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많은 기억들을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는데 

어찌하여 그 안에는 단 하나의 선율도 흐르지 않는가. 

창가에 서 있는 시인이여,

나에 대해 노래해달라. 나의 지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들에게는 없는 독특한 강점을 지녔노라고 

제발 노래해달라. 


심보선 <사랑은 나의 약점> 중에서





# 봄을 향해

 나는 계절을 셀 때 여름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봄은 제일 마지막 순서가 되는데 숫자로 하면 2-3-4-1 순서가 된다. 봄이 시작이라면 가장 추운 겨울이 마지막이 되어버려서 그렇다, 다시 1이 되는 것이 정말 1이 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_경험상 절대 그렇지는 않다_계절의 이름은 그대로인 터라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이다. 결국 여름이 1인 시점에서 나는 지금 3을 지나가는 중이며, 곧 4에 도착할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이제 곧 4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생각하고 손을 털었다. 

 먼지 묻고 흠집이 난 손을 툭툭 털어보았으나 오늘 아침_그러니까 그 날 아침이다_비스듬히 내려앉은 내 방 천장을 보고 나는 다시 3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꽃샘추위가 길어진 만큼 내 방의 겨울도 길어졌다. 천장이 평평하지 않아 스티로폼 위에 나무막대들을 듬성듬성 붙여 평행을 맞추기 위함이었다고 유선생님은 이야기했다. 나무막대들을 다시 천장 스티로폼에 고정을 시키고 부분적으로 내려앉은 데를 다시 붙였다. 그러나 이미 힘이 빠진 나무막대들은 중력에 너무 쉽게 무너졌다. 결국 천장의 절반을 뜯어내_그 비싼 자재가 행여 부서질까봐 정말 조심스럽게 뜯어냈으나 그 중에 두어장은 아주 산산히 부서졌다_말라붙은 본드자국을 하나하나 없앴다. 천장에 엉망으로 고정된 나무들도 다 뜯어내 스티로폼 위에 곧바로 붙이기로 했지만 평행이 맞지를 않아 애를 먹었다. 삐뚠 곳은 칼로 흠집을 내 구브러지게 만들어 고정을 시켰고, 천장과 바닥을 이어주는 옷걸이로 자재가 붙을 때까지 고정을 시켜두었다. 본드가 어느정도 말라붙을 때까지 대략 20분이 걸렸는데 40장을 그렇게 붙여나가니 이틀은 족히 걸린 것 같았다. 



 천장에 조명을 달기가 어려워 벽에다 레일조명을 달았고 아내의 권유로 소파를 골랐다. 상보몬을 소환해 창문을 막은 데에다 나무로 흡음판(?)을 만들어 걸어두었다. 사진 오른쪽이 녹음할 부스인데 커튼을 쳐놓을지 그냥 둘지는 지내보면서 결정을 해야되겠다. 아직 녹음은 안해봤으나 방음의 정도는 꽤 좋다, 큰길 가에 위치한 집인데 경적소리가 아주 작게 새어들어오는 정도를 제외하곤 고요함이 유지된다. 저음의 웅웅 거리는 소리를 잡기란 참 어렵다. 귀의 위치가 바뀌면 저음의 강도 및 확산도 아주 잘 바뀌어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잘 안온다. 어렵게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살면서 필요한 부분 더 채워넣거나 빼거나 해야지. 




방음에 있어 문이 제일 중요하다, 값비싼 방음문으로 하지 못하고 일반문을 두개 달았다. 창문을 막는 여닫이문도 하나 짜서 고정시켰다. 차음재와 흡음재로 감싸고 천으로 덧댔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 틈을 메우는 데 애를 먹었다. 



이 싱크대를 설치하는 데 무려 1달이 걸렸다. 간단한 음식을 해먹을 것이다 하고 얘기를 한 게 화근이었던지 지금 싱크대의 절반밖에 안되는, 그러니까 설거지통과 가스레인지를 올리면 끝인 두 세트로 사진의 오른쪽을 채웠다. 왼쪽에는 작은 선반을 벽에 달아 이것저것을 올려두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결국 집주인이 집을 방문하고 나서야 지금의 저 싱크대로 교체가 되고 말았다. 설계를 변경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토를 달지는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었으니까. 나중에 잔금을 치룰 때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거실 천장을 방 안의 것과 같은 자재를 사용한 것은 비용의 두배 가까이를 들게 했다. 집 주인과 나눠 부담하기로 했지만 그 액수가 너무 커서 원래 예상한 비용을 훨씬 웃돌아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아주 쉽게, 그렇다면 싱크대를 작은 것으로 가자고 유선생님이 말을 했고 자기가 집주인을 잘 설득해보겠다고 했다. 결국에 그것이 잘 되지 않았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여름에 물을 끓여먹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닐꺼라 말한 내 엄마가 교회집사님을 통해 장만한 정수기를 설치하고_이것도 5년이 되어가지만 필터교체비용이 만만치 않아 3년을 썩혀둔_바닥과 틈을 메웠다. 이것으로 처음에 계획된 공사가 다 끝이 났다. 3월 31일의 일이었다. 


# 기념

 음악을 시작한 지_사실 어렸을 때부터 늘 음악과 함께 했지만_10년이 되는 해다. 2005년 9월에 결성한 순이네담벼락이 나의 첫 음악적 시도였으니. 10년만에 작업실을 만들게 된 것이 참 감사하다. 이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와보니 지금 여기에 닿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노력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가족과 아내와 친구들과 또한 지금 만난 최양과 홍군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결과들이다. 이제 내 정규앨범을 발매할 차례다, 두가지를 한번에 진행하느라 고군분투했으나 일정이 뒤로 미뤄진 것은 그만한 때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란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도 나는 흙에 물을 주고 꽃을 피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고, 



가끔 사람들과 어울려 음식도 나눠먹고 노래도 함께 부르고 싶다. 



무엇보다 모락모락, 

우리의 꿈과 사랑을_꿈과 희망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그라든다_피워오르게 하고 싶다. 


약속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난 것은 지난대로 두고 

부족한 부분은 살면서 채우고 넘쳐나는 것들은 사람들과 나누고 하여

사물과 기구들은 훼손되어도 사람들과 가치는 녹슬지 않게 

아궁이에 불을 계속 지펴야겠다. 


사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굴뚝인데, 

여름이 되면 굴뚝에 낙서나 하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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