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살이다. 할머니다 할머니, 

그러나 사람들 말로 나는  '동안'이란다. 

새끼를 가진 적이 없다. 고로 엄마인 적이 없다. 

그러나 엄마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나에게 언니는 엄마처럼 대해주었기 때문에, 

나의 필요를 채워주었고 때로 내게 뭇매를 주었다. 

크래미를 좋아한다. 치즈도 좋아한다. 요거트도 즐겨 먹는다. 

오빠가 엄마 반찬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어릴 적 즐겨먹던 그것들을

잊지 못한다. 


이런 나를 두고 언니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크래미 섬이 있다면 아마도. 너를 데리고 꼭 가보고 싶어.

오빠가 노 젓고 언니가 나를 무섭지 않게 꼭 안아서 가보자고 했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두고 줄곧 '가족'이라고 했다. 

아, 언니와 오빠와 함께 먹고 마실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이 가족이구나. 

저 쪽에서 오빠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내 노래라고 하면서 나를 부른다. 


" 보일락 말락 보일락 말락 크래미 섬으로 가자. 

  노 저어 가자. 노, 노, 노, 저어 가자. 

  물에 비친 밤별 낮별 파도가 와서 부서지기 전에 어서 입을 벌려, 

  물고기 열매가 열린 그곳에 가서 

  물고기 씨앗을 뿌려, 물고기 농사를 짓고. "


아, 너무 시끄러운데. 그리고 나는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본다면 난 아마 무서워서 근처에도 가지 않을꺼에요. 

나는 계속 불평했지만, 오빠는 듣는 둥 마는 둥.


" 청이도 좋아서 저러는 것 좀 봐. 자기 노래 부른다고 좋아하네? "


언니가 오빠를 부추겼다. 아, 그게 아닌데. 

왜 한시도 나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건가요, 

어서 밤이 오면 좋겠어요. 그래야 내 볼일을 보겠거든요. 





"가끔은, 

달콤한 나의 고독이야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나, 

너를 염려하는 밤이야

달아나지 않을꺼에요. 


유리창에 늘 같은 그림이 걸려있어

소원을 빌기 위한 별 하나.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만나게 될

이 모든 세계를 

따뜻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세요. 


나를 키운 언니 웃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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