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더러워질 데로 더러워진 행주를 빨았다.

뜨거운 물에 넣어 삶고, 락스로 표백을 했다.

이젠 깨끗해지니 쓸만하다 싶어 양손 꼭 모으고 기지개를 켠다.

그러다가 찬장을 정리한다. 새 행주묶음을 발견한다.

잠시, 그렇게 하여 깨끗해진 행주와 새 행주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괜한 고생을 했는가 싶어 과감히 깨끗해진, 그러나 헤진 행주를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새 행주를 빨아 널어놓고 뒤돌아서다, 뭔가 개운하지 않음을 느낀다.

 

개운하지 않다. 그냥 내 욕심에 뭔가 빠진 듯하다.

위생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건. 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손에 쥐어진 것들과

손에 쥐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포함한 욕망이라는 것이 아름다워지길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차디찬 물을 끼얹고 나서 따뜻함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다.

잠깐의 욕망이 내 삶을 엎지르지 않도록, 쓸어담을 수 없는 물과 같은

나와 당신의 삶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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