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발매하고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앨범을 냈는지도 모르게 일상을 전전하면서 살고는 있지만 무언가 하나씩 해나간다는 느낌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천천히 걸어가고픈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 까닭에 그나마 다행입니다. 제주에서 첫번째 공연을 마치고, 작업실에서의 첫번째 콘서트도 잘 마쳤습니다. 이제 곳곳의 공연장에서 저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이들을 만날 차례입니다. 


'첫' 앨범이기 때문에 '첫' 공연다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제작하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했던 까닭에 공연에 실제로 올릴 때 저 또한 기대가 됩니다,  

앨범 사운드로 만날 기회는 아마 이번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_연주자들의 여건이 넉넉치 않아서죠, 

그 희소가치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첫째날과 둘째날로 나누어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6월 26일 공연은 폼텍웍스홀에서 저녁 8시에 열립니다. 한마디로 '서정적인 금요일 밤'을 그려보겠노라 준비중입니다. 

곧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싱어송 라이터 오은영(날자오뇽)님이 게스트로 함께 해주시고, 밴드 로켓트리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이혜준님이 세션으로 함께 섭니다. 그 외 순이네 담벼락 멤버인 최동일군과 천승윤군이 드럼과 베이스를, 작업실 동료인 최새롬, 홍석현군이 각각 피아노와 기타세션으로 밴드구성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독주회 준비로 한창 바쁜 조영은님의 바이올린으로 저와 호흡을 맞춰 서정적인 밤을 수놓을 생각이에요. 

6월 27일 공연은 잭비님블에서 저녁 8시에, 앞선 밴드구성에 현악 4중주(Violin 조영은, 이수연 / Viola 조윤주 / Cello 서성은)를 더했습니다. 앨범 사운드를 그대로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폼텍웍스홀 보다는 좀 더 밝은 이미지의 공연장이라 곡 선정에서부터 편곡에까지 따뜻하고 유쾌한 기운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니앨범을 내고 꾸준한 활동_무려 72회의 공연이력_을 이어온 Seine이 게스트로 함께 합니다. 제가 프로듀싱한 앨범 [woods]의 밴드 사운드를_사실 이것도 희소가치가 있는 무대랍니다_들어볼 수 있는 기회에요. 


양일 다 놓쳐서는 안될 공연이지만, 또한 다른 구성의 공연인지라 어떤 것을 추천해야 하는지도 어렵습니다만, 

잊지못할 순간으로 만들고자 이런 저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다시한번 이번은 이번의 희소가치로 만납시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의 의미를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의 까닭입니다. 







윤제 정규1집 발매기념 쇼케이스

 

폼텍웍스홀: http://ticket.auction.co.kr/Home/Perf/PerfDetailInfo.aspx?IdPerf=27265

 

시간안내

6 26() 오후8

 

 

잭비님블: http://ticket.auction.co.kr/Home/Perf/PerfDetailInfo.aspx?IdPerf=27262

 

시간안내

6 27() 오후8

 

 

알림니다

* 오픈일시 : 6 5() 오후2
- 
주 최 : Morock

- 티 켓 : 예매 25000 / 현매 30000 
- 문 의 : 옥션티켓 1566-1369 / 지마켓 1566-5702
* 본 공연은 비지정석으로 선착순입장입니다.

 

티켓수령: 현장수령만 가능합니다

 





게스트 소개




싱어송라이터 오은영


[ Album ]

 

2012.9.24 single "AM:8"

2012.12.11 live album 오프더 레코드길에서 음악을 만나다"

2013.5.2 single “, 사랑은

2014.2.13 single "Roller coaster rhythm"

2014.7.2 single "찰나"

 

[ perfomance ]

 

2011 춘천 KBS FM라디오 음악여행

2011.10.2-6 광화문 korean in motion festival

2013.4.20 9와 숫자들 봄꽃제전

2013 8.2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프린지페스티벌

2013.11.1 춘천 한림대학교 일송 아트홀 생명사랑 희망콘서트

2013.12.3 계원예술대학 우경예술관 세계로 가는 기차 희망콘서트

2014.6.28 대구 문화기획단 스탠딩 피플 강연 '청춘더하기'

2014.8.2 YWCA ‘핵발전소 반대 캠페인

2014.7.19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2014.10.9-12 ‘정선아리랑제 거리의 악사

2014.11.6 YBM '중소기업 바로알기 토크콘서트'

2014.12.18 사단법인 '해피엘' 지역소외계층을 위한 '후원의밤'

 

2015.4.16 월드컬쳐오픈코리아 '사람을 사랑한 예술가 서로다른 언어로 이야기 하다' 토크콘서트

2015.5.24 2015 서울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이제는 어린 아이들 조차도 다 뻔히 알고 있는 이 유명하고도 현학적인 말이 그 어떤 새로운 발견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 수 있을지를 가끔 고민해본다. 이제 이 유명한 철학적 명제는 닳고 닳아 우리의 삶속에서 저 밑바닥에 숨겨진 화석처럼, 혹은 매일 걷는 거리에 덩그러니 걸려서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쇼윈도 위 간판처럼 느껴진다.

 

뮤지션 오은영을 처음 알았던 것은 몇 해되지 않았지만,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너무도 분명했다. 솔직하고, 꾸밈없고, 뭔가 모르게 신뢰가가는 친구였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근본적으로 맑은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고 있음을 내가 읽어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노래도 역시나 그녀를 닮았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오은영 자신이라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더 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스스로에 대한 음악적 믿음을 얘기하는 듯 해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매순간의 소소한 감정들을 채집하여 마음속 유리병 안에 담아두고는 그 유리병안의 세상을 우리에게 음악으로서 전달하고자 한다. 어쩌면 그 유리병 안에 담겨있는 세상 역시 일반적인 시선에선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세상의 모습으로부터 많이 다르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녀의 노래가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에 대한 단순한 재현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은, 그녀가 우리에게 뮤지션으로서 노래만을 부르는 이가 아닌, 자신의 일기로서 고백을 하고 있는 우리들 중 누군가의 모습으로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고백이란 실로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언제나 지나쳐 왔던 평범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그리고 그 평범한 것들에 의미가 부여 되었을 때, 언제고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쳐 왔던 거리의 모습은 비로써 우리에게 살아있는 거리가 된다. 김춘수의 <>에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에서 가장 밑바탕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능숙한 연주 실력이나 혁신적인 곡 구성능력 이전에 우리의 삶이 위로받을 수 있는 작은 울림, 섬세한 감동일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언제나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것을 보고 매일 같은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두 눈 안에 들어오는 세상이 살아있다는 것조차도 잊은 채 살아간다. 그것이 과연 우리가 살아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생각하고 그러므로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무엇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인지가 그 이후의 생각하고 존재하는 과정들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되게 한다. 그렇기에 오은영과 같은 뮤지션의 음악에 담긴 진심은 우리에게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특별한 가치에 있어서도 귀한 것일 것이다.

 


 글 작가 남 정우





싱어송라이터 Seine

프로필 

귀기울이게 되는 이야기를 찬찬히 담아 섬세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2013년 홍대 등지에서 공연 시작

2013년 8월 선유도 전신마취 페스티벌 참여

2014년 여름 첫 미니앨범 'Woods' 발매

2014년 9월 앨범 발매 단독 공연

2014년 11월 경남투어

2015년 3월 통영프린지페스티벌 참여


기타교습을 통해 만났다가 그녀가 가지고 온 노래들, 그러니까 나중에 미니앨범에 들어갈 노래를 듣고서 좋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그녀의 입에서 나온 "제 앨범의 프로듀싱을 부탁해도 될까요?"라는 말에 흔쾌히 그러자고 했던 그 때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작가주의 뮤지션이자 훌륭한 디자이너다. 돈이 안되는 일을 주구장창 받아들고서는 기분좋은 짜증(?)을 부리는 모습이 또 어떤 노래로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게 될까 기대가 되는 사람이다. 마음이 맑으면 심상도 맑고, 심상이 맑으면 글 또한 맑다. 글이 맑고 끊김이 없다면 노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그녀의 노래만 들었지만 지금은 뮤지션 동료이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갑내기 친구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산다. 그 무엇이 더 좋은지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맑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다. 좋은 노래를 쓰고 부르는 것만으로 충분히 유익한 사람이다.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다. 


Seine의 미니앨범 [Woods]를 제작했던 작년 봄에서 여름은 내게 좋은 순간들이었다. 부지런하게 스마트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고, 한가지의 숙제를 두고 여러가지로 해석해오는 자세도 좋았다. 무엇보다 어제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이 한결같아서 흔히 감정의 기복이 많은 다른 뮤지션과는 달라서 좋았다. 그것은 물론, 그녀의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좋았다는 말이다. 그녀는 지금도 계속해서 노래를 쓰고 있다. 나와 비슷하게 노래라는 근본을 파고들면서 말이다. 기타코드 몇개로 설명할 수 없는 노래를 만들고 있으면서도 늘 자기가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녀의 마음속이 좋아서 나 또한 그녀와 계속 일을 해나가길 바라고 있다. 우리는 좋은 사이로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나란히 걸어가는 상상을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글 yun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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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앞서_


진실을 밝혀야 할까, 진심을 이야기해야할까, 현재의 기분을 풀어놓아야할까. 

침묵할까, 노래할까, 웃을까. 





제주도 애월읍 유수암리 1402-1





우진이 형과 약속한 데로, 1집 앨범을 내게 되면 꼭 이 곳에서 첫 공연을 하리라. 

앨범은 5월로 미루어졌고, 앨범을 도와준 연주자들과 그 식구들과 내 식구들과 함께. 

설렁설렁 놀러들어왔다, 제주. 어쿠스틱홈즈


식구라는 말을 써놓고 보니, 좋은 느낌이다. 식구, 





아내의 사진은 늘 변함없이 기특하고 오목조목하며, 

고마움을 담아낸다. 





생각해보니 2013년 6월 이후로 무대에 선 적이 없다. 

합주도 충분히 했어야 했고_그렇지 못해서_ 리허설을 좀 더 길게 해야했지만. 

제주의 날씨 좋은 어느 날이었기 때문에. 





홈즈는 삽살이. 

누구는 기타를 치고 누구는 핸드폰을 만지며 누구는 피자를 굽는 와중에, 






공연 1시간 전 리허설 때가 가장 재밌어야 한다. 말 그대로 유쾌해야한다. 우리끼리 아주아주 재밌게 놀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 공연에 잘 못하더라도 남음이 있다. 그냥,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늘이 색을 바꿔가는 걸 본다. 

가장자리, 하늘선. 

만난다. 밤과 낮이, 

만난다. 너와 나도





seine의 오프닝을 시작으로 2시간동안 노래가 흘렀다. 

이날 따라 내 바지의 무게가 너무 가벼웠다. 





각자로 흩어진 이튿날 

청수 곶자왈





수훈이와 승윤이와 동일이, 새롬씨와 석현이, 욱현이와 현이 

혜임이와 나영이와 가을이. 




그리고 승재씨와 영란씨.

승준이, 모두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아와 옷가지를 정리한다. 


침묵하고, 노래하고, 웃고. 

이 세가지를 흡족하게 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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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많은 기억들을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는데 

어찌하여 그 안에는 단 하나의 선율도 흐르지 않는가. 

창가에 서 있는 시인이여,

나에 대해 노래해달라. 나의 지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들에게는 없는 독특한 강점을 지녔노라고 

제발 노래해달라. 


심보선 <사랑은 나의 약점> 중에서





# 봄을 향해

 나는 계절을 셀 때 여름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봄은 제일 마지막 순서가 되는데 숫자로 하면 2-3-4-1 순서가 된다. 봄이 시작이라면 가장 추운 겨울이 마지막이 되어버려서 그렇다, 다시 1이 되는 것이 정말 1이 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_경험상 절대 그렇지는 않다_계절의 이름은 그대로인 터라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이다. 결국 여름이 1인 시점에서 나는 지금 3을 지나가는 중이며, 곧 4에 도착할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이제 곧 4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생각하고 손을 털었다. 

 먼지 묻고 흠집이 난 손을 툭툭 털어보았으나 오늘 아침_그러니까 그 날 아침이다_비스듬히 내려앉은 내 방 천장을 보고 나는 다시 3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꽃샘추위가 길어진 만큼 내 방의 겨울도 길어졌다. 천장이 평평하지 않아 스티로폼 위에 나무막대들을 듬성듬성 붙여 평행을 맞추기 위함이었다고 유선생님은 이야기했다. 나무막대들을 다시 천장 스티로폼에 고정을 시키고 부분적으로 내려앉은 데를 다시 붙였다. 그러나 이미 힘이 빠진 나무막대들은 중력에 너무 쉽게 무너졌다. 결국 천장의 절반을 뜯어내_그 비싼 자재가 행여 부서질까봐 정말 조심스럽게 뜯어냈으나 그 중에 두어장은 아주 산산히 부서졌다_말라붙은 본드자국을 하나하나 없앴다. 천장에 엉망으로 고정된 나무들도 다 뜯어내 스티로폼 위에 곧바로 붙이기로 했지만 평행이 맞지를 않아 애를 먹었다. 삐뚠 곳은 칼로 흠집을 내 구브러지게 만들어 고정을 시켰고, 천장과 바닥을 이어주는 옷걸이로 자재가 붙을 때까지 고정을 시켜두었다. 본드가 어느정도 말라붙을 때까지 대략 20분이 걸렸는데 40장을 그렇게 붙여나가니 이틀은 족히 걸린 것 같았다. 



 천장에 조명을 달기가 어려워 벽에다 레일조명을 달았고 아내의 권유로 소파를 골랐다. 상보몬을 소환해 창문을 막은 데에다 나무로 흡음판(?)을 만들어 걸어두었다. 사진 오른쪽이 녹음할 부스인데 커튼을 쳐놓을지 그냥 둘지는 지내보면서 결정을 해야되겠다. 아직 녹음은 안해봤으나 방음의 정도는 꽤 좋다, 큰길 가에 위치한 집인데 경적소리가 아주 작게 새어들어오는 정도를 제외하곤 고요함이 유지된다. 저음의 웅웅 거리는 소리를 잡기란 참 어렵다. 귀의 위치가 바뀌면 저음의 강도 및 확산도 아주 잘 바뀌어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잘 안온다. 어렵게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살면서 필요한 부분 더 채워넣거나 빼거나 해야지. 




방음에 있어 문이 제일 중요하다, 값비싼 방음문으로 하지 못하고 일반문을 두개 달았다. 창문을 막는 여닫이문도 하나 짜서 고정시켰다. 차음재와 흡음재로 감싸고 천으로 덧댔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 틈을 메우는 데 애를 먹었다. 



이 싱크대를 설치하는 데 무려 1달이 걸렸다. 간단한 음식을 해먹을 것이다 하고 얘기를 한 게 화근이었던지 지금 싱크대의 절반밖에 안되는, 그러니까 설거지통과 가스레인지를 올리면 끝인 두 세트로 사진의 오른쪽을 채웠다. 왼쪽에는 작은 선반을 벽에 달아 이것저것을 올려두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결국 집주인이 집을 방문하고 나서야 지금의 저 싱크대로 교체가 되고 말았다. 설계를 변경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토를 달지는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었으니까. 나중에 잔금을 치룰 때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거실 천장을 방 안의 것과 같은 자재를 사용한 것은 비용의 두배 가까이를 들게 했다. 집 주인과 나눠 부담하기로 했지만 그 액수가 너무 커서 원래 예상한 비용을 훨씬 웃돌아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아주 쉽게, 그렇다면 싱크대를 작은 것으로 가자고 유선생님이 말을 했고 자기가 집주인을 잘 설득해보겠다고 했다. 결국에 그것이 잘 되지 않았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여름에 물을 끓여먹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닐꺼라 말한 내 엄마가 교회집사님을 통해 장만한 정수기를 설치하고_이것도 5년이 되어가지만 필터교체비용이 만만치 않아 3년을 썩혀둔_바닥과 틈을 메웠다. 이것으로 처음에 계획된 공사가 다 끝이 났다. 3월 31일의 일이었다. 


# 기념

 음악을 시작한 지_사실 어렸을 때부터 늘 음악과 함께 했지만_10년이 되는 해다. 2005년 9월에 결성한 순이네담벼락이 나의 첫 음악적 시도였으니. 10년만에 작업실을 만들게 된 것이 참 감사하다. 이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와보니 지금 여기에 닿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노력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가족과 아내와 친구들과 또한 지금 만난 최양과 홍군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결과들이다. 이제 내 정규앨범을 발매할 차례다, 두가지를 한번에 진행하느라 고군분투했으나 일정이 뒤로 미뤄진 것은 그만한 때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란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도 나는 흙에 물을 주고 꽃을 피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고, 



가끔 사람들과 어울려 음식도 나눠먹고 노래도 함께 부르고 싶다. 



무엇보다 모락모락, 

우리의 꿈과 사랑을_꿈과 희망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그라든다_피워오르게 하고 싶다. 


약속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난 것은 지난대로 두고 

부족한 부분은 살면서 채우고 넘쳐나는 것들은 사람들과 나누고 하여

사물과 기구들은 훼손되어도 사람들과 가치는 녹슬지 않게 

아궁이에 불을 계속 지펴야겠다. 


사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굴뚝인데, 

여름이 되면 굴뚝에 낙서나 하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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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피어오르다_의 모락<morock>이다. 

할아버지는 논을 짓고 할머니는 밭을 짓고 아버지는 집을 짓고 엄마는 밥을 짓고

동생은 모래성을 짓고 나는 노래를 짓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여기서 무엇이라도 짓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다.

피어오르다는 말이 좋다. 그것보다 그 앞에 붙어 맛을 더해주는 모락모락이라는 말이 좋다. 

사전적 의미로는 이렇다.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조금씩 떠오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조건없이 무엇이 떠오른다면 좋은 일, 한 줄기 한 가지라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면 좋겠다.  



# 모든 것이 이해되는 단 한 순간

 사실, 나는 그것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깊이를 다 잴 수는 없었겠지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서로가 이내 이야기하는 순간만이라도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늦은 순간이라고 하는 지금만 남아 엉킨 것들을 억지로 풀어내다가 가위로 잘라내고 있는 나만 남겨져 있는 느낌이다. 오해를 일삼느라 내 일에도 오해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는 와중에 아내는 나의 근심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너를 응원해, 응원이라는 말밖에 못하지만 마음을 다해 너를 응원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인가, 응원인가. 혼자서 하는 일을 수차례 겪어본 후로 나는 도움받는 일에 인색하고 응원받는 일에는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단지 인정과 존중의 다름아닌 이름으로 알고 있어 당연히 해야하는 인사치레로 여겨짐을 나는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렇다, 나는 또 홀로 내 일과 내 일과 관련된 것들만 주구장창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어왔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버려두고 있었다. 오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내가 주도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해가 저물도록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하는 것이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것은 나의 하루였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늦어져도, 얼룩이져도, 다시 무너지고 망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의 하루였기 때문이고, 나의 내일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에, 그러니까 모든 것이 이해되는 어떤 한 순간부터 나는 손수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계획을 하게 되었고 일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점점 번져가길 원했다. 최양의 방을 꾸미는 데 있어_꾸민다기 보다는 공사의 일이지만_최대한 최양의 의견과 나의 의견을 번갈아 살폈다. 최양이 내게 피아노를 보러 가자고 청한 것이 그런 일들 중에 하나라고 여겼다.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대해 서로의 뜻을 묻고 답하는 것이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음에도, 일의 수월함과 경제적 효율 때문에 줄곧 생략을 해버렸던 것이었다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평균을 맞춰 가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을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최양도 그런 마음이었을 테지만, 일이 점점 늘어지고 길어지는 데에 불만을 감출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천장은 잘 붙었다. 옥상에서부터 난 배수관을 어쩌지 못해 흉측한 모양으로 천장 한 구석을 장식하고는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그대로 두었다가 은박지로 살짝 감쌌다. 이케아에서 직접 산 조명으로 이틀을 옥신각신 했지만 천장을 이용해 달지 못해 벽면 구석을 이용해 전등을 달았다. 며칠 후 방음창문을 달고 몇가지 가구를 넣어 완성했다. 



 3월 6일 금요일 밤의 일인가 싶다. 저 때가 금요일인 것이 확실하다. 매주 금요일 밤마다 합주를 하는데 연락없이 합주를 빠지고 밤새 페인트를 발랐던 기억에서 그렇다. 최양과 페인트색을 고르고_그 고른 페인트도 주문한 것이 아니라 유선생님이 직접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_한 번 두번 덧칠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어 묻고 번지는 일을 우려해 하루밤낮을 이용해야했다. 페인트를 바르고 마를 동안에 서툰 손동작으로 군데군데 실리콘을 바르고 페인트가 마른 것 같으면 다시 덧칠을 하니 어느덧 아침이 밝았다. 본드냄새와 페인트 냄새가 묘하게 섞인 가운데 교습생과 수업을 하기도 하면서 어질러놓은 장판 위에서 소주를 따 마시기도 하면서 그 주말을 보냈다. 내가 성격이 급한가 자문하기도 하면서 발라놓은 마스킹 테잎을 뜯어내고 미진한 부분을 낑낑대면서 맞춰나갔다. 공구를 찾으러 보일러실을 왔다갔다 하는 중에 옥상마당을 슬며시 비추는 달빛, 그 하나가 위안이 되는 그런 밤이 계속 되었다.   

# 첫줄

 바닥이 평평하지 않은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천장이 삐뚠 것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것과 붙어 있던 것들이 갑자기 떨어져 나온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문의 용도는 열고 닫는 것에 있으며 고정시켜 놓기 위해 붙인 것인데 그것이 자기의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 왜 공을 들여 '일'을 했느냐는 말이다. 디자인을 고려해 그렇게 했다고 하는 것을 두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나에게 미적 감각이 없다고 해도 나는 괜찮다, 내가 우리가 여태껏 일을 하는 소기의 목적은 공간의 정확성과 효율성에 있지 보기에 좋고 아름다운 것에 있지 않았다. 꾸미고 가꾸는 것은 시간을 들여 하면 될 일,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눈과 손을 빌어 부탁할 수 있는 일이기에_자꾸 미적인 부분에서 공사의 시간을 미루는 것이 너무 싫었다_일단 기본적인 공간의 세팅을 요청했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첫줄인 셈이다. 그 첫줄을 잘 써야 그 다음줄, 결국에 하나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간을 만들기 전 주문해 놓은 현관등을 달았다. 작년 여름 함께 작업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디자이너인 seine에게 전등의 완성품을 주문했다. 군더더기 없이 가지고 온 그녀의 선물에 나는 그저 웃고 받아들 뿐이었다, 사실 그럴 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눈을감은 상보몬에게 미안하지만 그때 기분을 표현한 사진은 이 한장이 전부니까, 남긴다. 


 손이 닿으면 페인트 부스러기가 떨어지거나 손의 얼룩이 묻기에 바니쉬를 발랐다. 그것이 바니쉬였나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발랐지만 바니쉬 종류일 것이다. 놔두면 언젠가(누군가) 바르겠지만 발랐다. 지금 시간을 공들여 써야 다음 시간이 생겨나기 때문이었다. 공사가 길어지는 바람에 장판 곳곳이 패이거나 찍혀있었다. 뭐 그런 거야 괜찮은 정도다. 이제야 제법 '집'과 같다. 밤이 늦도록 뭔가 해야할 일이 없는지 체크해본 후 내일을 기약하고 작업실을 나섰다. 내일 어떤 일이 닥칠 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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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피어오르다_의 모락<morock>이다. 

할아버지는 논을 짓고 할머니는 밭을 짓고 아버지는 집을 짓고 엄마는 밥을 짓고

동생은 모래성을 짓고 나는 노래를 짓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여기서 무엇이라도 짓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다.

피어오르다는 말이 좋다. 그것보다 그 앞에 붙어 맛을 더해주는 모락모락이라는 말이 좋다. 

사전적 의미로는 이렇다.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조금씩 떠오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조건없이 무엇이 떠오른다면 좋은 일, 한 줄기 한 가지라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면 좋겠다.  



# 처음 약속한 나를 데리고 가자

 우리가 약속한 것은 3월 1일, 쉽게 기억하기 위해서 모든 날이 시작되는 느낌이어서 1일로 잡았던 것이 아니라 유선생님이 그 전에 공사가 마무리되니 아무래도 여유있게 잡으려면 3월이 시작되는 날이 좋겠다 한것이다. 공사는 설이 지나고 사흘이면 완료될 것이라 했으니 굳게 믿고 원래 살고 있던 후암동 집을 그 때에 빼겠다고 계획했다. 명절 연휴를 지나고 2월 23일 월요일에 공사현장에 나갔다, 캔커피와 유자차를 사들고.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설 연휴에는 자재상도 쉬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나 그 외에 정리를 한다거나 전기작업을 한다거나 하는 세심한 작업을 원했던 것인데 미처 말을 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여겨져 고개를 끄덕이며 잘 부탁드린다고 하고 나왔다. 처음 약속한 나를 데리고 가자고 한 것은 작업실 공사건도 있지만 정규앨범 작업을 서둘러 마쳐야 3월에 발매를 맞출 수 있겠다고 하는 말이다. 악기녹음은 끝이 났지만 보컬 녹음이 아직 세 곡이나 남아 서둘러야 함을 말씀드리고 자리를 나와 후암동 작업실로 갔다. 덧붙여 최양의 방에는 후암동 작업실에 설비된 자재를 빼와야 공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실과 화장실은 대충(?) 마쳤으니 내 방의 방음공사를 이틀간 한다고 가정하여 수요일까지 후암동에 있는 자재를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앨범의 발매와 관계없이 작업실 공사시일에 맞춰 보컬녹음을 서둘렀다. 이틀을 꼬박 노래만 불러제꼈다, 나의 성급함이 노래에 묻을까봐 조심스럽게 만졌지만 그것이 후에 아주 큰 후회로 남게 되었지만. 





약속한 수요일이 밝았고 약속대로 자재를 싣고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잘했든 잘하지 못했든 이틀동안을 세 곡 안에 담았다. 그 때 노래한 것이 <Animation>과 <있는 반찬에만 먹어도>와 <일각여삼추>였다. 녹음한 파일들을 아이폰에 담고 이어폰으로 들으며 걸어내려간 해방촌 오거리 언덕이 생각이 난다. 친구 수훈이와 열심히 자재를 비롯한 짐을 나르고 있었을 무렵 최양의 방과 내 방에는 차음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순조롭게만 보였다. 급하게 녹음을 하긴 했지만 내 할일은 이것으로 마쳤으니 도울일이 있으면 돕겠다 청해 목요일 오전부터 이삿날인 토요일까지 공사현장에 나갔다. 


  

유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기밀성(틈을 메운다는 뜻)이 세계최고라는 3M 테잎을 고무판이 겹치는 사이에 발랐다. 그것으로 일을 시작했고, 쉬운 작업과 자재와 공구를 나르는 일을 도맡아 도왔다. 천장을 뜯어낸 이유가 천장이 낮아서였는데 다시금 두꺼운 솜뭉치로 천장을 메우기가 싫기도 하고 무게도 꽤 나가는 것을 우려하여 고른 것이 지금 사진의 '저것'이다. 비교적 비싼 자재라고는 하나 두 개의 방 천장만 하면 되니 금액차이가 얼마나지 않을 것이란 계산에 '저것'을 골랐다. 밋밋한 표면이라면 열 맞출것도 없이 붙여나가면 되는데 중량이 작고 쉽게 부서지는 종이재질로 되어 있으며 심지어 홈이 파여있어서 그것을 하나하나 맞춰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양면 테잎을 붙이고 모서리에 공업용 본드를 바르고 붙이면 끝이긴 했지만 울퉁불퉁한 천장에 그것을 고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손에 본드가 묻고 접착력이 강한 테잎이 내 손 지문을 갉아먹어도 하루면 끝날 것이라 생각해 손을 돌볼 틈이 없었다. 



이 사진은 3월 1일 이사를 하고 난 그 다음날일 것이다. 후암동 작업실에 있는 내 짐을 모조리 빼와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엌 한 구석에 놓고 교회에 다니는 장판집 아저씨가 이른 아침부터 나와 장판을 까는 중에 찍었던 사진으로 기억한다. 일요일 예배시간이 11시인 것을 감안해 8시부터 나와 민첩한 손놀림으로 비닐장판을 깔았다. 약속된 시간이 하루가 지나 별 수 없이 김형과 나와 친구 수훈이가 나와서 천장작업을 했다. 목요일부터 시작한 천장작업이 왜 아직도 한창인지 설명을 해야한다. 하루면 끝날 줄 알았던 것이, 실제로 그 작업의 환경과 방법이 서투른 탓도 있었거니와 우리의 유선생님은 나와 상의도 없이 그 비싼 자재를 거실용으로도 사용하기 위해 넉넉히 샀다고 한 탓이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내가 전에 거실에서 작업을 하는 친구도 올 것이고, 때때로 거실에서 작은 공연도 열겠다고 한 말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배려해준 것은 고마우나 왜 미리 상의하지 않고 결정을 했는지 그리고 금액적인 부분을 너무 간과한 것은 아닌지 심려가 되었다. 오랜동안 살 것이라고 얘기한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중간에서 집주인과 조율을 했다고, 집주인과 절반씩 부담해 공사를 한 것이니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천장에 붙이는 자재는 입자가 곱고 잘 부서져 한번 출하하면 환불이 어렵다고 한 말도 덧붙였다. 어쩔 수 없이 거실을 붙여나갔다, 그것이 토요일이다. 부엌 쪽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했지만 자재가 충분히 남아 붙여버리는 것이 깔끔하겠다고 유혹했다. 유혹만 하고, 일은 나와 수훈이가 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쓰여 일손을 도우러 나온 김형과 그의 아는 동생분에게 양장피와 고량주를 대접하고 쉼없이 또 일을 했다. 화장실 변기를 앉히는 것도 처음 해본다는 김형 덕분에 그의 아는 동생(건축업자)이 대신해 변기를 설치하고 실리콘을 곱게 쏴주었다. 지금 여기는 모두가 초짜다. 일을 나눠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일에 너댓명이 붙어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고 간섭도 많고, 앞서 유선생님은 유혹만 한다. 정확히 3월 2일 저녁의 일이다. 


나는 그 날 저녁에 이 모든 상황과 사정에 대해 절감하며, 내가 왜 며칠동안 새벽같이 나와 여기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세입자인 내가 캔커피를 사나르고 일을 맡아 하며 정리를 하고 아침에 문을 열고 밤늦게 문을 닫고 하기 위해서, 새벽에 아내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나와 밤 늦도록 일하며 컴컴한 집안에 들어가 곤히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어서 빨리 자야 내일도 일찍 나가지, 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위해서, 그보다 이 모든 것을 깨닫기 위해서. 


몸이 피곤한 것은 참을만 하나, 서로가 약속한 것이 잊히고 미안함이 없으며 서로에게 불신이 쌓여가는 것은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3월 2일 밤에 김형에게 전화를 걸어 잘 들어가셨냐고 물었다. 그렇게 2화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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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피어오르다_의 모락<morock>이다. 

할아버지는 논을 짓고 할머니는 밭을 짓고 아버지는 집을 짓고 엄마는 밥을 짓고

동생은 모래성을 짓고 나는 노래를 짓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여기서 무엇이라도 짓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다.

피어오르다는 말이 좋다. 그것보다 그 앞에 붙어 맛을 더해주는 모락모락이라는 말이 좋다. 

사전적 의미로는 이렇다.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조금씩 떠오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조건없이 무엇이 떠오른다면 좋은 일, 한 줄기 한 가지라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면 좋겠다.  




# 앨범작업이 한창이던 2월의 한 중간

 목수일을 하고 있는 동생의 소개로 내부 인테리어 공사중이었던 지금 여기로 오게 되었다. 원래는 혼자 작업실을 구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세도 비싸고 공간도 비좁아 보다 넓은 공간을 소수 사람들과 쉐어하는 편이 더 좋겠다 싶어서 아는 몇몇을 불러모았다. 아담한 마당도 있는 3층 옥상에 있는 집, 이웃집과 맞닿아 있지만 적절히 방음공사를 하면 서로 얼굴붉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 만장일치로 이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큰 길가에 위치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언덕을 올라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도착을 해보니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진에도 보이듯이 천장이_지붕자체가 약간 비스듬하다_왼쪽이 낮은 형태로 되어있는 언뜻보면 예쁜 공간이지만 지내기엔 좀 불편할 듯도 싶었다. 무엇보다 천장이 좀 높은 공간을 원했었는데 생각보다 천장도 낮아서 고민이 많았다. 원래 있던 화장실을 집 내부 끝으로 옮기고 외부로 나 있는 벽들은 석고보드로 보강을 했다. 사실 이것은 내 주문이 아니라 집 주인의 주문이었고, 내부 인테리어 시공에 관련된 비용은 집 주인의 부담이었기 때문에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음공사를 하려면 어차피 뜯어내야 할 것이 생기는데 다행히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만 생각했다. 이 때에는, 





최양_실명을 거론하기가 뭐하므로 피아노방의 주인을 최양으로 지칭한다_의 방이다. 현관을 들어와 왼쪽에 있는 문을 열면 이런 공간이 있다. 천장이 원래는 얇은 합판으로 되어있었지만 안쪽 창문에 닿으면 내 머리가 천장에 닿아서 합판을 떼어버렸다. 노출된 콘크리트가 아니라 콘크리트에 붙어(절대 떨어지지 않는) 스티로폼이 보였다. 암울한 공사의 서막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현관에서 왼쪽 대각선으로 향하면 부엌과 화장실에 닿는다. 단열재를 넣고 석고보드로 마감을 한다. 피아노방 바로 옆이고 창문이 나 있는 외부벽이라 그렇다. 추가로 방음을 해야할 필요는 없었다. 열심인 상보몬_지금 이 곳을 내게 소개해준 장본인이자 공사일꾼이다, 통칭 상보'몬'이라 하겠다_과 푸근하게 생긴 50대 형님이 작업중이다. 내가 직접 할 것은 없기도 하거니와 지켜보기만 하면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아주 잠시 들러 뜨거운 캔커피를 함께 마시는 정도로 며칠을 보냈다. 곧 있으면 설날이니 설 전까지 기본 설비(벽면과 수도 전기, 화장실 배관)만 마치면 설 이후로 4일정도 공사를 하면 3월 1일에는 입주를 할 수 있을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의 유선생님_공사를 도맡아 지휘하는 우리엄마랑 동갑인 아주머니를 말한다_과 근처 오리고기 집에서 최양과 상보몬과 함께 약속을 하고 예산을 짰다. 화창하게 갤 3월을 기대하며 모두가 환히 웃고 그랬었다. 그 때엔, 






부엌으로 나가는 쪽의 끝에는 화장실이 위치한다. 판넬을 대고 시멘트를 바르고 한창 말리는 와중에 김형_우리 삼촌과 비슷한 연배인 그는 아저씨보다 형의 호칭을 선호했다_이 말했다. "난생 처음 타일을 발라보겠네" 뭔가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달까, 먹구륾이 몰려오는 소리가 있다면 그런 소리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긴데, 여기 일하는 세 명(유선생님, 김형, 상보몬)의 조합은 굉장히 독특했다. 사실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라 당시엔 한명 한명이 이야기하는 것과 일하는 것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집 주인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의 어려움, 누가 이 일을 도맡아 효율적인 시간을 쓰며 진행상황을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 아마 이 때즈음 이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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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고 하지는 않는가?'


편곡된 곡에 삽입되는 악기의 종류도 많고 녹음에 필요한 마이크도 많고, 

결국에 곡을 구성하는 각각의 테이크도 점점 많아지게 되어서 녹음된 파일들을 정리하다보면

이 많은 것들이 과연 필요하기는 할까, 딱 필요한 것만 골라서 사용하면 좋겠지만 

언제나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생기기 마련이어서 쉽게 어느것이 좋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편곡이라고 함은 곡의 특징을 살리고 가급적 가장 단순한 방법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 내 의도였는데 말이다. 


고집이 세다는 것과 유연하다는 것이 녹음 중에 적절하게 분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좋다. 

알맞은 공간, 적절한 마이크의 세팅,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새어나오는 소리를 분별하는 귀. 

나는 귀를 통해 나의 오랜 고집의 소리를 들어야하고 머리를 통해 훗날 그것의 유연한 소리에까지 미쳐야한다. 

상상력을 통해 나중의 소리에 도달해야하는 유연성을 지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저 소리가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집중을 하느라, 나는 매번 즐거움을 잊고. 

연주의 즐거움을 음악함의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1월 30일, 앙상블과 프루겔혼 녹음. 

곡을 구상할 때 고집을 했던 소리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 <Animation>, <언제나 봄>

나는 꼭 이런 사운드를 원해, 하는 생각을. 고집을, 꺾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Violin 조영은, 이수연  Viola 조윤주  Cello 서성은  Flugelhorn 송형진


음반을 이렇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라이브가 걱정이 되는 시점이다. 하아, 

좋은 가수는 좋은 연주자는 결국에, 무조건, 라이브다. 살아있어야 한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 이 인트로가 정말 좋다. 




 1월 31일, 합창녹음 & 피아노 녹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이 날 녹음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혼자서도 잘 쳐 기타교습소]를 운영한 지 근 5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 동안 나와 동락한 여러 교습생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봄>, 지난 해 결혼식에서 울려퍼진 축가를 앨범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수업시간을 쪼개 각자 연습을 해서 모두가 한 자리에서 불러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음에도

아주 훌륭히, 순간을 담아주셔서 다시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강은혜, 김정선, 황진경, 정유정, 이나경, 이형주, 우혜원, 신서연, 류조은, 엄윤희, 김승연

한선이, 이지연, 안지혜, 황진욱, 김현준, 한승완, 오지혁, 이정태, 권순한, 김태오, 김형준, 조정욱

이상 23명과 안타깝게 참여하지 못한 열 명의 교습생에게도. 




 

 piano 최새롬


Seine의 [Woods]앨범을 작업하고 공연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새롬씨에게 피아노를 부탁했다. 

<일각여삼추>, <고스트댄스> 

피아노 소리에는 많은 색이 담겨 있어서 처음 녹음을 받을 때부터 의도된 소리에 집중을 요한다. 

코드톤보다는 음압위주의 연주가 나는 좋아서, 그렇게 부탁을 드렸고. 

복잡한 연주보다는 정갈한 연주가 나는 좋아서, 그렇게 부탁을 드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을 혹은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그저 자신이 이해하고 느낀 대로 연주를 부탁했다. 


이제 내가 해야 하는 일들만 남았다. 

그 동안 받은 소리들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 것인지. 

녹음 중간중간 써놓은 메모들을 합쳐 읽어보고 있다. 


보컬을 제외한 곡의 요소들이 이제 다 녹음이 되었다. 

2월이다, 건조한 날씨 덕에 어젯밤엔 가습기를 두개나 켜고 잠들었다. 

1년에 몇 번 찾아오는 '노래를 잘 부르게 되는 날'을 만들어보기 위해, 

오늘부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연습보다는 환경을 잘 만들어놓아야 한다. 

내게는 그것이 좀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p.s 이음사운드 이정면 대표님과 정새롬 엔지니어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말로는 다 못하는 마음씀씀이, 우리가 함께 나눈 최소한의 이야기, 

앨범으로 전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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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기며 녹음일정을 잡았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2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1월 18일에 두번째 녹음을 시도해보았다. 

포크넘버의 곡들 위주에 관현악 편곡을 더했고 

개중에 몇몇은 밴드편곡을 해보았다. 

이번 녹음은 밴드곡을 위한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피아노 라이브녹음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이 모두가 동시녹음이었다는 것, 

한 프로(3시간 30분)에 다섯곡을 각각 파트별로 녹음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아껴야하고 그러려면 동시녹음 밖에 방법이 없었지만

꼭 그래서라기 보다 앞서 말했던 '호흡'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이전에 싱글로 발매를 했던 <집으로 가는 길>에 드럼과 베이스를 재녹음하고

덧붙여 피아노 멜로디를 입혔다. 프로그램에 내장된 드럼과 피아노 소리를 사용한 지난번과는 달리, 

일부러 공간의 효과를 주는 부자연스러움을 덜어내고자 한 것이 이번 녹음의 주된 목적이다. 

Rock적인 시원한 드럼소리가 아닌 공간의 활용을 통한 뭉툭한 드럼소리가 필요했기에

각각의 통에 마이크를 대는 것이 아니라 드럼의 정면과 후면에 마이크를 대고 그 사운드를 믹스해보기로 했다. 


첫 녹음인 곡들도 많다. 그 동안 몇번의 합주를 통해 완성된, 

그리고 앨범의 타이틀이 될 노래도 있다. <Animation), <있는 반찬에만 먹어도>   

집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오랜 시간을 두고 이런 저런 사운드의 활용방안을 연구하지만

녹음실에 오면 일단은 녹음을 먼저하게 된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보니. 

합주때의 느낌을 살려 5번 안에 각각 트랙을 동시에 녹음을 하고 박자가 나간 부분이나

연주가 틀린 것은 부분적으로 덧입혀 나가는 방법을 썼다. 


"모든 테이크(녹음을 한 파일) 중에 가장 잘 된(느낌이 좋은) 것은 매번 녹음의 첫 테이크다."


이것은 여태껏 집에서 작업실에서 녹음실에서 얻은 하나의 '결론'이다. 

하지만 나는, 혹은 그 누구는 이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각오에 첫 테이크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좀 아쉽다. 첫 테이크를 살렸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집에 오는 내내 생각했다. 


<언제나 봄>의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넣었다. 드럼도 아주 살짝 효과를 삽입해 녹음을 진행했다. 

'퐁~퐁~'거리는 콘트라베이스의 소리가 좋다,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채로 놓아두어도 좋을 만큼 좋다. 


<운명>이란 곡은 언제나 꿈꿔왔던 노래이며 사운드다. 

밴드시절 흠모했던 Ben Folds Five 의 사운드를 내보고 싶었던 터라 그랬다. 

드럼과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이렇게 세가지 소리를 동시에 연주해 나갔다. 

클릭(박자)은 꺼놓은 채로 피아노에 이끌려, 때로는 드럼에 맞춰 어긋나는 소리들 모두를. 

피아노 페달 밟는 소리도, 베이스 연주자의 콧김과 드럼의 훅훅대는 손동작의 소리까지도. 

모두 넣어보고 싶었다, 정말 많이 틀렸고 박자도 왔다갔다 했지만. 


2015년 1월 18일 오후 5시에 녹음한 이 소리들은 한없이 소중하다. 

녹음은 그런 것 같다, 시간을 찍어서 기록하는 사진과도 같은 것. 

눈으로 볼 수 없는 귀로만 간직하는 사진. 





 운명을 연주한다 연주곡은 아니다 귀로만 서로를 듣는다 사실은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돌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


20150118 이음사운드 밴드녹음 완료, 

<집으로 가는 길>, <Animation>, <있는 반찬에만 먹어도>, <언제나 봄>,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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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곡이란 무엇인가, 로 시작하지 않고 

편곡이란 무엇일까, 로 시작하게 된 것은 

나도 여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용어로 정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곡을 하고 있는 나를 볼 때는, 또한 그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데에는

나름 내 표현에도 적절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편곡

특정 악곡을 다른 형식으로 바꾸어 꾸미거나 다른 악기를 쓰게 하여 

연주 효과를 다르게 하는 일이나 그 노래를 가리킨다.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고 한다, 나도 방금_처음_찾아보았다. 

그렇다, 다른 형식 / 다른 악기를 사용하여 곡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다른 형식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다른 악기를 사용하기까지 어떤 음악적 감흥이 있어야 할까. 

'음악적 감흥'이라고 한 것은 '상상력'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상상력이라고 한 것은 

'없음'에서 '있음'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있음'을 알고 기억하고 다른 곳에 그 '있음'을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쉽게 말해 드럼과 같은 타악기의 '있음'을 내 노래에도 있게 하는 것,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의 '있음'을 내 노래 어딘가에 살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 악기의 '있음'이 왜 있어야 하는지, 존재하는 소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악기의 음색을 이해했다면 선율을 짜본다_나는 그렇지 못했다_주변인들 중에 현악 전공자들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주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의 경우엔 프로그램 내장 악기를 이용해서 들어보았다. 

실제 소리와는 아주 다르기도 하거니와 모든 음역대에 대해 가능하다고 여긴 탓에 내가 만든 선율은

실제 악기 소리의 영역대를 훨씬 넘어서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음'을 집어 넣기도 했다.

저번 현악 녹음 때 그런 부분들이 드러나 아주 살짝 부끄럽기는 했으나, 그나마 알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언제나 봄>이란 노래를 현악 4중주로 편곡을 한 실제 악보다, 포크넘버로 곡을 만들었지만 현악과 트럼본을 삽입해

곡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일단 악기에 관한 편곡을 마쳤다. 

혼자하는 일에는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놓아두지 않고 질문과 행동을 통해.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악기 편곡'에 대한 것은 일단 이것으로 마친다.  





작자의 의도가 잘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션 연주자를 쓰는 것은 숙련이 '잘' 된 경험을 토대로 부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이 꼭 내 경험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 


합주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사실 이번 앨범녹음을 진행하면서_아직 절반밖에 못했지만_ 많은 합주를 해본 것이 아니기에, 

녹음에 앞서 설렘보다 두려움이 많았다. 잘하는 연주보다는 호흡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니까, 

그래서 두번째, 편곡이라고 하는 것은 호흡_리듬_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앞서 특정 악곡을 다른 형식으로 바꾸어 꾸민다고 하는 것은 이와 관련이 깊다. 

좋은 연주자는, 자신이 하는 연주보다 다른 연주에 더 집중을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국에 '쉬는' 연주를 더 잘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좋은 연주자는 아니다, 음악에 욕심이 많은 나머지 자꾸 손이 가는 것을 어찌하지 못하겠다. 

한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로 '합주'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리듬보다 호흡, 

아주 잘 연주된 개개인의 결과물보다 호흡이 맞아 떨어진 어느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리듬편곡의 주된 목적이다. 호흡만 맞는다면 다른 형식으로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악기편곡과 리듬편곡, 

그리고 또 한가지가 더 있다면 코드편곡인데 이 부분은 작곡을 할 때에 이미 붙여둔 이름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내 상황_마음_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원곡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상황이 곡 하나에 스며들어 결국, 나는 노래가 아닌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선율_이것은 보컬의 멜로디를 뜻한다_로 노래하기 전에 나는 어떤 상황에서 노래를 하고 싶은가, 

비가 오는 거리나, 꽃이 만개한 언덕이나, 단 둘이 있는 한적한 공원의 밤인가 하는 것. 

그런 상황들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편곡의 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지만 담을 수 없다고 노래에만 집중하는 것에는 별 재미를 못 느끼는 듯, 

밴드 앨범과는 달리 곡 마다의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또한 그 마음을 연주를 통해 기록하는 것에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편곡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나의 그 때 기분이란 무엇이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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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작업은 이제 마쳤고, 편곡_스트링 선율을 짜는 것과 악기를 배치하는 것, 리듬의 재구성_작업이 남았지만. 

그 동안 틈틈히 작업해서 발매한 싱글(일곱번째 방 프로젝트)은 딱히 다시 녹음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어쿠스틱 악기를 제외한 가상악기들만 다시 '싱싱한' 악기로 녹음을 하기로 했다.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여 녹음할 당시를 생생하게 남겨두고자 하는 것이 이 일지의 의의이며, 

혹여 다른 뮤지션들과 서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하여 남기는 것도 있다. 

수록곡의 넘버를 구성하는 일은 아마도 마스터링이 끝난 이후가 되겠지마는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Yunje 정규 1집 <지금까지 지내온 것>


앨범제작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비용의 구체적인 명시, 라고 아내가 말했다. 

아,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생각' 혹은 '물음' 이었다. 

이것을 제작해서 결국에 남긴다고 하는 것이 나에게 우리에게 어떤 것이 좋을까, 였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우리(제작에 참여한 모든 분들)가 하자는 대로. 

무엇을 어떻게 할까, 조언을 구하기 전에 

나는 왜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누리고 싶은 것은 무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결국에, 방법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보다 의미를 알고 의의를 두고 의지를 발해야 

쉬운 일일지라도 값진 것이 된다, 고 여겼다.

그 값진 일에 들어갈 돈이 값어치 있으려면, 


값진 일. 

다른 말로 의미 있는 행위, 귀를 즐겁게 하고 눈을 다스리고 마음을 위로하는 일에 의의를 둔다. 

한 사람의 먹고 마시고 나눈 과거의 흔적을 엿듣는 사람의 마음에 또 무엇이 작용하게 될 지 모를 일이지만, 

그것이 과연 나쁜 일이겠는가. 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랬던 것을 다시금 꺼내놓는. 

기억을 발견하는 일로 그 생을 다하면 좋겠다. 나의 노래가, 




제작비용의 절감을 위해서 가능한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은 후암동 작업실에서 이루어지지만

드럼과 스트링 등 공간의 수음이 필요한 것들은 녹음실에서 따로 소스만 받기로 했다. 

14년 11월 29일 저녁, 스트링 녹음을 그 첫번째로 하여 앨범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오케스트라를 접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각 악기마다의 음역대와 음색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으나

일단은 악보를 만들고 그저 내 입술에서 나오는 그것들로만 수놓아 나갔다. 

연주자들에게 이런 저런 핀잔(?)을 듣기에 당연한 것이었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에. 



<양재동 E-um Sound>  


첫 트랙은 [일각여삼추] 
현악 4중주로 결국 8년만에 머릿속에 구현해 오던 사운드를 실현해보았다. 
나는 그저 좋아서 잘못 연주된 것과 느낌의 강약을 구분하지 못하고 듣고만 있었던 1시간여, 
연주자들의 표정을 보고만 있어도 충분히 음악적이었던 그 시간이 지금도 나는 좋더라. 

두번째 트랙 [집으로 가는 길] 
기존에 발매했던 음원에 스트링을 더 얹어보았다. 후렴부분의 멜로디를 추가하였고 리듬도 조금 더 복잡하게 갔다. 
드럼과 피아노 또한 추가 녹음을 해야하는 상태로 일단 편곡된 부분만 녹음해 보았다. 



<뭐랄까 집처럼 편하고 벽면의 색이 좋았던 녹음실, 앞으로 세번은 더 와야 한다>



세번째 트랙 [고양이, 청]

바이올린의 선율이 예쁘단 칭찬을 들었다. 사실 이것은 청이가 내게 준 선물이나 다름없는,

이것은 바이올린만 녹음해서 다시 믹스만 하면 되겠다 싶은 곡이다. 나름 템포가 있지만 그마저도 읊조린 것이라 

마스터까지 다 하게되면 그 후가 궁금한 곡이다. 



<첼로를 듣다가 눈물이 났다>



네번째 트랙 [외갓집, 동화의 씨앗]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노래는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첼로를 너무 잘 연주해주셔서 감사하단 인사를 전했다. 

이것 또한 첼로녹음만 마치면 되는 곡. 



4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연주자들은 몇 번만 더 하면 더 좋은 연주가 나올 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나를 달랬지만 충분히 좋았다. 좋은 경험이었고 더 배워야 하는 부분이 드러나 부끄러움도, 약간. 

이렇게 첫번째 녹음, 스트링 녹음을 마쳤다. 새롭게 만들어진 노래는 지금 이만큼의 과정보다 더한 

노력으로 선율을 만들고 녹음에 들어가야지, 합주 또한 쉬운 일이 아니므로. 


12월 중순 께, 아니면 내년으로 넘어갈수도 있겠다. 두 번째 녹음,

11월 29일에 담은 오늘의 선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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