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으면야 이렇게 저렇게 귀찮을 필요를 만들지 않겠지. 

집 옆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위층의 소음, 이제 여기에서도 머지 않아 나가게 될 것이고. 


홈 레코딩의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일 테고,

홈 레코딩의 단점은 그 외의 모든 것이 되겠지. 


1년여간을 쉬면서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웠었다. 

첫번째는 어느정도 돈을 모아 어려움 없이 앨범작업을 한다는 것, 

두번째는 그 동안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꼭 베풀어야겠다는 것, 

첫번째도 두번째도 중요한 것은 '의지'이다. 


허나, 


곡을 만들고 연주하면서도 쉽게 '노래를 부른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나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쉬운' 일을 나는 여태 못하고 있었다.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하루 한 날에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은 고작 밥을 지어 세번을 먹는 것. 

그런 하루를 수없이 쪼개거나 보태거나 하여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일년이다. 

보통의 존재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계절이라는 시간의 공간. 

나는 그 공간을 일곱개로 나누어 내 마음 깊숙히 들여다 보길 원한다. 

누구에게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은 쓸데없는 혼잣말이거나 

비밀로 하고픈 기억일수도 있지만 내 '개인적'인 쓸데없는 혼잣말이 

누구를 향하여 쓸데있는 위로의 손이 되준다면 좋겠다. 


예전에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조용필과 김용건. 

각각이 가수와 연기자로 훌륭한 업을 이룬 인물이라는 것은 맞는 말, 

두 사람의 비교되는 분야는 '옷걸이'다. 

입을 옷이 넘쳐나도 입을 줄 모르는 조용필과 

단 몇벌의 옷으로도 훌륭한 모양을 보여주는 김용건을 

엄마는 가지고만 있는 것으로 그 사람을 보여주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용하는가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라고 덧붙였다. 

준비되는 데로 하겠습니다, 아직은 제가 보여줄 것이 없습니다. 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며 겸손한 척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한테도, 

지금 껏 내가 무얼 깨닫고 산 것인지는 손과 발이 알아서 해줄 것을 믿고. 

점차 내 익숙한 마음을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일을 해야할 때라는 것을. 


순이네 담벼락 밴드로, 인디로 활동해온 5년여 동안

많은 것들을 도전해보고 깨져보고 깨닫고 인정하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그렇게 함에 포기해야하는 열 가지도 경험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마음과 말, 그에 따른 소소한 행위들로 

블로그에 몇 자 적고 두평 남짓한 공간에 앉아 띵가띵가하는 것이지만

괘념치 않고 마음을 쓰고 불러보고 싶다. '노래' 라는 것. 


그 동안 꾸준히 홈 레코딩을 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홈 레코딩을 하겠지. 

옮겨다니는 방들 어느 구석에서 다른 느낌의 같은 마음을 

앞의 일년 동안 쉴 새 없이 흘려보내야 겠다. 


일곱번의 제작, 

일곱개의 제목, 


첫번째 제목은 무엇이 될까. 



'일곱개의 방 Projec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번째 방 - 解氷[해:빙]  (0) 2013.03.05
다음에 우리  (0) 2013.03.04
이사하는 날  (0) 2013.01.29
무얼 먹을까 무얼 입을까의 고민  (0) 2012.12.13
Ghost Dance  (0) 2012.12.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