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에 찬 달이 밝은 그 밤에 
우린 더 어둔 밤을 찾으려 눈을 감았지 

계속해 이어진 밤이 둘로 나뉘고
서로 다른 길로 들어선 집으로 가는 길

뻔한 가로등불에 골목길은 물들어
색을 잃고 노랗게 붉게 어둠을 가리지

나는 아까처럼 더 어두워지길 바라지
입술에 찬 달빛이 간절히 생각날 때까지

일부러 깜깜해진 골목을 헤엄치듯 
유영하듯 걷고 기분이 참 맑아 
일부러 깜깜하게 해놓고 
일부러 깜깜하게 해놓고 

네 입술에 차오르던 달빛이 
간절히 생각나기까지 
두 개 발자국으로 걸어갔지 
손은 잡지 않고 어깨와 어깨가 
닿을 듯한 거리로 나란히 


2012년 8월 30일에 

노래 1 이란 제목으로, 





마데카솔이 없었다면 내 얼굴의 흉은 아마 깊이 남았겠지. 

마데카솔 생각하니 복고의 바람이 부는구나. 

예전 기억이 다시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난 집으로 가는 길. 

 


1. 집으로 가는 길

2. 느린 걸음으로

 

Produced by Yunje

All songs written & arranged by Yunje


Photographed by 카쯔오

Designed by 최현주

A. guitar & C. guitar Yunje

Piano Yunje

Drum 천승윤

Bass 최동일

Featuring  & Djembe Noma (느린 걸음으로)

Violin Christine Kim

Accordion 이혜준

 

2013. 6. 13.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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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너무 덥다. 

매 해마다 더위와 추위는 기록을 갈아치우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세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사실 가장 시간을 들인 것은 '구상'이었다. 

구성에 대한 구상도 있거니와 느낌에 대한 구상이 거의 대부분이다. 


계절에 대한 특정한 지시는 없지만서도 바램은, 

여름밤의 서늘함이 간간히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옅은 바람 한 줄기 이마에 땀을 스치듯이 닦아준다면,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을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툴툴거리는 느낌의 정박자 보다는 어깨가 들쑥날쑥하는 편을 택했다.


사실 곡의 인트로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노래의 주 멜로디 외에 코드의 움직임만으로 내가 흥얼거릴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만든 노래지만 나 또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니까, 

이건 상당히 중요한 내용인데 뛰어난 음악성은 순발력에서 나온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내 경우에 오래된 습관으로 안정감 있게 노래에 옷을 입히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에 자칫 뻔한 느낌으로 치우칠 수 있겠지만, 일단 꼭꼭 씹어서 맛을 음미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므로,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거나 코드와 코드 사이에 다리를 놓거나 하는 것은 이번 작업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하나의 소리를 얼마나 더 오래, 깊이 가져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 


노래에 온도가 있다면, 

아마 이런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담아내는 것에 붙여질 이름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은근한 음성으로 뱉어내는 행위가. 

더 어렵고 더 '열'이 나는 일이라고 여기며  36.5도에 맞춰 노래에 숨을 불어넣었다. 

상당히 더운 온도지만 그 온도로 사람들은 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노래 또한 그 온도를 닮아 닿아도 차갑거나 뜨겁거나 하지 않을, 그런 것으로. 


바이올린은 좋은 악기다. 

베토벤은 기타가 작은 오케스트라다 라고 하였지. 

첼로 또한 좋은 악기임에 틀림없다, 일단 현을 튕기거나 비벼 내는 소리는 참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길을 내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표였음에. 

알고 지내는 연주자에게 부탁을 했다, 흔쾌히 스무번의 연주를 보내주었고. 

그 연주를 듣고 노래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데드라인 한 시간 전에야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걸 지울 수가 없어서, 

익숙해진 멜로디에 다른 멜로디를 섞어 피아노 연주를 넣어봤다. 

연습할 시간도 수정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넣어보냈다. 

녹음은 그렇게, 6월 10일 오전을 마지막으로 담았다

뜨거운 작업실의 온도와 나의 온도와 여름밤 집으로 향하는 온도가 알맞게 잘 섞이길,

기도할 뿐. 이제 내 손에서 멀어진 노래는 누군가의 귀를 틈타 저녁으로 가겠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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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살고부터 오후부터 늦은 저녁에는 늘 윗길로 다닌다. 계단을 올라 집으로 가는 길은 뭔가 힘들어서 잡생각이 들 새도 없지만, 계단을 타고 집으로 내려가는 길은 발은 발대로 눈은 눈대로 간섭받지 않아서 좋다. 


3층 건물의 옥상이 딸린 기암절벽과 같은 구조의 집이라 햇볕을 온 몸으로 받는다. 고로, 겨울엔 추웠고 여름엔 벌써부터 찌는 듯하다. 어두컴컴한 녹음실은 벌써부터 습기가 차기 시작했다. 한번 위치를 잡고 녹음을 시작하면 두어시간은 기본으로, 땀이 머리카락을 타고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어쩌자고 금연을 시작해서, 그 땀방울을 식힐 동안에 달리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 짧은 시간을 쉬면서 담배 생각을 줄일 요량으로 각종 집안일에 매진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샤워를 한다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나, 물이 몸에 닿으면 이상하게 모든 조건들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해서. 


녹음하는 중간에 바람을 쐴까 해서 옥상에 올랐다. 아직 밤 바람은 서늘함보다 찬 것에 가까웠지만 상대적으로 뜨거운 내 몸이었던지라, 알맞게 식혀주기에 그만이었다. 오늘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의 모든 녹음을 완료했다. 


멀리서 바이올린 녹음파일이 오기만 하면 쓱삭해서 모든 것들의 자리를 찾아주면 된다. 내일 모레가 제출일이지만 아직 반도 하지 않았다. 앨범 자켓의 이미지와 글씨, 보도자료의 서론도 아직 구성하지 못했고. 매번 앨범의 제작과정을 써나가도록 하는 것이 '원칙' 아닌 원칙으로 정했었지만, 늘 시간을 등 뒤에업고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라던지. 누군가를 만나고 집에 오는 길이라던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것이 종료된 후에 집에 오는 길에는, 많은 생각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걸 본다. 특히나 숙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집으로 나 있는 벽과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삼백여미터의 그 길을 나는 아주 즐거이 걷는다.  


누구나 집으로 가는 길은 새롭지 못한 까닭에 설레여 가슴이 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매일 비슷한 시각에 가는 길이면서도 특별할 때가 있는 것이 집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루의 일들이 매일같이 돌고 돌지만 나의 생각은 늘 같은 곳에 있기를 거부하는 희망의 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희망의 길을 보는 것이 늘 집으로 가는 길 중에 있었다.


그러나 피곤한 것보다 더한 것이 외로운 길이었다는 친구의 말과 늘 술에 의지해 집까지 난 길을 오르는 친구의 눈빛과 하는 것들에서. 내가 본 희망의 길이 사라지고 왜곡과 오해로 번진 사나워 가여운 표정들을 보았다. 이제 내일은 내일로써 기다리는 것보다 오늘과 비슷한 하루의 내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매일 일만 하고 사는 친구들에게 언제 고백이나 할 시간이야 있겠냐 싶었다. 


매번 같은 길로 집에 가는 게 싫어서 수시로 골목을 바꿔가며 집으로 갔던 대학시절 나를 떠올려 보았다. 그 때엔 그렇게 걷고 걸어 집에 갔던 일이 그토록 즐거웠는데 말이다. 이제는 좀 더 경제적으로 걷고 무료환승인 채로 버스에 몸을 싣는 나를 본다. 우리 모두가 최단거리를 검색하고 검색한다. 검색이 느는 대신에 사색이 줄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사색의 길이 되었을 법한데,




집으로 가는 길


작사/곡 Yunje


입술에 찬 달 밝은 밤, 더 어둔 밤 찾아 눈 감았지

끝날 것 같지 않던 밤은 어느새, 서로 다른 길로 집으로 가는 길


뻔한 가로등불에 골목길 물들어, 노랗고 붉게 어둠을 가리지

구두 밑창으로 쌓인, 추억들이 밟히고


사랑 찾아 헤맨 낮과 밤, 그리움 두고 잠 드는 날마다

어쩌다 집 떠나와 이 곳까지, 모든 길들이 흘러와 머문 곳


텅빈 희망으로 되돌아 가는 길, 어떤 구름이 비가 될는지

도시의 밤은 아무 걱정이 없고


저녁에, 정거장에 지친 별들 모여 앉아 은빛 눈물을 떨구네

누군가, 나의 고백 들어줬으면 하나 

무관심만이 무관심만이 서로를 쉬게하네


저녁에, 정거장에 지친 별들 모여 앉아 은빛 눈물을 떨구네

누군가, 나의 고백 들어줬으면 하나

무관심만이 무관심만이.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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