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피어오르다_의 모락<morock>이다. 

할아버지는 논을 짓고 할머니는 밭을 짓고 아버지는 집을 짓고 엄마는 밥을 짓고

동생은 모래성을 짓고 나는 노래를 짓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여기서 무엇이라도 짓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다.

피어오르다는 말이 좋다. 그것보다 그 앞에 붙어 맛을 더해주는 모락모락이라는 말이 좋다. 

사전적 의미로는 이렇다.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조금씩 떠오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조건없이 무엇이 떠오른다면 좋은 일, 한 줄기 한 가지라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면 좋겠다.  




# 앨범작업이 한창이던 2월의 한 중간

 목수일을 하고 있는 동생의 소개로 내부 인테리어 공사중이었던 지금 여기로 오게 되었다. 원래는 혼자 작업실을 구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세도 비싸고 공간도 비좁아 보다 넓은 공간을 소수 사람들과 쉐어하는 편이 더 좋겠다 싶어서 아는 몇몇을 불러모았다. 아담한 마당도 있는 3층 옥상에 있는 집, 이웃집과 맞닿아 있지만 적절히 방음공사를 하면 서로 얼굴붉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 만장일치로 이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큰 길가에 위치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언덕을 올라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도착을 해보니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진에도 보이듯이 천장이_지붕자체가 약간 비스듬하다_왼쪽이 낮은 형태로 되어있는 언뜻보면 예쁜 공간이지만 지내기엔 좀 불편할 듯도 싶었다. 무엇보다 천장이 좀 높은 공간을 원했었는데 생각보다 천장도 낮아서 고민이 많았다. 원래 있던 화장실을 집 내부 끝으로 옮기고 외부로 나 있는 벽들은 석고보드로 보강을 했다. 사실 이것은 내 주문이 아니라 집 주인의 주문이었고, 내부 인테리어 시공에 관련된 비용은 집 주인의 부담이었기 때문에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음공사를 하려면 어차피 뜯어내야 할 것이 생기는데 다행히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만 생각했다. 이 때에는, 





최양_실명을 거론하기가 뭐하므로 피아노방의 주인을 최양으로 지칭한다_의 방이다. 현관을 들어와 왼쪽에 있는 문을 열면 이런 공간이 있다. 천장이 원래는 얇은 합판으로 되어있었지만 안쪽 창문에 닿으면 내 머리가 천장에 닿아서 합판을 떼어버렸다. 노출된 콘크리트가 아니라 콘크리트에 붙어(절대 떨어지지 않는) 스티로폼이 보였다. 암울한 공사의 서막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현관에서 왼쪽 대각선으로 향하면 부엌과 화장실에 닿는다. 단열재를 넣고 석고보드로 마감을 한다. 피아노방 바로 옆이고 창문이 나 있는 외부벽이라 그렇다. 추가로 방음을 해야할 필요는 없었다. 열심인 상보몬_지금 이 곳을 내게 소개해준 장본인이자 공사일꾼이다, 통칭 상보'몬'이라 하겠다_과 푸근하게 생긴 50대 형님이 작업중이다. 내가 직접 할 것은 없기도 하거니와 지켜보기만 하면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아주 잠시 들러 뜨거운 캔커피를 함께 마시는 정도로 며칠을 보냈다. 곧 있으면 설날이니 설 전까지 기본 설비(벽면과 수도 전기, 화장실 배관)만 마치면 설 이후로 4일정도 공사를 하면 3월 1일에는 입주를 할 수 있을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의 유선생님_공사를 도맡아 지휘하는 우리엄마랑 동갑인 아주머니를 말한다_과 근처 오리고기 집에서 최양과 상보몬과 함께 약속을 하고 예산을 짰다. 화창하게 갤 3월을 기대하며 모두가 환히 웃고 그랬었다. 그 때엔, 






부엌으로 나가는 쪽의 끝에는 화장실이 위치한다. 판넬을 대고 시멘트를 바르고 한창 말리는 와중에 김형_우리 삼촌과 비슷한 연배인 그는 아저씨보다 형의 호칭을 선호했다_이 말했다. "난생 처음 타일을 발라보겠네" 뭔가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달까, 먹구륾이 몰려오는 소리가 있다면 그런 소리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긴데, 여기 일하는 세 명(유선생님, 김형, 상보몬)의 조합은 굉장히 독특했다. 사실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라 당시엔 한명 한명이 이야기하는 것과 일하는 것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집 주인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의 어려움, 누가 이 일을 도맡아 효율적인 시간을 쓰며 진행상황을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 아마 이 때즈음 이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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