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정말 비가 오기 전부터.

비가 멎은 방금 전까지.

한번도 눈을 감지 않은 채로.

밖을 내다보고 또는 안을 내다본다.


비가 내리면 반드시 비가 멎고 해가 비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누구도 의심의 여지 없이, 당연히 비가 멈추면 해가 비출 것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지금처럼 지독한 어둠에서 불빛을 바라볼때면.

자고 일어나 한움큼의 햇살이 내 볼을 만지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지금 내가 온통 미움과 회한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반드시 사랑과 행복의 마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지난 마음이 되버릴까봐 진한 마음으로 쓴다.


난 젊지 않아 이젠 밤을 새우지 못한다는 말을 어제 친구들에게 했지만.

그것은 벌써 지난 마음이 되어버렸다.

때론 사랑의 약속이 지난 마음이 되어버릴까 두렵기도 하지만.

지난 마음에 또 다른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써줄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에 씻긴다. 흘러가는 빗물을 향해 떠다민다.

그것이 시내가 되어 흘러가 강이되고 바다가 될 줄은.

혹은 다시 비가 되어 내릴 줄은.

이미 쏘아진 화살처럼 내 힘에 부친 일이겠어서.

맡겨둔다.


밤이 되어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알아볼 수 없을 때라야.

내 마음이 조금은 밝아진다.  

그렇게 아침을 맞이하기 전에.

조금은 쓸쓸한 이야기를 하나 꺼내본다.

이제는 밝아질 하늘을 향해.

조금씩 고개를 숙여야지 하며.


혼자, 조금은 쓸쓸한 기분에 비를 바라보다가.

나까지 속이지는 말아야지. 하는 마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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