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와 수건 한장. 이것만 달랑 들고 여행 준비를 마쳤다 했습니다. 
결론만 얘길 하자면 보고, 닦고. 즉 비키니를 보고 침을 닦고 이런 의도였을까요. 칫솔과 비누를 비롯한 일회용품이야 구입하면 된다지만 속옷을 어쩔꺼며 수영팬츠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을까요. 
"어? 넌 챙겼냐. 난 왜 생각을 못했지?"
아닙니다. 분명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우리 생각한 바가 서로 조금 달랐을테지요. 

반면 Claudia는 여자인 관계로다가 모든 필요한 것을 잘 구비해왔습니다. 분홍의 비키니와 얼굴에 바르는 비싼 썬크림. 일명 썬구리로 불리는 그녀의 안경, 그리고 수줍은 미소까지.  사실 준비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견해는 다름아닌 몸입니다. 몸, 우리의 저주받은 몸뚱이는 나이 불감증에 걸렸는지 부끄러운 줄 몰라했습니다. 어찌나 몸 좋고 건실한 처녀 총각들이 많던지. 그 동안 먹고 마시던 것들 죄다 뱉어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 멀리서 볼땐 바다가 보이더니 가까이에서는 몸이 더 가깝더란 말.  "사진찍을 때만이라도 숨을 좀 참고 좀, 좀 해보란 말이야~" 
라고 Claudia양이 말했습니다. 나에게 숨쉬는 자유도 허락하지 않은 바닷가는.  더 이상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캔 맥주 하나를 따서 벌컥 마셨습니다.  비 냄새는 물러가고 강렬한 태양의 냄새가 해변을 덮쳤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어떤 아이의 아버지가 삽을 든 채 아이를 묻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유쾌하게 보였습니다.  적어도 내 눈엔. 















잘 마른 모래 한 줌을 쥐고 코 끝이 찡할 정도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그제서야 내가, 우리가 어딘가에 도착해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착각입니다. 다시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여행은 즐겁다고 누군가 얘길 했다지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나의 하늘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지요.  
아깝기만 한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가고 있다고 믿으며 
오히려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사진찍느라 정신없는 Claudia양과 
모래에 파묻혀 조금이라도 수면의 시간을 바라는 순이군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숨을 참지 못해 아주 편한 자세로 요동치는 나의 뱃살을 꼬집혔을 때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아파서였습니다.  
그 때 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예전의 어떤 사람이 내게 해준 말. 

"추운 겨울에 옷 사입으라고 돈을 줘? 그 돈으로 내가 옷 사입겠냐 술 사먹지. "
"헬스클럽을 다니라고? 건강관리를 하라고? 그 돈으로 내가 헬스를 다니겠냐. 몸보신하지. "

맞는 말입니다. 뭐가 맞냐고 되물을 겁니다. 누군가는. 
하지만 그렇게 위안할 수 밖에 없음을 잘 알지 않습니까.  
살까는 얘기는 그만 하렵니다. 
먹고 마시며 나누는 즐거움이 반감 됩니다. 
이런 것들 말고 즐거운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올려다 봐야 하는 건물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 목 아파 했던 일상과는 달리 
내 눈과 평행한 수평선과 맞닿은 하늘이 분명 내 앞에 있는 게 확실했으니까요. 

해년마다 찾는 바다는. 왜 각각 다른 모습일까. 
내가 변한 것일까. 

















기타치는 석영군의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이 친구는 진주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라고 착각하시면 안됩니다. 진한 알콜과도 같은 향기가 나며 짙음이 베어있는 그런 목소리라고 해둡시다.  어젯밤에도 송정의 밤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노래들을 열거했지요. 남녀의 소근거림이 주변에 가득한 어제 그 밤에 석영이는 고성방가를 할 정도로 로맨틱한 놈이였지요. 바다는 수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이라고 여기는 진정한 롸커였습니다. 적어도 어젯밤에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했나 봅니다. 

"석영아, 넌 수영할 줄 아니? 수영복은 챙겨왔어?" 라고 claudia가 물었을 때. 
"롸커는 수영 안합니다. " 라고 대답했습니다. 
"석영아, 그럼 쪼리는 신어도 돼?" 라고  claudia가 물었을 때,
"흐흐흐, 쪼리는 괜찮아예." 라고 대답했을 때. 

알아챘어야 했습니다.  순이가 튜브를 붙잡고 석영이를 바다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그의 입에서 "윽~!!!"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순이의 손을 꼭 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여자도 내 손 그렇게 잡아준 이가 없었다며 연신 놀려대던 순이와 주변의 깔깔대던 소리를 들었을 때.  알아챘어야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바다에 들어가는 거라고 했던 그의 고백을 진심어리게 받아줬어야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형은 안추우세요 라고 묻는 너에게 나도 추워. 계속 움직이고 있어봐 안추워. 라고밖에 얘기를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저도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정말입니다. 정말이라구요! 저도 알고보면 허술한 사람입니다.
정말입니다. 생각보다 어둡지만은 않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밝은 사람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밝은 사람이고 허술한 사람이란 겁니다.
아시겠지요? 그러니까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시겠지요? 꼭 야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손해보고 살 일도 없습니다.
아시겠지요?"

2010 7. 20. 02:13

라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심경을 밝혔습니다.

다시한번 미안합니다.

















크고 작은 꿈이 여기 이곳에서 옷을 벗었다. 
이름 없는 것들이 되어서 누구의 소유도 되지 않았다. 
바라봄에도 전혀 부담되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손에 잡혀 달아난다고 해도 겁나지 않았다. 
나는 왜 그렇게 안달하며 살았나. 
완벽해지기 위해 발버둥을 쳤었나. 
내가 하지 못한 것을 왜 남이 해주지 못할 것으로만 생각했나.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이토록 즐겁고 아름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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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더러워질 데로 더러워진 행주를 빨았다.

뜨거운 물에 넣어 삶고, 락스로 표백을 했다.

이젠 깨끗해지니 쓸만하다 싶어 양손 꼭 모으고 기지개를 켠다.

그러다가 찬장을 정리한다. 새 행주묶음을 발견한다.

잠시, 그렇게 하여 깨끗해진 행주와 새 행주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괜한 고생을 했는가 싶어 과감히 깨끗해진, 그러나 헤진 행주를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새 행주를 빨아 널어놓고 뒤돌아서다, 뭔가 개운하지 않음을 느낀다.

 

개운하지 않다. 그냥 내 욕심에 뭔가 빠진 듯하다.

위생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건. 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손에 쥐어진 것들과

손에 쥐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포함한 욕망이라는 것이 아름다워지길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차디찬 물을 끼얹고 나서 따뜻함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다.

잠깐의 욕망이 내 삶을 엎지르지 않도록, 쓸어담을 수 없는 물과 같은

나와 당신의 삶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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