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두번째 디지털 싱글 '일각여삼추'를 발매했습니다. 

수록곡 중에 '외갓집, 동화의 씨앗' 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흥미 삼아 주변인들과 함께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방법은 가족사진(대가족이면 좋겠으나, 어머니나 아버지와 단 둘이 찍은 사진도 무방)을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되요, 가급적 큰 픽셀의 사진이면 좋겠으나 폰으로 찍은 사진은 아무래도 힘들겠지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번쯤, 가족을 기억하고 사랑을 기록하는 순간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해 봤어요.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기다리겠습니다. 


유투브 계정을 이용해 보실 수 있게 하구요, 

참여하신 분들의 이름을 뮤직 비디오에 넣거나, 

SNS 등을 통해 소환해서 꼭 확인하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보다 좋은 음악의 용도로 쓰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궁금한 사항이나, 사진은 이 곳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dda-sic@hanmail.net


'외갓집, 동화의 씨앗'이라는 노래의 유투브 영상에 참여할 가족을 모집. 

참여는 가족사진.jpg(이름, SNS계정 등 함께 적어)을 이메일 

dda-sic@hanmail.net 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기한은 4월 30일까지로 해두겠습니다. 

가족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이것은, 제 가족 사진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본 것입니다. 

빛바랜 옛 사진이어도 좋고,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도 좋습니다. 

높은 퀄리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보겠습니다. 

가족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어준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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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3년 전, 

그 때엔 다들 살아계셨지. 


나에게 외갓집은 아주 흡족한 기억의 상대다. 

그 상태도 아주 온전하게 남아 있다,  4월 그 나무처럼. 

대청마루 구들장에 숨겨놓은 나만 아는 그림 카드는 

쥐가 훔치지 않은 이상 그대로겠지. 



 구구절절한 사연 없이 노래가 있을까


음악하는 사람은 무조건 텔레비전에 나와야 한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작곡가, 연주자, 뮤지션 보다는 '가수' 라는 칭호로 

늘 말씀하셨다. 4년제 국립대학을 마치기 전부터 공부보다는 내 '할 일'에 대해 궁금해했다. 

할머니는 월요일만 되면 가요무대를 시청하며 전화를 걸었다. 

"아직 종훈이가 안뵈, 언제 나오나... "

그로부터 얼마 뒤에 할머니는 치매증상을 보이며 밭에서부터 집으로 난 길을 헤맸다. 

삼촌의 얘기로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셔 저녁즈음 마을 저수지로 발걸음을 하던 중

길을 잃어 막내삼촌은 반나절을 동네를 뒤졌단다. 그게 온전한 정신의 마지막이었다고, 


2010년 여름

외할머니는 광주 엄마의 집으로 모셔오게 되었다. 

아주 가끔씩 나와 내 동생의 이름을 불러보고 웃던 할머니의 작은 치아가 생각난다. 

그리고 가을, 추석 무렵에 할머니의 눈 앞에 보여줄 작은 선물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모부가 20여년 찍은 가족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내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텔레비전을 통해 몰래 틀 생각였다. 어떻게든 텔레비전으로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그렇게라도 손수 키운 손자의 '할 일'에 대해 매듭짓고 싶었으니까. 


사진 속 할머니와 외숙모, 그리고 올 해 초 할아버지까지 여의고 돌아선,

내 기억 속의 이 노래를 이벤트적 요소로 충분함에도 끝까지 붙잡고 싶어졌다. 

더 따뜻하고 풍성하게 차린 음식으로 차리고 싶어졌다고 할까


할아버지가 보내 준 쌀이 아직 반 가마니 남았고

4월 그 나무는 올해도 꽃을 피울 것이다.

주인없이 빈 집의 무화과나무는 가지가 무성하게 엉켜있을 것이고,

대문 앞 흔한 백구들은 자취를 감추었겠지


그러니까 3년 전, 

그 때엔 다들 살아계셨는데.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중, 

<두번째 방> 외갓집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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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그 해 노란 여름의 하늘
집 앞마당 청포도 익어가는 소리에
우리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살며시 잠을 청해본다.

그 해 붉은 가을의 하늘
잠자리 가득한 높은 하늘 아래로
할아버지 자전거 뒤를 따라
굽은 논길을 내달려본다.

이듬해 한 자나 자란 내 기억에
다시 심은 동화의 씨앗은
사계절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아야겠지.

그 해 하얀 겨울의 하늘
아이의 숨가쁜 입김위로 쏟아져
녹아내리는 아름다웠던 눈
사라져간 긴 겨울밤의 꿈.

이듬해 한 자나 자란 내 기억에
다시 심은 동화의 씨앗은 
사계절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아야겠지.

쉽게 오지 않는 4월이 되면 
학교 운동장 한켠을 지키던 
아주 오래된 벚꽃나무엔
흐드러진 기억이 피었다 지네. 

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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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갓집, 동화의 씨앗 : 산골소년과 소녀. 그런 동화적 이야기가 아닌 정말 한 동네에서 마주쳤을 법도 한. 그것은 정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신기하거나 반갑거나 하는 일. 





동화적 요소 여섯,  

" 바다는 소라껍데기 속에 산다. "




해창만이라고 하는 간척지. 원래 그 곳은 바다였다가 오래전에 메워진 농토가 되었다고 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비포장 도로였다가 지금은 아스팔트로 아버지의 고향마을까지 쭈욱 이어져 있다. 할아버지의 논에서 놀다가 소라 껍데기라도 나온다치면 그것을 귀에 대고 하루 종일 놀았다. 신기하게도 바다는 줄곧 내 옆에 있어주었다. 메마른 소라껍데기 하나만 주머니에 넣고 바다가 듣고 싶으면 이내 꺼내어 귀에 대었다. 하늘아래, 어디에도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나는 작았지만 하늘은 한 눈에 들어왔고, 그 만큼의 세계를 가진 것 같았다. 왜 어른이 되면 하늘 한번 올려다 보지 못하며 이 모든 자연스러움을 가지지 못할까. 앞만 보고 걸어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니까 그런다.  넘어지면 하늘이 보인다. 누워지내면 하늘이 보인다. 딱 그것만이다. 














동화적 요소 일곱,

" 폐교에는 귀신이 아닌 추억이 산다. "



그녀가 유년기를 보낸 것은 거의 대부분은 학교에서였다. 정확히 얘기하면 학교의 '관사'이다. 교사를 부모로 둔 덕분에 그녀는 학교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꼬마야, 넌 어디사니?" 라고 길 가던 동네 어른이 묻자, 냉큼 "학교요." 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에게 당연한 얘기지만, 나와 같은 어린이에게는 웃어넘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한번은 내가 살던 동네 중학교에 밤만 되면 도깨비 불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떠돌아 마을 어른들과 함께 횃불을 들고 간 적이 있었다. 가로등이 있을 리 없고 주위에 불빛이라고는 달과 별밖에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빨간색과 파란색 그리고 주황색의 불빛이 유리창에 비춰 각 교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혹자는 반딧불이라고 했고 혹자는 횃불이 유리에 비춰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럴 때에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교회의 십자가에서 빛나는 빛이 이곳까지 전달되어 희미하게 빨갛고 파랗고 혹은 주홍의 빛으로 굴절되어 유리에 빛나고 있음을 알았다. 소문을 잠재우기에 나는 너무 어렸고, 내가 그렇다고 말을 해도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이렇듯, 폐교에는 흉측한 귀신이 사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 살꺼라는 그럴듯한 소문과 소문을 둘러싼 우리들의 상상과 기막힌 추억담이 있을 뿐이다. 














동화적 요소 여덟,

" 핸드폰만 등장하지 않았지 사람 사는 이야기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




  핸드폰. 
그것이 등장한 것은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이었다. 
핸드폰이 상용화되고 지금에서야 나의 분신처럼 되어버렸지만 
그런 게 없이도 참 잘 살았던 옛날 이야기가 그립다.

그것 참 옛날 이야기라고 하니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얘기인줄 알겠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어제의 이야기는 정말로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새로운 것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출현하고, 새롭지 않은 것들은. 
색이 바래고 먼지가 되어 없어진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이십년이 지나도 내가 살던 곳의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산은 그대로인데, 다른 것들이 변해, 없다. 
있을 곳에 있어야 할 것들이 이리 저리 옮겨 가고 없다. 
마음이 차고 넘치던 곳에 울타리가 높아가고. 
열려 있던 대문은 굳게 잠겨 있다. 
누구라도 외래의 손님이 오면 반갑게 하던 인사는 없고, 
의심의, 경계의 눈초리만 있을 뿐이다. 

마당의 무화과는 점점 익어가 하나 둘 땅으로 떨어져 개미의 밥이 될 지언정
누구의 수확도 기다리지 않는다. 가꾸고 키워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물건을 사면 그 뿐인 것 같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도 사라지고 
함께 나눠먹는 재미도 사라지고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 
누군가 나를 찾는 사람은 없나 하고 핸드폰을 연다.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고, 나를 찾는 사람은 없다. 
것은 우리 집 앞마당 무화과 나무가 한 말이렷다. 
















동화적 요소 아홉, 

" 바다위의 산,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섬이라고 했다."




때로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싶다. 바다위에 볼록 솟은 산이 섬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그냥 바다위의 산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졌다. 꾸준하게 펼쳐진 물이 멀리 산을 지탱해주는 것처럼, 혹은 산이 배처럼 바다위를 떠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보았다. 나의 아버지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한시간여를 배를 타야 했고, 누군가의 에미 애비도 그랬을 것이었지만 그 때 내가 본 것들이 실제로도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다위를 떠다니는 산은 '다리'라고 하는 사다리처럼 생긴 막대를 통해 육지에 묶여버렸다.  나의 아버지는 좀 더 편하게 학교를 다녔을 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때부터 바다위의 산을 믿지 않게 되었다. 사실 멀리서는 내 손가락 안에 들어와있던 것들이 다리를 지나니 내 몸을 이리 저리 굴려도 그 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게 되었다. 원근의 원칙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보이는 것 자체를 믿고 싶은 마음. 그 뿐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손가락 안에 들어있던 산이 어느새 나를 품어 올려다 보면 목이 아플 정도의 높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을 몸소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동화적 요소 열, 

" 나의 가장 좋은 사진사는 거울이다. "





물론 나의 당신이 될 수 있고, 당신에게 내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우리가 올바르게 서로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면 그것은 거울. 

나르키소스의 강물처럼 누군가를 비추어주는 것이 존재의 이유였던 그 강물처럼. 
우리가 서로를 비추어 서로의 행복과 불행의 곁에서 잠잠히 안식할 때. 
그것은 둘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음의 것. 

나와 너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영롱한 빛이 머물다 간 자리. 
그것은 우리가 함께 있을 때.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바라볼 때. 

거울. 

그것은 상대방을 응시하는 사람의 눈. 
눈과 눈이 마주치는 곳에 보이지 않는 투명함. 

투명한 비늘을 벗고 새사람이 된 옛 사도 바울처럼. 
투명함의 옷을 입고 서로를 재지 않아도 될 만큼의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 그것은 거울. 

우리가 어릴 적 품었던 막연한 희망이. 
이제는 서로에게 간절한 소망으로 바뀌어. 
우리는 이제 어른. 어른이라고 느낄 때. 

한번 씩 꺼내보는 거울. 
한번 씩 꺼내보는 거울. 

그렇게 사진을 찍어나간다. 



















씨앗을 심고 맡겨두자. 
기다리면. 동화처럼 내 삶이 변한다. 
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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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동화의 씨앗 : 산골소년과 소녀. 그런 동화적 이야기가 아닌 정말 한 동네에서 마주쳤을 법도 한. 그것은 정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신기하거나 반갑거나 하는 일. 







동화적 요소 하나, 

"우리가 서로 몰랐을 때에.  같은 길을 걷거나 같은 목욕탕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지도 모른다. "


짧은 휴가기간 동안, 나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은 고훙군 포두면 길두리에 다녀왔다. 십리나 떨어져 있었지만 버스가 다니는 길은 하나, 명절마다 빼놓지 않고 가는 목욕탕도 유일하게 하나만 자리하는 곳. 그곳을 우리는 고향이라고 얘기했다. 누구는 마음의 고향이라기도 했고, 누구는 내 부모님의 고향이라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쉬며 유년기를 보냈다는 것.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곳은 나와 너처럼 키가 훌쩍 자라 있었지만, 어릴 때 모습은 간직하고 있었다. 아스팔트와 유명 마트, 한옥을 개조한 한정식 집들로 군데군데 채워져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겨웠다.  "그래도, 우리가 기억하는 큰 길은 바뀌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말했던 것처럼.  정말 다행히 하늘도 구름도 해도. 적당하게 비추었다 가려주었다. 











동화적 요소 둘, 

"기억은 기억과 만나서 현실을 이룬다."

구태의연하게. 
사진을 찍었다. 

여기는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2층 옥상이라고 했던 말은. 
이제는 거짓이 되었다. 

두명이 앉아도 남던 자리가. 
앞뒤로 앉고 서야 채워진다. 

태권도복은 누구에게 되물림되어 버려졌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우리는 수없이 만났다. 












동화적 요소 셋,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는 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십년 넘게 살다가. 결국 건너게 된 것이 결혼하고 나서란다."



저 냇가는. 여덟살 먹은 내 친구녀석이 자랑한답시고 뒤로 다이빙을 펼쳤던 곳이기도 하고 물귀신이 산다하여 산 밑자락까지 헤엄쳐 간 사람은 열이면 아홉은 죽어나온다는 곳이기도 하다. 
이 다리는. 스물 중반의 내 어머니가 시집살이 괴로워 그렇게 건너가고 싶어했던 곳이기도 하고 외할아버지가 집에서 키운 개를 잡고자 목에 줄을 매달아 밑으로 던져버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 자전거는. 6.25 후유증으로 절름발이가 된 외할아버지의 지팡이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리가 닿지 않아 안장에 앉지 못하고 기마자세로 발을 굴려 힘들게 탔던 나의 자전거이기도 하다.












동화적 요소 넷,

"하늘에는 길이 없다. 애초에 길이라고 하는 것은 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날개가 없다. 애초에 날개는 날짐승들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꿈이 있어왔다. 아홉살의 꿈, 열세살의 꿈, 스물다섯살의 꿈. 시간의 탈을 쓰고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분명히 내게는 꿈이 있어왔다. 그것은 내게 날개가 되어 주기도 하고 날 듯 날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멀뚱히 티브이만 쳐다보거나 학원과 인터넷 게임에 지친 요즘 아이들에게는 없는 그런 유일무이한 시간이 내게는 있었다. 집안 어른들이 논에 나가고 없으면 혼자 하루종일 하늘을 쳐다보며 *이런 생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경운기 뒷칸에 천막을 치고 할아버지께서 넣어주신 새우깡 하나를 오물거리며 하루 반나절을 새우깡만 생각한 적도 있다. 새를 만지고 싶어서 뙤약볕에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었을 때도 있었고 궁금증이 많지만 물어보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길을 잃고 헤매어도 묻지 않고 걷기만 했다. 지나고 보면 하나같이 고생스럽고 미련한 일이었지만 그 때문에 나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하여 두렵게만 여기지 않는 습관이 생겼고 어느 누구와 대화를 할 때는 이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해 임했다. 어떤 것을 그려보는 것. 색을 칠하는 것보다 밑그림을 더 잘 그린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조화는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며, 나의 나다움과 너의 너다움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그녀에게도 어쩌면 가능한 생각들이었다는 것을 이쯤에서 알게 되었다. 











동화적 요소 다섯, 

"가만히 서 있으면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리면 스스로 바람을 만들어 몸을 실을 수 있다."




사람의 외모만 보고 혹은 환경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실수를 우리 사람들은 자주 하게 된다. 
성경은 겨자씨를 비유해 이 작은 씨앗 하나가 얼마만큼 큰 나무가 되며 얼만큼의 큰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의 쉴 자리를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은 우주를 통털어 이제 인간밖에 남은 것이 없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이치였고 너무 사랑스러운 행위였다.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고 죄를 짓는다고 하기도 하며,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을 뉘우치고 옳고 그른 것들 앞에서 번뇌하기도 한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사물의 모양이 달리 보인다는 말이다. 
중심이 어디 가 있느냐에 따라 내가 넘어질 지 앞으로 미끄러질지를 안다는 말이다. 

자전거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큰 상처를 입히기에 충분해서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도구였음에도. 
자전거는. 중심을 잡고 앞으로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새 바람을 불러 친구해주는 상냥한 도구라고 여겼다.




























씨앗을 심고 맡겨두자. 
기다리면. 동화처럼 내 삶이 변한다. 
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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