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기며 녹음일정을 잡았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2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1월 18일에 두번째 녹음을 시도해보았다. 

포크넘버의 곡들 위주에 관현악 편곡을 더했고 

개중에 몇몇은 밴드편곡을 해보았다. 

이번 녹음은 밴드곡을 위한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피아노 라이브녹음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이 모두가 동시녹음이었다는 것, 

한 프로(3시간 30분)에 다섯곡을 각각 파트별로 녹음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아껴야하고 그러려면 동시녹음 밖에 방법이 없었지만

꼭 그래서라기 보다 앞서 말했던 '호흡'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이전에 싱글로 발매를 했던 <집으로 가는 길>에 드럼과 베이스를 재녹음하고

덧붙여 피아노 멜로디를 입혔다. 프로그램에 내장된 드럼과 피아노 소리를 사용한 지난번과는 달리, 

일부러 공간의 효과를 주는 부자연스러움을 덜어내고자 한 것이 이번 녹음의 주된 목적이다. 

Rock적인 시원한 드럼소리가 아닌 공간의 활용을 통한 뭉툭한 드럼소리가 필요했기에

각각의 통에 마이크를 대는 것이 아니라 드럼의 정면과 후면에 마이크를 대고 그 사운드를 믹스해보기로 했다. 


첫 녹음인 곡들도 많다. 그 동안 몇번의 합주를 통해 완성된, 

그리고 앨범의 타이틀이 될 노래도 있다. <Animation), <있는 반찬에만 먹어도>   

집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오랜 시간을 두고 이런 저런 사운드의 활용방안을 연구하지만

녹음실에 오면 일단은 녹음을 먼저하게 된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보니. 

합주때의 느낌을 살려 5번 안에 각각 트랙을 동시에 녹음을 하고 박자가 나간 부분이나

연주가 틀린 것은 부분적으로 덧입혀 나가는 방법을 썼다. 


"모든 테이크(녹음을 한 파일) 중에 가장 잘 된(느낌이 좋은) 것은 매번 녹음의 첫 테이크다."


이것은 여태껏 집에서 작업실에서 녹음실에서 얻은 하나의 '결론'이다. 

하지만 나는, 혹은 그 누구는 이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각오에 첫 테이크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좀 아쉽다. 첫 테이크를 살렸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집에 오는 내내 생각했다. 


<언제나 봄>의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넣었다. 드럼도 아주 살짝 효과를 삽입해 녹음을 진행했다. 

'퐁~퐁~'거리는 콘트라베이스의 소리가 좋다,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채로 놓아두어도 좋을 만큼 좋다. 


<운명>이란 곡은 언제나 꿈꿔왔던 노래이며 사운드다. 

밴드시절 흠모했던 Ben Folds Five 의 사운드를 내보고 싶었던 터라 그랬다. 

드럼과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이렇게 세가지 소리를 동시에 연주해 나갔다. 

클릭(박자)은 꺼놓은 채로 피아노에 이끌려, 때로는 드럼에 맞춰 어긋나는 소리들 모두를. 

피아노 페달 밟는 소리도, 베이스 연주자의 콧김과 드럼의 훅훅대는 손동작의 소리까지도. 

모두 넣어보고 싶었다, 정말 많이 틀렸고 박자도 왔다갔다 했지만. 


2015년 1월 18일 오후 5시에 녹음한 이 소리들은 한없이 소중하다. 

녹음은 그런 것 같다, 시간을 찍어서 기록하는 사진과도 같은 것. 

눈으로 볼 수 없는 귀로만 간직하는 사진. 





 운명을 연주한다 연주곡은 아니다 귀로만 서로를 듣는다 사실은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돌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


20150118 이음사운드 밴드녹음 완료, 

<집으로 가는 길>, <Animation>, <있는 반찬에만 먹어도>, <언제나 봄>,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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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으면야 이렇게 저렇게 귀찮을 필요를 만들지 않겠지. 

집 옆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위층의 소음, 이제 여기에서도 머지 않아 나가게 될 것이고. 


홈 레코딩의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일 테고,

홈 레코딩의 단점은 그 외의 모든 것이 되겠지. 


1년여간을 쉬면서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웠었다. 

첫번째는 어느정도 돈을 모아 어려움 없이 앨범작업을 한다는 것, 

두번째는 그 동안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꼭 베풀어야겠다는 것, 

첫번째도 두번째도 중요한 것은 '의지'이다. 


허나, 


곡을 만들고 연주하면서도 쉽게 '노래를 부른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나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쉬운' 일을 나는 여태 못하고 있었다.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하루 한 날에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은 고작 밥을 지어 세번을 먹는 것. 

그런 하루를 수없이 쪼개거나 보태거나 하여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일년이다. 

보통의 존재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계절이라는 시간의 공간. 

나는 그 공간을 일곱개로 나누어 내 마음 깊숙히 들여다 보길 원한다. 

누구에게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은 쓸데없는 혼잣말이거나 

비밀로 하고픈 기억일수도 있지만 내 '개인적'인 쓸데없는 혼잣말이 

누구를 향하여 쓸데있는 위로의 손이 되준다면 좋겠다. 


예전에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조용필과 김용건. 

각각이 가수와 연기자로 훌륭한 업을 이룬 인물이라는 것은 맞는 말, 

두 사람의 비교되는 분야는 '옷걸이'다. 

입을 옷이 넘쳐나도 입을 줄 모르는 조용필과 

단 몇벌의 옷으로도 훌륭한 모양을 보여주는 김용건을 

엄마는 가지고만 있는 것으로 그 사람을 보여주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용하는가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라고 덧붙였다. 

준비되는 데로 하겠습니다, 아직은 제가 보여줄 것이 없습니다. 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며 겸손한 척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한테도, 

지금 껏 내가 무얼 깨닫고 산 것인지는 손과 발이 알아서 해줄 것을 믿고. 

점차 내 익숙한 마음을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일을 해야할 때라는 것을. 


순이네 담벼락 밴드로, 인디로 활동해온 5년여 동안

많은 것들을 도전해보고 깨져보고 깨닫고 인정하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그렇게 함에 포기해야하는 열 가지도 경험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마음과 말, 그에 따른 소소한 행위들로 

블로그에 몇 자 적고 두평 남짓한 공간에 앉아 띵가띵가하는 것이지만

괘념치 않고 마음을 쓰고 불러보고 싶다. '노래' 라는 것. 


그 동안 꾸준히 홈 레코딩을 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홈 레코딩을 하겠지. 

옮겨다니는 방들 어느 구석에서 다른 느낌의 같은 마음을 

앞의 일년 동안 쉴 새 없이 흘려보내야 겠다. 


일곱번의 제작, 

일곱개의 제목, 


첫번째 제목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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