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기 얼마 전.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여행을 갔다.










































2009. 12. 28. 19:13


20대에는 모든 것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열졍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자신의 반쪽에 대한 갈망도 누구못지 않게 대단했다. 
때론 연애편지 봉투에 붙이려고 우표에 침을 바를 때처럼 달콤쌉싸름한 순간에 빠져도 봤었고,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사귀는 아찔한 상상도 해봤다. 
줄곧 숨기고 있었지만 난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가 좋아서 
그렇지 않았던 상대방에게 이별을 고한 적도 있다. 
추운 버스 정류장에서 키스를 할 때,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입김에 매료되어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을 때도 있었다.































2009. 12. 28. 20:47

 

생일 때 말고 스스로를 기념하는 날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를 칭찬하고 비판하며 자신을 아껴줄 수 있는 시간은 내게 얼만큼 있어왔을까. 

남들이 싫어하는 나의 모습. 그것을 자각하기에 너무 많은 소모를 해왔던 탓일까. 

사실, 주어가 빠진 얘기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내가 빠진 나의 이야기도, 네가 빠진 너의 이야기도. 

뭐 그렇기 때문에 가까워졌다고 하는 것은 믿는 것이지 현실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2009. 12. 29. 10:16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 이유를 물을 까닭이 있나.

누군가가 너를 사랑한다면 더더욱 그 이유를 물을 까닭이 있나.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그 이유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아야겠지.

































2009. 12. 29 10:32

 

그랬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부담을 주었길래 상대방은 나를 떠나려고 했을까.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말을 저울에 올려놓고 두려워하면서 상대방이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기를 바라는 것이, 

결국 생각의 무게가 같다고 하는 것들이 과연 좋을까. 

사랑은 모순과 같아서 파는 것과 구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

































2009. 12. 29 10:33

 

흔히 명확함과 의사소통을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나 일에는 묘한 매력이 있음을. 

마음이 열려있고 명쾌하고 예측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인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가치있는 것이라 여겼음을. 

길고 짧은 연애사의 덕분에 알게된 것이지만 

충분히 그럴만도 하겠고, 그러면 안되겠구나 생각도 하게 된 지금.

































2009. 12. 29 10:49

 

달이 지구 주변을 돌고, 

지구는 수만개의 행성들과 함께 태양의 주변을 맴도는 것의 단위를 주기라고 한다면 

나의 행성의 주기는 점점 진화되어 온 것이 맞다. 

1차원적 사물과 자아와의 관계를 탐색하는 것의 첫번째 

주기에서부터 지금은 각각의 사물과 나와의 관계,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를 포함한 갖가지 억측이 

나의 행성에 가득 담겨 있다. 

진화되어온 나의 행성은 다른 누군가의 행성과 부딪혀 산산히 조각날 운명이어서 

나의 생각을 담은 행성은 우주의 어떤 길을 지나고 있음이 발각되어 잠시 숨고자 할 때, 

이름없는 행성에 갖혀 지내는 어느 누군가를 만나 토닥토닥 얘기를 나누며 

이상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도 주기에서 벗어난 일치곤 괜찮은 일이겠지.  

































2009. 12. 29. 11:17

 

우리는 책을 읽었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진심으로 서로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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