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부터 쭉 나의 입이 되어준 마이크로폰, 콘덴서 마이크. 

못난 주인 만나서 넘어지고 쓰러져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다. 

엔지니어링 회사에 다니는 형의 추천으로 처음 시작하는 홈 레코딩인데도, 

가격이 꽤 나가는 Rode NT2-A(그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음으로) 를 구입했다. 

쇽 마운트 없이 팝 필더도 없이 아주 잘도 해나갔다. 

미세한 차이가 결과물의 질을 좌우한다지만 나는 여태 그 미세한 차이보다는 

내 목소리, 잡음 그까짓 것 보다는 현재 할 수 있는 테크닉과 사운드에 집착했다. 




순이네 1집과 2집 데모는 모두 이 마이크로 담았다. 

뭐랄까, 다른 마이크를 쉽게 접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규 1집과 2집을 녹음하면서 정말 비싼 마이크도 한번은 사용해본 나로서는. 

그래도, 이 마이크가 좋다. 딱딱하지 않게 부드러운 미성을 담아주기 때문에

흠이 있다면 시원시원한 느낌은 없다는 것, 건조하게 속삭이는 듯한 노래를 담기는 조금 힘들다는 것.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컬보다는 어쿠스틱 기타를 녹음하기에 더 좋은 듯 하다. 

무엇이든 취향이 있기 마련이라 정확한 평을 내리기란 어려운 일임에도 나는 처음부터 이 마이크가 좋았다. 





마이크 프리앰프는 한 개 정도 가지고 있으면 좋다고 하나,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달린 마이크 프리 4채널도 꽤 쓸만하다고 여겼던 터라 장비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궁합은 잘 모르지만, 내가 가진 마이크와 제작년에 구입했던 Mackie onyx 400F는 고만고만한 녀석들임에도 

불구 서로 친해지기 힘든 모양이다. 무지한 내 탓으로 돌리고 말았지만, 점점 활용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





어찌하여 업라이트 피아노가 한 대 생겼는데, 

이 녹음을 마이크 한 대로 하기는 어려워 고심중이다. 

다이나믹 마이크인 shure beta58을 구입해 스테레오 녹음을 해봤더니 두 마이크가 음압도 감도도 다르다. 

저가의 악기용 마이크를 사볼까도 했지만, 이왕 구입하기로 한 거 보컬용 마이크를 업그레이드 할까. 


따뜻한 음색은 좋으나 계속 들으면 질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담백한 맛이 나는 그런 마이크 없나, 

노래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어떻게 담을 것인가도 무시못할 지경이라, 

없는 살림에 이런 저런 욕심으로 하루하루 보낸다.


마이크를 살까, 말까. 

사자, 그럼 어떤 걸로 사야 하나, 

평을 들어보니 Blue 마이크가 좋다고는 하는데, 

옷을 사도 오래입을 만한 값비싼 옷을 일년에 한 두벌 구입하는 나에게, 

또 한번의 지름신이 가뜩이나 분주한 연말에 강림했으니, 

이 사태를 어떻게 헤엄쳐 나갈지. 


녹음은 안하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고민하느라

오늘도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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