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 식지 않은 불빛이 일렁인다. 
아직 나의 집에는 커텐이 없다.
침대 맡에 머리를 드리우면 찬 기운이 창을 타고 이마를 누른다.
아직 나의 집에는 커텐이 없다.
도로변 2층 집, 밤을 달리는 차들의 과속방지턱을 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나의 집에는 커텐이 없다.

일기를 쓴다. 삶의 무게가 펜 끝으로 모아진다.
뾰족한 펜 끝이 내 이마에 닿을 듯 말 듯.
그런 느낌으로는 잠을 쉽게 청하지 못한다.
상상만으로 또 이 밤을 지새우랴. 

옆방의 친구도 잠을 설치는 중인지.
방문 여닫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온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는다.
청소부의 도란도란 대화소리가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순간. 
아, 아직 나의 집에는 커텐이 없다.

나의 집에는 커텐만 없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줄곧 커텐이 없다는 생각만 하고 앉았다.
추워 그런 것인지, 시끄러워 그러는 것인지, 
공간의 완벽한 폐쇄를 위해 그러는 것인지.  

 나의 완벽한 폐쇄성을 위해 커텐을 준비해야 한다. 
불빛의 일렁임과 창문에 서린 한기와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청소부의 숨소리는.
나의 잠을 빼앗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수많은 밤의 고민들이 뒤섞인.
방안의 공기들을.
창문 밖으로 던지고자. 하여
지난 밤 그토록 고대하던 커텐에 관한 내 생각들은.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하며, 머리를 감다가 결국.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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