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가 이제야 나온단다, 

이 노래를 7년만에 불러본단다, 

몇 번의 이사와 잦은 장비의 교체에도 불구,

7년 전 음원은 어느 틈에서도 살아남았다. 



원곡의 중요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 노래를 참 좋아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 날 아침, 그녀의 핸드폰 모닝콜 음악이었다. 

헛헛하게 웃으며 베란다에서 그녀와 입맞춤 하던 게 생각이 난다. 

그것이 그녀와 세번째 키스였단다. 


7년 전, 먼 독일 땅에서 전화가 왔다.

7년 전보다 더 먼 곳으로 가야 한다, 그 사람은 그 보다 오래된 사람이니까. 

다니던 교회의 세살 많은 형으로, 기타리스트 손무현을 닮았다. 

그보다 나는 그의 기도가 좋았다. 토요일 저녁 손수 써놓은 편지같은 것을 들고

주일 아침 퉁퉁 부은 얼굴로 대표기도하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보다 나는 그의 기도내용이 좋았다. 절차를 밟아가며 하는 기도와는 달리, 

그는 매번 자신의 솔직함을 담아 주일학교 부장선생님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의 기도내용이 나는 참 좋았다. 전도사님의 말씀보다 그게 더 좋았다. 


그 형의 전화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한국 땅에 있다고. 

그래서 그녀의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네가 음악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 물었다. 

나는 어떤 의미로 "yes"라고 답했을까, 할 수 있다기 보다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일각삼추, 혹은 일각여삼추


이렇게 제목을 정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네 생각대로 해보길 바라고 부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길로 나는 광주에 있는 계림동 연습실을 새벽마다 찾았다. 

몇 번의 가사를 썼다 지우고, 책을 봤다가 그림을 그렸다가, 영화를 봤다가. 

나는 딱 한 줄 그것만 썼다. 


'잘 있어요, 나의 사랑'


나의 경우 곡을 쓸 때, 주로 한 구절을 만들고 거기에다 소극적으로 가져다 붙인다. 

사실, 다른 부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향해 달려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내가 쓰는 곡조의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다. 2주일이 지났을 무렵, 

이 노래를 부르기까지 되었다. 피아노를 시작할 때라 페달을 밟고 뗄 줄도 몰랐다. 

완성이라기 보다, 그 때엔 이렇게 만족. 했었다. 


시디로 굽고, 포장을 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4시간을 달려, 

10분정도 기다렸다 전해주고, 다시 광주행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메일로 보내줘도 된다고 하였지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엔터하나로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삐뚤빼뚤한 옛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나, 사뭇. 

그 느낌의 때가 좋아 원곡은 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원곡의 순간은 시절이 지나면 잊혀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아련한 순간이자, 가장 황홀했던 순간이다. 


지금은 또 지금의 상대를 찾아 노래는 날개를 달아야 하겠고,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중, 

<두번째 방>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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