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보통은 만화영화를 뜻하는 것이지만,  

동사 animate, 영혼과 생기가 없는 것을 영혼과 생기가 있는 상태로 

변화시킨다는 뜻. 즉,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 


7월이 왔다, 즉. 

반년이 갔고, 또 하나의 반 년을 맞았다. 

그 동안 세 장의 앨범, <해빙>과 <일각여삼추>와 <집으로 가는 길>을 발매했다. 

총 여섯 개의 노래를 두어 달 간격으로 발표했다.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잘, 이행해 왔다. 올해의 목표인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그 동안의 노래들은 작년까지 만들어 왔던 '습작'의 재구성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현실과 현실의 상상을 담은 것들이 태어나야 한다. 

네 번째 방, 9월 즈음에 발매될 노래들에 대해 구상하기로 한다. 

역시 노래는 두 개로 <애니메이션>과 <고양이, 청>으로 제목을 정했다. 


노래를 만드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것은 현재 내 상태를 확인하는 일로 시작해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상상하는 일이다. 그래서 즐겁다고 했다. 


사실은 이제부터 즐거워지려고 한다. 

사실은 이제까지 즐거운 고민을 하지 않았다. 

바쁜 일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저냥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생기를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기를 되찾기 위해 타이틀을 정했다. 애니메이션, 

누군가 내게, "너는 언제 네가 살아있음을 느끼나?" 하고 물어본다면. 

목마른 중에 마시는 긴 컵의 물을 마실 때, 컵으로 숨을 쉬는 가운데와 

비오는 날에 들이마시는 숨, 추운 날에 내쉬는 숨 가운데에 있다고 하겠다. 


결국에 '숨'을 느낄 때라 하겠다. 

그러고 보면 물 속에 있을 때가 가장 숨에 대해 절박하겠다, 싶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물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순수한 물의 소중함에 대한 것이고. 

나는 이제부터 물에 잠겨 '숨'의 소중함을 느껴보려고, 가까스로 생각해 낸 것이. 

목욕탕 물 안에 나를 집어넣고 내 몸이 답답한 숨을 내쉬고 있다고 여겨본다. 


나의 가장 절박한 '숨'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본다. 

바이킹을 탔을 때, 바다에 빠졌을 때, 그녀와 헤어졌을 때, 한국시리즈 7차전을 볼때, 

어느 것 하나 기억에서 제외될 만한 것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순수한 '숨'을 쉬었을 때가 언젠지. 

말을 바꾸어 그것의 절박함을 느낄 때라야 가장 순수하게 뱉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서. 


갑작스레, 

내 이름 성종훈이란 석자가 출석부에서 호명되었을 때에. 

그 때의 어색함까지도 내 '숨'을 일깨워주었다고 생각된다. 


나의 생기를 찾기로 해본다. 



'일곱개의 방 Projec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 청  (0) 2013.11.13
Animation - 2  (0) 2013.08.07
세번째 방 - 집으로 가는 길  (0) 2013.06.12
노래의 온도  (0) 2013.06.12
느린 걸음으로  (0) 2013.06.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