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한 놈이었다. 
정원이는 항상 나보다 성적으로 우위였다.
먼저번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관심사가 나와는 달랐기 때문에. 
난 학업 이외의 시간을 운동으로 보내는 반면 정원이는 보시다시피. 
물론 정원이가 학업이외의 전반적인 시간을 저런 농담으로만 허비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자신만의 고유영역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파브르. 그의 어릴 적 별명이다. 
그냥 파브르도 아니고 파브르 박이란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디세어 이런 것들을 주워들었는지, 또한 영문법도 쓸 줄 알았던 것이. 
참으로 내게는 대단했던 기억이었다. 되짚어보면. 
박garden 이라고도 자기를 소개한 것 같다.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중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연상시키도록 하는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했던 것을 보면 분명,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음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위의 글은 정원이가 자신의 또다른 친구에게. 

나를 소개하는 내용의 편지다.

관심사가 다른 이유에서 쉽게 친해지지는 못한 듯.

정원이는 나와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원이는 나를 여자애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접근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여자다.

그놈의 여자는 모든 남성들의 관심사이며, 공유점인가.

어쨌든 그렇게 해서라도 정원이와 친한(?)관계형성이 된 것일까.

절대로 내 성격이 좋아서 내게 접근한 것은 아니었을터.

 

저 편지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제일 밑부분 오른쪽을 차지하고 있는 날짜다.

1992년 7월 11일. 때는 여름, 그리고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것.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나치려다 생각이 났다.

7월 11일의 의미는 이것이다. 바로 정원이의 생일 4일전.

내가 유추하는 바로는 정원이는 자신의 생일파티에 가능한

많은 여학생들을 초대해 줄것을 내게 원하지 않았나 싶다.

난, 학급 반장이었고, 앞서 얘기했듯이 여학생으로부터 인기가

많았던 이유에서 말이다. 본인은 급구 아니라고 하겠지만,

 


2년 전, 난 그 사건에 대한 심증을 굳혔다.

여름 바다로 놀러간 어느날,

정원이는 조개구이를 먹으면서 내게 말했다.

 

"이런 얘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말야,

  너 5학년 네 생일에는 서른 명 넘게 왔었어,

  근데, 내 생일엔 고작 열댓명 왔단 말야,

  그것도 남자애들만 득실득실... 솔직히, 섭섭했다."

 

내가 미안해야했다.

그것 말고는 정원이의 마음이 풀리지 않을 듯 했다.

난 막, 미안해하며 있었는데, 수훈이는 옆에서 자지러지게 웃고

또 웃고, 계속해서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자료출처 :광주 서산국민학교 5학년 4반 학급문고 '웃음의 꽃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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