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을 걸을 때 아무래도 무릎 연골이 걱정이 된다면, 
그게 바로 나이를 먹은 증거라 여긴다. 오늘이 그랬다, 
내리막을 걸을 때 그런 것보다 불어오늘 바람이라던지
내리막을 걸을 때 그런 것보다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이라던지
내리막을 걸을 때 무엇 보다 땀을 식히는 맛이라는 게 있는데 
나는 오늘, 평소에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는 내 무릎연골을, 
심지어 골똘히 생각하면서 걸어내려왔다.


작업실 에어컨을 설치하는 기사의 목소리가 너무 근사해서, 
나는 그만 목소리가 참 훌륭하시다 멋쩍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위험수당을 더 달라, 말하는 그 목소리 또한 좋았다. 
방음벽이 제일 까다로운 작업인데 그냥 해드리겠다, 고마워요. 
천오백원짜리 파리바게트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인사를 했다.


로맹 모네리의 <낮잠형 인간>을 마저 읽었다. 
"나는 매일 집세 낼 방법에 대해 조금씩 더 고민하게 되었다." 
라는 부분에서 이번달 집세를 아직 내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나를 가난한 음악가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얼굴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집주인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기억안나는 얼굴이지만,


이제 야구를 시작하려면 30분이 남았다. 
남들은 퇴근 6시를 기다리지만, 나는 야구중계와 가까운 6시를 기다린다. 
가끔 수업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교습생이 고마울 때가 더러 있다. 
오늘부터는 내 방에서 지낼 수가 있다, 에어컨은 좋은 발명품이다. 
이제 노래도 만들고, 연습도 잘 할 수 있다. 
그 동안 더위를 핑계로 피운 게으름을 만회할 시간이다. 
이제,


20150702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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