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를
설득하기 위해 써놓은 손편지다.
내게 노래는 그랬고, 그래져간다.
어느덧 바람이 잔잔해 지고 구름이 걷히자
멀리 육지가 보인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게 맞는데
그보다는 내가 온 물길을 뒤돌아보게 된다.
흔적이 없다,
어디서부터 왔는지도 찾기 힘들게
모든 것이 지워져 버렸다.
훤히 보이는 파랑과 파랑 사이의 희미한 선은
내게 늘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다시금 그 동안 써놓은 손편지를 꺼내 읽어보았다.
무슨 감정으로 썼나, 까맣다.
지워진 물길처럼 완연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사실 육지가 보이면서 즐거웠던 건 맞다.
육지에 내려 시원한 물을 마시고도 코에 흙을 가져다 대도
내가 썼던 그 편지의 감정을 되살려보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다.
다만 삐뚤빼뚤한 글씨의 흔적은 남아있었고,
그러니 나는 또 배를 탄다.
기나긴 항해
그 뿐이다.
잃어버리면 잊어버리고 싶은
잃어버린 갖은 흔적들을 듣기 위해
무료하고 힘들어도 물 위에 있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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