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3년 전,
그 때엔 다들 살아계셨지.
나에게 외갓집은 아주 흡족한 기억의 상대다.
그 상태도 아주 온전하게 남아 있다, 4월 그 나무처럼.
대청마루 구들장에 숨겨놓은 나만 아는 그림 카드는
쥐가 훔치지 않은 이상 그대로겠지.
구구절절한 사연 없이 노래가 있을까
음악하는 사람은 무조건 텔레비전에 나와야 한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작곡가, 연주자, 뮤지션 보다는 '가수' 라는 칭호로
늘 말씀하셨다. 4년제 국립대학을 마치기 전부터 공부보다는 내 '할 일'에 대해 궁금해했다.
할머니는 월요일만 되면 가요무대를 시청하며 전화를 걸었다.
"아직 종훈이가 안뵈, 언제 나오나... "
그로부터 얼마 뒤에 할머니는 치매증상을 보이며 밭에서부터 집으로 난 길을 헤맸다.
삼촌의 얘기로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셔 저녁즈음 마을 저수지로 발걸음을 하던 중
길을 잃어 막내삼촌은 반나절을 동네를 뒤졌단다. 그게 온전한 정신의 마지막이었다고,
2010년 여름,
외할머니는 광주 엄마의 집으로 모셔오게 되었다.
아주 가끔씩 나와 내 동생의 이름을 불러보고 웃던 할머니의 작은 치아가 생각난다.
그리고 가을, 추석 무렵에 할머니의 눈 앞에 보여줄 작은 선물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모부가 20여년 찍은 가족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내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텔레비전을 통해 몰래 틀 생각였다. 어떻게든 텔레비전으로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그렇게라도 손수 키운 손자의 '할 일'에 대해 매듭짓고 싶었으니까.
사진 속 할머니와 외숙모, 그리고 올 해 초 할아버지까지 여의고 돌아선,
내 기억 속의 이 노래를 이벤트적 요소로 충분함에도 끝까지 붙잡고 싶어졌다.
더 따뜻하고 풍성하게 차린 음식으로 차리고 싶어졌다고 할까.
할아버지가 보내 준 쌀이 아직 반 가마니 남았고,
4월 그 나무는 올해도 꽃을 피울 것이다.
주인없이 빈 집의 무화과나무는 가지가 무성하게 엉켜있을 것이고,
대문 앞 흔한 백구들은 자취를 감추었겠지.
그러니까 3년 전,
그 때엔 다들 살아계셨는데.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중,
<두번째 방> 외갓집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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