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도시에서 가장 멋진 이름은 나일껄
'맑고 깊은' 빛을 내는 고양이라 하지
아마 내가 이룰 수 있는 꿈 같은 건 없을껄
다만 네 숨소리를 듣고 너의 꿈을 엿보고
그렇게 산다지
너는 가난한 어부와 결혼을 해도 좋아
내가 입을 벌리면 물고기 열매를 따다 줘 (그럴 수 있다면)
나는 너희의 말없는 허수아비가 되어
거기 날아든 괴로움의 새를 멀리, 쫓아내 줄 수도 있지
이 세상 모든 것이 깊게 잠들고
달빛 머문 창가로 가면
밤 하늘 은하수 길에 조각배 하나 띄우고
바람을 기다려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녹슨 바다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몰라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잠든 널 데리고 갈까 있을지도 몰라
크래미 섬
나와는 별개로 살아가는 이웃집 여자
쯤으로만 생각하려 했지, 그러나
너의 눈에선 늘 초록별이 빛났다
소원을 빌기 위한 별 하나가 문득
반짝이고 있었지
언젠가 우리가 이별할 때가 오면
우리들 사이에 내리는 비로
아름다웠다던 너의 푸른 저물녘
젖지 않게. 소원을 빌었지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녹슨 바다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몰라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잠든 널 데리고 갈까 있을지도 몰라
크래미 섬
화자는 고양이 청(1절)과 나(2절)이다.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있지만,
만남과 헤어짐을 위시로 줄곧 상상해 보았다. 그 이름에 대한 내용은 '맑고 깊은'으로 해석해보았고,
본문에 등장하는 '너'는 곧 자기를 키워낸 '언니'다. 언니가 잠을 자면 늘 머리맡에서 시간을 보내는 녀석의 행동에
나는 늘 감복을 한다. 내게 그것은 언니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하는 녀석의 헤아림으로 읽힌다.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가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녀석에게 언니의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는 중에
나는 상상으로만 어부가 되어보기로 했다. 녀석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물고기' 뿐이라 생각했다.
전에도 썼듯이 나는 애초에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애정, 아니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곧 녀석의 눈빛과 날렵한 외모, 고운 성격에 매료되어 이제는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어느정도 애착을 보인다.
그것은 내게 좋은 일이었고 꾸준한 변화였다. 얼마 전에 녀석이 아파 함께 고생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줄곧 녀석과의 헤어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슬플 일이겠지만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여름 바람 시원한 날, 겨울 햇볕 따뜻한 날처럼 그처럼 우리도 좋았던 것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녀석의 눈을 보고 말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같이 있어준다면 좋겠다.
언젠가 우리가 상상을 했을 적에, 혹은 꿈에서 보았던 장면을 얘기했다.
우리가 만든 배에 녀석을 태우고 노를 저어 당도한 곳은 크래미 섬이었다.
머리속으로 그려진 그 그림이 잊혀지지 않아 썼다.
'보일락 말락' 은 사전적 의미로 '보이지 않았다' 는 뜻이지만,
가보고 싶은 마음의 증거로 남아있다. 그렇게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느 것 하나 이룰 꿈이 없는 고양이라지만 보여주고 싶었다.
먹여주고 놀아주고 해서 나도 너도 즐겁게 살아보고 싶었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끌었다만, 시간을 끈 만큼 좋은 곡으로 태어나길 바래본다.
단번에 느낌으로 적어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단 한줄을 적어도 역사로 간직하고 싶었다. 오랜동안 지내보고 관찰하고 생각해보고 상상해보고,
이젠 고양이만 보면 녀석이 무슨 생각일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5개월을 단 몇줄을 끄적이려고 보냈다.
그냥 고양이로만 대해줄 것을 기대하는 고양이에게 너무 많은 감정을 입히고 소모적인 일을 했나 싶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애묘인들이 혹은 그 반대의 인간들이 살아있는 많은 생명들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좋겠다.
그런 심정으로 조만간에 나누게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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