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셀 줄을 몰라, 나에게 하나는 늘 하나인 전부.

  나를 너에게 끌고 온 내 호기심 하나, 그리고 너 하나. "



하고 많은 녀석들 중 왜 너였을까. 

나를 속이는 말도 비난의 말도 없이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는 너의. 

말보다는 행동으로 전하는 진심. 

내가 부족해도 조금 모자라도 언제나 한결같이. 

그것이 내가 너와 함께하는 진짜 이유. 





뒷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주면 좋아한다. 고양이들이 다 그런가 싶어 지나가는 고양이를 붙잡아두고 해보려고 했지만, 

붙잡힐 리도 없고 붙잡아도 할퀴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네 눈에선 늘 초록별이 빛난다. 연어가 뛰어오르는 폭포라던가,

고등어가 몰려다니는 바다의 빛깔과 같이. 사람을 볼 때에도 눈을 보는 것처럼 너를 볼 때에도 늘 눈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지, 네 눈은 바라보게 된다. 빛이 있으면 있는대로 어둠이 있으면 있는대로 바라만 보게 된다. 


"잿빛 구름으로 엮은 옷을 입은 그의 눈에는 고독한 신비가 있었네"


낮에는 잠만 자는 청이를 참고 보지 못했다. 그것이 화근이었던지, 혹 그것을 내내 기억하고 있었던지. 

새벽에 한참 코를 골고 자던 내 배위를 눈 위에 발자국 새기듯 꾹꾹 밟고 지나간다. 

작은 방이지만 수 많은 길을 꿰고 있는 녀석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 의도가 복수임을 이내 짐작했다. 

이미 내 배는 녀석의 뱃길이 되었고 거기에 조각배를 띄우고 어디로 갈 셈인지 가끔 궁금했다. 

좋을 데로 생각해보자고 하면서 나 또한 내 꿈 속에 배를 한 조각 띄웠다. 


"밤새 그녀의 숨소리를 듣고, 너의 꿈을 엿듣고. 모래의 사막을 건너 바다라는 수평선에 닿으면

 뱃사공 되어 조각배 하나 띄웠네. "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다. 주일 아침에 울리는 알람처럼 TV 동물농장도 빼놓지 않았다. 

청이가 먹다 남은 간식이나 사료를 챙겨다 길고양이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일도 하게 되었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 아랫집 할아버지와 말다툼 하기 일쑤지만 덕분에 세상에 고양이를 비롯한

많은 생명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청이의 즐거움과 나의 즐거움을 혼동해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무관심도 사랑의 일부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은빛 물고기 한마리 낚아 선물로 주고 싶다. 


" 너는 가난한 어부와 결혼해도 좋아, 

 그리하여 나에게 매일 물고기를 던져준다면. 

 나는 너희의 말없는 허수아비가 되어 

 날아든 괴로움의 새를 멀리 쫒아내 줄 수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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