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건 너무 덥다. 

매 해마다 더위와 추위는 기록을 갈아치우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세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사실 가장 시간을 들인 것은 '구상'이었다. 

구성에 대한 구상도 있거니와 느낌에 대한 구상이 거의 대부분이다. 


계절에 대한 특정한 지시는 없지만서도 바램은, 

여름밤의 서늘함이 간간히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옅은 바람 한 줄기 이마에 땀을 스치듯이 닦아준다면,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을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툴툴거리는 느낌의 정박자 보다는 어깨가 들쑥날쑥하는 편을 택했다.


사실 곡의 인트로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노래의 주 멜로디 외에 코드의 움직임만으로 내가 흥얼거릴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만든 노래지만 나 또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니까, 

이건 상당히 중요한 내용인데 뛰어난 음악성은 순발력에서 나온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내 경우에 오래된 습관으로 안정감 있게 노래에 옷을 입히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에 자칫 뻔한 느낌으로 치우칠 수 있겠지만, 일단 꼭꼭 씹어서 맛을 음미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므로,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거나 코드와 코드 사이에 다리를 놓거나 하는 것은 이번 작업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하나의 소리를 얼마나 더 오래, 깊이 가져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 


노래에 온도가 있다면, 

아마 이런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담아내는 것에 붙여질 이름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은근한 음성으로 뱉어내는 행위가. 

더 어렵고 더 '열'이 나는 일이라고 여기며  36.5도에 맞춰 노래에 숨을 불어넣었다. 

상당히 더운 온도지만 그 온도로 사람들은 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노래 또한 그 온도를 닮아 닿아도 차갑거나 뜨겁거나 하지 않을, 그런 것으로. 


바이올린은 좋은 악기다. 

베토벤은 기타가 작은 오케스트라다 라고 하였지. 

첼로 또한 좋은 악기임에 틀림없다, 일단 현을 튕기거나 비벼 내는 소리는 참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길을 내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표였음에. 

알고 지내는 연주자에게 부탁을 했다, 흔쾌히 스무번의 연주를 보내주었고. 

그 연주를 듣고 노래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데드라인 한 시간 전에야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걸 지울 수가 없어서, 

익숙해진 멜로디에 다른 멜로디를 섞어 피아노 연주를 넣어봤다. 

연습할 시간도 수정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넣어보냈다. 

녹음은 그렇게, 6월 10일 오전을 마지막으로 담았다

뜨거운 작업실의 온도와 나의 온도와 여름밤 집으로 향하는 온도가 알맞게 잘 섞이길,

기도할 뿐. 이제 내 손에서 멀어진 노래는 누군가의 귀를 틈타 저녁으로 가겠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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