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에서 조동익씨가 "인생, 참 어려운 여행이어라..." 하고 읊조렸다.
하고 많은 노래 중에 쌍팔년도 어떤 날의 11월 그 저녁에. 라는 느릿한 노래라. 
그런데 나는 참으로 오늘 같은 날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노래였단 말.  하고 싶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우리 안을 감싼다. 
역시 중부고속도로는 지루했어. 




시야 확보가 조금은 나은 듯 했다. 일반 승용차보다는 조금 높고 사이드 미러도 룸 미러도 확연히 잘 보였다. 새차라서 그런가. 
잠깐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면. 우리는 밴드로 움직이는 터라. 악기들을 실을 공간이 필요해서. 과거 카니발 급 SUV를 항상 절실해했는데. 
소울은 뒷좌석을 눕히면 휴대용 피아노 한대와 기타 세대, 그리고 악기에 쓰일 앰프 및 스피커 한 조씩은 너끈히 실을 수 있을 공간활용이 가능했다. 
실제로 이번 공연은 기타 두대와 카메라 가방 그리고 옷가방 세개. 로도 충분했으니 굳이 차 뒷좌석을 눕힐 필요는 없었고. 
결국 밴드인 우리 다섯명과 악기를 실으려면 막내포함 세명은 걸어오던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역시. 돈을 벌어야해. 큰 차. 많이 들어가는 차가 필요해. 멋진 차보다는. 




대구도착. 다섯시 삼십분 경. 
2.28공원. 차는 유료주차장에. 
자꾸 무얼 놔두고 오는 바람에. 
차까지 수훈이는 왔다갔다 해야했다.
비는 오고. 커피나 마시자. 




뭔가. 비는 막아주고. 분위기는 그럴싸한 공원 내 한 구석을 찾아냈다. 
좋아서 그러는건지. 비가 와서 그러는건지. 몰라도. 
저건 춤이 아니라. 몸짓이다. (주춤...)
짐꾼 겸 사진사 겸 매니저인 클라우디아 양은. 
쉽게 공연장 자리를 서둘러 신고하고. 
돌아왔다. 진짜 커피나 마시자. 




얼마전에 롤러코스터를 본 기억에 생각난 남자와 여자의 여름 피서 준비법. 
아니나 다를까. 클라우디아는 비오는 아침에 여행용 큰 가방 하나에 비닐을 씌워 왔다.
나와 순이는. 뭐 쇼핑백 두개에 각자의 짐 몇가지만 넣어 실었는지 안실었는지도 사실 몰랐고. 
하늘하늘 거리는 원피스에 분홍색 헤드폰이라. 아마, 저 헤드폰 촬영용인 듯. 소리는 안나왔을 것. 
녹음이 진한 아래의 풍경을 바라보는 클라우디아의 표정이 예사롭다. 좀 웃기기도 했고. 




대구는 너무 더웠다. 정신줄 놓기에 충분하게도. 




튜닝. 
이제 곧 약속의 시간 일곱시. 
초대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그냥 지나는 사람일지라도. 
듣고 가주길 바래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순이네담벼락이라는. 
노래하는 총각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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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그렇게 여행은 시작을 알렸으며. 
사실 나는 구체적인 사실을 모른 채. 
그저 놀러간다는 사실에 살짝 들떠 있었을 뿐. 
이후에 찾아올 무시무시한 미션은 생각지도 못한 채. 
예전 광고에서 Sing a Soul~! 하는 노래만 떠올렸을 뿐. 




나는 알고 있었는데. 비가 올 줄을. 누구도 알고 있었을 텐데. 비가 올 줄을. 
그런데 그거 아나? 막연한 기대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숨어 있는 줄을.
썬 루프라고 하는 것. 또는 유리에 맺힌 물방울들 사이로 마음이 조금씩 샌다. 
기대. 혹은 설레임. 비 혹은 사람. 




수훈이와 현이 그리고 나. 각자 미투데이에서 순이 Claudia 낭만적우로 활동하는 친구. 
순이의 이벤트 당첨으로 떠나게 된 2박 3일의 여행. 
주제는 "미친찾아 전국투어 콘서트"
소재는 "빨갱이 Soul""순이네 담벼락"




구름속을 몇번이나 드나들었는지 모른다. 
수증기 덩어리를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만져보았다. 
중부 내륙 고속도로는. 지겹도록 평온했다. 
나는 운전자가 아님에도 졸렸으니까.




친절하게도 콘서트에 쓰일 프랑 카드도 만들어 주셨고. 
틈틈히 간식거리 사먹으라고 용돈도 주셨다. 
옥수수는 현이가 먹던 것. 사진을 찍을 동안 들고 있으라 한것을. 
나도 모르게 입에 가져갔으나. 많이 먹지는 않았다. 
빨아먹었을 뿐. 옥수수는 빨아먹는 거 아니었나. 




쉬는 틈틈히 차 외부도 한번 닦아주고. 
습한 공기덕에 내뿜는 땀도 한번 닦아주고. 

아, 이맘 때즈음이었을까.

뻐국하고 우는 새. 소쩍하고 우는 새. 각자 이름이 있다.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의해 그 새의 이름을 정하게 된 것은 없었을까. 
예를 들면 “칠곡칠곡~” 하고 우는 칠곡이의 진짜 이름은 팔곡이. “팔곡팔곡~”하고 우는 팔곡이의 진짜 이름은 칠곡이.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결국 졸지 않으려고 뻘 생각을 한 것이지만. 
나의 머리에서는 오랜동안 남았던 이야기. 

그리고나서 결국. 도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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