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위행위


스스로 위안을 삼고자 꾸밈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가급적이면 상대방을 위안의 근거로 삼지 않으려고 하고,

나에게 최면을 걸어 가장 평범해 보이는 일과를 선물하고자 한다. 


나는 꿈을 자주 꾸지만, 애써 기억하려 들지 않고. 

숨가쁜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극하기를 꺼린다. 

평범한 느낌에 진부한 표현을 곁들여 가급적 눈에 띄지 않고, 

시간이 자라남에 평범한 느낌들이 나이 먹기를 바란다.


내가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느끼는 것들이  

옮긴 시간과 장소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질 일들이라면 더 좋겠다. 

아니, 사실 그게 맞는 말이다. 다른 사물을 봐도 나는 같은 생각을 해왔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여행을 다녀온 것은 새로운 사물과 현상의 발견에 가깝기는 해도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거나 없던 마음이 생겨난 것과는 무관하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감정들을 풀어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스스로 위안을 삼고자 꾸밈으로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은. 

더 어렵게 기억해 내서 나이를 꼬박 먹게 하려는 마음에서다. 






# 음악형 인간





음악가, 음악가의 행동, 음악가의 표정, 

음악가, 음악가의. 


창조의 아름다움보다 발견의 아름다움으로 살아내기. 

사랑하는 모습을 담는 사진사의 마음으로 바라보기. 

악기 없이 입술과 표정으로 연주하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돌아보기. 

 

일상처럼 되풀이 되더라도,

일기처럼 매일 기록해두고, 

해 뜨는 아침에 보고, 해 지는 저녁에 보아서. 

다른 의미로 삶을 연재해 나가고, 

행진하고 행진하고. 


그 탓에 무언가 흘러나와. 

사랑으로 툭 떨어지기를.

지금 가까운 세월이 아니어도 언제 한번

당신의 계절에 닿아 열매맺기를. 

소원하는,  


결국,


음악의, 음악형 인간으로 삶을 연재해 보고자 하는 

그런 소망이 한 조각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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