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에 졸업을 했다. 0이란 숫자의 의미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좋게 받아들였지. 아마도 우리들 마음속에서도, 0, 0이라고 외쳤었겠지. 년도의 일의 자리수와 우리 나이는 같이가. 절대 잊어버릴 수 없지. 나중에 그게 되려 흠이 될 수도 있을꺼야. 뭐, 연말이 다가오니까. 또 한 살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그 때 그때 그런 생각했던 생각이 또 생각나. 그렇게 졸업을 하고, 서로의 전공을 찾아 공부를 하러 다들. 떠났다. 학교를 떠나고, 집을 떠나고, 이제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 그렇다고, 마음에서 멀어져 버린건 아니라고, 생각했지. 정원이 코가 더 생각나고, 수훈이 눈썹이 더 생각나고, 그랬지. 과거를 떠올리면 좋겠다. 싶을 때에 꼭 전화를 하거나. 지금 내 마음을 쉽게 이해해주지 못하는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힘들어하거나 그럴때면. 주저없이 만나기도 하고, 그랬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또 주절주절 대고 들어왔지.


이제 마지막으로 빽수훈이 얘기를 할까 하는데, 재미는 없어. 정원이만큼 재미있는 얘기는 딱히 없는데. 내 생각에는. 재밌게 하면 괜찮겠지 않을까.


 

고2였던가? 고3이었던가? 생각해보니까 비오는 월요일이었어(난 참 기억력도 좋지,,흠) 아침일찍 등교를 해서 한참을 앉아서 멍하니 있는데, 신발장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는거야. 그리고나서 주한이라는 친구가 내게 달려오더니 하는 소리가 빽수훈이 좀 보란다. 그래서 봤지. 봤는데. 이거야 원. 그렇게 일이 없었을까. 주말에 집에서 쉬는 동안. 혼자 자기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하면 멋있을까, 고민한 흔적이 아주 고스란히 보이더란 얘기지. 보통 앞머리는 약간 촉촉한 상태든 그렇지 않든

아주 자연스런 채로 두고 살포시 다듬어야 예쁜데, 어떻게든 그걸 한손으로 부여잡고, 가위로 한움큼 베어낸 거야 그러니 어떻게 되었겠어. 그때, 그 가수 이름이 뭐였더라. NRG의 귀여운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전에 스타 골든벨에도 출연하던, 그 녀석 머리와 완전 똑같이 된거야. 그래도 수훈이 녀석 얼굴이 곱상해서 뭐, 나름 봐줄만했는데. 애들은 어찌나 놀려댔던지, 학교에 모자를 쓰고 올 수도 없고, 보통 등교를 늦게 하는데, 그 날은 버스맨의 명성이 난처했던 모양인지, 꽤나 일찍 등교를 했더라고, 뭐 그랬다고. 아마 그 사건부터였던지. 그 다음 사건이 더 가관이야.

 

매주 월요일마다 우리는 자기 원하는 자리에 앉곤 했는데. 원래 그렇잖아. 한번 앉은 아이와 계속 앉게 되는 그런 습관. 그건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건데. 하루는 어떤 아이가 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야. 그래서 나도 이제그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반에서 공부잘하는 아이 옆, 가장 첫째줄에 앉게 되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빽수훈이가 등교를 하고 사건 정황을 확인했던지, 내게로 와서 그럴수가 있느냐고, 뭐. 그러더라고. 이제 우리 공부해야지 하면서, 난 그냥 위로 했는데.

많이 섭섭한 눈치였어. 그냥 나오라고 하면 되는데 뭐하러. 그랬느냐고, 막 따지는데,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니까. 다음주에 내가 일찍 와서, 자리 앉으면 되지. 하고 말았어. 근데 그게 일주일 이주일 지나도 별로 변함이 없는거야. 물론 나도 공부욕심이 생기더라고, 대학은 가야하지 않겠어.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훈이는 나를 매점을 데려갔어. 2교시가 끝나면 항상 가는 매점에서 딸기우유와 팡야라는 빵을 항상 먹었는데, 그 맛은 절대 잊을 수 없었지. 지금도.여튼. 그 날은 빵먹는 내내 심각했어. 왜 그러느냐고 물었지.

 

"그 친구,  날 좋아하는 거 같애."

 

친구로써 좋아하는 건 당연한데 뭘 그런거 가지고 그러느냐고, 그랬더니, 그런 게 아니래. 그럼 그런게 아니면, 뭐냐. 동성애 비슷한 거래. 우린 사실 그때까지 그런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없는 일인줄 알았는데, 자기는 그걸 느꼈대나. 난 웃음이 나오는데, 심각한 빽수훈이의 표정을 보고, 참았지. 그친구가 빽수훈이를 사랑한다라...요놈은 여자한테도 모자라서 남자한테도 사랑받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 땐 그게 꽤나 심각한 얘깃거리였어. 그런 심리 있잖아. 누군가를 똑같이 따라하고픈 심리. 그런 느낌을 받고, 나에게 와서 얼른 자리를 바꿔주란 부탁을 하더라고, 흠. 정말 심각했어. 그런데도 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 난 정말 그게 심각하지 않다고 여겼지. 왜 그런지, 난 지금에서야 알겠어.

 

빽수훈이 이자식은 왕자병은 아닌데, 눈치가 아주 빨라. 근데 꼭 그런 눈치여야돼. 누군가가 자기를 좋아한다던지 그렇지 않은 감정이라던지. 그러한 느낌을 굉장히 빨리 알아채. 그런데, 너무 그것에 치중해, 쉽게 단정지어버리지. 그런 습관은 지금도 마찬가지야. 누군가의 마음을 송두리째 읽고 있는 듯한. 그런 말투로 얘기를 자주하는데. 난 그럴때마다, 그게 아니면 하는 생각을 요즘은 하게돼. 예전에는 아마 그런 생각 못하고, 정원이의 말처럼 믿어버렸지 그런 눈치 덕분에 사실 그렇지도 않았던 것을 그렇게 믿어버리고 혼자서 아주 격분한다던지, 좋아한다던지. 그래. 걸음이 빠른것처럼, 그렇게 생각도 빨리빨리 하는 건가. 몰라.

내 생각엔 그래. 그게 사회생활 하면서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일른지는 몰라도,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의 상황이 꼭 있게 되는 법이거든. 그래서 모든 좋은 것의 좋은 것만 바라보던지. 좋은 것의 나쁜 것을 우려하는 습관은 꼭 있어야 한다고 봐. 절대적이란 것은, 오늘처럼의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라고 보는 것보다, 예수님의 탄생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지. 맞는 비유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은 그래. 풋.

 

결과적으로 빽수훈이는 굉장히 사랑받는 인물 중에 하나였음이 분명해. 물론 박정원이와는 다른 근거로 인해. 정원이의 코와 수훈이의 눈썹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성탄절, 그렇게 이 친구들과 보냈는데, 내게는 이런 생각할 여유를 제공했던 유익한 시간이었지. 돌아보면 그랬던 일들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꽤 있었어. 물론 당사자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얘기겠지만. 내 좁은 시각으로 그간의 일들을 이렇게 발설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무거우면서도 나에게 또한, 유익한 작업이었구나.하는 생각에 지금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막상 모르겠어. 아, 물론 이 얘기에서 끝내려고 하는 건 아냐. 이 제목으로 앞으로도 여지없이 끌어나갈꺼니까. 그리고, 잠정적인 결론은 이 다음편에서 내릴까 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무조건 박정원이 얘기를 화두로 해.

 

가끔 귀가 간지러울 때가 있는데, 그때엔 이 친구들이 아마 내 얘길 하고 있는 걸꺼야. 지금도 조금 가렵긴 해. 그래도 내 얘기 하고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야.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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