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여행의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떨쳐버리려고 했으나 해가 지면 피어오르는 그것들을

나는 과감히 멀리 할 수 없었다. 

나는 아무 걱정없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을 거란 상상은

못되먹은 성향 때문에 여행의 기분만 만끽한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사라지는 구름


밤이 되고 아침이 왔다. 

어젯밤에 내린 폭우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맑게 갠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 곳에서의 하늘의 행진은 시시각각 아름답다. 

완벽히 그대로인 것은 없고 때를 따라 변하는 그 마음이 사람의 것과 닮아서인지

흘러가는 구름이 사라졌다가 다시 일어난다. 

불평할 것 없이 구름을 잡을 것도 없이 나는 하늘 아래에 있다. 

내 마음의 공간에 일어난 구름 또한 잡을 것이 없다. 

깊은 곳 깊은 속에 일어난 짜증과 불안, 미움으로 일어난 것들이 

그대로 흘러가 사라지게 놓아 두자. 





건너 온 다리를 건너 가 아침을 출발한다. 

친절한 사람의 웃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섬의 동쪽으로 간다. 

중국인 여자 넷과 함께 탔다. 

바람이 치마 들추는 것도 모르고 꺅꺅 대며 좋아한다. 

보트 속도를 높이자 귓가에 휘파람 소리같은 것이 들린다. 



 # 역할극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이동할 때 짐과 가방은 내가 진다. 

나는 너에게 남자이고 너는 나의 지켜야 할 의무이자 마음이다. 

여행의 동행자로 지도는 내 오른쪽 주머니에 있었으며 

늘 앞장 서서 걸어간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함께가 아니라 점점 각자가 되어갔다. 

하나가 둘이 되는 과정을 틈틈히 겪어나갔다. 


토라져 있는 과정 중에 이런 게 있다. 

혼잣말 즉, 독백. 


연극에서나 들을 수 있는,






여행할 때 중요한 건 여행이란 말보다 결혼할 때 중요한 건 결혼이란 말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다. 

옳다는 느낌을 공유하지 못해도 함께 할 수 있는 서로가 되는 것이 여행하는 즐거움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너에게 고정되어서 다른 것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너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더 알게 되었다. 

배가 떠가는 30여분 동안 동행한 아프리카인들의 소란함 속에서 이까짓것 생각하느라고 또 한번,

당신을 보지 못했다. 나의 행동은 나의 마음을 덮으려고 하는 일종의 훼이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착의 의미가 내게 말을 건넸다.  


" 날이 참 좋네."



# 휴양지의 성격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은밀한 시간이 가고,

낮과 밤만 구별할 수 있게 준비된 수평선과

가급적이면 지루하게,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는 풍경만 있으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집이 그리워질 수 있게.

 

 


# 놀이

 

모래성 쌓기, 백사장에 이름 새기기, 등등의 연애놀음 말고도 이 곳에는 놀이가 많다. 대신 돈이 든다는 것,

낮에는 스쿠버 다이빙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기고 밤에는 안락한 의자에 앉아 태국 정통 마사지를 받는 것이 주된 프로그램이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사흘이 흘렀다. 주로 방수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백사장을 거닐었으며 구비된 수영장에서 안전한 물놀이를 했다. 배가 고프면 맥주를 마셨고 태국 음식과 섞인 탓인지 오줌에서는 원숭이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는데 나는 한번도 원숭이 비린내를 맡아본 적이 없지만 그럴 듯한 표현인 것 같아 빌려쓴다. 비내리는 밤에는 얇은 이불 깔아놓고 맞고를 쳤고 벌칙으로 인해이마와 손목는 벌겋게 물들어갔으며 태국의 드라마도 막장이 많은 듯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상황설정이 막무가내였다. 엠넷채널에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로 특집방송을 하는 듯 익숙한 풍경이었다. 





아오 웡드안 해변으로 가는 길, 두 팔 벌린 인형이 몹시 더워 보인다. 




 

 코사멧의 동쪽 해변 중 두번째로 호화(?)스럽다는 해변, 배삯을 아끼기 위해 아오 프라오 리조트의 작은 보트를 타고 다시 반 페의 누안팁 선착장으로 돌아와 아오 웡드안 리조트로 가는 전용 보트에 몸을 실었다. 어선과 유람선의 중간 단계 정도 되는 규모와 시설, 한국의 통통배와 비슷했다. 아오 웡드안 리조트에는 일단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은 사람들(아오 프라오 리조트에 비해)과 배들로 가려진 해안은 사실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지 않았다. 다양한 여행객들과 밤을 만끽할만한 불쇼 그 정도로만. 숙소는 깨끗하지 않았으며 밤하늘이 올려다 보이는(숙소의 방 설명에 그렇게 씌여있다) 샤워장에는 설명서가 붙어있지 않은 순간온수기가 나를 당황케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방콕으로 출발해야하는 일정때문에 서둘러 옷을 벗었다. 산책을 하고 의자에 앉았으나 손톱만한 모기에 쫒겨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다.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네 명의 건장한 친구들이었다.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불현듯 뛰쳐나가 수영장 한켠에 앉았다. 동전을 모으더니 차례로 물속으로 던졌다. 보아하니 예전 내 어릴 때 친구들과 하던 '콜라'라는 놀이다. 선을 그어 놓고 몇 발자국 뒤에서 그 선에 가장 가까이 동전을 던져놓은 사람이 나머지 동전을 따먹는 놀이, 수영장 물의 경계선이 그 선인 듯 했고 밀려나간 동전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일등이 동전을 회수해 오고 나머지 게임에서 진 친구들이 맥주를 한병씩 사오는 룰인 듯했다. 건너편에서 나는 부러운 듯 쳐다보고는 이내 어린 시절 동네 한 구석의 냇가를 생각해 냈다. 이끼에 미끄러져 이리 저리 쓸리고 긁히고 했지만 친구들과 했던 '놀이'는 지금도 신성한 구역에서 나를 상기시킨다.  

한편 저 쪽에서 동양인 여자 한명이 방수카메라를 들고 쇼를 하고 있다. 지금 여기 수영장에는 러시아인 친구들 넷과 나와 동양인 여자 한명 그리고 중년의 미국인과 애인인 듯한 태국의 젊은 여자, 그리고 곧 등장할 프랑스 꼬마녀석. 한낮의 더위는 제각각 노하우로 잊혀져가고 있는 중이다. 



# 별이 쏟아지는 




작열하는 태양빛이 힘을 잃을 때 보다 편안하게 빛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먼 노을 그리고 여름날 저녁의 바닷물 소리, 

이미 이 곳은 공기까지 바다다. 

도시의 바람과는 달리 이 곳 바람은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아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는다. 

진한 향수냄새나 매연, 번화한 술집의 요리냄새처럼 코에 닿지 않고 이마와 얼굴에 닿아 좋다. 

하늘이 더 가까이 온다. 높게 바라보지 않고 멀리 바라볼 수 있어서, 

별빛이 보이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평상에 기대 저녁을 먹고 저녁을 맞이한다. 





별빛은 커녕 불쇼도 못봤다. 스스로 불을 만들어 본다. 

보이는 것만 보는 눈은 금방 어두워져 늙는다. 

당신의 색깔은 내게 불빛이다. 

가지가지 색깔이 모여 환하게 탄다. 

그 빛이 내게 쏟아져 들어온다. 




# 넷째 날 일기 


벗은 몸 바다에 담가 땀을 씻기고 땀을 씻긴 바닷물을 물에 씻긴다. 

물로 물을 씻어낸다. 투명한 물로 투명하지 않은 물을 씻어내린다. 

자극적이지 않은 풍경으로 인해 노래가 멈추었다. 


내 인연 중에 가장 질긴 건 외로움이란 것이었다. 

젊은 날 나의 진심은 너무나 조용하고 깊어서 소리내어 울지 못했다. 

어떤 것에 열광하거나 환호를 보낸 적도 없었다. 


재생중인 노래를 끄고

연한 파도의 소리만 반복재생했다.


어떻게 해야지 하는 마음을 일단 접고, 

들리는 소리만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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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구경


여행을 통해 뭔가를 느끼겠다 생각했을까, 

너에겐 여행이 필요해 너에겐 쉼이 필요해. 라고 얘기를 들었던 만큼 

나조차도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자 했었을까. 

대답은 "아니야' 다. 

여행은 쉼도 아니고 여행은 놀기도 아니다. 

여행은 구경이다. 그것도 가장 평범한 내 삶을 구경하는 일이다. 

나는 여행에 와서도 별로, 그다지 특별해지지 않았다.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들을 그대로 챙겨왔고 평소에 쓰던 일기장도 챙겨왔다. 

불을 구경하듯이 그저 활활 타오르는 현상만 본다. 아무것도 아무일도 생각하지 않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순간과 순간이 계속 이어져나간다. 

책을 즐겨읽지 않는다. 

한 장을 넘기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 글자 한 문장 한 단락을 읽어내리는 동안 

머리 속에서 수만가지 생각이 자라난다. 

읽어내려가는 것 동안 생각이 자라나는 것을 

 막을 수 없어서 한 장 넘기기도 어렵다. 

어려운 책 읽기 보다는 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자극을 받는 게

 그러는 게 이쪽에서는 더 수월하다. 





서성이는 개를 거의 못 봤다.

대부분이 앉았거나 누워있거나, 

말 그대로 퍼져있다. 





장을 보러 나왔다. 신경전 끝에 200밧을 주고 썽태우를 탔다. 타길 잘했다. 

핫 싸이깨우 해변, 해변의 중심가, 유흥의 시작점. 보는 것만으로 피곤한 한국형 해수욕장. 

젊은 서양여자 셋을 유혹하는 태국 젊은 남자 한명을 구경한다. 

그러면서 헤나를 시도해본다. 작업이 시작될 무렵부터 끝날 때까지 그 남자는 계속 그 곳에서 무어라 재잘거린다. 

손사래를 치던 서양여자들은 어느새 웃으며 그와 대화를 나눈다. 

온 몸에 타투가 가득한 그 청년이 또 한명을 불러들인다. 

호랑이 무늬로 할까 하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 띠 모양의 헤나를 선택했다. 

뼈저리게 후회했다. 




어딜 가든 사람구경 처렴 재미난 게 없다. 




# 대화


돈을 들여 이국 땅까지 와서 집안일 회사일 등의 신변잡기적 고민과 상황들을 늘어놓는 것은 과소비일까.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것들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서부터 놓고 온 걱정거리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두고 온 고양이를 걱정하는 것부터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삶의 숙제까지 서너밤을 꼴딱 새도 다하지 못할 각자의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 장소가 중요해?" 개그콘서트의 생활의 발견 코너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타이밍이 서로 맞지 않아도 꼭 해야 할 말은 해야한다는 의미에 개그적 코드를 삽입해서 어느정도 유행을 탄 말이다. 생각해보건대 나는 타이밍을 참 중요하게 여겨왔다. 늘 준비해 놓은 말들을 풀어놓을 시간과 공간을 기대하고 산다. 그렇지만 대화는 내 말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는 것, 지금 내 주제는 이게 아닌데 상대방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노력하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는 중에 누군가 쳐들어 온다면 더 없이 좋겠다. 

게다가 너와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맛있는 음식 앞에서 나눈 대화는 유익하다. 맛있는 음식은 기분을 나아지게 하고 기분이 나아지니 마음이 가벼워 쉽게 입을 열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적당히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 적당히 맛있는 음식과 함께 저녁을 즐길 수 있다면 오늘 아침 내가 저지른 말실수라던지 점심 무렵에 네가 투정 부렸던 일들이 스스럼 없이 풀릴 수 있다. 맛집 기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식당의 선택과 예약의 유무가 데이트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오랜만에(?) 깨달았다. 중요한 사실은 나는 얼마 먹지를 못했다. 개인적인 취향이 태국의 향신료와 정확히는 그 떫떠름한 채소가 내내 입안에 남아있던 관계로. 배를 불리기 위해 맥주만 마셔댔다. 참 양보안되는 입맛이다. 이 때 잠깐 엄마 생각이 났다. "너 장가가기 힘들겠다 네 엄마 때문에." 라고 하셨던 윚집 아줌마의 말도 불현듯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 바다


















모든 것을 다 받아 줄것만 같은 바다.

하루동안 수고한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노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로 수놓을 연한 빛 하늘. 


아무런 감정없이 그대로인 너희들을,

내 욕심으로 보기좋게 담았거나, 의미를 두었던들. 

내가 먼저 잊고 나를 잊고 사는 내가, 

너희보다 나은 게 뭘까. 



# 셋째날 일기 




다툼이 생기는 것은,

마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바라보기에서 비롯되어. 
그런 일이 있고나서부터는,
제 아무리 훌륭한 풍경과
진귀한 음식들을 가리곤 한다.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끼되,
천천히 풀어가도록 하는 것이 
물과 바다를 혼동하여 쓰지 않게 
해주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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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볼 때, 우리는 각자의 마음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본다. 

그럼에 한정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터,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내 마음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 지 깨닫게 해준 여행이란 것에 감사하고, 

마음이 고단했던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에 고맙다. 


현재의 마음에 와 닿다. 

여행이란 비교적 현재의 마음이다. 

이것 해야지 저거 해야지 하는 미래의 마음보다,

뼈아픈 후회의 감정을 되살리는 과거의 마음보다, 

상념이 없는 바로 지금 내 몸의 시점이 여행이다.



# 렌즈


사람의 눈은 간사해서 바라봄에 복잡함이 없는 공간에 앉아 있으니 알맞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없다. 제 자리에 있는 풍경들을 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일부러 상상할 필요도 없고 파괴할 구석도없다. 마음이 쉬니 세상도 쉬는 것 같다. 절대로 멈출 것 같지 않던 시간도 늑장을 부린다. 넓은 곳을 향해 있다보니 평소 구체적이던 나의 시각은 무뎌져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쇼윈도가 없는 곳으로 여행을 가보라. 


나를 비추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눈 밖에 없는 곳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내 표정이 풍경에 녹아 네게 달려가면, 

너는 순전히 웃는다.






흔적을 남긴다 

이렇게,









# 준비물 1



극심한 허기가 느껴졌다. 시간은 오후 세 시, 휴게소에서 나누어 먹은 보라색 밥과 돼지고기 꼬치가 전부였다. 리조트 근방의 레스토랑은 두개가 전부, 간단한 식사를 하기에는 고가의 음식이라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기거리를 사고자 했으나 차를 타고 15분 거리에 편의점을 비롯한 시설이 있다는 얘기만 전해들었다. 금새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산 준비물이 머리에 떠올랐다. 



내가 지금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가방에 너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부터 며칠동안 단 하나의 순간이다. 

허기가 질 때면 너를 떠올리려고 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를 최고로 대접해 주겠다. 

어느 누구를 이토록 간절하게 바라보았던가

어느 누가 이토록 너를 붙잡고 얘기했던가

육개장.., 




배가 부르다. 사실 배보다는 입이 만족했다는 사실에 감탄중이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은 딱 하나 '행복하다'는 것. 바다 건너 멀리 와도 행복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배 안이 따뜻해지니 충동이 인다. 아이처럼 나가놀고 싶은 심정, 무엇이라도 보고 무엇이라도 듣고 모래로 성을 짓고 파도에 부서지고 하는 등의 그림이 그려졌다. 문 밖을 나가기 전의 설레임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감정이다. 나와는 연고도 없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행복한 표정이다. 질투가 나기는 커녕 나까지 행복해지려고 한다. 구름이 하늘의 연결을 막아놓았다. 나는 지금당장 옳은 말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육개장의 힘이었다. 



# 준비물 2 



카메라 방수팩 놀이, 재미난 코난 놀이. 



일회용 방수카메라보다는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방수팩을 추천합니다. 



수족관 물고기가 된 것 같은 나를 여행 후에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란, 





 



나는 물 밑보다 땅 밑이 더 무섭다. 

언젠가 맥가이버 외화시리즈에서 

땅 밑에 갖힌 장면을 보고 난 이후에 

그 꽉막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물은 친구처럼 친숙했다. 

수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물을 무서워 안하려면 뭘 해야하지? 

라고 묻는 당신에게, 


물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금방 친해져. 


배불리 먹어둬, 물이 무섭니

빠뜨리는 내가 더 무섭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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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간직하고 있으면 병이 난다. 

나의 병은 오래 간직하는 습관 덕에 생겨난 것이므로, 

농구골대에 공을 놓고 온다는 느낌으로 살아야 한다. 

마음, 마음, 운운하면서 정작 나는 마음을 닫고 살고 있다. 

경계가 뚜렷한 것은 그 때문이겠지. 


나를 용서하는 첫번째 작업은 놓아두는 것이다. 

애써 그 일을 떠올리고 했어야 할 말들을 두고두고 생각하면서

일련의 시나리오 작업들을 우선멈춤하고 뒤돌아보아야 한다.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보아야 한다. 




# 미워하는 마음없이


  공항에서 동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  ->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라용시까지 버스    ->   라용에서 반 페 항구까지 콜택시

    300밧(한화로 약 12000원), 30분 소요      134밧(한화로 약 5000원), 3시간 소요         200밧(한화로 약 7000원), 20분 소요


관광객에 대한 교통요금의 바가지가 많다고 들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라용시까지 194km정도 되니 서울에서 전주까지 거리인데도 버스요금은 우리나라보다 싸지만 택시요금은 비싸다. 조금 고생하여 미터택시를 타면 되지만 더운 날씨에 시간에 쫒겨 일단은 가고 보자는 마음으로 잡아탄 택시는 거의 선불택시. 거리에 비해 교통체증이 있는 구간들이 많고, 고속도로를 탈 경우에는 세금까지 얹어 주어야 하며, 맞게 가는지 돌아가는지 알 도리가 없어 미터기 올라가는 모양새만 지켜보고 있자니 화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의 대부분의 택시기사는 영어는 불가하고 도로를 선택하는 재주(?)도 엉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동부버스 터미널에서는 라용으로 가는 버스를 탈 필요는 없었다. 공항에서는 라용으로 가는 버스밖에 없다고 해서 선택을 했던 것. 버스 터미널에는 라용이 아닌 반 페(반페항구에서 사멧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야한다)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라용에서 반 페까지의 거리 13km, 내가 생각이 짧았다. 라용을 거쳐 가지 않고 바로 반 페항구의 터미널로 가는 경우라면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고 터미널에서 항구까지는 도보로 5분 거리이다. 짐이 많을 경우에는 20밧 정도의 금액으로 썽태우(오토바이트럭)를 이용해도 되는데 여권분실의 여파인지 마음만 급해져서 화장실에도 들르지 못하고 버스에 올랐다.  여하튼 새벽 5시 반부터 부리나케 움직여 1시 15분에 반 페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고 1시 30분에 있는 보트를 탈 수 있었다.  



라용까지 가는 버스는 제시간에 출발하지 않았다. 한국의 고속버스와는 달리 태국 대부분의 시외버스는 시간을 지키지 않고 최대한의 인원이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듯 했다. 마치 옛 시골의 비포장길을 달리는, 차표받는 여학생이 있는 군내버스와 같은 느낌이었다. 비슷하게 차표를 받고 탑승해 함께 목적지까지 가는 처녀가 있었고, 빵빵한 냉방 때문인지 이동 내내 담요를 목까지 덮고 잠을 잤다. 화장실이다, 버스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버스의 상태로 보아 정말 급하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냈을 터, 난 급한 일이 없었다. 


먹는 이야기는 차후에 하겠다. 한다고 해도 입맛에 맞느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전부겠지만, 태국와서 먹은 첫번째 '밥' 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찐밥밖에 없어 날씨도 더운데 쉰 내 비슷한 밥의 냄새를 맡고 있기가 조금 힘들었다. 휴게소에 들른 버스가 차에 기름을 넣는다. 기사아저씨가 방송했을지도 모르지만 못알아듣는 통에 버스가 출발하는지 주시하며 이것 저것을 구경하다 1000원짜리 밥과 고기반찬을 샀다. 고기를 사면 밥을 주는 내용의 군것질인데 아침부터 요기를 하지 못해 밥알 스무개와 손톱만큼의 고기를 빼내 먹었다. 그래도 쌀이라고 어느정도 든든했다. 다시 버스는 출발했다. 한 명이 타지 않았다. 기사아저씨는 확인을 했음에도 그냥 출발했다. 멀리서 손님의 외침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서야 버스는 멈춰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 이런 나라구나. 



























<반페의 항구> 

항구는 총 3개가 있다, 섬의 동쪽과 서쪽을 운행하는 리조트 전용 보트가 중앙의 나단 선착장 좌우로 하나씩 있다. 

위 사진은 아오 프라오로 직행하는 보트가 있는 나단 선착장의 오른 편에 위치한 선착장. 



안도의 숨이 나온다. 날씨가 좋다. 이제 저 보트만 타면 된다. 이동의 이동, 그리고 또 이동을 했다. 그 동안의 여정동안 나눈 이야기는 고작 이것과 저것을 분별하는 질문과 대답, 그리고 외면과 한숨 그것이 전부였다. 이동의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에서야 덤덤하지만 아무 기억도 나지 않고 오로지 길과 표지판, 종이의 이름과 종이의 숫자만 붙잡았다. 이 과정의 제목은 '미워하는 마음없이'다. 왜일까, 우리는 둘이 왔다. 둘이 되어 오는 과정에 이만큼의 이동이 있었다면 마음과 행동에 얼마나 많은 제약과 갈등이 있었을까다. 이 만큼의 거리동안 마음의 거리도 한참은 떨어진 듯, 덥운 날씨에 몸이 힘들어 서로를 챙겨주지 못한 것보다 마음이 힘들어 외면하여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 않았을까. 미워하는 마음없이 저 배를 탈 수 있었을까. 어떤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아주 중대한 사건이 아님에도, 간혹 우리의 심각한 문제들은 별 것 아닌 것에도 내동댕이 쳐질 수 있다. 




# 물줄기




시원한 물줄기가 엉덩이를 강타했다.

리조트 전용보트에는 중국인 셋과 젊은 서양 여자 둘,

내 옆으로 서양 부부 한쌍이 탔다. 

보트의 후미, 구멍이 난 옆에 앉은 나는 

일렁이는 물결 속으로 보트가 굽이칠 때마다

엉덩이로 물세례를 받았다. 종래에는 바닷물에 얼굴까지

침범했다. 오른쪽은 이미 시커멓게 젖었고 서양 부부는 

그럴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웃었다. 그 물줄기로 웃었다. 

바다에 젖은 바람 때문에 오히려 더 축축하게 느껴졌지만

간간히 올라오는 물줄기로 인해 서로 웃었다. 



 



설탕물과 과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뒤끝이 달달한 물과는 다른 

시원한 설탕물과 새콤한 과일들이 그동안의 여정을 달달하게 해주었다. 

아오 프라오 리조트, 

섬의 서쪽에 위치한 인적이 드문 해변가에 드디어 우리 둘, 하얀 모래를 밟았다. 

거무퉤퉤한 피부의 현지인들은 친절했고 상냥했으며 웃음이 건강해 보였다. 

휴양이다. 쉬어야 한다. 쉬기 위해서 그렇게 고생을 했나보다. 

오는 길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건 쉬라고 그런 걸꺼다. 

정말이지, 쉴 수 밖에 없는 풍경이다.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풍경이다. 



.  

 






# 둘째 날 일기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다. 

나는 여태 옳은 일에 열올리고 있다. 

여행중에 벌어진 사소한 일은 결코 사소하게 끝나지 않는다.

한걸음 더 갈수록 침묵은 더 깊어지고 마음은 서로 멀어진다.

다리를 건너면

기다리는 곳에 닿는다.


정작 닿아야 할 것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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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피아노책상 앞에 앉으면 페달을 찾는다. 

피아노책상이란 컴퓨터책상을 말한다. 나는 겸용을 하고 있다. 

음악작업의 일이 아니고서 컴퓨터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좀처럼 페달을 찾고서야 안심을 한다. 


안심이 되는 일들이 많아야 여행은 떠날 수 있다.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며 나로서는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위치에 와있어야 한다. 

페달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갔지, 라고 한들 제시간에 떠나는 비행기를 잡을 수는 없다. 

휴양이라는 성격의 여행이다. 나에게는 첫 비행이거나, 첫 나들이인 셈이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으나, 

처음이라는 단어가 당연할 정도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 여행의 목적지, 태국


정확히는 코사멧. 섬의 이름은 사멧이다. 코는 섬을 뜻하는 그 나라의 언어라고 하니까. 

태국은 어디에 있는 나라지, 인구는 얼마나 되며, 주식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에서부터 시작하여 가 볼만한 곳은 어디인지,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결국에 무엇을 즐기며 놀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공항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으니 아, 이제 가야하는 구나. 새삼, 그랬다. 




아, 잠깐 나는 두고 온 것에 잠시 눈이 팔렸다. 탑승구 옆 네이버 스퀘어 부스로 들어가 넥센과 기아의 프로야구 중계를 틀었다. 잠시동안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씁슬했다. 여행은 잠시잠깐 나의 일상을 놓아두고 가는 것이라 해도 나는 계속 뒤돌아보았다. 어디 멀리라도 가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지 않은데도 나는 그 조그만 일상의 재미조차 포기 못했다. 망각을 못하겠다. 










밤이 되고 아침이 오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연스럽게 시간의 부름에 묵묵히 대답하고 산다. 사람들은, 

나는 저 빛이 좋다가도 싫다. 

한낮의 환한 빛들이 이제는 피곤한 빛으로 젖어들 때, 

빛의 끝자락에 있는 색들이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무를 때 서성일 때, 그것이 꼭 내 모습 같아서 싫다. 

아침이 오는 빛에도 그건 마찬가지, 

또한 나는 이것도 저것도 막을 힘이 없다. 

늘 경계를 경계하는 짓만 되풀이 할 뿐.                                     

                                                                                                        - 비행이 시작되고 잠시잠깐 속이 울렁거리더니 마음이 뿌옇다.











 

                                                                                                                                                                                                                                 



'오늘 뭘 먹지?' 라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민이자 

              최대의 고민은 한번도 나를 괴롭힌 적이 없다.

              언젠가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자, 

틀니를 낀 아버지는 날더러 불쌍한 놈이라 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

 생각하기에, 움직이기에, 

어느정도 참고 투정부리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게. 

그런데 작다. 나는 맛 따위 잘 모른다. 

맵고 짜고 달고 하는 정도의 자극만 있어준다면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나는 제법 입이 까다롭다고는 하나 

때와 장소를 가린다. 

그런데 양이 많고 적음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옆좌석 그녀의 주스까지 야금야금 빼앗아 먹었다. 

화장실은 가지 않았다. 







설레임이 잦아들 무렵,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여러분, 

전선 위 참새는 '짹짹'

외양간 송아지는 '음메'

뒷골목 고양이는 '야옹'

그렇다면 바다 밑 오징어는? 


바로 옆 그녀는 "꿈틀꿈틀" 이라고 중얼거렸고, 

운좋게 빅뱅사진이 담긴 볼펜을 기념품으로 받았다. 

내가 핸드폰 게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 

벌어진 일이었다.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예쁘지 않았으므로. 






# 기다림, 그리고 범행




"숙박비를 아끼려 공항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대기를 할까, 

그런데 우리는 서로 졸리네, 졸리지 않네,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에 짐을 꼭 끌어안고 대기의자에서 누워버렸네. 


나는 선잠이 들었다가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완연히 자고 있었지.

공항 직원인지 두 명이 내 발 밑에 누워있어

캠핑을 온 듯한 이방인들도 저 쪽에서 밤을 보내고 있네. 


나만 눈 뜨고 있는 이 시간이 낯설어 눈을 깜빡거리다 

밤공기를 마셔볼까, 이방 나라의 밤은 습했지. 

잠든 너가 보이는 곳에서 담배 한개피를 피워올렸지. 


아무것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걸어가는 데로 길이 있고, 쉬어가는 곳에 의자가 있겠지. 

머리를 뉘이는 곳에는 늘 별 감춘 하늘이 있겠지."





라고 생각한 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여권분실, 정확히는 도난, 그것이 큰일임에도 불구하고 탓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또한, 낯선 곳에서는 늘 조심해야 함이 당연하지만

나쁜 일이 있음에 좋은 일로 갈 수 있겠지 싶어 설마 못돌아갈까, 생각했다. 

첫 단추를 잘 못 꿰어 어디로 흘러가든 첫 단추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날까, 조심하기로 하고. 


잘못된 정보였든,  불확실한 의사소통의 결과였든, 타고가야하는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공항에서

선잠을 잤고, 여권을 잃어버렸다.  이것이 처음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일이 되면 좋겠다. 





# 첫 날의 일기 


여행지에서의 모든 일들은 쉬이 벌어지고 쉬이 사라짐에도, 겪어 기억에 남기는 법이다. 

너는 곤히 자고 있는 터라 나는 혼잣말을 일삼고 있지만, 그런들 어떠랴. 

함께 온 길을, 함께 온 밤을 꾸밀텐데. 그것은 서로 바라보고 있지않더라도 가능한.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우리 눈으로 볼 텐데. 

너는 카메라의 눈으로 나는 또 다른 나의 눈으로 각자가 간직하고픈 것들을 담을 텐데. 

그것들이 하나로 모일 수만 있다면 서로다른 이야기일 지라도 남음이 있을텐데. 

나는 곧잘 생각하므로 생각의 순간에 니가 나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꼭 눈으로 보지 않아도 즐거운 법을 알고 있거든. 

둘러싼 이 느낌의 모양을 그림으로 남길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 언젠가 또, 노래로 남음이 있겠지. 


그럴 수만 있다면 이 느낌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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