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때인가, 교회수련회를 다녀와서 한참을 앓았던 적이 있다. 

앓았던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그 때 앓았던 이유는, 

마음이 저리고 아픈 이유는 알았지만 설명할 길이 없어서였다고. 


마음이라고까지 할 것이 없다. 그 때의 느낌이다. 

그 느낌을 집에 가지고 왔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으로 믿었다. 

느낌은 가지고 왔으나 느낌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던 탓이라고 믿고 있다. 


낯선 환경과 주어진 시간동안 나의 일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했다. 

누구도 여기서는 나갈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질 수 있는 거리에서 서로가,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면서 말이다. 


나는 그 느낌이 아주 좋았다. 4일 동안의 가장 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내가 긴 시간이라고 한 것은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어서다. 

매순간이 만남의 연속이었으니까, 사람과 만나고 눈빛과 만나고 느낌과 만나는.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진행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느낌의 연속을 나는 지금껏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앓고 있다. 


소풍 혹은 여행과 같은 일들을 지내고 나면 ,

지금에서는 공연과 같은 일들을 지내고 나면 . 


어떤 선율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기도 하고 ,

선율이라고 하는 느낌이 무르익을 때까지 오히려

기다리는 중이기도 하다. 


지내는 일들이 내게는 중요하다. 

지내는 것은 내가 '있는' 것이고, 

'있었던' 것이고, '있었던 기억'을 다시 '기억'하는 일이고, 

그 '기억'에 이름표를 붙여두는 일이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나는 순간보다 순간이었던 기억을 선호하는 편이라 하겠다. 


느낌만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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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밤을 위한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하지만 밤을 지새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 거야. 


불빛, 우리는 사람의 눈빛보다는 불빛을 향한다. 

전기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빛나는 것을 두고 우리는 말을 잃고 말았지, 


불빛에 모여드는 하루살이처럼

서로를 잘 모르고 불빛에 모여들어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들. 


침묵속에 앉아 결코 씌여진 적이 없는 노래를 

별들의 시간 앞에 마땅히 부를 노래가 떠오르지 않아

엄마의 자장가는 별들도 재운다지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별빛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하늘 속 어딘가에 묻혀


날마다 나누는 작은 말들 속에서

입을 닫고 비밀을 지키려는 영혼

별들은 오래된 불로 반짝이고 있고

더 최근의 불은 꺼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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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눈부시다 타오른다 쏟아져내린다
달이 떴다 휘영차다 차오른다
별이 보인다 빛난다 반짝인다

이 세가지 빛에 대해 흔히 이렇게 얘길한다

한가지, 더 있다.

이 모든것을 담고 있는 나와 너의 눈
눈빛, 그것.

그리고, 그림자

모든 빛의 이면에 그림자가 있다.
그_빛이 주시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물

그러나,
나는 위에서 아래에서 혹은 멀리서
너를 반영하지 않고 정면에서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너의 모습을
너의 그림자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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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사랑에 빠졌고, 
순간 글을 써 나갔으며,
순간 노래를 만들었다고. 

누구는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순간인가.

2주 전에 읽었던 책을 오늘, 
다시 읽어보았어니 다른 글귀가 눈에 든다. 
결정을 짓는 순산이 앞선 시간들을

잊게 만든다, 그래서 순간. 


그래서 나는 순간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사정을 할 때 '순간' 같아서

여자들이 투정을 하는 '순간' 같아서. 


그래서 조금 참고 순간을 놓아둔다. 

결정적인 계기는 없다,

노래를 만들 때에도 그런 '순간'은 없다. 


시집 몇권을 들고 가사를 써보려고 무던히 애를 써봐도 순간은 없다. 

그 '동안'이라는 게 없다면 말이다. 


요즘 기사를 읽거나 칼럼을 보면

'동안'의 이야기보다 '순간'의 이야기가 참 많다. 

그래서 새콤달콤한 예능이 사랑을 받고

구수한 다큐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된건지도. 


문득, 

오래 사랑받기란 힘든 일인가 생각해본다. 

엄마를 잃어버린 옛 장터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서 있다. 


나를 찾아주기를, 사랑해주기를. 


홀로 8키로를 걸었던 것처럼, 

지금도 그 8키로를 걷는 마음으로, 


순간은 혼자 인식하는 것이지만 

동안은 함께 기억하는 것이라고 해 두자. 


'순간'은 순간이다. 

순간을 만드는 것은 동안이며

꼭 순간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동안을 괴롭히거나 하지는 말자. 


함께_기억하는 것이

우리 삶에 가장 좋은 일이 될 터이니. 


_ 2014년 1월 17일에 저장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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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내가 말했다. 

"이제 곧 지랄할 때가 왔는데, 말야"

해마다 가을이 되면 아내의 말 대로 '지랄'을 떤다. 

어떤 일에 유난스럽다던지, 시무룩한 것이 하루종일 간다던지,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는다던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과연 그랬던 것 같다. 


그녀의 말을 빌려 '지랄'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도 그럴 것이 내 주제엔 '지랄'이 맞다. 

지랄은 어찌보면 미친 것이고 미치지 않고서야 매번 노래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녀의 말을 아주 '잘' 받아들였고 그제서야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요즘 미쳐있지 않구나, 나는 지랄을 하고 있지 않고 있어, 라고.


책을 읽고 있는 요즘엔 _ 그 이전엔 이처럼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작자의 생각에 내 마음을 보태 이런 저런 글귀를 써나가본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아내의 말처럼 가을에 관한 것이어서 몇 자 끄적여본다. 



가을엔. 


하늘 아래 고요한 평온 속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 한잔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침묵에


나는 왜 슬픈지 알고 있지만

왜 우울한지는 말할 수 없어


이제 짧아진 계절에 즉흥적일 필요는 없네

신이 만든 완벽한 세상을 구경하는 것에 

나는 찰나의 의미를 다 쏟아부었네


욕심없는 나무 아래 있을 때 비로소

하늘에 빠진 무언가 바라볼 때 비로소

잎새에 부는 바람을 느낄 때에 비로소


내는 왜 슬픈지 알고는 있지만 

왜 우울한지는 말할 수 없어, 라고



내가 가 닿아야 할 침묵과 고요와 

잃지 않아야 할 미소와 포옹


올 가을엔 깊은 데로 가자  깊은 데로 가면

내가 사랑하는 이 미워하는 이 다 만나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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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한다. 

단순하게 갖고 싶고, 하고 싶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이라기 보다

내 머리속에서 그 가슴속에서 그려보는 한 가지는

바라는 것이다. 


엊그제 보았던

오늘 생각했던 

그것이 무엇이던지


기록하고 기억한다면


내가 앉지 못하는 저 쪽 푸르름이라는 글귀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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