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에 외갓집에서 여수로 이사를 가던 날,
엄마의 눈시울은 붉었다.
영영 못 볼 사이가 아닌데 엄마와 엄마의 엄마는 서로,
손을 잡거나 뒤돌아서거나 하늘을 보거나 했다.
그 헤어지던 날에 나는 이유모를 감정이입으로,
도시로 간다는 설레임을 감춰야만 했고.
그녀들이 왜 슬피 우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여수에서의 첫 하루를 보내고서야 나는 그녀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든 곳을 향한 마음이 나는 처음이었고,
그녀들은 살아온 세월로 인해 알고 있었던 것 같아보였다.
또한 빈 자리라고 하는 것은 금새 드러나기 마련,
그것이 마음의 한 켠에 마련된 자리라고 하면.
어제 떠난 나의 동생은,
그런 마음을 들게 해 오후 내내 하늘만 보았다.
아침에 일어난 빈 자리와, 저녁에 누울 빈 자리를 보면서
집 밖을 나설 때 뒤돌아 본 빈 자리와, 들어와 인사할 빈 자릴 보면서
오늘부터는 없었다. 없을 것이다.
내내 자리하고 있던 마음의 한 공간도 금새 잊혀지고,
또 다른 무엇으로 채워지겠지.
나는 헤어지던 날에 뭘 비워냈을까.
나는 헤어지던 날에 하늘에 대고 무얼 말했을까.
나는 헤어지던 날에 무슨 반찬에 밥을 먹었을까.
나는 헤어지던 날에 나는 헤어지던 날에
나는 헤어지던 날에 무얼로 그를 대신하려고 애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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