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적에 선원이었던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항해의 고통은 세찬 바람도 거센 파도도 아니란다.

밤을 지나 아침이 되면 보이는 수평선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늘 같은 방향에서 오는 적막함과 무료함이라고,





한 달의 항해와 같은 일정은 끝이 났다.

저 혼자 끝이라고 해봤자 아직 시작도 아니 된 일을,

마음에서 벗어버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을 맞는 왼편의 작은 창문과

오리털이 보송보송 빠지는 겨울이불은

같은 방향에서 오는 뻔한 수평선일 게다.

그것도 모자라 편의점에서 산 1850원짜리 커피믹스를 하나 꺼내놓고

주전자에 불을 올리면 여튼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셈이 된다.

머리에 새가 날아들 리는 없지만 새집을 지어놓고,

밤새 재워놓은 컴퓨터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오늘은 이만큼 가봐야지, 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휘청하는 사이 시간은 또 저만큼 간다.

덕분에 생각할 겨를이 몰라보게 줄었다.

그럼에 기억에도 없는 어제의 일을 떠올릴 일이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기계처럼 오늘의 일을 save 버튼 하나로 어제의 일에 덮어씌운다.

 


얼만큼 왔을까,

아직도 보이는 수평선은 무료하기 짝이없다.

언젠가 갑자기, 툭 하고 내 눈앞에 나타날 것이겠지.

매일 처럼 하는 일은 즐거움보다 무료함이 더 앞선다.

그 무료함이 정신을 갉아먹고 귀까지 갉아먹고 있었다.

그래도, 육지가 보이는 데에까지는 노를 저어야 겠지, 하며

열심히 시간을 달린다.

 

언짢은 내용이긴 하지만, 두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다.

녹음을 할 때에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것이 관객일 수도 있고 마음 속 그리는 그대일수도 있고 마음 불편한 상대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의 만족으로만 하려고 하다 보니, 제 풀에 지쳐 나가 떨어진다.

나는 늘 나에게 공연을 하고 있다. 그것은 참 고된 일이다.

혼잣말도 늘었고 지랄발광을 하는 몸짓이 생겨버렸다.

무료함에서 오는 짓이다.

공기, 그것은 때때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악기를 녹음할 때와는 달리 노래를 할 때는 입 안의 공기를 불어넣는 최소한의 시간을 가진 다음

임하는 게 좋다. 그리고 처음 노래할 때의 생소한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글은 구체적인 방법이라기 보다

습관적인 마음가짐과 몸의 습성에 관한 이야기다.

육지가 보인다, 이제 저 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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