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왈츠,

바람소리가 매서운 4월,

그리고 묵묵히 또 한장의 앨범을 낸다.

 

1. 일각여삼추(Original Ver.)

2. 외갓집, 동화의 씨앗

3. 일각여삼추(Guitar Ver.)

 

Produced by Yunje

All songs written & arranged by Yunje

Photographed by Clauida

Designed by 최현주

A. guitar & C. guitar Yunje

Piano 최희영

Violin K

Cello 김다예

Accordion 이혜준

 

2013. 4. 15.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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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를

설득하기 위해 써놓은 손편지다.

내게 노래는 그랬고, 그래져간다.

 

어느덧 바람이 잔잔해 지고 구름이 걷히자

멀리 육지가 보인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게 맞는

그보다는 내가 온 물길을 뒤돌아보게 된다.

 

흔적이 없다,

어디서부터 왔는지도 찾기 힘들게

모든 것이 지워져 버렸다.

훤히 보이는 파랑과 파랑 사이의 희미한 선은

내게 늘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다시금 그 동안 써놓은 손편지를 꺼내 읽어보았다.

무슨 감정으로 썼나, 까맣다.

지워진 물길처럼 완연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사실 육지가 보이면서 즐거웠던 건 맞다.

육지에 내려 시원한 물을 마시고도 코에 흙을 가져다 대도

내가 썼던 그 편지의 감정을 되살려보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다.

다만 삐뚤빼뚤한 글씨의 흔적은 남아있었고,

 

그러니 나는 또 배를 탄다.

기나긴 항해

그 뿐이다.

 

 

 

 

 

잃어버리면 잊어버리고 싶은

잃어버린 갖은 흔적들을 듣기 위해

무료하고 힘들어도 물 위에 있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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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에 선원이었던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항해의 고통은 세찬 바람도 거센 파도도 아니란다.

밤을 지나 아침이 되면 보이는 수평선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늘 같은 방향에서 오는 적막함과 무료함이라고,





한 달의 항해와 같은 일정은 끝이 났다.

저 혼자 끝이라고 해봤자 아직 시작도 아니 된 일을,

마음에서 벗어버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을 맞는 왼편의 작은 창문과

오리털이 보송보송 빠지는 겨울이불은

같은 방향에서 오는 뻔한 수평선일 게다.

그것도 모자라 편의점에서 산 1850원짜리 커피믹스를 하나 꺼내놓고

주전자에 불을 올리면 여튼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셈이 된다.

머리에 새가 날아들 리는 없지만 새집을 지어놓고,

밤새 재워놓은 컴퓨터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오늘은 이만큼 가봐야지, 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휘청하는 사이 시간은 또 저만큼 간다.

덕분에 생각할 겨를이 몰라보게 줄었다.

그럼에 기억에도 없는 어제의 일을 떠올릴 일이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기계처럼 오늘의 일을 save 버튼 하나로 어제의 일에 덮어씌운다.

 


얼만큼 왔을까,

아직도 보이는 수평선은 무료하기 짝이없다.

언젠가 갑자기, 툭 하고 내 눈앞에 나타날 것이겠지.

매일 처럼 하는 일은 즐거움보다 무료함이 더 앞선다.

그 무료함이 정신을 갉아먹고 귀까지 갉아먹고 있었다.

그래도, 육지가 보이는 데에까지는 노를 저어야 겠지, 하며

열심히 시간을 달린다.

 

언짢은 내용이긴 하지만, 두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다.

녹음을 할 때에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것이 관객일 수도 있고 마음 속 그리는 그대일수도 있고 마음 불편한 상대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의 만족으로만 하려고 하다 보니, 제 풀에 지쳐 나가 떨어진다.

나는 늘 나에게 공연을 하고 있다. 그것은 참 고된 일이다.

혼잣말도 늘었고 지랄발광을 하는 몸짓이 생겨버렸다.

무료함에서 오는 짓이다.

공기, 그것은 때때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악기를 녹음할 때와는 달리 노래를 할 때는 입 안의 공기를 불어넣는 최소한의 시간을 가진 다음

임하는 게 좋다. 그리고 처음 노래할 때의 생소한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글은 구체적인 방법이라기 보다

습관적인 마음가짐과 몸의 습성에 관한 이야기다.

육지가 보인다, 이제 저 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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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이제야 나온단다, 

이 노래를 7년만에 불러본단다, 

몇 번의 이사와 잦은 장비의 교체에도 불구,

7년 전 음원은 어느 틈에서도 살아남았다. 



원곡의 중요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 노래를 참 좋아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 날 아침, 그녀의 핸드폰 모닝콜 음악이었다. 

헛헛하게 웃으며 베란다에서 그녀와 입맞춤 하던 게 생각이 난다. 

그것이 그녀와 세번째 키스였단다. 


7년 전, 먼 독일 땅에서 전화가 왔다.

7년 전보다 더 먼 곳으로 가야 한다, 그 사람은 그 보다 오래된 사람이니까. 

다니던 교회의 세살 많은 형으로, 기타리스트 손무현을 닮았다. 

그보다 나는 그의 기도가 좋았다. 토요일 저녁 손수 써놓은 편지같은 것을 들고

주일 아침 퉁퉁 부은 얼굴로 대표기도하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보다 나는 그의 기도내용이 좋았다. 절차를 밟아가며 하는 기도와는 달리, 

그는 매번 자신의 솔직함을 담아 주일학교 부장선생님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의 기도내용이 나는 참 좋았다. 전도사님의 말씀보다 그게 더 좋았다. 


그 형의 전화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한국 땅에 있다고. 

그래서 그녀의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네가 음악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 물었다. 

나는 어떤 의미로 "yes"라고 답했을까, 할 수 있다기 보다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일각삼추, 혹은 일각여삼추


이렇게 제목을 정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네 생각대로 해보길 바라고 부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길로 나는 광주에 있는 계림동 연습실을 새벽마다 찾았다. 

몇 번의 가사를 썼다 지우고, 책을 봤다가 그림을 그렸다가, 영화를 봤다가. 

나는 딱 한 줄 그것만 썼다. 


'잘 있어요, 나의 사랑'


나의 경우 곡을 쓸 때, 주로 한 구절을 만들고 거기에다 소극적으로 가져다 붙인다. 

사실, 다른 부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향해 달려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내가 쓰는 곡조의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다. 2주일이 지났을 무렵, 

이 노래를 부르기까지 되었다. 피아노를 시작할 때라 페달을 밟고 뗄 줄도 몰랐다. 

완성이라기 보다, 그 때엔 이렇게 만족. 했었다. 


시디로 굽고, 포장을 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4시간을 달려, 

10분정도 기다렸다 전해주고, 다시 광주행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메일로 보내줘도 된다고 하였지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엔터하나로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삐뚤빼뚤한 옛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나, 사뭇. 

그 느낌의 때가 좋아 원곡은 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원곡의 순간은 시절이 지나면 잊혀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아련한 순간이자, 가장 황홀했던 순간이다. 


지금은 또 지금의 상대를 찾아 노래는 날개를 달아야 하겠고,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중, 

<두번째 방>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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