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고 하지는 않는가?'


편곡된 곡에 삽입되는 악기의 종류도 많고 녹음에 필요한 마이크도 많고, 

결국에 곡을 구성하는 각각의 테이크도 점점 많아지게 되어서 녹음된 파일들을 정리하다보면

이 많은 것들이 과연 필요하기는 할까, 딱 필요한 것만 골라서 사용하면 좋겠지만 

언제나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생기기 마련이어서 쉽게 어느것이 좋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편곡이라고 함은 곡의 특징을 살리고 가급적 가장 단순한 방법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 내 의도였는데 말이다. 


고집이 세다는 것과 유연하다는 것이 녹음 중에 적절하게 분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좋다. 

알맞은 공간, 적절한 마이크의 세팅,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새어나오는 소리를 분별하는 귀. 

나는 귀를 통해 나의 오랜 고집의 소리를 들어야하고 머리를 통해 훗날 그것의 유연한 소리에까지 미쳐야한다. 

상상력을 통해 나중의 소리에 도달해야하는 유연성을 지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저 소리가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집중을 하느라, 나는 매번 즐거움을 잊고. 

연주의 즐거움을 음악함의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1월 30일, 앙상블과 프루겔혼 녹음. 

곡을 구상할 때 고집을 했던 소리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 <Animation>, <언제나 봄>

나는 꼭 이런 사운드를 원해, 하는 생각을. 고집을, 꺾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Violin 조영은, 이수연  Viola 조윤주  Cello 서성은  Flugelhorn 송형진


음반을 이렇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라이브가 걱정이 되는 시점이다. 하아, 

좋은 가수는 좋은 연주자는 결국에, 무조건, 라이브다. 살아있어야 한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 이 인트로가 정말 좋다. 




 1월 31일, 합창녹음 & 피아노 녹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이 날 녹음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혼자서도 잘 쳐 기타교습소]를 운영한 지 근 5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 동안 나와 동락한 여러 교습생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봄>, 지난 해 결혼식에서 울려퍼진 축가를 앨범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수업시간을 쪼개 각자 연습을 해서 모두가 한 자리에서 불러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음에도

아주 훌륭히, 순간을 담아주셔서 다시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강은혜, 김정선, 황진경, 정유정, 이나경, 이형주, 우혜원, 신서연, 류조은, 엄윤희, 김승연

한선이, 이지연, 안지혜, 황진욱, 김현준, 한승완, 오지혁, 이정태, 권순한, 김태오, 김형준, 조정욱

이상 23명과 안타깝게 참여하지 못한 열 명의 교습생에게도. 




 

 piano 최새롬


Seine의 [Woods]앨범을 작업하고 공연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새롬씨에게 피아노를 부탁했다. 

<일각여삼추>, <고스트댄스> 

피아노 소리에는 많은 색이 담겨 있어서 처음 녹음을 받을 때부터 의도된 소리에 집중을 요한다. 

코드톤보다는 음압위주의 연주가 나는 좋아서, 그렇게 부탁을 드렸고. 

복잡한 연주보다는 정갈한 연주가 나는 좋아서, 그렇게 부탁을 드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을 혹은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그저 자신이 이해하고 느낀 대로 연주를 부탁했다. 


이제 내가 해야 하는 일들만 남았다. 

그 동안 받은 소리들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 것인지. 

녹음 중간중간 써놓은 메모들을 합쳐 읽어보고 있다. 


보컬을 제외한 곡의 요소들이 이제 다 녹음이 되었다. 

2월이다, 건조한 날씨 덕에 어젯밤엔 가습기를 두개나 켜고 잠들었다. 

1년에 몇 번 찾아오는 '노래를 잘 부르게 되는 날'을 만들어보기 위해, 

오늘부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연습보다는 환경을 잘 만들어놓아야 한다. 

내게는 그것이 좀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p.s 이음사운드 이정면 대표님과 정새롬 엔지니어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말로는 다 못하는 마음씀씀이, 우리가 함께 나눈 최소한의 이야기, 

앨범으로 전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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