, 썽태우를 탔다.

단출한 행장이어서 도리어 걷고 또 걷고,

확실한 힘듦이 없어서인지 포기를 모르고 고양이가 나오는 뒷골목만,

그렇게 서성였다.





2500원 짜리 오토바이를 타고 밥먹는 데로 가자고 했더니, 차이나 타운을 지나쳐 꽃시장으로 데려다 주었다. 

찌륵한 흙이 바닥으로부터 튀어올라 종아리며 허벅지며 엉겨붙었다. 로타리 한가운데서 쉬어갔다. 

가벼운 입씨름 후, 다시 2500원어치 오타바이를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무얼 먹어야할지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때는 덥고, 다리는 아프고, 동행으로부터 멀찌기 앞장 서 걸었고.

태국에서 중국음식을 먹었다. 

볶음밥. 을,




# 그 날의 일기





모종의 계획을 하고 갔건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었고.

피곤한 발 씻는 중에 갑자기 미련한 미련이 남아 스스로 어두워졌다. 

폰을 꺼내 조금씩 써내려갔다. 


"그 사람의 평상시다.

특별한 날 특별한 체험을 하고

특별한 모습을 본다한들,

그것이 내 선택의 전부가 될 리 없다.


그 사람의 평상시다.

그것은 늘 변하는 그의 모습이다.

자신의 맡은 바 일을 하고 삶을 사는 것이

내 발 씻겨주는 듯한, 시원하고 고마운 자극이 되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랑이라 하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것이 어떤 존귀한 선물보다 더,

고마운 그대의 모습이 되겠다.


나는 그것이 내게 사랑이라 생각된다,

너는 내게 매일처럼 프로포즈를 하는구나. "


함께 발맛사지를 받고, 멋쟁이 할아버지 옆에 앉아 피곤한 밤을, 달려 그제서야 만났다. 

마지막 밤, 그 마지막 밤에 너는 핸드폰을 잃어버려 마지막 밤은 더 애틋했지.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휴양기 - 에필로그 -  (0) 2012.08.16
태국 휴양기 - 방콕 2편 -  (0) 2012.08.14
태국 휴양기 - 코사멧 3편 -  (0) 2012.08.01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2편 -  (0) 2012.07.26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1편 -  (0) 2012.07.25


줄곧 '여행의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떨쳐버리려고 했으나 해가 지면 피어오르는 그것들을

나는 과감히 멀리 할 수 없었다. 

나는 아무 걱정없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을 거란 상상은

못되먹은 성향 때문에 여행의 기분만 만끽한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사라지는 구름


밤이 되고 아침이 왔다. 

어젯밤에 내린 폭우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맑게 갠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 곳에서의 하늘의 행진은 시시각각 아름답다. 

완벽히 그대로인 것은 없고 때를 따라 변하는 그 마음이 사람의 것과 닮아서인지

흘러가는 구름이 사라졌다가 다시 일어난다. 

불평할 것 없이 구름을 잡을 것도 없이 나는 하늘 아래에 있다. 

내 마음의 공간에 일어난 구름 또한 잡을 것이 없다. 

깊은 곳 깊은 속에 일어난 짜증과 불안, 미움으로 일어난 것들이 

그대로 흘러가 사라지게 놓아 두자. 





건너 온 다리를 건너 가 아침을 출발한다. 

친절한 사람의 웃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섬의 동쪽으로 간다. 

중국인 여자 넷과 함께 탔다. 

바람이 치마 들추는 것도 모르고 꺅꺅 대며 좋아한다. 

보트 속도를 높이자 귓가에 휘파람 소리같은 것이 들린다. 



 # 역할극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이동할 때 짐과 가방은 내가 진다. 

나는 너에게 남자이고 너는 나의 지켜야 할 의무이자 마음이다. 

여행의 동행자로 지도는 내 오른쪽 주머니에 있었으며 

늘 앞장 서서 걸어간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함께가 아니라 점점 각자가 되어갔다. 

하나가 둘이 되는 과정을 틈틈히 겪어나갔다. 


토라져 있는 과정 중에 이런 게 있다. 

혼잣말 즉, 독백. 


연극에서나 들을 수 있는,






여행할 때 중요한 건 여행이란 말보다 결혼할 때 중요한 건 결혼이란 말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다. 

옳다는 느낌을 공유하지 못해도 함께 할 수 있는 서로가 되는 것이 여행하는 즐거움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너에게 고정되어서 다른 것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너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더 알게 되었다. 

배가 떠가는 30여분 동안 동행한 아프리카인들의 소란함 속에서 이까짓것 생각하느라고 또 한번,

당신을 보지 못했다. 나의 행동은 나의 마음을 덮으려고 하는 일종의 훼이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착의 의미가 내게 말을 건넸다.  


" 날이 참 좋네."



# 휴양지의 성격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은밀한 시간이 가고,

낮과 밤만 구별할 수 있게 준비된 수평선과

가급적이면 지루하게,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는 풍경만 있으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집이 그리워질 수 있게.

 

 


# 놀이

 

모래성 쌓기, 백사장에 이름 새기기, 등등의 연애놀음 말고도 이 곳에는 놀이가 많다. 대신 돈이 든다는 것,

낮에는 스쿠버 다이빙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기고 밤에는 안락한 의자에 앉아 태국 정통 마사지를 받는 것이 주된 프로그램이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사흘이 흘렀다. 주로 방수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백사장을 거닐었으며 구비된 수영장에서 안전한 물놀이를 했다. 배가 고프면 맥주를 마셨고 태국 음식과 섞인 탓인지 오줌에서는 원숭이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는데 나는 한번도 원숭이 비린내를 맡아본 적이 없지만 그럴 듯한 표현인 것 같아 빌려쓴다. 비내리는 밤에는 얇은 이불 깔아놓고 맞고를 쳤고 벌칙으로 인해이마와 손목는 벌겋게 물들어갔으며 태국의 드라마도 막장이 많은 듯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상황설정이 막무가내였다. 엠넷채널에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로 특집방송을 하는 듯 익숙한 풍경이었다. 





아오 웡드안 해변으로 가는 길, 두 팔 벌린 인형이 몹시 더워 보인다. 




 

 코사멧의 동쪽 해변 중 두번째로 호화(?)스럽다는 해변, 배삯을 아끼기 위해 아오 프라오 리조트의 작은 보트를 타고 다시 반 페의 누안팁 선착장으로 돌아와 아오 웡드안 리조트로 가는 전용 보트에 몸을 실었다. 어선과 유람선의 중간 단계 정도 되는 규모와 시설, 한국의 통통배와 비슷했다. 아오 웡드안 리조트에는 일단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은 사람들(아오 프라오 리조트에 비해)과 배들로 가려진 해안은 사실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지 않았다. 다양한 여행객들과 밤을 만끽할만한 불쇼 그 정도로만. 숙소는 깨끗하지 않았으며 밤하늘이 올려다 보이는(숙소의 방 설명에 그렇게 씌여있다) 샤워장에는 설명서가 붙어있지 않은 순간온수기가 나를 당황케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방콕으로 출발해야하는 일정때문에 서둘러 옷을 벗었다. 산책을 하고 의자에 앉았으나 손톱만한 모기에 쫒겨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다.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네 명의 건장한 친구들이었다.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불현듯 뛰쳐나가 수영장 한켠에 앉았다. 동전을 모으더니 차례로 물속으로 던졌다. 보아하니 예전 내 어릴 때 친구들과 하던 '콜라'라는 놀이다. 선을 그어 놓고 몇 발자국 뒤에서 그 선에 가장 가까이 동전을 던져놓은 사람이 나머지 동전을 따먹는 놀이, 수영장 물의 경계선이 그 선인 듯 했고 밀려나간 동전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일등이 동전을 회수해 오고 나머지 게임에서 진 친구들이 맥주를 한병씩 사오는 룰인 듯했다. 건너편에서 나는 부러운 듯 쳐다보고는 이내 어린 시절 동네 한 구석의 냇가를 생각해 냈다. 이끼에 미끄러져 이리 저리 쓸리고 긁히고 했지만 친구들과 했던 '놀이'는 지금도 신성한 구역에서 나를 상기시킨다.  

한편 저 쪽에서 동양인 여자 한명이 방수카메라를 들고 쇼를 하고 있다. 지금 여기 수영장에는 러시아인 친구들 넷과 나와 동양인 여자 한명 그리고 중년의 미국인과 애인인 듯한 태국의 젊은 여자, 그리고 곧 등장할 프랑스 꼬마녀석. 한낮의 더위는 제각각 노하우로 잊혀져가고 있는 중이다. 



# 별이 쏟아지는 




작열하는 태양빛이 힘을 잃을 때 보다 편안하게 빛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먼 노을 그리고 여름날 저녁의 바닷물 소리, 

이미 이 곳은 공기까지 바다다. 

도시의 바람과는 달리 이 곳 바람은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아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는다. 

진한 향수냄새나 매연, 번화한 술집의 요리냄새처럼 코에 닿지 않고 이마와 얼굴에 닿아 좋다. 

하늘이 더 가까이 온다. 높게 바라보지 않고 멀리 바라볼 수 있어서, 

별빛이 보이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평상에 기대 저녁을 먹고 저녁을 맞이한다. 





별빛은 커녕 불쇼도 못봤다. 스스로 불을 만들어 본다. 

보이는 것만 보는 눈은 금방 어두워져 늙는다. 

당신의 색깔은 내게 불빛이다. 

가지가지 색깔이 모여 환하게 탄다. 

그 빛이 내게 쏟아져 들어온다. 




# 넷째 날 일기 


벗은 몸 바다에 담가 땀을 씻기고 땀을 씻긴 바닷물을 물에 씻긴다. 

물로 물을 씻어낸다. 투명한 물로 투명하지 않은 물을 씻어내린다. 

자극적이지 않은 풍경으로 인해 노래가 멈추었다. 


내 인연 중에 가장 질긴 건 외로움이란 것이었다. 

젊은 날 나의 진심은 너무나 조용하고 깊어서 소리내어 울지 못했다. 

어떤 것에 열광하거나 환호를 보낸 적도 없었다. 


재생중인 노래를 끄고

연한 파도의 소리만 반복재생했다.


어떻게 해야지 하는 마음을 일단 접고, 

들리는 소리만 듣고 싶어졌다.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휴양기 - 방콕 2편 -  (0) 2012.08.14
태국 휴양기 - 방콕 1 편-  (0) 2012.08.09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2편 -  (0) 2012.07.26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1편 -  (0) 2012.07.25
태국휴양기 - 코사멧 1편 -  (0) 2012.07.24

# 불구경


여행을 통해 뭔가를 느끼겠다 생각했을까, 

너에겐 여행이 필요해 너에겐 쉼이 필요해. 라고 얘기를 들었던 만큼 

나조차도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자 했었을까. 

대답은 "아니야' 다. 

여행은 쉼도 아니고 여행은 놀기도 아니다. 

여행은 구경이다. 그것도 가장 평범한 내 삶을 구경하는 일이다. 

나는 여행에 와서도 별로, 그다지 특별해지지 않았다.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들을 그대로 챙겨왔고 평소에 쓰던 일기장도 챙겨왔다. 

불을 구경하듯이 그저 활활 타오르는 현상만 본다. 아무것도 아무일도 생각하지 않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순간과 순간이 계속 이어져나간다. 

책을 즐겨읽지 않는다. 

한 장을 넘기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 글자 한 문장 한 단락을 읽어내리는 동안 

머리 속에서 수만가지 생각이 자라난다. 

읽어내려가는 것 동안 생각이 자라나는 것을 

 막을 수 없어서 한 장 넘기기도 어렵다. 

어려운 책 읽기 보다는 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자극을 받는 게

 그러는 게 이쪽에서는 더 수월하다. 





서성이는 개를 거의 못 봤다.

대부분이 앉았거나 누워있거나, 

말 그대로 퍼져있다. 





장을 보러 나왔다. 신경전 끝에 200밧을 주고 썽태우를 탔다. 타길 잘했다. 

핫 싸이깨우 해변, 해변의 중심가, 유흥의 시작점. 보는 것만으로 피곤한 한국형 해수욕장. 

젊은 서양여자 셋을 유혹하는 태국 젊은 남자 한명을 구경한다. 

그러면서 헤나를 시도해본다. 작업이 시작될 무렵부터 끝날 때까지 그 남자는 계속 그 곳에서 무어라 재잘거린다. 

손사래를 치던 서양여자들은 어느새 웃으며 그와 대화를 나눈다. 

온 몸에 타투가 가득한 그 청년이 또 한명을 불러들인다. 

호랑이 무늬로 할까 하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 띠 모양의 헤나를 선택했다. 

뼈저리게 후회했다. 




어딜 가든 사람구경 처렴 재미난 게 없다. 




# 대화


돈을 들여 이국 땅까지 와서 집안일 회사일 등의 신변잡기적 고민과 상황들을 늘어놓는 것은 과소비일까.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것들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서부터 놓고 온 걱정거리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두고 온 고양이를 걱정하는 것부터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삶의 숙제까지 서너밤을 꼴딱 새도 다하지 못할 각자의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 장소가 중요해?" 개그콘서트의 생활의 발견 코너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타이밍이 서로 맞지 않아도 꼭 해야 할 말은 해야한다는 의미에 개그적 코드를 삽입해서 어느정도 유행을 탄 말이다. 생각해보건대 나는 타이밍을 참 중요하게 여겨왔다. 늘 준비해 놓은 말들을 풀어놓을 시간과 공간을 기대하고 산다. 그렇지만 대화는 내 말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는 것, 지금 내 주제는 이게 아닌데 상대방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노력하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는 중에 누군가 쳐들어 온다면 더 없이 좋겠다. 

게다가 너와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맛있는 음식 앞에서 나눈 대화는 유익하다. 맛있는 음식은 기분을 나아지게 하고 기분이 나아지니 마음이 가벼워 쉽게 입을 열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적당히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 적당히 맛있는 음식과 함께 저녁을 즐길 수 있다면 오늘 아침 내가 저지른 말실수라던지 점심 무렵에 네가 투정 부렸던 일들이 스스럼 없이 풀릴 수 있다. 맛집 기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식당의 선택과 예약의 유무가 데이트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오랜만에(?) 깨달았다. 중요한 사실은 나는 얼마 먹지를 못했다. 개인적인 취향이 태국의 향신료와 정확히는 그 떫떠름한 채소가 내내 입안에 남아있던 관계로. 배를 불리기 위해 맥주만 마셔댔다. 참 양보안되는 입맛이다. 이 때 잠깐 엄마 생각이 났다. "너 장가가기 힘들겠다 네 엄마 때문에." 라고 하셨던 윚집 아줌마의 말도 불현듯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 바다


















모든 것을 다 받아 줄것만 같은 바다.

하루동안 수고한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노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로 수놓을 연한 빛 하늘. 


아무런 감정없이 그대로인 너희들을,

내 욕심으로 보기좋게 담았거나, 의미를 두었던들. 

내가 먼저 잊고 나를 잊고 사는 내가, 

너희보다 나은 게 뭘까. 



# 셋째날 일기 




다툼이 생기는 것은,

마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바라보기에서 비롯되어. 
그런 일이 있고나서부터는,
제 아무리 훌륭한 풍경과
진귀한 음식들을 가리곤 한다.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끼되,
천천히 풀어가도록 하는 것이 
물과 바다를 혼동하여 쓰지 않게 
해주는 것이겠지.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휴양기 - 방콕 1 편-  (0) 2012.08.09
태국 휴양기 - 코사멧 3편 -  (0) 2012.08.01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1편 -  (0) 2012.07.25
태국휴양기 - 코사멧 1편 -  (0) 2012.07.24
태국휴양기 -공항편-  (1) 2012.07.23


세상을 볼 때, 우리는 각자의 마음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본다. 

그럼에 한정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터,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내 마음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 지 깨닫게 해준 여행이란 것에 감사하고, 

마음이 고단했던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에 고맙다. 


현재의 마음에 와 닿다. 

여행이란 비교적 현재의 마음이다. 

이것 해야지 저거 해야지 하는 미래의 마음보다,

뼈아픈 후회의 감정을 되살리는 과거의 마음보다, 

상념이 없는 바로 지금 내 몸의 시점이 여행이다.



# 렌즈


사람의 눈은 간사해서 바라봄에 복잡함이 없는 공간에 앉아 있으니 알맞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없다. 제 자리에 있는 풍경들을 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일부러 상상할 필요도 없고 파괴할 구석도없다. 마음이 쉬니 세상도 쉬는 것 같다. 절대로 멈출 것 같지 않던 시간도 늑장을 부린다. 넓은 곳을 향해 있다보니 평소 구체적이던 나의 시각은 무뎌져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쇼윈도가 없는 곳으로 여행을 가보라. 


나를 비추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눈 밖에 없는 곳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내 표정이 풍경에 녹아 네게 달려가면, 

너는 순전히 웃는다.






흔적을 남긴다 

이렇게,









# 준비물 1



극심한 허기가 느껴졌다. 시간은 오후 세 시, 휴게소에서 나누어 먹은 보라색 밥과 돼지고기 꼬치가 전부였다. 리조트 근방의 레스토랑은 두개가 전부, 간단한 식사를 하기에는 고가의 음식이라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기거리를 사고자 했으나 차를 타고 15분 거리에 편의점을 비롯한 시설이 있다는 얘기만 전해들었다. 금새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산 준비물이 머리에 떠올랐다. 



내가 지금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가방에 너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부터 며칠동안 단 하나의 순간이다. 

허기가 질 때면 너를 떠올리려고 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를 최고로 대접해 주겠다. 

어느 누구를 이토록 간절하게 바라보았던가

어느 누가 이토록 너를 붙잡고 얘기했던가

육개장.., 




배가 부르다. 사실 배보다는 입이 만족했다는 사실에 감탄중이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은 딱 하나 '행복하다'는 것. 바다 건너 멀리 와도 행복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배 안이 따뜻해지니 충동이 인다. 아이처럼 나가놀고 싶은 심정, 무엇이라도 보고 무엇이라도 듣고 모래로 성을 짓고 파도에 부서지고 하는 등의 그림이 그려졌다. 문 밖을 나가기 전의 설레임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감정이다. 나와는 연고도 없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행복한 표정이다. 질투가 나기는 커녕 나까지 행복해지려고 한다. 구름이 하늘의 연결을 막아놓았다. 나는 지금당장 옳은 말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육개장의 힘이었다. 



# 준비물 2 



카메라 방수팩 놀이, 재미난 코난 놀이. 



일회용 방수카메라보다는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방수팩을 추천합니다. 



수족관 물고기가 된 것 같은 나를 여행 후에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란, 





 



나는 물 밑보다 땅 밑이 더 무섭다. 

언젠가 맥가이버 외화시리즈에서 

땅 밑에 갖힌 장면을 보고 난 이후에 

그 꽉막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물은 친구처럼 친숙했다. 

수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물을 무서워 안하려면 뭘 해야하지? 

라고 묻는 당신에게, 


물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금방 친해져. 


배불리 먹어둬, 물이 무섭니

빠뜨리는 내가 더 무섭니,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휴양기 - 코사멧 3편 -  (0) 2012.08.01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2편 -  (0) 2012.07.26
태국휴양기 - 코사멧 1편 -  (0) 2012.07.24
태국휴양기 -공항편-  (1) 2012.07.23
아주 사적인 여행 - 여수 3  (0) 2011.11.16


오래 간직하고 있으면 병이 난다. 

나의 병은 오래 간직하는 습관 덕에 생겨난 것이므로, 

농구골대에 공을 놓고 온다는 느낌으로 살아야 한다. 

마음, 마음, 운운하면서 정작 나는 마음을 닫고 살고 있다. 

경계가 뚜렷한 것은 그 때문이겠지. 


나를 용서하는 첫번째 작업은 놓아두는 것이다. 

애써 그 일을 떠올리고 했어야 할 말들을 두고두고 생각하면서

일련의 시나리오 작업들을 우선멈춤하고 뒤돌아보아야 한다.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보아야 한다. 




# 미워하는 마음없이


  공항에서 동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  ->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라용시까지 버스    ->   라용에서 반 페 항구까지 콜택시

    300밧(한화로 약 12000원), 30분 소요      134밧(한화로 약 5000원), 3시간 소요         200밧(한화로 약 7000원), 20분 소요


관광객에 대한 교통요금의 바가지가 많다고 들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라용시까지 194km정도 되니 서울에서 전주까지 거리인데도 버스요금은 우리나라보다 싸지만 택시요금은 비싸다. 조금 고생하여 미터택시를 타면 되지만 더운 날씨에 시간에 쫒겨 일단은 가고 보자는 마음으로 잡아탄 택시는 거의 선불택시. 거리에 비해 교통체증이 있는 구간들이 많고, 고속도로를 탈 경우에는 세금까지 얹어 주어야 하며, 맞게 가는지 돌아가는지 알 도리가 없어 미터기 올라가는 모양새만 지켜보고 있자니 화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의 대부분의 택시기사는 영어는 불가하고 도로를 선택하는 재주(?)도 엉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동부버스 터미널에서는 라용으로 가는 버스를 탈 필요는 없었다. 공항에서는 라용으로 가는 버스밖에 없다고 해서 선택을 했던 것. 버스 터미널에는 라용이 아닌 반 페(반페항구에서 사멧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야한다)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라용에서 반 페까지의 거리 13km, 내가 생각이 짧았다. 라용을 거쳐 가지 않고 바로 반 페항구의 터미널로 가는 경우라면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고 터미널에서 항구까지는 도보로 5분 거리이다. 짐이 많을 경우에는 20밧 정도의 금액으로 썽태우(오토바이트럭)를 이용해도 되는데 여권분실의 여파인지 마음만 급해져서 화장실에도 들르지 못하고 버스에 올랐다.  여하튼 새벽 5시 반부터 부리나케 움직여 1시 15분에 반 페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고 1시 30분에 있는 보트를 탈 수 있었다.  



라용까지 가는 버스는 제시간에 출발하지 않았다. 한국의 고속버스와는 달리 태국 대부분의 시외버스는 시간을 지키지 않고 최대한의 인원이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듯 했다. 마치 옛 시골의 비포장길을 달리는, 차표받는 여학생이 있는 군내버스와 같은 느낌이었다. 비슷하게 차표를 받고 탑승해 함께 목적지까지 가는 처녀가 있었고, 빵빵한 냉방 때문인지 이동 내내 담요를 목까지 덮고 잠을 잤다. 화장실이다, 버스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버스의 상태로 보아 정말 급하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냈을 터, 난 급한 일이 없었다. 


먹는 이야기는 차후에 하겠다. 한다고 해도 입맛에 맞느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전부겠지만, 태국와서 먹은 첫번째 '밥' 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찐밥밖에 없어 날씨도 더운데 쉰 내 비슷한 밥의 냄새를 맡고 있기가 조금 힘들었다. 휴게소에 들른 버스가 차에 기름을 넣는다. 기사아저씨가 방송했을지도 모르지만 못알아듣는 통에 버스가 출발하는지 주시하며 이것 저것을 구경하다 1000원짜리 밥과 고기반찬을 샀다. 고기를 사면 밥을 주는 내용의 군것질인데 아침부터 요기를 하지 못해 밥알 스무개와 손톱만큼의 고기를 빼내 먹었다. 그래도 쌀이라고 어느정도 든든했다. 다시 버스는 출발했다. 한 명이 타지 않았다. 기사아저씨는 확인을 했음에도 그냥 출발했다. 멀리서 손님의 외침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서야 버스는 멈춰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 이런 나라구나. 



























<반페의 항구> 

항구는 총 3개가 있다, 섬의 동쪽과 서쪽을 운행하는 리조트 전용 보트가 중앙의 나단 선착장 좌우로 하나씩 있다. 

위 사진은 아오 프라오로 직행하는 보트가 있는 나단 선착장의 오른 편에 위치한 선착장. 



안도의 숨이 나온다. 날씨가 좋다. 이제 저 보트만 타면 된다. 이동의 이동, 그리고 또 이동을 했다. 그 동안의 여정동안 나눈 이야기는 고작 이것과 저것을 분별하는 질문과 대답, 그리고 외면과 한숨 그것이 전부였다. 이동의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에서야 덤덤하지만 아무 기억도 나지 않고 오로지 길과 표지판, 종이의 이름과 종이의 숫자만 붙잡았다. 이 과정의 제목은 '미워하는 마음없이'다. 왜일까, 우리는 둘이 왔다. 둘이 되어 오는 과정에 이만큼의 이동이 있었다면 마음과 행동에 얼마나 많은 제약과 갈등이 있었을까다. 이 만큼의 거리동안 마음의 거리도 한참은 떨어진 듯, 덥운 날씨에 몸이 힘들어 서로를 챙겨주지 못한 것보다 마음이 힘들어 외면하여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 않았을까. 미워하는 마음없이 저 배를 탈 수 있었을까. 어떤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아주 중대한 사건이 아님에도, 간혹 우리의 심각한 문제들은 별 것 아닌 것에도 내동댕이 쳐질 수 있다. 




# 물줄기




시원한 물줄기가 엉덩이를 강타했다.

리조트 전용보트에는 중국인 셋과 젊은 서양 여자 둘,

내 옆으로 서양 부부 한쌍이 탔다. 

보트의 후미, 구멍이 난 옆에 앉은 나는 

일렁이는 물결 속으로 보트가 굽이칠 때마다

엉덩이로 물세례를 받았다. 종래에는 바닷물에 얼굴까지

침범했다. 오른쪽은 이미 시커멓게 젖었고 서양 부부는 

그럴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웃었다. 그 물줄기로 웃었다. 

바다에 젖은 바람 때문에 오히려 더 축축하게 느껴졌지만

간간히 올라오는 물줄기로 인해 서로 웃었다. 



 



설탕물과 과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뒤끝이 달달한 물과는 다른 

시원한 설탕물과 새콤한 과일들이 그동안의 여정을 달달하게 해주었다. 

아오 프라오 리조트, 

섬의 서쪽에 위치한 인적이 드문 해변가에 드디어 우리 둘, 하얀 모래를 밟았다. 

거무퉤퉤한 피부의 현지인들은 친절했고 상냥했으며 웃음이 건강해 보였다. 

휴양이다. 쉬어야 한다. 쉬기 위해서 그렇게 고생을 했나보다. 

오는 길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건 쉬라고 그런 걸꺼다. 

정말이지, 쉴 수 밖에 없는 풍경이다.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풍경이다. 



.  

 






# 둘째 날 일기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다. 

나는 여태 옳은 일에 열올리고 있다. 

여행중에 벌어진 사소한 일은 결코 사소하게 끝나지 않는다.

한걸음 더 갈수록 침묵은 더 깊어지고 마음은 서로 멀어진다.

다리를 건너면

기다리는 곳에 닿는다.


정작 닿아야 할 것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2편 -  (0) 2012.07.26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1편 -  (0) 2012.07.25
태국휴양기 -공항편-  (1) 2012.07.23
아주 사적인 여행 - 여수 3  (0) 2011.11.16
아주 사적인 여행 - 여수 2  (0) 2011.11.10





항상 피아노책상 앞에 앉으면 페달을 찾는다. 

피아노책상이란 컴퓨터책상을 말한다. 나는 겸용을 하고 있다. 

음악작업의 일이 아니고서 컴퓨터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좀처럼 페달을 찾고서야 안심을 한다. 


안심이 되는 일들이 많아야 여행은 떠날 수 있다.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며 나로서는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위치에 와있어야 한다. 

페달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갔지, 라고 한들 제시간에 떠나는 비행기를 잡을 수는 없다. 

휴양이라는 성격의 여행이다. 나에게는 첫 비행이거나, 첫 나들이인 셈이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으나, 

처음이라는 단어가 당연할 정도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 여행의 목적지, 태국


정확히는 코사멧. 섬의 이름은 사멧이다. 코는 섬을 뜻하는 그 나라의 언어라고 하니까. 

태국은 어디에 있는 나라지, 인구는 얼마나 되며, 주식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에서부터 시작하여 가 볼만한 곳은 어디인지,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결국에 무엇을 즐기며 놀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공항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으니 아, 이제 가야하는 구나. 새삼, 그랬다. 




아, 잠깐 나는 두고 온 것에 잠시 눈이 팔렸다. 탑승구 옆 네이버 스퀘어 부스로 들어가 넥센과 기아의 프로야구 중계를 틀었다. 잠시동안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씁슬했다. 여행은 잠시잠깐 나의 일상을 놓아두고 가는 것이라 해도 나는 계속 뒤돌아보았다. 어디 멀리라도 가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지 않은데도 나는 그 조그만 일상의 재미조차 포기 못했다. 망각을 못하겠다. 










밤이 되고 아침이 오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연스럽게 시간의 부름에 묵묵히 대답하고 산다. 사람들은, 

나는 저 빛이 좋다가도 싫다. 

한낮의 환한 빛들이 이제는 피곤한 빛으로 젖어들 때, 

빛의 끝자락에 있는 색들이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무를 때 서성일 때, 그것이 꼭 내 모습 같아서 싫다. 

아침이 오는 빛에도 그건 마찬가지, 

또한 나는 이것도 저것도 막을 힘이 없다. 

늘 경계를 경계하는 짓만 되풀이 할 뿐.                                     

                                                                                                        - 비행이 시작되고 잠시잠깐 속이 울렁거리더니 마음이 뿌옇다.











 

                                                                                                                                                                                                                                 



'오늘 뭘 먹지?' 라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민이자 

              최대의 고민은 한번도 나를 괴롭힌 적이 없다.

              언젠가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자, 

틀니를 낀 아버지는 날더러 불쌍한 놈이라 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

 생각하기에, 움직이기에, 

어느정도 참고 투정부리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게. 

그런데 작다. 나는 맛 따위 잘 모른다. 

맵고 짜고 달고 하는 정도의 자극만 있어준다면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나는 제법 입이 까다롭다고는 하나 

때와 장소를 가린다. 

그런데 양이 많고 적음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옆좌석 그녀의 주스까지 야금야금 빼앗아 먹었다. 

화장실은 가지 않았다. 







설레임이 잦아들 무렵,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여러분, 

전선 위 참새는 '짹짹'

외양간 송아지는 '음메'

뒷골목 고양이는 '야옹'

그렇다면 바다 밑 오징어는? 


바로 옆 그녀는 "꿈틀꿈틀" 이라고 중얼거렸고, 

운좋게 빅뱅사진이 담긴 볼펜을 기념품으로 받았다. 

내가 핸드폰 게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 

벌어진 일이었다.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예쁘지 않았으므로. 






# 기다림, 그리고 범행




"숙박비를 아끼려 공항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대기를 할까, 

그런데 우리는 서로 졸리네, 졸리지 않네,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에 짐을 꼭 끌어안고 대기의자에서 누워버렸네. 


나는 선잠이 들었다가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완연히 자고 있었지.

공항 직원인지 두 명이 내 발 밑에 누워있어

캠핑을 온 듯한 이방인들도 저 쪽에서 밤을 보내고 있네. 


나만 눈 뜨고 있는 이 시간이 낯설어 눈을 깜빡거리다 

밤공기를 마셔볼까, 이방 나라의 밤은 습했지. 

잠든 너가 보이는 곳에서 담배 한개피를 피워올렸지. 


아무것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걸어가는 데로 길이 있고, 쉬어가는 곳에 의자가 있겠지. 

머리를 뉘이는 곳에는 늘 별 감춘 하늘이 있겠지."





라고 생각한 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여권분실, 정확히는 도난, 그것이 큰일임에도 불구하고 탓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또한, 낯선 곳에서는 늘 조심해야 함이 당연하지만

나쁜 일이 있음에 좋은 일로 갈 수 있겠지 싶어 설마 못돌아갈까, 생각했다. 

첫 단추를 잘 못 꿰어 어디로 흘러가든 첫 단추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날까, 조심하기로 하고. 


잘못된 정보였든,  불확실한 의사소통의 결과였든, 타고가야하는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공항에서

선잠을 잤고, 여권을 잃어버렸다.  이것이 처음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일이 되면 좋겠다. 





# 첫 날의 일기 


여행지에서의 모든 일들은 쉬이 벌어지고 쉬이 사라짐에도, 겪어 기억에 남기는 법이다. 

너는 곤히 자고 있는 터라 나는 혼잣말을 일삼고 있지만, 그런들 어떠랴. 

함께 온 길을, 함께 온 밤을 꾸밀텐데. 그것은 서로 바라보고 있지않더라도 가능한.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우리 눈으로 볼 텐데. 

너는 카메라의 눈으로 나는 또 다른 나의 눈으로 각자가 간직하고픈 것들을 담을 텐데. 

그것들이 하나로 모일 수만 있다면 서로다른 이야기일 지라도 남음이 있을텐데. 

나는 곧잘 생각하므로 생각의 순간에 니가 나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꼭 눈으로 보지 않아도 즐거운 법을 알고 있거든. 

둘러싼 이 느낌의 모양을 그림으로 남길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 언젠가 또, 노래로 남음이 있겠지. 


그럴 수만 있다면 이 느낌이 참 좋겠다. 

 












'여행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휴양기 - 코사멧 2-1편 -  (0) 2012.07.25
태국휴양기 - 코사멧 1편 -  (0) 2012.07.24
아주 사적인 여행 - 여수 3  (0) 2011.11.16
아주 사적인 여행 - 여수 2  (0) 2011.11.10
아주 사적인 여행 - 여수 1  (0) 2011.11.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