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보이는 친구라기 보다, 

음악의 앞뒤 사정을 알고 싶어하는 친구라서. 

며칠 전 그런 부탁을 했다. 


곡의 코드를 한번 따 볼래요? 


그런 건 전문가가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죠, 전문가는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늘 하고 있는 사람이란 것이니까, 정선씨도 늘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신, key에 맞춰서 정확하게 코드네임을 따서 악보에 적어오는 게 아니라

이 곡이 어느 길을 무슨 걸음으로 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이야기에요. 


어렵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피아노도 칠 줄 알고 코드도 어느 정도 읽을 줄 아는지라 부탁하는 겁니다. 

곡의 처음과 끝을 한 번에 듣고 머리속에 그려요, 그래도 안 그려지면 몇 번이고 더 들어요. 

그리고 시작을 적어요, 그리고 내가 얘기한 다이어토닉을 써 놓은 상태에서 골라요. 

대신 어느 부분이 잘 들리지 않거나 한다고 해서 그 부분만 듣는 건 안돼요, 

처음부터 들어야 해요. 막히는 길을 계속 붙잡고 있으면 목적지와는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되요. 

다시 처음부터 또박또박 걸어가야해요, 몇 번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중까지 가세요. 

그러면 익숙해진 길이니 옆에 고양이도 보이고 꽃도 보이고 그렇게 되요, 주변을 보게 되지요.  

막히는 길은 돌아가세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익숙함을 코드로 풀어보고 그 느낌을 되새기세요. 


동영상을 봐도 되고 악보를 다운받아 봐도 되는 일이지만, 

걷는 길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다. 

누구나 지금까지 내가 알려준 방법을 제대로 해온 친구는 없었다, 

정선씨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게 나의 부탁을 다소곳하게 들어주었다. 


이소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의 연주를 보니

악보나 동영상의 도움을 받았겠거니 생각이 들어

그렇게 부탁을 했다. 지금 보는 동영상이 앞선 얘기한 그런 방법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이 동영상 때문에 내가, 그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이 되었다. 


혼자서도 잘 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었고, 

그것보다 혼자 만족해도 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도 된다, 고 말해주고 싶은 거였다. 


결국에 정선씨가 노래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근래에 내가 본 몇 번의 공연보다 더 좋은 공연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좋은 목소리를 만났다. 눈 앞에서, 

그걸로 되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_ 김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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