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초췌한 몰골로 찾아와서는 기타동호회에서 이것 저것 연주는 같이 해봤는데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고 했던 여진씨가 생각난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다. 그리고 얼마 뒤에 함께 연주하고 싶어하는 동생 명신씨가 찾아왔고, 이런 저런 연주로 맛을 보고 난 뒤에 6개월동안 띵가띵가 놀면서 만든 노래가 <아무것도>라는 노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의 아무것도, 노래에는 만들고 부르는 사람의 전부라고 여길만큼의 에너지가 담긴다. 언제고 음원 하나를 꼭 발매하고 싶다는 그들은 벌써부터 밴드명까지 지었다. 나의 '흥' 너의 '끼'를 줄여 '흥끼'. 

사람들은 즐겁다. 교습생들은 즐겁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은 공간에 기타를 퉁하고 튕기다가 이제는 말도 제법하고 발가락도 가끔 까닥거린다. 에너지 쓰기를 좋아하는 둘 덕분에 서핑도 함께 가고 노래도 함께 부르게 되었다. 그 동안의 이야기가 굉장히 길지만 이렇게 몇줄 써 놓는다.  


아직도 반쯤 남아있는 밤, 알람이 없는 토요일 아침 
주말에 하려고 미뤄두었던 빨래도 설거지도 너랑 연애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오늘은 느슨하게 내일은 또 휴일이잖아
일단 잠 좀 자고 일어나서 
아니 일어나지마 게으르면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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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교습생들은 나보다 래퍼토리가 더 많다. 

민물장어의 꿈, 째즈까페, Friends, 일상으로의 초대, 매일 그대와 등등

곡을 통해 배우고 녹음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단축되어 간다. 

이번 주에는 무얼로 배워볼까요, 두 사람의 성향을 알기 때문에 곡 선정도 비교적 수월하다. 

이제는 습득하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걸요, 이곡. 이 곡도 좋고 저 곡은 어때요? 

선생님요, 그런데요 잊어버리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지 말고 복습을 해요, 복습.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고민을 하던 차에 내게도 래퍼토리를 주어서 고마워요. 

그래요, 나 또한 예전에 내가 연주한 동영상을 보면서 배우곤 해요. 방법이라기보다는 그 때의 심정을, 

우리가 처음 배웠던 곡들을 다시 연주해보고 그 때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들을 

펼쳐 봅시다. 그 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지요? 어렴풋이 그 때의 마음도 떠오르고 말이죠. 

지금에서야 우리는 서로 편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야구도 보고 하지만 그 때엔 뭔가 조심스러웠지요. 

처음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나에게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그러지 말고 복습을 합시다, 복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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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사람들, 교습생.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답하며

우리가 왜 만나게 되었는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기타를 더듬더듬 만지작 만지작. 


왜 아직도 더듬어요? 

그러게요, 연습을 못해서. 

연습할 시간을 주면 되나요? 

그러지 말고 같이 한번 맞춰봅시다. 


나는 여러가지로 가르치고 

너는 한가지로 배우기를 몇 날 며칠

아무래도 우리는 시간을 함께 보내야겠어요. 

지금 당장에 만족시켜드릴 순 없으니까요.


일주일에 고작 한번 만나는 사람들, 교습생

그렇게 일주일을 일 년, 삼 년 동안 만나서 오면

우리가 왜 만나게 되었는가 가물가물한 기억보다

지금 우리가 왜 만나서 이렇게 있을 수 있는가 

이럴 수 있는가. 


아, 언젠가 헤어지겠지만 

그리 슬퍼할 일이 아니면 좋겠다.

우리가 왜 만났는가보다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가

그 질문에 늘 정확히 답을 주는 시간들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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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었지만, 즐겨부르지는 않았다. 시원시원하게 뱉어내는 노래를 불러본 게 너무 오래된 나머지. 

형준이는 이 곡을 좋아한다고 했다, 순이네담벼락 2집에 실린 [고래의 습격]이라는 노래. 


언젠가 아내가 날더러 네가 쓴 가사는 너무 마초적이라고 했었다. 가사내용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수많은 다툼 뒤 커다란 고래가 닥쳐온다고 해도 이제는 두번 다시 그 떄로 돌아갈 수 없으니

어떻게든 나를 믿고 살아가줘' 라니. 

지금에서야, 그만한 힘이 다 떨어져버려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해본다. 


어찌됐든 형준이는 젊은 패기로, 또 그만한 목소리로 훌륭히 불렀다. 

얼마 전 내 공연에서도 이 곡을 불렀다. 그야말로 열창,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목소리처럼 꿋꿋하게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얼마 전 형준이가 담배를 피우며 쑥쓰럽게 웃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느새 이렇게 어른이 되었네, 군대도 잘 다녀오고. 

마지막 남은 수업시간도 잘 채워보자. 




이런 생각을 했다, 

형준이가 성장하는 동안 나는 무얼 하며 지냈나. 

그저 바라보고 흐뭇해하기엔 나 또한 젊지 않은가, 

애니메이션 <충사>에 삽입되었던 그 음악, 사실 이것 때문에 Lucy Rose를 알게 되었다. 

다른 편곡이 필요하지 않아서 좋은, 기타 그대로의 코드를 열거해도 충분히 드라마가 되는 그런 음악이다. 

규연씨가 평소 즐겨듣는 음악이 아니어서 불러본 노래가 아니라서 좋았다고 했다. 

노래를 눌러서 부르는 것보다 툭툭 뱉어내듯 불러보는 것도 매력있다고 할 만큼 좋은 경험이었다. 


G Major7th 톤의 연주가 주요하다는 점에서 튠을 E-A-D-F#-B-E로 한 것이 연주의 전부다. 

튠을 달리했으니 각각 잡는 코드의 운지도 다르다는 것을 먼저 알고 코드를 만들어가면 재미있다. 

근음 연주와 나머지 스트로크 연주를 잘 섞어내는 것도 꾸준히 연습해야할 부분이다. 


 


나 스스로 올해에 커버곡 10곡 이상 연주를 목표로 했고, 

교습생들에게도 커버곡을 제안했다. 그것도 아주 수준급으로 연주하면서 노래까지, 


가르치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같이 합주도 해보고 녹음도 해보고, 

한 소절이나 후렴부 몇 소절 부르는 것 이상으로 연주의 흐름과 노래를 충분히 소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선씨의 선잠, 원곡은 제이래빗의 선잠을 먼저 연주해본다. 


음원을 듣고 코드를 따고, 코드가 익숙해지면 코드와 코드를 연결하는 멜로디를 연습했다. 

난 원하지 않았으나 정선씨가 원해서 원곡과 같은 구체적인 선율의 연주까지 넣었다. 물론, 스스로 해왔다. 

이제는 어떤 설명을 해도 이해가 빠르고 그보다 연습량이 많아졌다. 

오래 배운 친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른손 연주의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는 늘 훌륭했고, 연주까지 많이 나아져 기분좋게 녹음했다. 





# 나에게는 일상인 일, 누군가에게는 처음인 일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날 내보이는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사적인 소개팅 자리와 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제외하곤, 

때때로 SNS에 끄적이는 일상과 잡다한 생각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많지 않은 기회일 것이다, 발표회 특히 공연의 형식을 띈 일은. 

오늘 공연하는 한 교습생의 아내분이 가져온 꽃다발을 보고야 알았다. 

나에게는 일상인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일이나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의 많은 생각들을 담아낼 작은 도구가 되리란  

것을. 


 관객과 마주한 모두는 제각각의 시선으로 서로를 보았다. 

처음인 사람은 처음인 것처럼 두번째인 사람은 두번째인 것처럼, 

마음을 굳게 먹었더라도 몸은 솔직하게 반응했다. 

중간중간 틀리고 실수를 연발했더라도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좋은 시간이라 여긴다. 

내가 이런 시간에 있게 될 줄 몰랐다고 한 교습생이 말했고, 

내가 이렇게 부끄럼을 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다른 교습생이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발표하는 일은, 나를 발견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다. 






# 답을 물어보는 사람도 답을 아는 사람도 


 여기 한 곳에 있다. 때때로 그것이 교습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도 있으나 꼭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좌절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나의 음악관은 어제보다 나은' 나'에게로 가는 것이다. 더불어 내가 가르치는(가르친다는 것이 아직은 좀 부끄럽지만) 학생들도 어제보다 나아진 스스로의 모습을 기대한다. 때문에 서로의 위치에 연연해 좌절을 하거나 중도포기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적어도,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참가해 본 적이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 배우고 깨닫고 연습하고 발표하는 일련의 순서들을 통해 나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발견하는 일일 것이고 그런 서로를 바라보는 것일 테니까. 


 세월이 흘러 오랜기간 동안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은 도리어 나의 변하지 않고 고여 있음을 꾸짖어주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의미를 담아 내게 말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받아들이는 것들 중에는 의도와 다른 것들도 아주 없지 않다는 말이다. 나의 거울에 비친 모습들로 인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잘못을 과거에는 아주 많이 저질렀다. 화를 내기도 하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 나는 되는데 왜 당신은 안되느냐, 나처럼 노력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그럴 거면 왜 소중한 나와 당신의 시간을 이렇게 허비하느냐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지금도 그런 부분이 없진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답을 물어보는 사람도 답을 아는 사람도' 내게는 둘 다 소중한 우리를 이루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미친다. 스테레오로 듣는 노래처럼, 왼쪽과 오른쪽을 적당히 버무린 하나로. 


 나는 한 중간에 서서 해가 뜨면 향해서고 바람 불면 등에지고 하는 것을 반복해 보여줄 뿐이다. 그렇게 도와줄 뿐이다. 








# 2017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뮤지션 윤제로 기타선생님으로 한 아내의 남편으로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온 지금,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뭔가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현실에 분주히 매달리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틈만나면 시간과 다투기 일쑤고 성심성의껏이란 말이 일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진 건 아마도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앨범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은 이미 뜸해진 지 오래되었고 가르치는 일에도 전처럼 열의를 쏟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무슨 이유에서일지 생각과 계획에 앞서 걱정만 늘어가는 데에 시국이란 핑계를 대지 않을 수도 없구요. 여러모로 적응하기 힘든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여깁니다. 그럼에도 새해를 맞는 일과 병행해 또 하나의 계획과 기대를 갖는 것은 비단 나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현실이라는 벽이 답답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꿈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이 하나 줄면 게으름 하나가 더 생겨나는 법이니까,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모험을 좋아하는편, 이니까요. 


 공연을 마치고 이렇다할 후속조치도 없이 시간은 흘렀지만 꾸준히 생각해온 것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교습생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써보려고 합니다. 기타를 잘 치는 방법에 관해 첫째로 기본적 이론에 대해서는 절대로 알고 넘어가야한다. 둘째 연습한 결과물을 동영상이나 공연을 통해 공유하는 방법을 거친다. 셋째 커버곡으로 연습하기 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본 노래를 통해 배운다. 여기 이렇게 세가지의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의 교습을 진행해왔고 2회의 공연(연말공연)과 10여개가 넘는 노래를 만들어 데모형태로 녹음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라고 하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만 과정을 겪어나가야 좋은 결과물과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제 바램입니다. 덧붙여 이제는 2인 이상의 합주를 통해 편곡의 정도에 대해서도 서로 상의하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을만큼 친해져(?)있습니다. 멤버 간 호흡은 개인연습보다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확인했으니까요. 이제 몇 가지 남은 방법들 중에 하나를 제시하자면 그것은 음원제작입니다. 발매를 하고 판매를 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음원을 만들어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작업을 해나갔으면 합니다. 녹음이라는 작업을 거치면서 소리의 방향과 느낌을 잘 이해한다면 테크닉은 덤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니까요. 


 기존 교습생들은 아마 음원제작을 위한 개인연습 위주로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자기가 만든 노래는 무조건 자신이 연주해야하는 법, 그걸 표현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나갈까 해요. 그 외에 커버곡을 위한 연주는 틈틈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를 것을 주문하고 함께 만들어봐야겠지요. 새로운 교습생들에게는 위의 세가지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으나 이제는 어느정도 틀이 잡힌 과정인지라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에 비례해 실력이 느는 것이지만 적당한 방법을 각자와 상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듣고 보고 하는 것들이 세상엔 너무 많아서 교습생도 저도 욕심을 감추기가 어렵지만 일단은 '기타와 목소리'에 중점을 둔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정하겠습니다. 2017년에는 좀 더 많은 공연기회와 제작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취미생활로 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해야합니다. 그래야 어느정도 취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추후에 공지하겠지만 제가 몸담은 '모락'이라는 작업실에서 좀 더 많은 공연과 음원제작을 이제부터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계획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 중에 교습소의 운용도 꼭 같이 하고싶은 마음입니다. 열심히들 해주십시오, 이제는 교습생 이라기보다 친구나 벗에 가까운 지인으로 한 명 한명 가까워지길 기대해봅니다. 






#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6화 안내


* Guitar  개인레슨 및 단체레슨

* 레슨 시간 : 주 1회 90분 / 평일 오전 12시부터 밤 늦은 10시

* 레슨 비용 :  월 4회 기준 10만원 (개인교습은 12만원)

* 레슨 장소 : MoRock 작업실 (이태원동 224-3, 301호)


* 인원 : 최대 5팀, 최대 10명 (그 이상은 제가 다 보듬을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선착순 혹은  상담 후 결정) 


* 문의 : 급하지 않으신 분들은 youarestories@g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 연락처 : 급하신 분들은 010-7172-6890으로 문자주세요. 전화는 때에 따라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곱번째이자 마지막 교습생은 강은혜, 김정선. 

우리는 발표회의 순서를 공연 30분 전 제비뽑기로 정했는데 용케 두 학생이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다. 

사실, 가장 많은 자작곡을 만든 교습생들이기도 하거니와 커버곡이 줄줄이 있는 팀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세 곡을 준비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기대도 많고 보람 찬 기억이 많은 교습생들이기에, 마지막 순서를 뽑았던 것에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기대한 것에 비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어 발표회 뒤풀이 자리에서 사실대로 얘기를 해버린 것이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우린 늘 과정에서 과정으로 거쳐가는 중간에 있기 때문에 늘 변화 및 발전이 가능한 배움들이니까 말이다.


맞는 옷이 있다, 사이즈가 아닌 어울림에 대해서 말한 것이다. 

교습생들에게 내 취향을 들려주는 것은 나에 대해서 말해주기 위해서다. 마찬가지 교습생들의 취향을 물어보는 것은 단지, 

그들이 원하는 교습곡과 장르의 문제, 선호하는 분위기라기보다 그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의 묘한 교차점을 그려보기 위해서다. 그런 이유로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가령, 회사 업무과다에 관한 일이나 소속된 단체에서의 인간관계에 관한 일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엇이 그들의 생각과 목소리의 색깔을 

바꿔놓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이해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 틈이 생겨난 자리에서 보면 그들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들과 그것들을 순수하게 감싸는 노래들이 떠오르게 된다. 

내가 하는 역할은 그것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변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가하는 데에서 함께 떠올리는 데로 옮겨간다. 

나는 나도 즐겁고 교습생들도 즐겁게 이 시간을 맞았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어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바뀌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만든 노래 2곡과 어울릴 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커버곡 1곡을 함께 불렀다. 

연주를 도와주기도 하고 노래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서로가 우리에게 발표를 했다. 

가사와 코드 등은 예전 블로그를 참고로 링크를 걸어두고 지금은 들어나보자. 


2016/04/16 -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 혼자서도 잘쳐 - 공연 제 2화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팀이다, 이름이 있을 정도로 설레발이 유난한 팀의 이름 또한 '설레발'

올 여름에 처음 만나 여태껏 주말을 함께 보내며 여러 곡(?)들을 거쳐 도달한 두 곡, 

너에게와 산책이란 두 노래를 여러 고심 끝에 고르고 골라 연습을 진행해왔다. 

여러 고민들이 있어왔지만 그 중에 가장 컸던 것은 서보지 않은 무대에 관한 것이었다, 

영상에 보았듯이 준비한 소품들, 지인의 응원들, 서글서글한 성품들은 충분했지만 아무래도. 

무대위의 긴장감은 많은 준비에도 어쩌지 못한 과제였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충분히 즐겨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짧은 기간동안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에도, 주어진 몫을 충분히 연습해주었다. 

무엇보다 수업과 병행한 연습기간동안 바쁜 일과 중에도 틈틈히 작업실을 방문해주고

때때로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했던 기억들 덕분에 고마운 마음이다. 

우리가 먹고 마신 것들을 준비해준 마음에도 큰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덕분에 나도 공연을 준비하면서 '설레발'을 쳤던 그 순간들에 웃곤 한다. 


다만, 한번 경험해봤듯이. 

우리 모두 마음의 목소리를 충분히 크게 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내가 하는 소리에 대한 자신감, 틀린것은 없고 다른것만 있는 우리 사이에. 







발표회를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번째, 일정기간을 주지 않으면 연습의 알맹이가 없다. (데드라인이 필요하다)

두번째, 다른 교습생은 어떻게 만들었고 연습을 했나 보고싶다. 

세번째, 즐겁게 즐겁게 만나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발표회를 준비하는 동안은 첫번째 이유에서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열심히 연습들을 한다. 이정도면 되겠지 라고 얘기하는 것은 나(선생님)의 입장에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지만 각자는 서로다른 생각의 풍선을 어깨에 달고 연습들을 했을 것이다. 모두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고 연습해도 안되는 느낌들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일정기간 동안 이루어져야 그 다음단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발표회를 보는 동안은, 나와 다른 신체구조의 나와다른 정신구조의 사람들을 만난다. 일단은 구경이다, 공연하는 사람의 손짓과 몸짓 표정과 말투를 포함해 모든 것을 구경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수도, 박수를 치기도 한다. 두번째 이유에서 나와 다른 취향의 교습생들을 구경하는 일에서 점점 즐거워진다. 먼저 한 무대에서 실수는 까맣게 잊기도 하고 무대 오르기 전 긴장이 살짝 풀려버릴지도 모른다. 때론 자책을 하기도 하고,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점점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집에가는 길이라던지, 하루 이틀이 지난 지금 녹화해놓은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혹은 그 시간들을 아쉬워하면서 생각에 빠져본다. 세번째 이유에서 이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를, 그 분위기를 잊지 않고 사는 데 보탬이 되어야 교습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서 두 가지의 이유에서 행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면 지금은 내가 향유하는 부분들이 결국 배움의, 삶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말뿐인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이유모를 자신감과 같은 것들이 내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발표회 소기의 목적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선생님을 비롯한 타인의 표현으로 확인받는 대신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 시간의 보상을 받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두 교습생 모두 자작곡이다. 

훌륭하다, 곡을 만들고 연습하고 부르는 모든 부분에서 나는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길을 걷다 - 강규연 사/곡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다 한숨을 돌리려고 멈췄지

내 시선의 끝에서 발견한 한 꼬마

무심코 건낸 나의 인사에 수줍은 미소로 답했지

그 표정에서 내가 발견한 건 나 


순수했었지 거짓을 몰랐지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 그 곳에 있는 구름을 다 딸거라고 

무지개 너머엔 뭐가 있을까 뛰어서 갈 수 있을까 

빛 바랜 기억속을 달린다


내가 멈춰선 바로 그 곳 그곳에서 내 두 발을 봤지

참 열심히도 걸어왔구나, 그 길을 이젠 순수할 수는 없어도 

쉬어가는 법을 배웠지 무작위함에서 나오던 힘을 빼고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언젠가 웃게 될 그 날을 그리며

지금 이 시간을 걸어보자 

아름답도록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내 시간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행복한 순간만 있다면 그게 행복인 줄 모를거야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다 나의 일부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언젠가 웃게 될 그 날을 그리며 

지금 이시간을 걸어보자 

아름답도록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내 시간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길 

나만이 채워온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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