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기억속에서는 그랬다. 

어머니가 오늘 저녁에 만들어준다했던 그 여섯살 때의 '돈까스'를. 

오늘이 있기까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 돈까스는. 

그래서 그 '돈까스 쟁이' 는 말로만, 말로만 행하고 

실제 행동으로는 보여준 적이 없는 그런 사람들을 두고 뜻한다는. 

그럴 듯한 자기만의 언어에.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사실 나의 인연맺기란 그랬다. 

큼지막한 일을 해내는 대단한 사람보다. 

사소한 일이라도 내팽개쳐버리지 않고, 

보다 신중하게 보다 사려깊게 임하는 그런 이들. 

그런 이들에게 자꾸만 마음이 쏠리고 그랬다. 

 

하물며  나의 거울을 닦아보았을 때, 

그것은 굉장히 더럽고 추한 나의 몰골을 확인했을 때, 

곰팡이 냄새를 풍기며 나의 몸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 또한 돈까스 쟁이에 지나지 않았었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나의 인연맺기도 너의 인연맺기도. 

이런 인터넷 바다를 항해하며 누군가의 눈과 입으로 그려진.

수많은 이미지들에 반해 그렇게 지고지순했던가. 

우리는 서로를 알자고 소리를 치지만 

그것은 나좀 보아달라고 하는 말 아니었던가. 

 

왜, 우리는. 각자는. 

자기 옷 벗겨 남의 몸을 덮어주기보다. 

남의 옷 벗겨 즐겨보는 것을 택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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