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품다. 

나는 줄곧 품에 있었고,
품 안에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어 따뜻했다가, 

부리나케 나는 누구를 품고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주변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품고 있다고 말할 때, 
품어야 한다고 말할 때, 나는 무엇을 품고 있는가. 

과거, 
내 품에 종종 과거가 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과 그 말에 새겨진 마음은
곧 나의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엊그제 대학 사람들을 만났다. 
너는 참 기억력도 좋지, 라고 말을 했다. 나에게, 
그런가, 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나는 그 기억력이 미련의 실핏줄이라는 것을 알았다. 
간간히 펌프질하는 심장의 여러 핏줄 중에
미련을 간직한 곳곳이 엉켜있어 잠시 숨을 쉬게, 
그 비슷한 사람과 상황을 만나면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어 있더라. 

나란 사람이 지내온 품이 그 정도였다. 
내가 속한 품과 내가 닦을 품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겠지.
나 또한 생각한 것만을 보게 될 테니까, 

미래, 
내가 닦을 품이자 어깨를 넓혀 품어주는 것. 
마음 운운하며 매번 보는 것만 볼 게 아니라, 
실제로 아무 말 없이 그냥 품는 것. 
다가올 것의 두려움과 설레임 없이 그냥 받아주는 것. 
내일 일의 오차를 긍정하고, 사람의 상처를 등 위에 업는 것. 
정면으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뒷모습으로 안아도 충분히. 

당장의 해결책 없이도, 대하는 것. 
피하지 않고 염려하지 않는 것. 
품에만 있었더니, 품을 줄 몰랐던 과거의 미련. 
그래서 생긴 과거라면 깨끗이 지우기보다, 
알았으니 그 위에 집을 지어보는 것. 

품, 품다. 

드라마 재탕 기다리다가 별 얘기를 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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