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나는

물에 물을 탄 듯 물이 되어갔다.

흙과 물이 섞여 흙탕물이 되어도 물이고

비누와 물이 섞여 비눗물이 되어도 물이고

사랑에 미움 섞여 애증이 되어도 사랑이고

사랑에 외로움 섞여 혼자가 되어도 사랑이다.

 

사랑에 빠진 나는

지붕에 떨어진 빗방울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밤이 깊어갈수록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귓가를 때린다.

행복하지마는 불안하다.

 

사랑에 빠진 나는

일상으로 일상으로 침잠하는 사랑 때문에

사랑으로 밥 짓는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사랑으로 청소하는 일을 미루어 두게 되었다.

몸은 둘로 나뉘어 행동하지만 편안하지가 않다.

 

사랑에 빠진 나는

평안하지가 않다.

 

사랑에 빠진 나는

늘 산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고

멀리 떨어져 있거나 죽어 하늘에 묻은 사람을

올려다 보지 않게 되었다.

 

사랑에 빠진 나는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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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함에, 

사랑보다 미움이 가득한 시절 보내고

짐짝처럼 느껴지는 마음에서

불러보는 어떤 이름이

그 이름에 담길 내 뜻이 미안해, 

스스로 가차없이 너를 거부하였다. 


내 마음의 수많은 방들이 

하나씩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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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갓집, 동화의 씨앗 : 산골소년과 소녀. 그런 동화적 이야기가 아닌 정말 한 동네에서 마주쳤을 법도 한. 그것은 정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신기하거나 반갑거나 하는 일. 





동화적 요소 여섯,  

" 바다는 소라껍데기 속에 산다. "




해창만이라고 하는 간척지. 원래 그 곳은 바다였다가 오래전에 메워진 농토가 되었다고 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비포장 도로였다가 지금은 아스팔트로 아버지의 고향마을까지 쭈욱 이어져 있다. 할아버지의 논에서 놀다가 소라 껍데기라도 나온다치면 그것을 귀에 대고 하루 종일 놀았다. 신기하게도 바다는 줄곧 내 옆에 있어주었다. 메마른 소라껍데기 하나만 주머니에 넣고 바다가 듣고 싶으면 이내 꺼내어 귀에 대었다. 하늘아래, 어디에도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나는 작았지만 하늘은 한 눈에 들어왔고, 그 만큼의 세계를 가진 것 같았다. 왜 어른이 되면 하늘 한번 올려다 보지 못하며 이 모든 자연스러움을 가지지 못할까. 앞만 보고 걸어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니까 그런다.  넘어지면 하늘이 보인다. 누워지내면 하늘이 보인다. 딱 그것만이다. 














동화적 요소 일곱,

" 폐교에는 귀신이 아닌 추억이 산다. "



그녀가 유년기를 보낸 것은 거의 대부분은 학교에서였다. 정확히 얘기하면 학교의 '관사'이다. 교사를 부모로 둔 덕분에 그녀는 학교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꼬마야, 넌 어디사니?" 라고 길 가던 동네 어른이 묻자, 냉큼 "학교요." 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에게 당연한 얘기지만, 나와 같은 어린이에게는 웃어넘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한번은 내가 살던 동네 중학교에 밤만 되면 도깨비 불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떠돌아 마을 어른들과 함께 횃불을 들고 간 적이 있었다. 가로등이 있을 리 없고 주위에 불빛이라고는 달과 별밖에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빨간색과 파란색 그리고 주황색의 불빛이 유리창에 비춰 각 교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혹자는 반딧불이라고 했고 혹자는 횃불이 유리에 비춰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럴 때에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교회의 십자가에서 빛나는 빛이 이곳까지 전달되어 희미하게 빨갛고 파랗고 혹은 주홍의 빛으로 굴절되어 유리에 빛나고 있음을 알았다. 소문을 잠재우기에 나는 너무 어렸고, 내가 그렇다고 말을 해도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이렇듯, 폐교에는 흉측한 귀신이 사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 살꺼라는 그럴듯한 소문과 소문을 둘러싼 우리들의 상상과 기막힌 추억담이 있을 뿐이다. 














동화적 요소 여덟,

" 핸드폰만 등장하지 않았지 사람 사는 이야기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




  핸드폰. 
그것이 등장한 것은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이었다. 
핸드폰이 상용화되고 지금에서야 나의 분신처럼 되어버렸지만 
그런 게 없이도 참 잘 살았던 옛날 이야기가 그립다.

그것 참 옛날 이야기라고 하니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얘기인줄 알겠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어제의 이야기는 정말로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새로운 것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출현하고, 새롭지 않은 것들은. 
색이 바래고 먼지가 되어 없어진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이십년이 지나도 내가 살던 곳의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산은 그대로인데, 다른 것들이 변해, 없다. 
있을 곳에 있어야 할 것들이 이리 저리 옮겨 가고 없다. 
마음이 차고 넘치던 곳에 울타리가 높아가고. 
열려 있던 대문은 굳게 잠겨 있다. 
누구라도 외래의 손님이 오면 반갑게 하던 인사는 없고, 
의심의, 경계의 눈초리만 있을 뿐이다. 

마당의 무화과는 점점 익어가 하나 둘 땅으로 떨어져 개미의 밥이 될 지언정
누구의 수확도 기다리지 않는다. 가꾸고 키워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물건을 사면 그 뿐인 것 같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도 사라지고 
함께 나눠먹는 재미도 사라지고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 
누군가 나를 찾는 사람은 없나 하고 핸드폰을 연다.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고, 나를 찾는 사람은 없다. 
것은 우리 집 앞마당 무화과 나무가 한 말이렷다. 
















동화적 요소 아홉, 

" 바다위의 산,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섬이라고 했다."




때로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싶다. 바다위에 볼록 솟은 산이 섬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그냥 바다위의 산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졌다. 꾸준하게 펼쳐진 물이 멀리 산을 지탱해주는 것처럼, 혹은 산이 배처럼 바다위를 떠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보았다. 나의 아버지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한시간여를 배를 타야 했고, 누군가의 에미 애비도 그랬을 것이었지만 그 때 내가 본 것들이 실제로도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다위를 떠다니는 산은 '다리'라고 하는 사다리처럼 생긴 막대를 통해 육지에 묶여버렸다.  나의 아버지는 좀 더 편하게 학교를 다녔을 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때부터 바다위의 산을 믿지 않게 되었다. 사실 멀리서는 내 손가락 안에 들어와있던 것들이 다리를 지나니 내 몸을 이리 저리 굴려도 그 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게 되었다. 원근의 원칙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보이는 것 자체를 믿고 싶은 마음. 그 뿐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손가락 안에 들어있던 산이 어느새 나를 품어 올려다 보면 목이 아플 정도의 높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을 몸소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동화적 요소 열, 

" 나의 가장 좋은 사진사는 거울이다. "





물론 나의 당신이 될 수 있고, 당신에게 내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우리가 올바르게 서로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면 그것은 거울. 

나르키소스의 강물처럼 누군가를 비추어주는 것이 존재의 이유였던 그 강물처럼. 
우리가 서로를 비추어 서로의 행복과 불행의 곁에서 잠잠히 안식할 때. 
그것은 둘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음의 것. 

나와 너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영롱한 빛이 머물다 간 자리. 
그것은 우리가 함께 있을 때.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바라볼 때. 

거울. 

그것은 상대방을 응시하는 사람의 눈. 
눈과 눈이 마주치는 곳에 보이지 않는 투명함. 

투명한 비늘을 벗고 새사람이 된 옛 사도 바울처럼. 
투명함의 옷을 입고 서로를 재지 않아도 될 만큼의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 그것은 거울. 

우리가 어릴 적 품었던 막연한 희망이. 
이제는 서로에게 간절한 소망으로 바뀌어. 
우리는 이제 어른. 어른이라고 느낄 때. 

한번 씩 꺼내보는 거울. 
한번 씩 꺼내보는 거울. 

그렇게 사진을 찍어나간다. 



















씨앗을 심고 맡겨두자. 
기다리면. 동화처럼 내 삶이 변한다. 
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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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동화의 씨앗 : 산골소년과 소녀. 그런 동화적 이야기가 아닌 정말 한 동네에서 마주쳤을 법도 한. 그것은 정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신기하거나 반갑거나 하는 일. 







동화적 요소 하나, 

"우리가 서로 몰랐을 때에.  같은 길을 걷거나 같은 목욕탕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지도 모른다. "


짧은 휴가기간 동안, 나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은 고훙군 포두면 길두리에 다녀왔다. 십리나 떨어져 있었지만 버스가 다니는 길은 하나, 명절마다 빼놓지 않고 가는 목욕탕도 유일하게 하나만 자리하는 곳. 그곳을 우리는 고향이라고 얘기했다. 누구는 마음의 고향이라기도 했고, 누구는 내 부모님의 고향이라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쉬며 유년기를 보냈다는 것.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곳은 나와 너처럼 키가 훌쩍 자라 있었지만, 어릴 때 모습은 간직하고 있었다. 아스팔트와 유명 마트, 한옥을 개조한 한정식 집들로 군데군데 채워져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겨웠다.  "그래도, 우리가 기억하는 큰 길은 바뀌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말했던 것처럼.  정말 다행히 하늘도 구름도 해도. 적당하게 비추었다 가려주었다. 











동화적 요소 둘, 

"기억은 기억과 만나서 현실을 이룬다."

구태의연하게. 
사진을 찍었다. 

여기는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2층 옥상이라고 했던 말은. 
이제는 거짓이 되었다. 

두명이 앉아도 남던 자리가. 
앞뒤로 앉고 서야 채워진다. 

태권도복은 누구에게 되물림되어 버려졌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우리는 수없이 만났다. 












동화적 요소 셋,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는 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십년 넘게 살다가. 결국 건너게 된 것이 결혼하고 나서란다."



저 냇가는. 여덟살 먹은 내 친구녀석이 자랑한답시고 뒤로 다이빙을 펼쳤던 곳이기도 하고 물귀신이 산다하여 산 밑자락까지 헤엄쳐 간 사람은 열이면 아홉은 죽어나온다는 곳이기도 하다. 
이 다리는. 스물 중반의 내 어머니가 시집살이 괴로워 그렇게 건너가고 싶어했던 곳이기도 하고 외할아버지가 집에서 키운 개를 잡고자 목에 줄을 매달아 밑으로 던져버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 자전거는. 6.25 후유증으로 절름발이가 된 외할아버지의 지팡이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리가 닿지 않아 안장에 앉지 못하고 기마자세로 발을 굴려 힘들게 탔던 나의 자전거이기도 하다.












동화적 요소 넷,

"하늘에는 길이 없다. 애초에 길이라고 하는 것은 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날개가 없다. 애초에 날개는 날짐승들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꿈이 있어왔다. 아홉살의 꿈, 열세살의 꿈, 스물다섯살의 꿈. 시간의 탈을 쓰고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분명히 내게는 꿈이 있어왔다. 그것은 내게 날개가 되어 주기도 하고 날 듯 날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멀뚱히 티브이만 쳐다보거나 학원과 인터넷 게임에 지친 요즘 아이들에게는 없는 그런 유일무이한 시간이 내게는 있었다. 집안 어른들이 논에 나가고 없으면 혼자 하루종일 하늘을 쳐다보며 *이런 생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경운기 뒷칸에 천막을 치고 할아버지께서 넣어주신 새우깡 하나를 오물거리며 하루 반나절을 새우깡만 생각한 적도 있다. 새를 만지고 싶어서 뙤약볕에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었을 때도 있었고 궁금증이 많지만 물어보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길을 잃고 헤매어도 묻지 않고 걷기만 했다. 지나고 보면 하나같이 고생스럽고 미련한 일이었지만 그 때문에 나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하여 두렵게만 여기지 않는 습관이 생겼고 어느 누구와 대화를 할 때는 이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해 임했다. 어떤 것을 그려보는 것. 색을 칠하는 것보다 밑그림을 더 잘 그린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조화는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며, 나의 나다움과 너의 너다움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그녀에게도 어쩌면 가능한 생각들이었다는 것을 이쯤에서 알게 되었다. 











동화적 요소 다섯, 

"가만히 서 있으면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리면 스스로 바람을 만들어 몸을 실을 수 있다."




사람의 외모만 보고 혹은 환경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실수를 우리 사람들은 자주 하게 된다. 
성경은 겨자씨를 비유해 이 작은 씨앗 하나가 얼마만큼 큰 나무가 되며 얼만큼의 큰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의 쉴 자리를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은 우주를 통털어 이제 인간밖에 남은 것이 없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이치였고 너무 사랑스러운 행위였다.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고 죄를 짓는다고 하기도 하며,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을 뉘우치고 옳고 그른 것들 앞에서 번뇌하기도 한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사물의 모양이 달리 보인다는 말이다. 
중심이 어디 가 있느냐에 따라 내가 넘어질 지 앞으로 미끄러질지를 안다는 말이다. 

자전거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큰 상처를 입히기에 충분해서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도구였음에도. 
자전거는. 중심을 잡고 앞으로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새 바람을 불러 친구해주는 상냥한 도구라고 여겼다.




























씨앗을 심고 맡겨두자. 
기다리면. 동화처럼 내 삶이 변한다. 
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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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29. 14:12

 

방금 담배를 피우면서 이런 생각을 했지.

나의 고집이 대단하다고 했지?

성공하는 것이 어려울꺼 같아. 아니면

만족하는 것이 어려울꺼 같아?

사실 나는 만족하는 삶을 선택한 쪽이라.

대단히 좁고 가파른 길을 가고 있는 중이거든.


























































2009. 12. 29 14:23

 

kiss, 입술에 담긴 의미

내 머릿속과는 너무도 확연하게 다른 얘기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대의 체온을.

나도 모르게 만지고야 말았네.


























































2009. 12. 29 14:38

 

여행, 감정적인 벌거벗기.

서른, 점잖은 발악.

모순, 이 둘.


























































2009. 12. 29 14:48

 

커튼을 치고 거울을 가리고

온 종일을 침대 위에서

시시껍절한 소설을 읽는 것보다.

차라리. 이게 낫지. 안 그래?


























































2009. 12. 29 15:21

 

난 지금 누굴 사랑하는가. 

현재 내 인생을 사랑하는가. 

내 친구들을 깊이 신뢰하고 바라보는가. 

내가 거짓을 지어내고 또 그것들을 동시에 숨길 수 있다고 해도 

그 답이 내 마음의 어느 전설적인 층위에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내 마음은 여러 층을 오르내리는 승강기와 같아서 

논리적인 연속성 없이도 각 층을 옮겨다닐 수 있다. 

내가 각 층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2009. 12. 29. 15:34

 

기차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기차를 놓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론 더 가치있는 선택이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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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얼마 전.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여행을 갔다.










































2009. 12. 28. 19:13


20대에는 모든 것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열졍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자신의 반쪽에 대한 갈망도 누구못지 않게 대단했다. 
때론 연애편지 봉투에 붙이려고 우표에 침을 바를 때처럼 달콤쌉싸름한 순간에 빠져도 봤었고,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사귀는 아찔한 상상도 해봤다. 
줄곧 숨기고 있었지만 난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가 좋아서 
그렇지 않았던 상대방에게 이별을 고한 적도 있다. 
추운 버스 정류장에서 키스를 할 때,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입김에 매료되어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을 때도 있었다.































2009. 12. 28. 20:47

 

생일 때 말고 스스로를 기념하는 날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를 칭찬하고 비판하며 자신을 아껴줄 수 있는 시간은 내게 얼만큼 있어왔을까. 

남들이 싫어하는 나의 모습. 그것을 자각하기에 너무 많은 소모를 해왔던 탓일까. 

사실, 주어가 빠진 얘기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내가 빠진 나의 이야기도, 네가 빠진 너의 이야기도. 

뭐 그렇기 때문에 가까워졌다고 하는 것은 믿는 것이지 현실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2009. 12. 29. 10:16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 이유를 물을 까닭이 있나.

누군가가 너를 사랑한다면 더더욱 그 이유를 물을 까닭이 있나.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그 이유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아야겠지.

































2009. 12. 29 10:32

 

그랬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부담을 주었길래 상대방은 나를 떠나려고 했을까.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말을 저울에 올려놓고 두려워하면서 상대방이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기를 바라는 것이, 

결국 생각의 무게가 같다고 하는 것들이 과연 좋을까. 

사랑은 모순과 같아서 파는 것과 구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

































2009. 12. 29 10:33

 

흔히 명확함과 의사소통을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나 일에는 묘한 매력이 있음을. 

마음이 열려있고 명쾌하고 예측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인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가치있는 것이라 여겼음을. 

길고 짧은 연애사의 덕분에 알게된 것이지만 

충분히 그럴만도 하겠고, 그러면 안되겠구나 생각도 하게 된 지금.

































2009. 12. 29 10:49

 

달이 지구 주변을 돌고, 

지구는 수만개의 행성들과 함께 태양의 주변을 맴도는 것의 단위를 주기라고 한다면 

나의 행성의 주기는 점점 진화되어 온 것이 맞다. 

1차원적 사물과 자아와의 관계를 탐색하는 것의 첫번째 

주기에서부터 지금은 각각의 사물과 나와의 관계,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를 포함한 갖가지 억측이 

나의 행성에 가득 담겨 있다. 

진화되어온 나의 행성은 다른 누군가의 행성과 부딪혀 산산히 조각날 운명이어서 

나의 생각을 담은 행성은 우주의 어떤 길을 지나고 있음이 발각되어 잠시 숨고자 할 때, 

이름없는 행성에 갖혀 지내는 어느 누군가를 만나 토닥토닥 얘기를 나누며 

이상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도 주기에서 벗어난 일치곤 괜찮은 일이겠지.  

































2009. 12. 29. 11:17

 

우리는 책을 읽었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진심으로 서로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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