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바라고, 감회가 새롭다거나 그렇지는 않겠지 생각했다. 

1년 이라는 시간을 두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지 했기 때문이었다. 

2013년 봄을 시작으로 그렇게 해보자, 했던 일이 지금에서야 마무리가 되가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참 다행이다 생각도 드는 아침이다. 그것은 조급한 내 성격에 비해 일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지 싶어서, 


무작정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이 '일'이 되가고 있는 시점에서. 

줄곧 원래 내가 하고싶어 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되묻기도 했고, 

스스럼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에 이보다 좋은 일이 이보다 내게 어울리는 일이 있을까 생각했던 탓이었지 싶다. 

그렇게 일곱개의 방_왜 일곱개였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음에도_을 지어가고 꾸며가며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동안 말이다, 


11월 접어들 무렵에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과 나눠먹는 아내를 번갈아 보면서, 

엄마가 늘 하던 말을 아내에게도 건넸다. 

"있는 반찬에만 먹어도 훌륭한데, 뭐 매일을 먹겠다는 의지로만 사는지..."

그렇다고 엄마가 음식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을 대한 적은 많아도 

엄마와 밥상을 마주한 적은 손에 꼽는다. 

그럴 때마다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것이

저게 더 편한가보지, 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옮아갔다. 

집을 떠나 7년을 서울살이를 하면서 혼자 밥먹는 습관에 무던해졌다. 

차리기도 치우기도 귀찮아 밥통을 열고 숟가락을 들이미는 경우도, 

반찬을 옮겨담기 보다 큰 김치통 하나를 통째로 열고 젓가락을 쑤시는 경우도, 

보통은 집 앞 가게에서 핸드폰과 벗하며 밥을 먹는 게 여러날이다. 


엊그제 부모님과 남동생이 친지 결혼식이 있어 서울을 방문했다. 

아내의 정성으로 우리 다섯식구가 처음. 서로. 함께. 밥을 먹는 아침이, 

나는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엄마가 기도를 하는 중에, 나는 실눈을 뜨고

둘러앉은 다섯을 보는 것이 어쩜 그렇게 벅차오르던지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음식맛이야 둘째치고 냠냠쩝쩝, 오손도손, 하는 소리가 그 어떤 음악보다 훌륭했으니. 


노래엔 어떤 재료가 들어가야 할지, 어떤 양념을 쳐야할 지. 


그보다, 


누구랑 먹을 건지, 나눠먹을 건지. 

그것이 노래의 제목이다. 


또한 그것이 내 삶의 제목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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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얼마 전부터_오래되었다면 오래되었을_펀딩을 이용한 앨범제작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홈 레코딩이 가능하게 되면서 그로부터 앨범제작까지 얼마든지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시쳇말로 요즘은 누구나 앨범을 낼 수 있게 된 시스템이지 않느냐란 아버지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2009년부터 누구의 허락, 도움 없이 앨범을 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작은 비용이라도 한꺼번에 들어가는 점에서 뮤지션들에게 제작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언급했던 펀딩을 이용한 앨범제작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마케팅의 한 부분으로서도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이네 1집을 만들면서는 고향분의 도움을 받았다. 

얼마 되지않는 제작비용은 순전히 대출이었고, 그 때엔 그렇게라도 시작하고 싶었다. 

좋은 장비, 훌륭한 엔지니어의 도움과 충분한 여유를 기반으로 3개월간의 사투 끝에 앨범을 내놓게 되었는데

언제나 후회는 남는 법, 실패든 아니든 그대로 두고 또 다른 제품(?)을 만들기 위해 1집을 듣고 또 들었다. 

나에게 그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즐거움과 일을 함께 하는 것은 그 얼마나 풍요로운 것인가, 


2011년에 내놓았던 2집은 그런 의미에서 기대도 컸다. 

멤버가 한 명 늘면서 부족한 사운드도 채워졌고, 경제적인 부분도 1집 때보다는 나아졌으니까. 

즐거운 의미에서 일의 속도라던지 능률이라는 것도 빨라졌다. 한번 해보았으니 수월해졌다는 말이다. 

멤버들끼리 한 푼 두푼 모아 비용을 모으고 편곡작업을 하며 녹음에 이르기까지, 

어느정도 불협화음을 제외하면 과정은 아주 탄탄하게 가지고 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정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인데, 그 점이 날이 갈수록 이렇게 크게 다가올 지. 

그 때엔 미처 몰랐었다. 


2013년부터 그동안 써 놓은 곡들로 개인앨범을 계획하게 되었는데, 

그 또한 한 달이나 두 달에 한번. 이렇게 기한을 정해두고 곡을 쓰고 녹음을 하며 발매를 했다. 

예전의 즐거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음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제작비용도 고스란히 내게 던져졌다. 

혼자 하는 수월함과 함께 하는 즐거움 사이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했지만, 

지금의 아내와 상의를 하고 나누면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 

약속을 지키자, 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방법과 기한의 문제는 언제나 내게 숙제로 남았다. 


그간 나의 제품을 사랑해주고 아껴준 분들께 좋은 결과물을 내보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보험을 파는 내 친구들의 마음처럼 지인들과 팬들에게 자신의 일을 이용해 부담을 주기 싫었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그 때문에 펀딩이나 발매 등등의 과정에서 투자를 과감히 멀리하게 된 것이고 순전히 내 힘으로 하게 된 것인데, 

순이네 2집을 만들 때에 우연찮게 참가한 대회에서 상금을 거머쥐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슈퍼스타 K등의 등용문을 바라는 것보다 작게나마 앨범제작비용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결정, 그것이었다. 

내게 대회는 좀, 그런 의미였다. 


바야흐로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저번주에 찾아왔다. 

<사직포크콘테스트>라는 것이었는데, 밴드 음악이 아니라 혼자 노래를 짓고 부르는 점에서 

대회는 내가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전해주었다. 만족스럽지 못할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 적어보고 싶었다. 또한, 그 동안 나의 수고를 나열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2005년 목포대학가요제, 2006년 오월음악제, 2008년 쌈지사운드페스티벌, 2008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2010년 GYMF, 2011년 카페베네 청년예술상을 마지막으로 대회는 끝이 났지만. 앨범제작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번 참가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이번 대회는 결과에 상처를 좀 받았지만, 그 또한 과정이랄 것이니. 이렇게 적어두고 나면 언제든 내게 기억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얼마 전에 좋아하는 형이 이런 말을 했다. 

"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훌륭한 연주자라기 보다, 

 네 음악을 사랑하고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 또한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그것은 늘 어려운 일이자 불가능한 일이라고만 여겼다. 

그런 의미가 아닐 것이다, 고 생각했다, 찰나의 나는.

이 귀한 시간을 아쉬움만 토로하는 것으로 쓰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앨범을 만들면서,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던 기한의 여유 사람들과의 여유, 결국에 내 음악에의 여유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참 중요한 일이었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제안을 하며 좋을 것에 한달음에 달려가는 것이 지금껏 내 삶이라면, 

그런 부분은 그대로 두고. 과감히 버리지는 않을 채로 내버려두고.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던 여유를 찾아야 하는 일에 골몰해야겠다. 

그런 것이 골몰해야 하는 것인지부터 실수하지 않아야하겠다만, 

실수하면 어떠랴 내게 있는 것을 좀 알려주고 나눠먹고 네게 있는 것도 내가 좀 맛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그 많고 많았던 대회를 통해 

얻어낸 상금이라고 훌훌 털어내고 싶다. 


이제 본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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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구상한 음악이건만, 

어느 결에 써질 줄 알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가. 

가을이 깊어갈 무렵에 그렇게 내 앞에 놓였다. 


이이체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를 상효에게 선물받고

읽던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언어, 말 Animation. 

사전적 의미로는 '생기를 불어넣다'라는 동사의 명사격인데,

보통은 움직이는 만화를 주로 뜻한다. 

실제로 노래를 만드는 이들 또한 animate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우리가 하는 말에 가락을 붙여 부른다니, 

그렇게 책을 건네받은 1년여 전부터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대학시절 수업시간에 읽었던 '소리샘'이란 단편소설. 

우리가 들었던 모든 소리와 이야기는 뇌에 저장이 되는데 그것을 소리샘이라 한다, 

그렇지만 과거의 일에 목마른 사람이 없어 그 샘을 그대로 놓아두고 찾지 않는다, 

샘은 점점 말라가고 사람들의 기억력도 사라지고만다,

그런 내용이 생각이 났다, 이것 또한 애니메이션의 한 줄기가 되었다고. 


그런데 가사를 뭐로 하지,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야할까. 

막연한 물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단 하나였다. 


'바다는 소라껍데기 안에 산다'


처음 선율 그대로 가고자 했지만 분명, 

가사의 음율에 맞추다보면 달라지겠지. 

우리말로 된 적절한 단어를 찾기 힘들었고, 

작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그럭저럭 모양새를 갖추었다. 


적어놓고 싶었다. 그런 저런 과정들을, 

노래하고 싶었다. 노래를 만드는 과정들을. 

노래가 만들어지는 풍경을 노래하는, 

과거에 얽매이는 것보다 과거를 통한 나와 너를 발견하는 일을.


마주치면 생각나는 것과 같이. 




<아내와 제주도 14년 여름>


Animation(141015)


내가 앉지 못하는. 저 쪽 푸르름엔가.

숲에서 우는 아이가. 숨어서 우는 아이가. 있네.


한낮이 한밤이었지. 나무가 말을 걸던가.

너는 무엇을 기다리지? 안 올지도 모를 사람?


우- 우- 

흙이 되어버린 기억들로.

우- 우-

장난감을 만들어. 장난감을 만들어.


노래는 기억이 부르는 것.

그리워하면 그럴수록.

노래는 기억을 부르는 것.

짙어가면 피어나는 꽃.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순간은 지금 아닌가.

너는 무엇을 기다리지? 안 올지도 모를 미래?


우- 우-

흙이 될 수 없는 기억들로

우- 우-

장난감을 만들어. 장난감을 만들어.


바다는 소라껍데기 안에. 

언제나 살아있다고.

우린 각자 하나의 섬이에요.

섬과 섬을 꿈꾸는 배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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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칼을 빼 들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노래는 어떨까, 조심스럽다. 


혼인을 하고 난 후부터는, 정확히는 그것과 겹친 세월호 사건으로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웃어도 쉬이 웃지 못하고 늘 그래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좋아하던 야구도, 깨볶아야 하는 신혼도, 일상인 노래도. 

그렇게 마냥 나날들을 흩어지게 내버려 둔 채로 버거운 삶을 지탱하기 위해 수업만, 해야할 최소한의 일만 하고 살았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날 선 언론의 혀가 유가족 뿐 아니라 나와 주변인들을 많이도 힘들게 했다. 

힘이 들 지언정 힘이 되주지 못해 마음만 이리 저리 굴려보았던 터 서울의 하늘은 맑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이제 곧 가을이다. 벌써 가을이 왔다고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는 아내와, 

털이 송송 빠지는 두 마리의 고양이들과 가을을 맞는다. 

해마다 가을을 맞이하는 나의 태도는 늘 불가항력적이다. 아내는 그걸 두고 '지랄'이라고 하지만, 

여튼 그런 '지랄'도 못해먹겠다. 뭐라도 해야지 혼자의 기분에 취해 이 계절을 두고볼 수는 없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마음에 두고 뭐라도 써야지 뭐라도 말을 해야지, 하지만 

예전처럼 즐거울 따름으로 흘러가는 일은 없었다. 


오늘 민방위 훈련을 간 자리에서 우연히 종석형을 만났다. 

시간이 참 빨리도 가지요? 우리가 엊그제 만난 것 같더니 벌써 6년이요, 라고 했더니

그래, 내가 아이였을 땐 하루가 참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안갔는데, 라고 한다. 

그냥 저냥 속으로 내 얘기와 그 얘기를 번갈아 생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문득, 

노래를 써야 겠다, <가을엔> 이라고 제목을 정하고 이래 저래 써나가다 보니 <오, 가을> 이 낫겠다 싶어

두 줄로 박박 그었다. 소박한 가을정경을 노래하고픈 생각이었으나 점점 일이 커진다. 

속내를 좀 들키면 어때, 내 마음대로 하면 좀 어때, 그렇게 써지는 것을. 


아내가 추천해 준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이라는 책과,

오늘 만난 종석형과의 대화와 얼마 전 안타깝게 사라진 우리 아이와 그 때의 내 마음과,

여태 나를 짓누르던 4월부터의 일들이 한꺼번에 오늘 모였다, 모았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것은 늘 노력의 열매가 되는 것임을 오늘도 깨닫는다. 


그렇게 일곱개의 방 중, 다섯번째 방이 만들어졌다. 



<언젠가 후암 약수터 앞>


오, 가을 (140930) 



왜 이 계절은 이토록 바삐 가는가

연잎에 앉은 잠자리처럼

왜 뜻밖의 추억들이 되살아나는가

구름 사이로 난 해처럼

왜 사랑한 순간들은 잊혀만 가는가

그때 한 약속은 연기처럼 흩어져만 가는 것인가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흘러갈 줄 알았다면

내가 아이였을 때 조금 더 천천히 달려갈 것을, 걸어갈 것을


이제 짧아진 계절이라 해도 서두를 필요는 없네 

신이 빚은 완벽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모든 순간을 다 감사하겠네


올 봄에 우리에겐 슬픔이 있었네

시들더라도 꺾(이)지 않기를 바랬지

그 누가 인생을 완성하고 떠났을까


이제 짧아진 계절이라 해도 서두를 필요는 없네

신이 빚은 완벽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데로 가 깊은 데로 가면

내가 사랑한 사람들

깊은 데로 가 깊은 데로 가면

내가 미워한 사람들까지


모두, 모두 다 만나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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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시선이 머무는 사람들의 무릎 아래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고양이에게도 꿈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늘 주위를 경계하지만 한번 쯤 가보고 싶은 곳이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보일락 말락' 한 세계다. 

고양이도 사람도 모두가 그 '보일락 말락' 한 세계를 가보고 싶어 한다.

어쩌면 고양이 청이의 눈을 통해 내가 가보고자 하는 세계를 노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도, 그들과도 언젠가는 이별한다. 아름다운 이별에는 좋은 추억이 필요하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을 주고,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이름을 불러보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살아간다.

고양이를 떠올릴 때 느껴지는 따스함과 포근함이 가득한 노래가 사람들의 가슴에도 번지길 기대해본다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中 네번째 방_


1. 고양이, 청


Produced by Yunje

All songs written & arranged by Yunje


illustrated by 이선민

Designed by 최현주

A. guitar & C. guitar Yunje

Piano Yunje

Bass 최동일

Violin Christine Kim

 

2013. 12. 24.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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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도시에서 가장 멋진 이름은 나일껄

'맑고 깊은' 빛을 내는 고양이라 하지

아마 내가 이룰 수 있는 꿈 같은 건 없을껄

다만 네 숨소리를 듣고 너의 꿈을 엿보고 

그렇게 산다지


너는 가난한 어부와 결혼을 해도 좋아

내가 입을 벌리면 물고기 열매를 따다 줘 (그럴 수 있다면)

나는 너희의 말없는 허수아비가 되어

거기 날아든 괴로움의 새를 멀리, 쫓아내 줄 수도 있지


이 세상 모든 것이 깊게 잠들고

달빛 머문 창가로 가면

밤 하늘 은하수 길에 조각배 하나 띄우고

바람을 기다려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녹슨 바다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몰라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잠든 널 데리고 갈까 있을지도 몰라 

크래미 섬


나와는 별개로 살아가는 이웃집 여자

쯤으로만 생각하려 했지, 그러나

너의 눈에선 늘 초록별이 빛났다

소원을 빌기 위한 별 하나가 문득

반짝이고 있었지


언젠가 우리가 이별할 때가 오면

우리들 사이에 내리는 비로

아름다웠다던 너의 푸른 저물녘

젖지 않게. 소원을 빌었지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녹슨 바다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몰라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잠든 널 데리고 갈까 있을지도 몰라

크래미 섬



화자는 고양이 청(1절)과 나(2절)이다.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있지만, 

만남과 헤어짐을 위시로 줄곧 상상해 보았다. 그 이름에 대한 내용은 '맑고 깊은'으로 해석해보았고,

본문에 등장하는 '너'는 곧 자기를 키워낸 '언니'다. 언니가 잠을 자면 늘 머리맡에서 시간을 보내는 녀석의 행동에

나는 늘 감복을 한다. 내게 그것은 언니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하는 녀석의 헤아림으로 읽힌다.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가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녀석에게 언니의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는 중에 

나는 상상으로만 어부가 되어보기로 했다. 녀석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물고기' 뿐이라 생각했다. 

전에도 썼듯이 나는 애초에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애정, 아니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곧 녀석의 눈빛과 날렵한 외모, 고운 성격에 매료되어 이제는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어느정도 애착을 보인다. 

그것은 내게 좋은 일이었고 꾸준한 변화였다. 얼마 전에 녀석이 아파 함께 고생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줄곧 녀석과의 헤어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슬플 일이겠지만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여름 바람 시원한 날, 겨울 햇볕 따뜻한 날처럼 그처럼 우리도 좋았던 것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녀석의 눈을 보고 말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같이 있어준다면 좋겠다. 


언젠가 우리가 상상을 했을 적에, 혹은 꿈에서 보았던 장면을 얘기했다.

우리가 만든 배에 녀석을 태우고 노를 저어 당도한 곳은 크래미 섬이었다. 

머리속으로 그려진 그 그림이 잊혀지지 않아 썼다. 

'보일락 말락' 은 사전적 의미로 '보이지 않았다' 는 뜻이지만, 

가보고 싶은 마음의 증거로 남아있다. 그렇게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느 것 하나 이룰 꿈이 없는 고양이라지만 보여주고 싶었다. 

먹여주고 놀아주고 해서 나도 너도 즐겁게 살아보고 싶었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끌었다만, 시간을 끈 만큼 좋은 곡으로 태어나길 바래본다. 

단번에 느낌으로 적어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단 한줄을 적어도 역사로 간직하고 싶었다. 오랜동안 지내보고 관찰하고 생각해보고 상상해보고,

이젠 고양이만 보면 녀석이 무슨 생각일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5개월을 단 몇줄을 끄적이려고 보냈다. 

그냥 고양이로만 대해줄 것을 기대하는 고양이에게 너무 많은 감정을 입히고 소모적인 일을 했나 싶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애묘인들이 혹은 그 반대의 인간들이 살아있는 많은 생명들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좋겠다. 

그런 심정으로 조만간에 나누게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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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추억 같은 것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보아도 보아도 물리지 않을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을

내버려두면 그냥 흘러갈 일들에 숨을 불어 넣는 것


나는 언제 별들을 보았던가

내 눈 속에 별들은 사라졌다

어둠도 눈에 익으면 괜찮아


한 때 행복했었다는 것은 지금에서야

고통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


오늘은 달도 어둠에 잠기고 말아 

숲엔 아무런 빛도 없고 말야


내가 버린 추억같은 것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어디선가 팔고 있다 어디선가 팔고 있다


우리의 첫번째 입술을 훔쳐간 이는 누구였을까

덤불 숲으로 사라진 공은 어디있을까


바다는 소라껍데기 안에 산다

아가미가 생겼고 나는 물고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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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보통은 만화영화를 뜻하는 것이지만,  

동사 animate, 영혼과 생기가 없는 것을 영혼과 생기가 있는 상태로 

변화시킨다는 뜻. 즉,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 


7월이 왔다, 즉. 

반년이 갔고, 또 하나의 반 년을 맞았다. 

그 동안 세 장의 앨범, <해빙>과 <일각여삼추>와 <집으로 가는 길>을 발매했다. 

총 여섯 개의 노래를 두어 달 간격으로 발표했다.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잘, 이행해 왔다. 올해의 목표인 <일곱개의 방 프로젝트>


그 동안의 노래들은 작년까지 만들어 왔던 '습작'의 재구성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현실과 현실의 상상을 담은 것들이 태어나야 한다. 

네 번째 방, 9월 즈음에 발매될 노래들에 대해 구상하기로 한다. 

역시 노래는 두 개로 <애니메이션>과 <고양이, 청>으로 제목을 정했다. 


노래를 만드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것은 현재 내 상태를 확인하는 일로 시작해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상상하는 일이다. 그래서 즐겁다고 했다. 


사실은 이제부터 즐거워지려고 한다. 

사실은 이제까지 즐거운 고민을 하지 않았다. 

바쁜 일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저냥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생기를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기를 되찾기 위해 타이틀을 정했다. 애니메이션, 

누군가 내게, "너는 언제 네가 살아있음을 느끼나?" 하고 물어본다면. 

목마른 중에 마시는 긴 컵의 물을 마실 때, 컵으로 숨을 쉬는 가운데와 

비오는 날에 들이마시는 숨, 추운 날에 내쉬는 숨 가운데에 있다고 하겠다. 


결국에 '숨'을 느낄 때라 하겠다. 

그러고 보면 물 속에 있을 때가 가장 숨에 대해 절박하겠다, 싶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물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순수한 물의 소중함에 대한 것이고. 

나는 이제부터 물에 잠겨 '숨'의 소중함을 느껴보려고, 가까스로 생각해 낸 것이. 

목욕탕 물 안에 나를 집어넣고 내 몸이 답답한 숨을 내쉬고 있다고 여겨본다. 


나의 가장 절박한 '숨'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본다. 

바이킹을 탔을 때, 바다에 빠졌을 때, 그녀와 헤어졌을 때, 한국시리즈 7차전을 볼때, 

어느 것 하나 기억에서 제외될 만한 것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순수한 '숨'을 쉬었을 때가 언젠지. 

말을 바꾸어 그것의 절박함을 느낄 때라야 가장 순수하게 뱉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서. 


갑작스레, 

내 이름 성종훈이란 석자가 출석부에서 호명되었을 때에. 

그 때의 어색함까지도 내 '숨'을 일깨워주었다고 생각된다. 


나의 생기를 찾기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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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 찬 달이 밝은 그 밤에 
우린 더 어둔 밤을 찾으려 눈을 감았지 

계속해 이어진 밤이 둘로 나뉘고
서로 다른 길로 들어선 집으로 가는 길

뻔한 가로등불에 골목길은 물들어
색을 잃고 노랗게 붉게 어둠을 가리지

나는 아까처럼 더 어두워지길 바라지
입술에 찬 달빛이 간절히 생각날 때까지

일부러 깜깜해진 골목을 헤엄치듯 
유영하듯 걷고 기분이 참 맑아 
일부러 깜깜하게 해놓고 
일부러 깜깜하게 해놓고 

네 입술에 차오르던 달빛이 
간절히 생각나기까지 
두 개 발자국으로 걸어갔지 
손은 잡지 않고 어깨와 어깨가 
닿을 듯한 거리로 나란히 


2012년 8월 30일에 

노래 1 이란 제목으로, 





마데카솔이 없었다면 내 얼굴의 흉은 아마 깊이 남았겠지. 

마데카솔 생각하니 복고의 바람이 부는구나. 

예전 기억이 다시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난 집으로 가는 길. 

 


1. 집으로 가는 길

2. 느린 걸음으로

 

Produced by Yunje

All songs written & arranged by Yunje


Photographed by 카쯔오

Designed by 최현주

A. guitar & C. guitar Yunje

Piano Yunje

Drum 천승윤

Bass 최동일

Featuring  & Djembe Noma (느린 걸음으로)

Violin Christine Kim

Accordion 이혜준

 

2013. 6. 13.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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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너무 덥다. 

매 해마다 더위와 추위는 기록을 갈아치우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세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사실 가장 시간을 들인 것은 '구상'이었다. 

구성에 대한 구상도 있거니와 느낌에 대한 구상이 거의 대부분이다. 


계절에 대한 특정한 지시는 없지만서도 바램은, 

여름밤의 서늘함이 간간히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옅은 바람 한 줄기 이마에 땀을 스치듯이 닦아준다면,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을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툴툴거리는 느낌의 정박자 보다는 어깨가 들쑥날쑥하는 편을 택했다.


사실 곡의 인트로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노래의 주 멜로디 외에 코드의 움직임만으로 내가 흥얼거릴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만든 노래지만 나 또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니까, 

이건 상당히 중요한 내용인데 뛰어난 음악성은 순발력에서 나온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내 경우에 오래된 습관으로 안정감 있게 노래에 옷을 입히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에 자칫 뻔한 느낌으로 치우칠 수 있겠지만, 일단 꼭꼭 씹어서 맛을 음미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므로,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거나 코드와 코드 사이에 다리를 놓거나 하는 것은 이번 작업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하나의 소리를 얼마나 더 오래, 깊이 가져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 


노래에 온도가 있다면, 

아마 이런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담아내는 것에 붙여질 이름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은근한 음성으로 뱉어내는 행위가. 

더 어렵고 더 '열'이 나는 일이라고 여기며  36.5도에 맞춰 노래에 숨을 불어넣었다. 

상당히 더운 온도지만 그 온도로 사람들은 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노래 또한 그 온도를 닮아 닿아도 차갑거나 뜨겁거나 하지 않을, 그런 것으로. 


바이올린은 좋은 악기다. 

베토벤은 기타가 작은 오케스트라다 라고 하였지. 

첼로 또한 좋은 악기임에 틀림없다, 일단 현을 튕기거나 비벼 내는 소리는 참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길을 내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표였음에. 

알고 지내는 연주자에게 부탁을 했다, 흔쾌히 스무번의 연주를 보내주었고. 

그 연주를 듣고 노래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데드라인 한 시간 전에야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걸 지울 수가 없어서, 

익숙해진 멜로디에 다른 멜로디를 섞어 피아노 연주를 넣어봤다. 

연습할 시간도 수정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넣어보냈다. 

녹음은 그렇게, 6월 10일 오전을 마지막으로 담았다

뜨거운 작업실의 온도와 나의 온도와 여름밤 집으로 향하는 온도가 알맞게 잘 섞이길,

기도할 뿐. 이제 내 손에서 멀어진 노래는 누군가의 귀를 틈타 저녁으로 가겠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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