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니, 서로를 위하고, 도우며 살아간다. 


작년 결혼예비학교를 통해 알게 된 결혼과 혼인의 차이는 '서로'에 대한 문제였다. 

그 말이 그말이지 않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말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간동안에 자주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혼인을 하기로 했다.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거울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사랑으로 밥을 짓거나 사랑으로 청소하는 일을 까맣게 잊고 살 때면, 

언젠가 그럴 때가 온다니, 우리는 서로 거울이 되기로 약속했다. 


우리가 행복하다고 해서 각자가 행복한 것이 아니니, 

먼저는 너와 내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되자.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것에 민감하여 늘 미간을 찌푸리더라도, 

이웃에게 꾸어주는 사람이 되자. 가끔은, 기분이다 싶게 줘버리자. 

열가지를 나눌 때에 공평하게 다섯개씩 나누자고 해도, 

늘 마음속으로는 네개만 바라자. 네개만 가져도 좋다고 하자.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우리에 대한 바램이나, 

너의 우리에 대한 바램 또한 서로 위하고 살아가자.   


우리는 혼인식을 올리기로 했다. 

나는 밥도 짓고 음악도 짓고 학생들과 좋을 시간을 지어보겠다고, 

너는 밥도 짓고 사진도 짓고 고양이와 좋을 시간을 지어보겠다고, 

결국에 영원한 것이 없는 이 땅에 작은 집을 지어보겠다고, 

잠시동안 쉴 만한 우리들의 평안한 집을. 


함께 산다는 것이, 

손내밀면 닿는 곳에. 때로 멀리 있다고 해도, 

마음 닿을 곳이면 그 곳이 집이라고 해서, 

너와 내가 만난 것이 아닌가. 

너와 내가 만난 그 곳이 집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오늘 밤, 


시작을 같이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지금. 

우리가 서로 생을 다할 때에, 그것 또한 당연하게 여길 수 있을까. 하는

헝클어진 생각을 나는 지금 버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혼인식을 올리기로 했다. 

혼인에 대한 준비는 늘 감사하는 마음에 있다고, 했다. 

하나님께, 부모님께, 이 모든 것을 허락한 것들에게.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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