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보내준 시..


비수아바 심보르스카_첫 눈에 빠진 사랑


그들은 둘 다 확신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정열이 그들을 묶어주었음을.
그런 확실성은 아름답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더욱 아름답다. 

그들은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 것도 없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참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수백만번 서로 스쳐지났을 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묻고자 하니, 
정녕 기억하지 못하는가?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이 마주쳤던 순간을? 
군중 속에서 "미안합니다"라고 웅얼거렸던 소리를?
수화기 속에서 "전화 잘못 거셨는데요"라고 무뚝뚝하게 흘러나오던 말을?
나는 대답을 알고 있으니,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게 되리라. 
우연이 몇 년동안이나 
그들을 희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운명이 되기에는 
아직 준비를 갖추지 못해, 
우연은 그들을 가까이 밀어넣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하였으며, 
그들의 길을 방해하기도 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으며 
한 옆으로 비켜지나갔다. 

그들은 읽지 못했으나, 
징조와 신호는 있었다. 
아마도 삼 년전, 
어쩌면 바로 지난 화요일, 
나뭇잎 하나 파드득거리며 
한 사람의 어깨에서 또 한 사람의 어깨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한 사람이 떨어뜨린 것을 다른 이가 줍기도 하였으니.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유년 시절 덤불 속으로 
사라졌던 공일지도?

문손잡이와 초인종 위
한 사람이 이전에 스쳐갔던 자리를
다른 이가 스쳐가기도 했다.
맡겨놓은 여행가방이 나란히 서 있기도 했다.
어느 날 밤, 어쩌면, 같은 꿈에 들었다
아침이면 어지러이 깨어났을 지도 모른다.

모든 시작은
결국에는, 단지 속편일 뿐.
사건의 책들은
언제나 반쯤 열려 있는 것을.    

'일반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끝녀와 복만이  (0) 2010.11.03
돈까스 쟁이  (0) 2010.10.25
비에 바란다.  (1) 2010.08.07
화자의 피아노  (1) 2010.07.26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건.  (0) 2010.05.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